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은 어떤 사탄에 홀려 살인을 저질렀을까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1984년 6월 19일 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가의 목가적인 항구 교외 마을, 노스포트.

이곳 노스포트의 아즈타키아 숲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잔혹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17세 소년이었고, 가해자 또한 17세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소년을 십수 차례에 걸쳐 칼로 찔렀으며 눈이 도려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7월 4일 시신이 발견되면서 해당 사건은 '사탄 숭배 집단의 의식 살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미국 전역을 뒤흔든다.

당시 미국의 유수 언론지 <The New York Times> 및 <The Washington Post>이 전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뉴욕 맨해튼에서 60km가량 떨어진 노스포트. 이곳 인구수 7,000명에 평화로워 보이는 중상류층의 부유한 교외 마을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풍족한 환경의 가정과 학교. 허나, 마을의 십대 중 20여 명은 심각한 탈선에 빠져있었다. 이들은 중학생 무렵부터 밤이면 아지트 격인 공원 놀이터에 모여 메스칼린, LSD, '천사의 가루'와 같은 환각제를 구매해 남용했고 그 중심엔 사탄을 숭배하는 그룹인 '블랙 서클의 기사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10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블랙 서클의 기사단'은 수년 간 사탄과 적그리스도의 심볼을 스프레이 페인트로 남기는 것을 비롯해 동물을 제물로 바치고 불태우고 고문하는 등 사탄 의식을 행해왔다. 해당 그룹은 사탄 의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록 그룹의 앨범과 뮤직비디오에서 따왔다.

17세 리처드 카소와 18세 지미 트로이아노는 그룹의 핵심적인 신도였다.

약물 중독자로 직접 유통을 하기도 한 카소는 집을 나와 1년 동안 거리 곳곳에서 노숙하던 고등학교 중퇴자였다.

오른팔에 거꾸로 된 십자가 문신을 새겨놓은 카소는, 사건 1년 전엔 의식에 사용할 뼈를 구하고자 무덤을 파헤친 혐의로 체포된 바가 있다. 한때 카소의 부모는 그를 마약 재활 센터에서 치료받게 했으나 소용없었다.

오른팔에 저승사자 문신을 새겨놓은 트로이아노는 강도 혐의로 7차례나 체포된 이력이 있으며, 카소와 어울리며 환각제를 남용하곤 했다. 그 역시 카소와 마찬가지로 마약 재활 센터에서 치료 받았으나 소용없었다.

사건 당시 카소와 트로이아노 둘은 17세 게리 라우어스를 데리고 공원 놀이터 뒤편 아즈타키아 숲에서 모닥불을 피우고는 약에 취해 있었다.

당시 거리에서 '천사의 가루'라 불리는 환각제 10봉지를 라우어스가 훔쳤다는 이유로 카소는 앙심을 품고 있었다. 이에 카소와 토로이아노 둘은 라우어스를 희생물이자 제물로 바치고자 사탄의 의식을 행했다.

트로이아노가 라우어스를 제압했고, 카소는 칼로 머리부터 가슴에 이르기까지 17군데 이상을 찔러댔다.

이어 카소는 죽어가는 라우어스에게 '사탄을 사랑합니다'라고 조아리도록 강요했으며, 라우어스는 '엄마 사랑해'라고 울먹였다.

카소는 라우어스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한 끝에 눈을 도려내기까지 했으며, 사탄이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빌어 라우어스를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진술했다.

카소와 트로이아노는 라우어스의 시신을 낙엽과 나뭇가지 등으로 얕게 덮고는 현장을 떠나 범행도구인 칼을 근처 항구에 던져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라우어스가 실종된 후 마을의 십대들 사이에서 카소와 트로이아노에 의해 그가 살해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둘은 자신들의 살인 사실을 자랑했으며, 심지어 의심하는 친구들을 현장으로 끌고 가 시신을 보여주겠노라 제안하기까지 했다.

결국 사건으로부터 보름 후인 7월 4일경, 익명의 전화 신고를 접수했었던 경찰이 경찰견을 대동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라우어스의 시신을 발견하며 카소와 트로이아노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체포돼 연행되던 순간의 리처드 카소(Tony Jerome)

위와 같은 논조의 기사들이 미국 전역을 뒤덮었다.

'조직적인 사탄 숭배 집단의 신도가 저지른 범행. 그 신도는 10대이며 다른 또래에게 사탄 숭배를 강요한 끝에 끔찍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름'

언론 및 미디어는 한동안 해당 사건을 대서특필했으나..

그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7월 4일경 체포된 주범 카소가, 7월 7일 새벽 서퍽 카운티 교도소 감방에서 침대 시트를 이용해 목을 맨 것이다.

