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든 살인청부업자와 맨손으로 14분간 사투를 벌인 여인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옆집에 침입자가 있어요! 침입자가 망치를 들고 옆집 침실에 있었어요!"
- 2006년 9월 6일 포틀랜드 911 전화 통화
수잔 쿤하우젠은 지역 병원 응급실에서 30년을 근무한 베테랑 간호사였다. 51세인 그녀는 이혼을 준비하며 중년의 위기를 건너고 있었다.
남편 마이크와는 18년 동안 결혼 생활을 공유했다. 마이크는 전형적인 세상을 잿빛으로만 바라보는 부류의 사람이었고, 결혼 몇 년 후부터는 그러한 시선을 수잔에게로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둘의 결혼 생활에 더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었다. 수잔은 마침내 이혼을 결심하고는, 2005년 9월 마이크와 별거를 시작한다.
그 1년 후인 2006년 9월 6일.
이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오후 날씨는 쾌청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사건도 벌어지고 있었다.
수잔이 일을 마치고서 미용실에 들른 뒤 집 문을 열었을 때는 오후 6시 40분경이었다.
침실로 향한 그녀는 문득, 내가 커튼을 치지 않고 출근했었나라는 의문을 품는다. 침실은 너무도 어두웠다. 허나, 침실 문 뒤편으로 자리한 악의에 비할 바가 안됐다.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180에 86.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은 야구 모자를 깊게 내리깔아 눈가의 살기를 가리고 있었다. 그의 포니테일 머리만이 뒤편으로 깡총하게 모습을 드러낸 채였다.
그리고, 노란색 고무장갑이 끼워진 사내의 손에는 빠루망치가 들려있었다.
'집'은 모두에게 있어 안식처다. 그러나 홀로 집안에 들어설 때면, 혹여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 휩싸일 때가 있다.
수잔은 상상 속 현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내가 다가와 망치가 들린 손을 번쩍 치켜세웠다. 수잔의 본능이 그녀의 뇌로 다음의 지시문을 전달했다.
'가까이 달려들어야 해!'
수잔은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정기적으로 자기방어 훈련을 받아왔다. 그건 응급실 간호사들을 위한 병원 측의 기본적인 커리큘럼이었다. 다양한 도핑과 체급의 환자가 셋업 동작 없이 걸어오는 헤드락과 클린치에 대비해야 하니까.
수잔은 알고 있었다. 주먹이나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에게는 달라붙어야 한다. 휘두르는 힘이 채 발휘되지 않도록.
뒤엉킴 속에서 사내의 첫 번째 망치질이 수잔의 좌측 관자놀이를 스치듯 타격했다. 수잔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내에 대한 공포와 세상의 불합리에 대한 분노가 뒤범벅된 채였다.
"당신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사내는 계속된 망치질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수잔은 자신을 밀어내려 애쓰는 사내에게 계속해서 달라붙었다. 제1원칙인 거리를 주지 말라 외에도 또 하나 이유가 있었다. 수잔의 신장은 173이었지만, 체중은 117이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수잔을 침실 벽으로 밀쳐내고는 사내가 흘리듯 내뱉었다.
"세잖아."
그 순간, 생존본능이 수잔의 뇌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했다. 사내의 목적이 오로지 그녀의 죽음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시금 서로 밀치고 부대끼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침내 망치가 수잔의 손으로 넘어간다.
수잔은 그 즉시 망치를 사내의 머리를 향해 서너 차례 휘두른다. 허나 애석하게도, 망치의 앞통수가 아닌 뾰족한 뒤통수가 앞으로 향한 채였다.
이번엔 사내가 수잔의 손에서 망치를 낚아챘다. 망치의 앞통수가 수잔을 향해 있었다.
수잔은 재빨리 한 손으로 사내의 목 부위 기도를 콱 하고 움켜쥐었다.
"누가 널 보냈어!"
수잔이 악다구니를 썼다. 손에 잡힌 기도는 마치 생명줄을 부여잡듯 더할 수 없게 움켜잡은 채였다.
곧이어 벌게진 사내의 낯가죽이 가지각색을 거쳐 샛보라색에 다다랐다.
순간 겁에 질린 수잔은, 그대로 등을 돌려 침실 복도로 내달렸다.
수잔이 처음으로 땅바닥에 깔리고 말았다. 쫓아온 사내가 무자비하게 주먹질을 가한 덕분이었다.
