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얼어붙게 만든 최악의 일가족 살인사건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Joeann Dardeen)

1987년 미국 일리노이주 남부에 400-500여 명이 거주하는 이나 마을이 있었다.

사건은 11월 쌀쌀한 날씨 가운데서 벌어졌다.

이 마을 내 작은 농장과 철로 사이 이동식 주택에서 거주하던 러셀 다르딘(29)과 루비 다르딘(30) 사이엔 3살짜리 아들 피터가 있었다. 그리고 아내 루비는 출산을 코앞에 두고 있던 임신 8개월 차 임산부였다.

11월 17일 밤 11시경, 수자원 보호 구역에서 시설 운영자로 일하던 러셀이 야간 교대근무 출근을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이었기에, 이를 기이하게 여긴 상사가 다음날 그의 부모에게까지 연락을 취하나 행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저녁 6시 30분경, 신고를 받은 경찰이 러셀의 아버지와 함께 비상열쇠를 들고서 집안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경찰과 러셀의 아버지는 남은 생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그리고 일리노이주에서 지금까지도 흉흉하게 속삭여지는 끔찍한 장면과 조우하게 된다.

그 장면이란..

침대에 3구의 시신이 나란히 누워져있는 모습이었다.

루비는 재갈물린 채 덕트 테이프로 묶인 채였고, 야구 배트로 머리 부위를 몇 차례 가격당했으며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다.

아들인 피터 역시 야구 배트에 의한 가격이 있었으며, 범행에 사용된 이 야구 배트는 러셀이 그해 생일날 선물로 줬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믿을 수가 없게도, 갓 태어난 태아의 시신이었다.

폭행당하던 루비가 격심한 고통으로 인해 산통이 발생하며 딸아이의 조기출산이 일어났고, 범인은 모자에 이어 이 갓난 생명마저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한 것이었다.

할로윈날의 다르딘 일가족 (Joeann Dardeen)

범행은 전날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은 야구 배트로 두개골 골절을 입히는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고, 여유롭게 집 안에 머물며 현장을 청소한 경황이 발견됐다.

집안에는 현금과 귀중품 및 가전제품들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강제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뒷문이 열려있는 채였으므로, 범인이 범행 후 그곳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부부에게는 원한이나 범죄와 얽힐만한 건덕지가 전혀 없었다.

부부는 사건 1년 전인 1986년에 이곳에서 땅을 임대하고 이동식 주택을 구입한 이래, 새로운 아이의 출산을 맞아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자 이동식 주택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결심에는, 이안 마을이 속해있는 제퍼슨 카운티에서 지난 2년간 총 15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점도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윽고 이 소촌 마을에서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잔악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경찰은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편인 러셀을 주요 용의자로 꼽고서 그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러셀의 행방은 다음날인 11월 19일 저녁에야 드러나게 된다.

부부의 집에서 채 2km가 떨어지지 않은 밀밭 들판에서 지역 사냥꾼들에 의해 발견된 러셀은, 머리 부분에 총에 의한 3번의 피격 흔적이 있었으며 성기가 절단된 상태였다.

또, 그의 차량은 그보다 앞서 집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역 경찰서 부근 은행 주차장에서 발견된다. 차량 내부에선 러셀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발견됐으며, 법의학 조사 결과 그는 가족이 살해된 지 1시간 내외에 차량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의 정체와 목적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엽기적인 일가족 살인 사건이었다.

다르딘 일가족의 이동식 주택과 부부의 차량 그리고 아들 피터 (Joeann Dardeen)

사건 직후, 이안 마을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에 패닉에 가까운 히스테리가 퍼져나갔다.

러셀의 성기가 절단됐다는 점으로 인해, 아내인 루비의 뱃속 아이가 범인에 의해 강제로 꺼내진 것으로 인해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사탄 숭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속삭여졌다.

이로 인해 지역 주변의 가정의들은 히스테리 상태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진료해야했으며, 이안 마을에선 주민 간의 왕래가 뚝 끊어지기에 이른다. 그리고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산탄총으로 무장한 채 하루를 보냈다.