한편..

범행 당사자의 죽음으로 인해, 해당 사건의 '인상'은 사건 초기 보도됐던 기사들에 기인할 수밖에 없었다.

'사타니즘에 빠져있던 10대 청소년이 약에 취한 채 또래를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반사회적 사건'으로 말이다.

헌데, 우리 사회가 범죄자들에 대해 생각할 때 분명 '피해자를 어떻게, 왜'도 중요하지만 '범죄자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간과할 수 없겠다.

해당 사건 역시 이 '범죄자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파헤치다 보면 '그저 과거에 벌어졌던 개인의 일탈' 정도로만 치부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경찰과 언론을 통해 소개된 활자가 아닌, 당시 사건이 벌어졌던 마을 내 10대 청소년들 안의 실지 사회상과 그들이 직접 전하는 목소리를 통해서 말이다.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당시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80-90년대는 '사탄 패닉 현상'이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모럴 패닉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1980년경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 로렌스 파즈더가 자신의 환자와 공동 집필한 서적을 냈는데, 환자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리 치료를 진행하자 환자가 유년기 시절 사탄의 교회에 의해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기억해 낸 것. 이에 따르면 이미 사탄을 섬기는 교회가 수십 년 이전부터 전 세계에 퍼져있으며 감금, 고문, 성적 학대, 제물 의식을 자행했다고.

한편, 해당 서적이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미국 전역엔 이러한 사탄 숭배 교회의 학대 행위 피해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된다.

허나, 이러한 고발 건 12,000건 이상을 경찰이 조사한 결과 모두 혐의 입증이 안 됐으며 캐나다 의사 협회에선 서적의 집필자에게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집필자였던 파즈더는 스스로 책 속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인정했으나 이미 미국 전역에 정착한 '사탄 패닉 현상'은 모럴 패닉을 야기하며 이후 10년 넘도록 '사탄을 숭배하는 조직적인 규모의 그룹이 의식을 위해 감금&학대&살인을 자행한다' 음모론이 미국을 지배한다.

(물론,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에서 사타니즘 숭배자 또는 소규모 그룹원들에 의한 경범죄 및 중범죄가 실지로 발생하나 이러한 '범규모의 사탄 의식을 위한 전문 범죄 집단'은 지금까지도 입증된 바가 전혀 없음. 이러한 집단 히스테리 현상 중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운 컨텐츠로 장산범, 슬렌더맨이 있겠음)

이와 같은 국가적 사회상에서, 사탄 숭배 신도인 10대 소년이 끔찍한 살인을 자행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언론이 그대로 전하며 해당 사건의 충격파는 전국 단위로 퍼지기에 이른다.

1969년 있었던 맨슨 패밀리 사건에 이은 또 한 번의 충격파로, 이전부터 문제 삼아졌던 헤비메탈 록 그룹의 이른바 '사타니즘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대부분의 헤비메탈이 퍼포먼스 측면에서 사탄이나 지옥을 소재로 끌어 쓰는 게 일종의 문화였으나..

점차 과열되는 경쟁 분위기 속에서 지나치게 또는 무의미하게 외설적 및 폭력적 그리고 엽기적인 연출들이 시장을 잠식해 갔고, 더불어 록 뮤지션들의 무분별한 약물 사건 내지 스캔들로 인해 헤비메탈 마니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중은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 카소 뒤의 소년이 지미 트로이아노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체포 당시 카소가 입고 있던 AC/DC 밴드 티셔츠도 입방아에 올랐다.

AC/DC 밴드는 헤비메탈계에서 당대 손에 꼽히던 거물 밴드로 이들의 밴드명이 표기된 티셔츠는 대표적인 인기 상품이었다. AC/DC는 전류의 교류 직류를 의미하나, 일각에선 안티 크라이스트 데빌스 차일드의 약어라며 사탄 숭배 록 밴드라는 주장을 일삼았다.

언론은 카소의 기사에서 해당 밴드의 노래 중 <Satan'll get ya!>이라는 제목의 노래에 '넌 아직 젊지만 결국 죽게 될 거야', '지옥의 종이 날 흥분케 하지'라는 가사가 포함돼있다며 카소와 해당 밴드를 사타니즘으로 묶는 듯한 표현을 하기도.

또, 언론은 카소가 신도였던 블랙 서클의 기사단원들이 블랙 사바스 밴드와 오지 오스본을 추종한다고도 소개했다. 두 존재는 그야말로 헤비메탈의 레전드로(블랙 사바스는 오지 오스본이 결성한 밴드), 무대에서마다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때문에, 두 존재는 사탄주의 논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카소의 사망 이후에도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집중포화로 십대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헤비메탈의 해악에 대한 비판 논조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 대표적인 음악 잡지인 <롤링 스톤>의 전문 기고자 데이비드 브레스킨은 다른 언론인이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방식의 취재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건 바로, 사건이 벌어진 마을에서 십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파고드는 것이었다.