우뚝 선 사내의 한 손에 망치가 들려있었다. 수잔의 뇌리로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구나'라는 문장이 지나갔다. 그래도, 그녀의 생존본능은 그걸 주시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는 새에 수잔은 사내를 바닥으로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어 처절한 레슬링이 시작됐다.
수잔은 망치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내, 자신이 살해됐을 때를 떠올렸다.
'저놈이 범인이란 증거를 남겨야 해!'
수잔은 사내를 물기 시작했다. 입이 닿는 곳마다 공평하게 물어뜯었다. 처음엔 팔, 다음은 옆구리, 그러다 허벅지, 심지어 성기 부위까지.
그렇게, 수잔과 사내의 사투가 14분간이나 이어진 뒤였다.
마침내 수잔의 왼발 전체가 사내의 몸 위로 자리한다. 수잔은 이를 놓치지 않고서 왼팔로 사내의 목 전체를 휘어 감싼다. 수잔이 분명 더 가까워진 사내의 고막 위로 통첩을 남겼다.
"말해! 누가 널 보낸 건지 말해! 그럼 빌어먹을 구급차를 불러줄 테니까!"
사내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분에 찬 씩씩거림을 남길 뿐이었다.
수잔은 왼팔과 온몸에 바짝 힘을 주기 시작했다. 사내의 발버둥이 멎어들 때까지.
"옆집에 침입자가 있어요! 침입자가 망치를 들고 옆집 침실에 있었어요! 옆집 여자가 침입자를 목 졸라 죽였을지도 모른대요! 도망쳐 나올 때 침입자가 쓰러져 있었대요! 그래서 여자가 구급차를 불러 달래요!"
- 2006년 9월 6일 포틀랜드 911 전화 통화
포틀랜드 경찰의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망한 사내의 뒷주머니에서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이 발견됐다. 사내는 59세의 에드 하피였다.
하피는 베트남 참전용사였으며, 제대 후 다수의 전과가 있었다. 특히, 여자친구를 살해하고서 9년간의 징역살이 끝에 2003년 11월 석방된 적이 있었다.
수잔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하피의 배낭에서는 충격적인 일지가 발견됐다. '마이크에게 전화할 것'이라는 메모와 함께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던 것.
이후 마이크 체포와 함께 이어진 수사에서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마이크는 일하던 곳에서 알게 된 하피에게,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 주면 5,00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레일러에서 지내며 금전적 상황이 좋지 않던 하피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피는 마이크의 조력을 받아 수잔의 집에 은밀히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잔은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허나, 수혜자는 그녀의 친오빠 앞으로 돼 있었다. 다만, 이혼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인지라 법적으로 마이크에게도 수잔의 집에 대한 권리가 있었다. 이 집의 가치는 당시 약 30만 달러에 달했으며, 만약 수잔이 죽었다면 마이크에게 모든 소유권이 넘어갔을 것이다.
한편 부검 결과, 하피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그리고, 그의 체내에서 다량의 코카인 흡입 흔적이 발견됐다. 수잔에게는 단 하나 행운이었던 점이다.
수잔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으며, 마이크는 2007년 8월에 살인교사 혐의 유죄가 확정된다.
마이크는 2014년 9월에 석방될 예정이었으나, 석방 92일 전에 암으로 사망한다.
수잔은 2014년 12월까지 간호사로 근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껏 수많은 사람을 살려왔던 그녀는 사람을 죽이고서야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게 된다.
수잔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어떻게 영웅으로 환호받을 수 있느냐며 토로했고,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상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잔, 사람들이 당신이 사람을 죽여서 영웅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싶기에 당신을 영웅이라고 하는 거야."
사건을 회상하며 수잔은 말한다.
"저는 그 남자가 죽는 것을 고른 게 아닙니다. 제 삶을 선택한 거죠. 도망갈 수도 숨을 수도 없다면 싸워야 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걱정과 응원에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무작위적인 행동으로 인해 위험해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위적인 폭력보다는 무작위적인 사랑의 행위가 여러분께 다가올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사건 직후 수잔이 자동 음성사서함에 남긴 메시지
참조
<CBS&AP/Intruder Killed By Nurse Was Hit Man>
<Willamette Week/A Hit Man Came to Kill Susan Kuhnhausen. She Survived. He Didn't.> Beth Sl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