이에 경찰 당국은 수사력을 집중하며 무려 30명의 형사를 사건 전담으로 배정하고는 100명이 넘는 인원을 인터뷰하고 부부의 행적을 따라 주변을 샅샅이 수사하나 소득은 없었다.

부부는 수사용어 따라 정말이지 깨끗했다. 범죄행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나 주요 용의점 가능성이 있는 주변 인물 역시 전무했다.

수사 진행에 따라 확실하게 밝혀진 건, 집안에서 발견된 3명과 남편인 러셀의 사망 추정 시각은 서로 +- 1시간이 된다는 법의학 결과뿐이었다.

범인이었는지 범인들이었는지도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없었으며, 단독범에 의한 소행이었다면 현장인 집안 내부의 흔적을 청소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음을 미루어(또한 3명의 시신을 나란히 침대에 눕히는 행위까지) 남편인 러셀이 먼저 차량 안에서 살해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또, 일련의 범행 과정 및 정황으로 미루어 사건이 밤중에 일어났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경찰 당국의 집중적인 수사에도 사건은 나날이 차가워져(Cold)만 갔다.

한편, 최초 수사 방향은 범행 수법이 너무도 잔혹하기에 개인적인 복수심이 범행동기일 것이라 여겨졌다.

허나, 치정에 의한 것도 도박이나 약물과 같은 범죄 연루와도 연관성을 밝혀낼 수 없었다. 부부는 너무도 검소하고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좋던 신앙심 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사탄 숭배자에 의한 범행이었을까?

하지만, 그러한 것이 범행동기였다고 보기엔 현장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탄 숭배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으면 보다 광범위하고 상징적인 시신 훼손 행위가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현장 주변으로 사탄 숭배와 관련한 심볼이 최소한 하나쯤은 남겨져있어야만했다.

(St. Louis Post-Dispatch)

결론적으로..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살인 사건이었다.

동시에 너무도 끔찍했다.

70년대 후반 무렵부터 미국 FBI에 본격적으로 프로파일링이 도입되고 있었으나, 해당 사건은 그때껏 쌓여온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방법을 통해서도 분명 '어긋나' 있는 사건이었다. 사건 당시 투입됐던 FBI 프로파일러 둘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서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에 들어서 사건이 미제화되자 러셀의 모친은 수사 촉구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인기 TV 프로그램이었던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해당 사건을 다뤄줄 것을 청하기도 한다.

허나..

해당 사건은 공중파 방송을 타기에 지나치게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정도로 끔찍했다. 1998년에 들어서야 미국 내 최장수 범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America's Most Wanted>에서 큰맘 먹고서 방영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사건 특수성으로 인해, 해당 사건의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사안들은 일반에 공개된 바가 없다. 앞서 서술한 내용 정도의 뼈대 정도만 전파가 이뤄졌을 뿐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범죄 사건은 관련한 디테일한 내용들이 일반에 공표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인 수사 방침에 의한 부분이기도 하며, 장기 미제화된 사건 혹은 케이스가 종결된 경우 후속 취재(다큐멘터리 및 서적 등에 의한)를 통해 비로소 전파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다르딘 일가족 살인 사건의 경우는 장기 미제 사건이나, 그동안 수사 방침 및 너무도 끔찍한 사건 디테일들이 이른바 보도 관제 형식으로 제한된 전파가 이뤄졌다. (이례적으로 몇몇 미국 내 대표적인 연쇄살인범들의 경우 다큐 및 서적들을 통해 디테일한 실상들이 널리 전파됐을 뿐)

물론 이러한 제한된 정보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해당 사건의 기이한 범죄상으로 인해 현대의 전직 프로파일러들조차도 범인에 대해 제대로 된 갈피를 못 잡을 정도.

유일한 위안이라면, 디지털화돼 여전히 보관 중인 사건 자료들을 통해 훗날 발달된 DNA 분석법과 같은 과학수사 방식을 통해 최소한 범인상에 대한 윤곽이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겠다.