20대 중반으로 외형과 스타일이 동안 및 젊은 데다 음악가들의 앨범 제작에도 관여했던 그였기에, 십대 아이들은 이 장발의 선글라스 낀 <롤링 스톤> 기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당시 기자들이 마을 내 십대로 착각하고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던 적도 있었다고)

그렇게 브레스킨은 노스포트 마을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살인자와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총 44시간 분량의 인터뷰를 땄고, 1984년 11월경 <롤링 스톤>에 기고한 '어둠 속의 아이들Kids in the Dark'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후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반드시 참조해야 할 레퍼런스가 됐다.

다음은, 바로 해당 기사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Rolling Stone)
(Suffolk County Police Department)

리키(리처드) 카소는 다른 마을 아이들처럼 풍족한 집안의 맏이로(여동생이 셋 있었음), 부친은 지역 고등학교의 역사 교사이자 미식축구 코치였음.

카소는 무덤을 파헤친 혐의로(그 광경을 훗날 사건의 피해자인 게리 로워스가 목격했다고 함) 기소된 상태였으며, 부모에 의한 재활치료와 강제 입원 조치 모두 무위로 돌아감.

카소는 날마다 환각제에 의존하며 아무렇지 않게 자살을 이야기했으며 동시에 위협적인 행동을 보여왔다고 함. 모친에게 죽음이 궁극의 쾌감이 될 거라고까지 말했다고.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 상태가 아닌 반사회적 행동의 범주라며 카소를 퇴원시킴.

17세인 카소는 18세인 지미 트로이아노와 가정 및 학교를 떠나 거리를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고, 피해자인 17세 게리 로워스 역시 고등학교 중퇴 후 가출을 일삼았다고.

사건 이후 로워스의 시신이 부패하면서 최소 15명에서 많게는 30명에 이르는 마을 십대가 살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소수는 현장인 숲속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함.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며, 이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걸 우연히 들은 어느 소녀가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됨.

언론은 리키가 사탄 숭배 집단인 블랙 서클의 기사단 일원이었다며 그곳의 광신도에 의한 사타니즘적 살인 사건이라고 전함. 허나, 블랙 서클의 기사단은 고양이를 불태우고 마약을 거래하는 게 전부인 불량아들의 한물간 그룹이었음. 카소는 그들 멤버와 특별히 친한 것도 아니었음.

다음은 사건 관련자들의 주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

주범 리키 카소에 대해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마이크 맥그로리(21세, 길바닥 생활 다수)
:
리키는 언제나 넋 나간 표정을 하고 다녔어. 사탄을 숭배한다느니 지가 악마라는 둥 입만 열면 그 소리였지. 환각에 취하면 매번 앉아서 히죽거렸는데, 내가 볼 땐 그냥 미친 척 연기하는 것 같았어.

리키의 장례식장에 참가한 소년
:
리키가 재활치료 병원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말해줬어. 전부 구라 친 거래. 거기 들어갔을 땐 '난 사탄을 숭배해요' 같은 말을 했었대. 근데 나중에 의사들한테 '저 이제 멀쩡해요. 다시 학교 다닐 거고 사탄 안 믿어요'라고 둘러댔더니 의사들이 다 믿더래.

리키를 알던 소녀(17세)
:
어느 날 기차역에서 리키를 마주쳤는데 자기는 미친 게 아니래. 내가 '너 미쳤다고 한 적 없는데? 근데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잖아'라고 하니까 필요 없다고 소리 질러댔어. 내 생각엔 리키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미 인생을 놓아버린 것 같아.

마크 피셔(17세)
:
6학년 때부터 리키를 알고 지냈어. 7학년 미술 시간에 처음으로 환각제를 해봤대. 칠판에 그린 용이 움직였다더라. 리키가 처음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 8학년 때 교회에서 Hi-C 주스(코카콜라에서 판매하는 과일 주스)를 훔쳐 먹은 거였어. 사탄을 숭배한다는 애의 첫 범죄가 교회에서 시작된 거였지.

토니 젠쿠스(19세)
:
사탄 숭배 이면엔 권력욕 같은 게 있어. '날 망쳐놓은 인간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의사들이 카소한테 반사회적이라고 했다는데, 그건 틀린 거야. 반사회적인 건 파티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정도지. 무덤을 파헤치는 건 사회성 결여 수준이 아니라 소시오패스라고 봐야지.

