살인 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흐느끼던 연쇄살인마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980년 12월 31일 새벽 3시경, 새해 전야를 맞아 미국 전역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지역에서 911 신고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흐느낌을 억누르며 말했다.
"제발, 긴급상황이에요. 사람 좀 보내주세요. 피어스 버틀러 로드, 어, 말버그 제조 회사 기계공장으로요. 제발, 구급차도 보내주시고요. 거기에 여자애가 다쳐있어요."
"선생님,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판독 불능 그 애는 뒤편 바닥에 쓰러져있어요. 철.. 철도 선로로요. 판독 불능"
"자.. 자세한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모르겠어요!"
"신고자분은 누구시죠?"
뚝
이에 현장으로 출동한 지역 경찰은 문제의 철도 선로 근방에서 옷이 발가벗겨진 여성을 발견한다.
피해자는 20세 대학생인 캐런 포택이었다.
그녀는 파티를 즐기고서 자정을 넘어 술에 취해 시내를 배회하던 중 누군가로부터 심하게 폭행을 입으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머리와 목 부위 중심으로 여러 구타 자국이 발견됐으며, 타이어 지렛대에 의한 폭행으로 두개골에 큰 외상이 발생하면서 사건 당시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했다.
'흐느끼는 살인마'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1년하고 반.
1981년 6월 3일, 첫 번째 사건이 있었던 세인트폴과 맞닿은 미니애폴리스 지역에서 911 신고 전화가 걸려 온다.
남자는 흐느끼며 격양된 목소리로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옌장할! 저 좀 찾아내 주세요. 방금 얼음송곳으로 누군가를 찔렀어요! 제 자신을 멈출 수가 없어요!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인다고요!"
그리고..
경찰은 지역의 한 미완성 고속도로 부근 풀밭에서 얼음송곳으로 약 60차례 찔려 살해된 여성이 발견된다.
피해자는 18세의 킴벌리 컴튼이었다.
한편..
남자는 사건 직후 10일에 걸쳐 911과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와선, 사과와 함께 자수를 하겠다는 말과 기사 내용에 잘못이 있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6월 11일 911통화에선, 자조와 자기연민 섞인 흐느낌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무 말 말고 그냥 들어주세요. 컴튼에게 한 짓은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왜 그녀를 찔러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속상해서 매일마다 술을 마셨어요.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마치 거대한 악몽 속인 것 같아요. 감옥에 갇히는 건 생각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예요.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다시는 아무도 죽이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두 번째 사건으로부터 1년.
1982년 7월 21일.
세인트 폴 남부의 한 가정집 욕조에서 33세의 교사 캐슬린 그리닝이 익사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8월 6일 이른 아침.
신문 배달에 나선 배달원이 미니애폴리스 지역 미시시피강 둑 덤불가에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지역의 40세 간호사 바바라 시몬스였다.
그녀의 시신에선 구타 자국과 함께 얼음송곳 또는 십자드라이버로 인한 약 100개의 상흔이 발견됐다.
그로부터 이틀 후..
남자가 911로 신고 전화를 걸어와 격양된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제발 아무 말 말고서 그냥 들어주세요! 그 여자애를 죽여서 죄송해요! 그 애를 40번이나 찔렀어요! 킴벌리 컴튼이요. 세인트 폴에서 처음으로 죽였어요. 도대체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병이 든 것 같아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아요! 제가.. 제가.. 만약, 빨간 셔츠를 입은 누군가가 죽어 있다면 그건 저일 거예요!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난 절대 천국에 못 갈 거야!"
경찰과 FBI는 남자가 일련의 사건(세 번째 사건인 익사 사건을 제외한)을 저지른 범인이라고 추정하고선, 문제의 신고 전화 통화 녹음 일부를 방송에 공개한다.
허나, 극단적인 감정 상태에서 이뤄진 통화였던 탓에 이렇다 할 제보는 없었다.
'흐느끼는 살인마'라 이름 붙여진 이 남자에 대해 유추한 것은, 그가 경찰을 상대로 '고양이와 쥐 게임'과 같은 극장형 범죄자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 및 실지로 통화 중 퇴행적 상태가 되며 울부짖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통화 추적 결과 언제나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었다는 점까지.
허나..
이 무렵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낸다.
간호사였던 바바라가 살해된 밤 시내 바에서 머물던 중 한 백인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직원 하나에게 남자가 차로 집에 바래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경찰은 바의 목격자들 증언을 통해 인상착의가 비슷한 폭력 전과자 머그샷 사진 8장을 추려냈고, 마침내 그 중 폴 마이클 스테파니가 문제의 남자였다는 진술을 얻어낸다.
당시 37세의 스테파니는 딸이 하나 있으며, 이혼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자였다.