디지털화된 채 보관 중인 다르딘 일가족 살인사건 파일 (KFVS)

아직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세기말 중의 세기말인 1999년 12월 31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피해자를 성폭한 후 여러 번 칼로 찌르고는 목을 절단했다.

한편, 함께 공격을 당했던 또 다른 피해자가 죽은 척을 하는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으면서 범인 체포에 이바지한다.

범인은, 35세의 토미 셀스였다.

(Val Verde County Sheriff's Department)

그는 노숙을 하며 1970년대 후반부터 히치하이킹이나 열차 또는 화물기차에 탑승해 미국 전역을 돌며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려졌다. 주로 단기적인 육체노동에 종사했으며 평소 음주와 약물 남용으로 여러 차례 투옥된 바가 있었다.

그렇게 양극성 장애 및 우울 장애 그리고 분열성 특징과 같은 다수 정신적 문제에 직면해 있던 그는 설상가상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사이코패스이기도 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중 소수가 사이코패스이며, 그러한 사이코패스는 범죄자의 특징 중 하나일 뿐이지 필요충분이라곤 볼 수 없음)

그는 총 22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며, 본인은 7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범행 중 모친과 자녀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하거나 남성을 총으로 쏴 살해한 바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한 모자의 집에 초대받아 머물던 중 그 집 아들의 야구 배트로 피해자들을 살해한 케이스도 존재했다.

이런 전력을 있는 그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 자신이 트럭을 히치하이킹 하거나 화물기차를 타고서 과거 전국을 돌며 벌였던 살인들에 대해 자백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바로 다르딘 일가족 살인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셀스, 그의 자백에 따르면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1987년 11월, 제퍼슨 카운티를 정처 없이 여행 중이던 셀스는 트럭을 히치하이킹 해 이나 마을 부근 트럭 정류장 근처의 당구장에 들른다. 거기서 러셀과 우연찮게 말을 트게 된 셀스는 저녁 식사 초대를 받는다. 식사 후, 돌아가려는 셀스에게 러셀은 자신과 자신 아내인 루비와 함께하는 성적인 제안을 건넨다.

여기서 급격하고 끝을 알 수 없는 분노 버튼이 켜진 셀스는, 총구를 꺼내 들어 루비와 아들 피터를 제압하고는 러셀을 협박해 차를 몰고서 근처 밀밭으로 향하게 한다. 여기서 러셀을 살해하고 성적인 제안을 한 그의 성기를 훼손한 뒤, 부부의 집으로 돌아가 목격자인 루비와 피터를 살해한다. 셀스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극한의 분노 상태에서 루비가 출산한 아기마저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그날의 참극을 자행한 악인은 연쇄살인범 셀스였던 것일까?

허나..

텍사스 경찰 측은 셀스를 용의선상에 올려두면서도 최종적으론 현장으로 데려가 검증을 하지는 않는다.

는 텍사스 형법상 당시 사형이 확정된 셀스가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연이은 심문에서 진실성이 엿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셀스는 다음과 같이 두 번째 진술에선 첫 번째 진술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했다.

"셀스는 화물기차에 탑승해 사건 현장인 이나 마을에서 뛰어내렸고, 선로 주변에 '팝니다' 표지가 세워져 있는 다르딘 부부의 이동식 주택을 포착하게 된다. 좋은 범죄의 기회라고 여긴 셀스는 맥주를 마시며 적당한 때를 보고는, 부부의 집에 노크를 하고선 주택 구입에 관심이 있다며 접근한다.

이어 총구를 들이밀며 러셀을 위협하며 루비와 피터를 결박하게 시킨 뒤, 러셀에게 차를 몰고 근처 밀밭으로 향할 것을 강요한다. 그곳에서 살인과 성기 훼손을 자행하고는, 부부의 집으로 돌아가 루비를 성폭행한 데 그녀와 피터 그리고 갓 태어난 신생아를 살해한다. 이후 현장을 청소한 뒤 러셀의 차량을 몰고서 경찰서 부근 은행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밖에도..