천사의 가루 남용 10대 A
:
리키는 아무 약이나 다 했어. 어린 애들은 그런 리키를 보면서 '우아 대단해'하며 쫓아다녔고. 리키한테 약을 너무 하면 곧 죽을 거라고 했더니, '그래, 난 그러는 게 딱 좋아'라고 하더라. 그 뒤로 거리를 뒀어. 걔가 묘지에서 천사의 가루 10봉지를 피우고는 악마랑 접신한다며 '사탄! 사탄! 사탄!' 주문을 외우는데 그게 말이 되는 거야? 걔는 그냥 약 친구였어.

마크 피셔(17세,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내던 소년)
:
리키는 환각제를 빨면 아즈타키아 숲(주: 사건 현장)으로 가곤 했어. 거기서 악마랑 얘기를 나눴다고 하더라. 악마는 나무 형태로 나타나선 땅에서 자라나 빛난대. 내가 그게 뭔 소리냐고 하니까, 사람들이 이런 얘기 하면 미쳤다고 취급해서 싫다고 대답하더라.

베이커(16세 소녀)
:
천사의 가루가 동네에 들어왔을 때 리키는 다른 애들이랑 묘지에 가서 환각제들에 취한 자기들 모습을 녹음했어. 악마가 자기들을 홀린 게

마크 피셔(17세,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내던 소년)
:
리키는 막상 만나보면 엄청 친절한 애였어. 천사의 가루 7봉지를 태우고서도 정상적으로 대화하더라고. 같이 피운 다른 애들은 이미 완전히 사이코 상태로 짐승 소리 내고 가라테 동작 취하고 난리였는데, 리키는 멀쩡히 경찰 앞에서도 별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어. 경찰도 '니들이 우릴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도 너네 안 건드려' 식이었고. 리키는 하룻밤에 메스칼린을 10번이나 복용하곤 했어. 처음에 3알 삼키고, 10분 뒤 또 3알, 2시간 뒤 4알 이런 식으로. 그리고 자기가 어느 정도까지 먹어야 죽지 않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해 놓았더라고. 내 여자 친구가 전화로 '너 여자 친구 있어?' 물어봤더니, 리키가 '아니, 난 연애 안 해. 어차피 오래 못 가' 그러더래. 꽤나 의미심장하지."

리키와 절친했던 소녀(14세)
:
내가 리키와 제일 가까웠을 거야. 리키는 늘 우리 아지트에 있었고 나한테 정말 다정했어. 사실 도움이 필요했던 애야. 밤새도록 얘기 들어준 적도 있어. 리키는 가족을 미워하진 않았지만 여러 문제를 가족 탓으로 돌리곤 했어. 무덤 파헤친 혐의로 법원에 가지 바로 전날에도 아지트에서 잤어. 아침에 집에 갔는데, 아빠가 샤워도 못 하게 하고 밥도 안 주고 집에 못 들어오게 했대. 그날 재판 끝나고 나서 리키가 '아빠, 동전 좀 줘. 베이글 좀 사 먹게' 이랬더니 '안 돼'라고 했대. 리키가 아빠 코르벳 문을 발로 차서 찍어 눌렀는데, 아빠가 반 시간 뒤 돌아와선 2달러를 쥐여주고는 '다시는 우리 집에 전화도 하지 말고, 네 엄마랑 네 여동생들이랑도 연락하지 마'라고 했대. 앞으로는 보고 싶지도 않다면서.

마크 피셔(17세,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내던 소년)
:
리키가 집으로 잠시 돌아갔을 때, 그때 부모님을 겁줬었나 봐. 사탄에 대한 노래도 쓰고, 약 거래 이야기도 대놓고 했대. '엄마, 나 메스칼린 좀 사러 갔다 저녁까지 들어올게' 이런 식으로. 부모님이 질려버린 거지. 손목에 케첩 바르고선 '엄마, 이거 봐.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라면서 불렀는데, 엄마가 뛰어와 보니까 케첩이잖아. 리키가 그걸 보고 비웃었다더라.

평화주의적 성향의 소녀(16세)
:
어느 날 리키가 나한테 기타 치면서 직접 만든 노래를 불러줬어. 제목이 악마의 아이 같은 거였는데, 눈을 막 이상하게 뜨고 괴상한 미소를 짓곤 했어. 사실, 귀엽긴 했어.

공범 지미 트로이아노에 대해

지미 트로이아노는 4살 때 고아원에서 입양. 친구 말로는 학교생활에 완전히 실패하고서 여러 차례 절도 혐의로 체포. 리키와 함께 어울리며 약을 팔고 빨고 했음. 현재는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된 상태.