또, 과거 정신과적 병력과 가중 폭행 전과 사실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건네받은 카운티 검사는, 스테파니가 대학생 캐런 포택이 구타를 당하고 정신을 잃어 발견됐던 곳 인근인 말버그 제조회사 기계공장에서 해당 사건 3년 전에 해고됐던 사실을 확인한다.
그렇게 1982년 8월 21일..
확신에 찬 수사기관은 감시팀을 꾸려 스테파니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헌데..
집을 나와 어디론가로 향하던 스테파니를 추적하던 중..
그만 그를 놓쳐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로부터 수 시간 후.
경찰 앞으로 신고가 들어온다.
지역 길거리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던 21세 데니스 윌리엄스가 거래를 마친 남자로부터 집에 바래다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가, 막다른 골목길에서 그만 드라이버로 13차례 찔리고 만 것이다.
허나..
다행이도 데니스는 살아남았다.
미리부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차 안에 나뒹굴던 병을 주시하던 데니스가, 드라이버로 찔리던 와중 유리병을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남자의 얼굴을 가격 후 격투 끝에 차문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마침 현장을 목격했던 다른 남자가 개입하면서 범인이 그대로 달아났던 것이다.
경찰은 즉각 데니스에게 머그샷들을 보여줬고..
데니스는 범인이 스테파니였노라 확인시켜 준다.
한편..
이 무렵 스테파니는 911에 신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두들겨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며 구급차를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체포된 스테파니.
헌데, 그의 목소리는 통화 속 '흐느끼는 살인마'의 그것과 달랐다.
허나..
취조에 들어간 형사가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압박을 가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누명 씌우지 말라고 흥분하더니, 이내 히스테리 상태에 빠지며 '흐느끼는 살인마'의 음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확실한 물적증거가 부족했다.
유의미한 것이라곤, 차 안에서 드라이버로 찔린 데니스의 증언 및 '흐느끼는 살인마'의 목소리가 오빠의 것이 맞다고 확인시켜 준 스테파니 여동생의 증언뿐이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스테파니는 데니스 살인미수와 간호사 바바라 살인 혐의로 40년을 선고받는 데에 그친다.
그리고..
판결이 있고서 약 10년이 지난 1997년.
감옥살이를 하던 스테파니가 사법 당국에 연락을 취해온다.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 자백을 할터이니, 대신 어머니의 묘비 사진 한 장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스테파니는 캐런 폭행(첫 번째 사건), 킴벌리 살해(두 번째 사건), 케슬린 살해(세 번째 사건)에 대해 자백한다.
어떤 심경변화에서였을까?
간단했다.
피부암 진단을 받고서 남은 시간이 채 1년이 안 된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는 평소 모친으로부터 '아플 땐 신에게 향하거라'라는 말을 들어왔으며, 이제 곧 세상을 떠나기에 그처럼 여죄를 자백한다는 것이었다.
일련의 '흐느끼는 살인마' 전화 통화도 그렇고 감옥에서의 자백도 그렇고..
그는 그저 고해성사를 했다는 자기기만과 자기위안으로 스스로를 보호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스테파니는 1998년 6월 12일, 53세의 나이로 교도소 의무실에서 사망한다.
(실지 911 통화 녹음 영상과 번역)
"아무 말 말고 그냥 들어주세요. 컴튼에게 한 짓은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왜 그녀를 찔러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속상해서 매일마다 술을 마셨어요.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마치 거대한 악몽 속인 것 같아요. 감옥에 갇히는 건 생각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예요.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다시는 아무도 죽이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제발 아무 말 말고서 그냥 들어주세요! 그 여자애를 죽여서 죄송해요! 그 애를 40번이나 찔렀어요! 킴벌리 컴튼이요. 세인트 폴에서 처음으로 죽였어요. 도대체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병이 든 것 같아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아요! 제가.. 제가.. 만약, 빨간 셔츠를 입은 누군가가 죽어 있다면 그건 저일 거예요!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난 절대 천국에 못 갈 거야!"
"옌장할! 저 좀 찾아내 주세요. 방금 얼음송곳으로 누군가를 찔렀어요! 제 자신을 멈출 수가 없어요!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인다고요!"
"제발, 긴급상황이에요. 사람 좀 보내주세요. 피어스 버틀러 로드, 어, 말버그 제조 회사 기계공장으로요. 제발, 구급차도 보내주시고요. 거기에 여자애가 다쳐있어요. *판독 불능* 그 애는 뒤편 바닥에 쓰러져있어요. 철.. 철도 선로로요. 판독 불능"
참조
<Cold Case Files/Weepy-Voiced Killer>
<Oxygen/‘Will You Find Me?’ The ‘Weepy Voiced Killer’ Asked Police While Reporting His Own Murders> Aly Vander Hay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