셀스가 차량 어느 좌석의 어느 위치에서 총을 발사했는지와 루비의 시신을 침대 위 어느 위치와 자세로 뉘었는지 같은, 이른바 일반에 공표되지 않은 수사 사항들에 대해서도 모순된 진술을 내놓았다. 말인즉슨, 셀스는 그간 일반에 공표된 내용들만 가지고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판단.

또한..

셀스는 러셀이 자신에게 동성애적 접근을 취했다고 진술한 바가 있는데, 경찰의 주변 조사에선 작은 심증조차 발견되지가 않았다.

물론 80년대 당시는 미국 역시 동성애에 대해 극히 보수적이고 터부였기에 실제로 러셀에게 그러한 성향이 있다손 치더라도 숨기기에 급급했을 것이겠으나, 가족과 주변 지인조차 모르게 그토록 철저히 숨겼으면서도 작은 소촌 마을 안에서 자기 집안을 배경으로 사람을 끌어들였을리도 만무하다.

추가로, 러셀과 루비 부부는 사건 무렵 마을이 속한 제퍼슨 카운티 지역에서 다수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직업을 포기하고 집을 내놓을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부부의 친한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어떤 낯선 소녀가 집에 들어가 전화 한 통 빌릴 수 있느냐고 부탁을 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했을 정도였다고. 이런 부부가 처음 보는 다른 지역의 이방인을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텍사스 경찰은 자신이 최소한 7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셀스의 자백(?)이 대부분 허풍이었으며 다르딘 일가 살인사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결론 내린다.

사실..

대부분의 중증의 사이코패스+병리학적 살인마의 경우 허세, 과시욕, 지배욕, 수사 혼선, 징역 생활 중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등과 같은 연유로 으레 병적인 거짓말을 자행하기 일쑤다.

셀스 역시 그러한 살인마에 해당했으며, 미국 내 대표적인 사형집행 주인 텍사스에서 형을 살던 그의 입장에선 그러한 거짓말이 목숨줄의 연장을 의미하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셀스는 2014년 펜토바르비탈을 투여받고는 1분도 안 되어 안락사하듯 사형됐다.

결론적으로..

다르딘 일가 살인사건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 중이다.

도대체 그날의 범인은 무엇이었을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셀스의 자백(?)에서 찾아볼 수가 있겠다.

동일하게 중증의 사이코패스로 병적인 살인마였던 셀스가 나름대로 구성한 이야기에서 말이다.

먼저, 범인은 셀스의 말마따라 트럭을 히치하이크했거나 화물기차에 무임승차 하는 방식으로 현장인 이나 마을에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해 왔거나.

당시는 시대적 배경상 장거리 운전 트럭을 히치하이크해 중간까지 합석하거나 혹은 화물기차에 무임 승차해 미국 대륙을 떠도는 이른바 떠돌이들이 심심찮게 존재했다.

그리고, 실지로 그러한 방식으로 낯선 마을에 당도해선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향하는 연쇄살인마들이 존재했었다. 셀스 역시 그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연쇄살인마였고 말이다.

당시 다르딘 일가의 이동식 주택이 위치한 곳은, 바로 고속도로와 열차 선로가 통과하는 인접한 장소였다. 이러한 외진 곳의 이동식 주택은 분명 범죄자가 눈독 들일만한 포인트였을 것이며, '판매중'이라는 푯말은 의심을 사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좋은 요소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동식 주택의 구매를 핑계로 러셀과 루비 부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채 집안까지 당도할 수가 있었으며, 그곳에서 총구로 위협하며 러셀에게 가족들을 결박하도록 지시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덕트 테이프에서 지문이 발견될 위험 역시 없었을 것이며, 이는 범죄행위에 익숙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범인상에 비출 때 지극히 합당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다르딘 가족을 제압한 범인은 미리 봐둔 인적 드문 주변 밀밭으로 러셀에게 차량을 몰도록 지시했을 것이며, 가족을 해치지 않은 범인에게 다소간 안심을 한 러셀은 반항 없이 심리적으로 이끌렸을 가능성이 크겠다. 만약 나머지 가족의 살인이 먼저였다면, 체격이 좋던 러셀이 그 과정에서 반항하거나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지 않았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역시 범죄 다 경험자인 범인상을 나타내겠음)