(New York Daily News)

리키를 알던 소녀(17세)
:
지미는 늘 좀 와일드하고 이상한 짓을 했었어. 7살 때는 놀이터 그네 체인을 연결하는 갈고리를 입에 물고서 A자 프레임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생겼지. 나 5학년 땐 지미를 짝사랑하기도 했어. 그땐 착한 애였는데.

전 학급 친구였던 소녀(18세)
:
지미 별명이 Drac(주: 드라큘라의 줄임말)이었어, 송곳니처럼 생긴 앞니 때문이랄까. 다들 치과 가서 이빨 좀 갈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였지.

데니스 워커(15세)
:
내가 학교 어디 다니냐고 하니까 학교는 필요 없다고 그러더라. 그럼 일을 하냐고 물으니 일하는 것도 필요 없다고 하고. 그래서 그럼 뭐 하냐고 했더니 그냥 논대. 말이 엄청 빨랐어. 앞으로 계획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우린 그냥 규칙을 어겨.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고 우린 그걸 깨버려'라고 하더라. 그 말처럼 진짜 여기저기 털고 다녔어. 도둑질로 꽤 유명했거든.

피해자 게리 로워스에 대해

게리 로워스는 활발하고 변덕스러우며 어딘가 어수룩하고 웃긴 면이 있는 아이였다고 함. 때로는 나무 기둥들에 페인트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어놓는 등 기괴한 행동을 잘했고 말썽도 잘 일으켰다고. 어쩌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을 아이.

(Rolling Stone)

마이크 맥그로리(21세, 길바닥 생활 다수)
:
게리는 기본적으로 착한 애였고 정신연령도 좀 어린 편이었어. 또래들 사이에 묻어가려고 약간 허세 부리는 면이 있었지.

게리와 가까운 사이였던 미쉘 드보(15세)
:
게리는 좀 '쫄보' 스타일이었어. 싸움보단 평화를 더 좋아했거든.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길 바라면서 그걸 위해선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지. 뭐, 다른 애들도 다 그런 이유로 싸우긴 하지만.

콜룸 클라크(18세)
:
게리는 집에서 가출하면 아는 아지트나 목재소, 문간 같은 데서 지냈어.

댄 페티(17세)
:
걔는 그 순간순간만 생각하고 다음 날 일어날 일 같은 건 신경 안 썼어. 누군가를 완전히 엿먹여놓고도 그에 따를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 작년 여름에도 부모 돈 훔쳐서 80달러 갖고 나오면, 25달러짜리 물 담뱃대 하나 사고 나머지로 대마 사서 그날 밤 전부 펴버리고. 늘 그랬어, 어릴 때부터. 불도 몇 번 질러댔고, 산불 같은 거. 또 엄청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애도 걔였고.

게리를 알던 소년
:
게리는 누구나 좋아하는 타입이었어. 왜냐하면 이기적이지 않았거든. 한 번은 자기가 산 LSD 25개를 그냥 막 주변에 나눠줬어. 25개를 전부 다.

게리의 장례식 운구인 A
:
게리가 어떤 집을 털어서 현금 4,000달러를 손에 넣었어. 그걸로 친구 둘을 데려가선 '너네 오토바이 살래?' 이러고. 셋 다 하나씩 사고, 300달러짜리 휴대용 오디오도 사고 했지. 또 딴 애한테는 '이거 가지고 신나게 놀아' 하면서 500달러 주고. 롤러장 가서 1,000달러를 그냥 허공에 뿌려댔어.

게리의 장례식 운구인 B
:
걔 원래 그런 애야. 아무것도 신경 안 쓰는.

클래스메이트였던 소녀
:
중학교 때는 말도 없고 쿨한 애들 사이에 못 끼는, 약간 왕따 느낌이었어. 모두들 게리를 호모 새끼라고 놀렸는데, 그게 심해지니까 얘가 좀 세 보이려고 하기 시작했던 거지.

댄 페티(17세)
:
한 번은 거꾸로 된 십자가 목걸이에 조그만 사탄 관련 책 같은 걸 들고는 이상한 말들을 주절거리더라. 근데 보니까 잘 모르고 그냥 따라 하는 느낌이었어.

사건 전야

사건이 벌어졌던 아즈타키아 숲 (Rolling Stone)

마크 피셔(17세,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내던 소년)
:
어떤 파티에서 리키가 천사의 가루를 너무 해대서 기절했는데, 게리가 리키 자켓에서 그거 10봉지를 훔쳤어. 나중에 리키가 따지니까 게리는 5봉지를 돌려주고 나머지는 일해서 갚겠다고 했고. 그래서 결국엔 갚았는데, 그래도 리키는 그거 가지고 계속 괴롭혔어. 볼 때마다 패대기치고 욕하고. 앙금이 풀리질 않았던 거지.

천사의 가루 남용 10대 B
:
게리는 만만한 애였어. 항상 누가 때리고 맞고 하는 광경을 봤어.

테리 알토
:
나도 게리가 카소를 무서워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 진짜 지릴 정도로 겁내더라고.

평화주의적 성향의 소녀(16세)
:
지미 트로이아노가 4월쯤 감방에서 막 나왔는데, 그때 리키랑 같이 게리를 찾으며 돌아다녔어. 게리가 리키 돈을 떼먹었다면서. 알버트 퀴노네스가 '반지 빼, 게리가 너무 심하게 다칠 수 있어'라며 잠시 막았던 적이 있었어. 그러고 나서 내가 봤는데, 게리가 교회 뒤편에서 나왔을 땐 이미 재킷이 찢겨 있었고 볼 옆이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더라고. 입술도 터졌던가. 아직 돈을 다 못 갚았을 때였었어.

게리와 가까운 사이였던 미쉘 드보(15세)
:
언젠가 게리 멍든 데랑 코피 나는 거를 치료해 준 적이 있어. 게리가 '리키 개새끼' 이러면서 자기를 지킬 칼 하나 샀다고 했었는데, 막상 들고 다니진 않았던 것 같아. 게리가 말하길, '리키가 날 죽인대. 진짜래. 지난번에 얼굴에 멍만 들게 하고 끝났는데 다음번엔 그걸로 끝이 아닐 거래'라고 했어.

콜룸 클라크(18세)
:
순간적인 충동으로 게리랑 다른 애들 몇 명이서 어떤 애를 두들겨 팬 적이 있어. 게리가 파이프를 꺼내서 그 애 몸에 지져댔지. 파이프 끝을 달궈서 원 모양의 빵을 10군데쯤 남긴 거야. 고문 같은 거였지. 나보고도 같이 하자길래 빠졌지.

리키를 알던 소녀(17세)
:
게리가 어떤 초등학생 애들한테 BB총 겨누면서 겁줬어. 그리고는 우리 무리한테 와서 이제 자기는 호모 소리도 이겨냈고 길바닥 생활 그룹에도 들어갔으니 끝내주게 멋지지 않느냐며 허세를 부리더라고. 그래서 내가 '와, 대단하네. 이제 초딩들한테 총까지 겨눌 정도로 세진 거야?' 하니까 걔가 화를 내며 날 쫓아오고.

사건 당일 밤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카우 하버 공원에선 십대 아이들이 여름 방학의 들뜬 분위기에 취해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음. 그중 대부분은 종국엔 랜디 귀틀러의 생일파티로 향함. 하지만 리키, 지미, 게리, 알버트는 가지 않았음.

마이크 망통(17세)
:
그날 밤 모두가 만취 상태였어. 학교도 끝나고 뭔가 축제 분위기였지. LSD 하는 애들, 대마초 피운 애들. 게리가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고양이가 막 보여, 여기저기서' 이러길래 난 그냥 '에이, 고양이 한 마리 본 거겠지' 했는데 '아냐, 고양이가 엄청 많다니까?'라며 완전 패닉 상태였지. 개리가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이제 나 여기 와도 안전한 것 같아. 빚도 다 갚았고 다 잘 풀려서 괜찮아'였어. 그러더니 '맥주 몇 캔 사서 맛 좀 보고 올게' 하고 갔지.

게리의 장례식에 온 도로시
:
그날 밤 게리가 나한테 엄마라고 부르면서, '나 다시 학교 다니려고. 이제 정신 차렸어. 빚 다 갚았고, 친구들도 많고, 나 자신도 많이 좋아져서 약도 안 할 거야. 새로 시작할 거야'라고 했었어.

리치 바튼(15세)
:
그날 밤 난 리키랑 지미랑 먼저 아즈타키아 숲에에 올라갔었어. 불 피우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땅이 젖었거든. 게다가 엄청 어두워서 길을 못 찾겠는 거야. 달도 없고 길이 복잡하잖아. 우린 세비스, 오지, 주다스 프리스트 같은 음악 테이프를 틀고 있었지. 가까스로 숲에서 빠져나왔을 때 난 혼자 환각을 즐기려고 집에 갔어.

평화주의적 성향의 소녀(16세)
:
그날 밤 지미, 알버트, 리키가 와서는 메스칼린 좀 사겠느냐고 했어. 다들 기분이 엄청 좋아 보였어. 탈수 상태라 수영장 찾아다니길래 내가 오렌지주스 큰 거 사다 줬지. 셋이서 엄청 들이켰어. 약기운에 마냥 행복해 보였고.