여기서 범인은 순식간에 제압하고자 머리 부분을 향해 3발을 발사했을 것이고, 성기 훼손은 그 뒤에 이어졌을 것이다.

그럼, 범인은 어찌하여 러셀의 성기를 훼손했던 것일까?

보통, 동성애 성향의 연쇄살인마의 경우 종종 피해자 남성의 성기를 절단해 트로피 개념으로 가져가 보관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제프리 다머)

허나, 러셀의 경우 알려진 정보들에 따르면 절단된 성기가 시신의 입속에 놓여졌다든지 아니면 몸 부위에 위치해 있었다든지로 전해지고 있다.

또, 러셀의 살해 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확실한 제압 방식의 총격으로 이뤄졌었다. 이는, 체격이 좋은 러셀을 압도적으로 제압한 뒤 이후 아무런 방해 없이 나머지 가족에게로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보통 자신의 성적인 환상을 실현하기 위한 연쇄살인마들의 살인 방식은, 그 성적 타깃인 피해자에게 교살 내지 여러 번의 직접적인 자극을 피드백 받을 수 있는 방식의 행위를 선호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살인 방식으로 교살이 가장 흔하며 다음으론 예기나 둔기에 의한 직접적 가격이 보통이겠다.

헌데 총으로 순식간에 피해자를 살해하는 방식은 이러한 직접적인 성적 환상보다는, 상대를 자신의 의지로 좌지우지하는 지배욕 및 과시욕에 대한 욕망과 열망을 선호하는 연쇄살인마들에게서 보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조디악 살인마)

또한, 피해자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성기를 훼손과 함께 시신과 함께 위치했다는 것은 그와 같은 지배욕 및 과시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시신을 밀밭에 아무렇게나 유기하고는(시신이 빠르게 발견돼도 상관이 없는, 가족과 면식 없는 타지역 범인상을 가리킴) 이동식 주택으로 돌아와선 추가적인 범행이 자행됐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경찰은 루비에게서 성폭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발표했는데, 그녀가 피해를 입던 도중 출산을 했음을 상기할 때 그 시대의 DNA 분석법으론 미처 범인의 흔적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범인은 중증의 사이코패스+병리적 살인마였으며 반복된 범행들로 범죄행위에 익숙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유념해야겠다.

다르딘 일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범죄행위들을 두고서, 그러한 잔악함으로 인해 범인이 개인적인 원한에서 복수심에 불타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존재했었다.

허나, 그러한 개인의 범죄행위로 보기엔 너무도 일련의 상황이 차질 없이 스무스하며 비인간적이다.

이러한 잔악한 행위를 태연하고 즉흥적인 계획에 따라 실현할 수 있는 범인상은, '이미 몇 차례 범죄를 저지르고서 잡힌 적이 없어 자신감에 차 있는 중증의 사이코패스+병리적 살인마'가 적합하겠다.

사건 당시 갓 태어난 태아를 똑같은 방식으로 둔기로 살해한 방식..

이러한 인면수심은 개인적 원한과 끝없는 복수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그러한 태아마저 그저 범죄행위에 있어서 제거해야 할 단순한 요소로 치환되는 사고회로여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어쩌면..

범인은 결박 상태의 루비를 성폭행하던 중 태아가 태어나자 일순 당황해하며(이러한 병리학적 연쇄살인마는 거의 대부분 가정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므로, 태아의 출산 순간은 적잖은 쇼크를 불러일으켰을 것) 그대로 끔찍한 짓을 자행했을지 모른다.

실지로..