리키와 절친했던 소녀(14세)
:
리키가 게리한테 메스칼린을 줬고 던킨도너츠 가서 젤리 도넛도 사줬어. 게리는 처음엔 안 가겠다고 했는데, 리키가 도넛 사준다니까 알겠다며 따라갔지.

마크 피셔(17세,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내던 소년)
:
리키가 그날 공원에서 메스칼린 25알을 작은 통에 넣어놨어. 난 맥주 사러 잠깐 갔다가 돌아왔더니 애들이 다 사라졌더라고.

사건 순간

알버트 퀴노네스 (Rolling Stone)

현장에 리키, 지미, 게리와 함께 있었던 알버트 퀴노네스(16세)
:
게리는 이미 돈도 다 갚은 상황이었어. 다들 친구처럼 보였다고. 리키도, 게리도. 그날 둘이 나보고 자꾸 메스칼린 하라고 부추겨서 하기 싫었는데도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1번 먹었어. 그리고 리키가 도넛 사주고. 나한테는 둘이 다 쿨해 보였어. 그리고 아즈타키아 숲으로 갔지. 좋은 장소라면서, 거기 작은 벌판에서 놀자고 했어.

불이 잘 안 붙으니까 리키가 짜증을 냈어. 게리가 양말을 벗어 불쏘시개로 썼고. 그러고는 리키가 '너 재킷 통째로 태우지 그래?' 하니까, 게리가 '그럼 소매만 잘라서 태우면 되겠네?'라면서 장난치듯 맞받아쳤어. 그래서 게리가 재킷을 벗어서 리키한테 줬는데 진짜 소매를 잘랐어. 아마 조끼처럼 만들 생각이었나 봐.

그러다 게리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드네. 너가 날 죽일 것 같아' 이러는 거야. 리키가 '말도 안 돼. 왜 내가 널 죽여?' 하면서 웃었지. 난 이미 약에 취해서 몸이 정점을 찍고 있었어. 그냥 환각 속에 있었지. 게리가 일전에 천사의 가루 10봉지를 훔쳤던 적이 있으니까 리키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그때까진 설마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어.

둘이서 막 주먹질하다가 지미가 게리한테 달려들어 배를 걷어찼어. 그러다 게리가 일어서는데 리키가 게리 목을 물더라고. 귀도 물고. 그리곤 칼로 찔렀어.

진짜 악몽 같았어. 몸은 약 땜에 안 움직이는 거야. 완전히 굳었어. 쇼크 상태 같았지.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게리가 달아나려고 뛰는데 리키가 바로 따라가서 붙잡다가 칼을 떨어뜨렸어. 지미가 그 칼을 집어 리키한테 건네줬고. 리키가 게리를 무릎 꿇게 하더니 'I love Satan'이라 말하라고 했어. 그러곤 막 난도질. 게리는 'I love my mother'라며 비명을 질렀어. 완전히 개판이었지. 둘이 게리 다리를 붙들고 숲 안쪽으로 끌고 가서 낙엽 같은 걸 덮고는 뛰어나왔어. 얼굴도 칼로 마구 찔렀다고 하더라고.

난 신고 못 하겠었어. 누가 또 죽는다 해도 이상할 거 없으니까. 이미 한 번 사람 죽인 놈들이니 나도 죽일 수 있지 않겠어? 그런 마음이었다고.

사건 이후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게리의 부모와 친구들은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음. 게리가 워낙 예고도 없이 자주 사라지곤 했었기에.

한편, 처음엔 게리의 실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리키가 얼마 안 있어 친구에게 게리를 살해했다고 자랑스레 털어놓는 데 이어 직접 현장에서 부패 중이던 시신을 보여주기까지 함.

이어 리키와 지미는 애써 스스로 태연해지려는 듯 오히려 사자 모독적인 언사를 일삼으며 또래 십대들에게 공공연하게 살인 사실과 시신 유기 장소를 알려주기까지 함.

이렇듯 다수의 십대들이 마치 도시 전설처럼 구전을 통해 범행 사실을 인지하나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음. 소위 '경찰에 일러바치는 쥐새끼'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막연한 중압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사료됨.

체포

환각 상태에서 리키는 광기에 차 십수 차례 넘도록 게리를 난도질했고, 지미는 이에 동조 및 방관. (리키가 게리의 눈을 도려냈다는 부분은, 얼굴 부위를 칼로 찔러대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것일 수 있음)

체포 후 리키는 교도소 감방에서 침대 시트를 이용해 목을 맴.

지미는, 알버트가 사건 당시 그가 리키의 살인을 도왔다고 증언했던 것을 이후 뒤짚은 것과 함께 약물에 취해있었으므로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리고 지미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최종적으로 2급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됨.

여기까지가, 데이비드 브레스킨이 <롤링 스톤>에 기고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와 같이..

해당 사건은 단순히 '사탄 숭배자의 약물 환각 살인 사건'으로 치부될 수도, '범규모의 사탄 숭배 집단이 벌인 사타니즘 의식'로 오도될 수도 없는 사건이었다.

어찌 보면 구태의연한 표현이겠으나, '사회 시스템의 회색 지대에서 자신들만의 룰에 따라 행동하던 청소년들 간에 발생한 참극'이 보다 사건을 규명하기에 적합하겠다.

중상류층 이상의 평화롭고 조용한 목가적 마을이었던 곳에서도, 일부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어린 나이에서부터 탈선과 비행을 마치 유희적 감각으로 가볍게 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태를 본격적으로 형상화시킨 것은 천사의 가루, 즉 환각제와 같은 약물이었다.

무서운 사실은, 비단 약물만이 아니라 이 '약물'이 다른 무엇으로든 대체돼 동일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겠다.

그리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그들만의 법칙과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악영향'들은 허술하게 통제되며 때로는 부추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 사건에서 '범죄자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측면을 파고들 때마다 가장 조명을 받는 시기는 바로 이 청소년 시기이다.

각자가 타고나는 기질과 성향을 포함하더라도..

리키 카소, 지미 트로이아노, 그리고 게리 로워스는 분명 다른 길로 인도될 여지가 충분했을 것이다.

보다 꼼꼼한 사회 시스템의 발휘와 가정 및 학교의 손길이 있었다면 말이다.

비단, 이건 '사건이 벌어진 80년대 미국의 한 마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분명, 시대와 장소가 경계로 작용하지 않는 초월적인 문제인 것이다.

"충격적이라기보단 실망스러웠지. 사람들이 리키나 지미를 우러러봤었거든. 걔들이 대단한 줄 알고. 그래서 그 대단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점점 더 큰 일들을 저질렀어. 담장 부수고, 표지판 부수고, 사람 패고, 차 훔쳐서 박살 내고. 완전히 도를 넘어선 거지."
- 사건 관련자들을 알고 있던 15세 데니스 워커

"약 사느라 소지품들 다 팔아치우기 시작했어. 녹음기 팔고 곧 워크맨도 팔아치울 뻔했지. 동전 수집품도 팔고. 약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 처음엔 재미로 하다가, 나중엔 하루하루 버티려면 꼭 필요하고, 결국엔 삶 전부가 돼버리는 거."
- 사건이 벌어진 마을의 17세 약물 중독 소년

"아마 1년 후면 다 예전대로 돌아갈 거야. 다른 딜러가 등장하겠지. '리키 대체자', '지미 대체자'가 또 나오고."
- 6학년 때부터 리키와 알고 지냈던 17세 마크 피셔

"근데 난 생각해. 왜 하필 게리였을까? 게리는 말랐고, 만만한 애였고, 리키가 숲으로 가자니 덥석 따라갈 정도로 순진했지. 자존감이 낮았어. 착하고 재미있는 애였는데. 카소한테 농담 같은 것도 곧잘 했었어. 게리 부모도 모르고 있었지, 마약 문제를. 대부분 부모가 그렇지만. 걔는 단지 인정받고 싶어서 약을 한 거야. 그게 요즘 애들 대부분 모습 아닌가.

내 꿈은 이 동네에서 벗어나는 거야. 또라이 없는 곳, 사람들한테 상처받지 않을 곳으로. 내 또래 세대는 죄다 망가졌다고 생각해. 아무 이념도 없고, 그냥 마약 하며 떠도는 애들이 대부분이고. 시답잖은 이유로 서로 미워하고 도덕관념도 없어.
- 게리와 가까운 사이였던 미쉘 드보(15세)

"우린 이걸 마약을 발명한 사람에게 사람에게 바칩니다. 빌어먹을 마약들. 있잖아, 이 테이프를 LSD와 메스칼린을 만든 사람에게 바칩니다. 진짜, 이 망할 놈아, 어디 있든 간에 진짜 고맙다구. 젠장, 엿된 세상같으니라구."
- 사건 1년 전 게리가 친구들과 숲에 모여 약을 하며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던 중 내뱉은 말

참조

<Rolling Stone/Cult Killing: Kids in the Dark The lost kids of Northport, Long Island, tell a grisly tale of drugs, devil worship, and murder>  David Breskin
<The New York Times/Youth Found Hanged in L.I. Cell After His Arrest in Ritual Killing> Robert D. McFadden
<The Washington Post/Youths' Deaths Tied to Satanic Rite> Margot Hornblower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