살인 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르는 와중의 '중증의 사이코패스+병리적 살인마'가 현장의 다른 피해자(아기나 어린이)를 그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케이스가 왕왕 있어왔으며, 어쩌면 여러분도 그러한 내용의 범죄 기사 내지는 글을 접한 바가 있을 것이다.

이어 범인은 루비와 아들인 피터 역시 둔기로 두개골을 집중 가격해 살해하고선, 현장에 남아 유유히 혈흔과 지문 등을 청소하고는 뒷문을 통해 홀연히 빠져나왔을지 모르겠다. (세 가족의 시신이 침대 위에 전시되듯 놓였던 것은 범인의 이상성욕 내지 뒤틀린 환상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그저 효율성만을 따진 결과일 수도 있겠음)

범인의 목적은 살인 자체에 있었으므로, 구태여 현금을 뒤지거나 가전제품들을 챙길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쇄살인마들은 집안을 뒤져 현금을 챙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저 바로 눈앞에 현금이 있을 경우 관성적으로 챙길 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연쇄살인마들이나 국내의 화성연쇄살인사거 살인마의 경우에도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기에, 눈앞에 현금이 보일경우 그것만 관성적으로 챙길 뿐이라 보통 소액의 현금만이 현장에서 사라지곤 한다.

그렇게 범죄를 마친 범인은 다르딘 가족의 차량을 몰고서 시내 가장 큰 주차장 중 하나였던 은행으로 향했고, 비록 경찰서가 근처였지만 자신감에 찬 범인에게 있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처럼 차량을 주차하고는 그대로 기차에 무임승차 하는 식으로 마을을 떠났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기에 러셀의 시신이 집 부근 밀밭에서 발견됐으며, 차량은 거리가 있는 주차장에 방치됐던 것이고 말이다.

바로 이런 방식의 이동을 일삼는 범인에게 있어서, 사건 현장의 가전제품들을 챙기는 건 실로 번거로운 사안이었을 것이다.

그처럼 홀연히 나타난 악마와 다름없는 이방인은 그대로 홀연히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췄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사건 당시의 프로파일러들이 고개를 갸웃했던 이유는, 범인이 남성 피해자의 성기를 훼손하고선 그대로 방치했음에도 여성 피해자에게 성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수사 보고서를 통해 일관된 범인상을 그려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허나 위와 같이 서술한 바대로라면, 범인의 주된 목적이 여성 피해자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일관된 범인상을 그려내는 게 가능해진다.

여담으로, 해당 사건을 두고서 단독범이 아닌 두 명 이상의 범죄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대두됐었다.

하지만, 이러한 '중증의 사이코패스+병리적 살인마' 방식의 살인이 두 명 이상의 범죄자에 의해 자행된 케이스는 전무하다.

이러한 지독한 환상은 오로지 스스로를 충족하고 해소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에.

물론, 애인 사이인 사디즘 성향의 범죄자 둘이서 병적인 살인 방식을 자행하는 케이스는 드물지만 존재한다.

특히 악명높은 연쇄살인마 헨리 리 루카스의 경우엔 동행하던 동성의 남자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는 둘이 동성애 성향으로 서로를 애인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방송에서조차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던 해당 사건..

말했듯..

유일한 위안이라면, 디지털화돼 여전히 보관 중인 사건 자료들을 통해 훗날 발달된 DNA 분석법과 같은 과학수사 방식을 통해 최소한 범인상에 대한 윤곽이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겠다.

다른 모든 미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다르딘 일가족 살인사건 역시 훗날 반드시 그러하기를.

(Find a Grave/Jeaniealogy )

참조

<Chicago Tribune/13-year Vigil Of Fear Eases In Illinois Town>
<KFVS/Heartland Unsolved: Never Forget part> Kathy Sweeney
<Shaw Local/Unsolved 1987 slaying of Illinois family haunting> Jim Suhr
<St. Louis Post-Dispatch/Killings>
<The Southern Illinoisan/Interview with a murderer> Becky Malkovich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