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시골길에서 살해된 경관 그리고 기이한 미스터리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06년 10월 27일 금요일 이른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
크리스탈은 이른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려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문을 연 그녀는, '경찰관을 배우자로 든 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곳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몰라 그저 미간을 무겁게 늘어뜨린 한 무리의 경찰관들이 있었다.
"미첼 부인.. 지금 바로 우리랑 UC 데이비스 메디컬 센터로 가시죠."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단 한 순간에 차가운 기류가 몰아침을 그대로 느끼며, 크리스탈은 자신의 시야로 한 경관의 이름표에 'CHAPLAIN'이라는 표기를 담는다. (Chaplain: 법 집행 기관들에 정신적 지원 등을 위해 사역하는 목사 업무직)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 안에서 혼이 나가 있던 크리스탈은 지나치는 전자식 표지판마다 다음의 긴급 경보 메시지가 뜨는 것을 멍하게 바라본다.
경관 총격 발생. 흰색 쉐보레 밴. 번호판 없음.
병원에 도착한 크리스탈은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그의 경찰 배치를 건네받는다. 배지 뒤로는 크리스탈과 6살 난 아들 제이크의 사진이 꼼꼼하게도 코팅돼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탈이 제이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라 계속해서 말을 버벅대0자, 제이크는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에 아빠가 나 다친 데에다 약 바르고 반창고 붙인 것처럼 의사 아저씨가 아빠 낫게 치료하면 되는 거잖아!"
이것은 제프리 미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제프리 미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프리는 1968년 캘리포니아 캠벨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내내 언제나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모두가 그런 그를 친구로 여기며 오래도록 그 미소를 기억할 정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공군에 입대해 5년간 복무하며 제프리는 역시나 '항상 미소 짓는 남자'로 인품이 잘 알려졌었다.
전역 후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 캠퍼스에서 교육학 학위를 취득하며 교육계로 향하던 그는 이 무렵 크리스탈을 만나게 된다. 이후 1995년 27세의 나이로 크리스탈과 결혼한 제프리는 대체 교사직을 얻는다.
헌데, 그로부터 2년여 후 제프리는 갑작스레 진로 노선을 변경한다. 새크라멘토 지역 보안관 사무소로 들어가 교정 센터에서 수감자들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레크리에이션 기술관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당 직책을 수행하던 제프리는 2000년을 맞아 커다란 전환을 내디딘다.
제프리는 보안관 사무소의 정식 경관이 됐다.
제프리의 가족, 친구, 그리고 많은 지인은 하나같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군대에 갔을 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모두들 제프리의 인품과 성향은 교사나 코치 말고는 더 적합할 게 없다고 여겼었으니까.
그렇다고 제프리가 제프리가 아닌 게 된 것은 아니었다.
경찰에 몸담는 동안에도 동료들은 그를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 '인생에서 결코 흔치 않게 만나는 사람'으로 표현했으니까.
2002년, 제프리는 시골 내 농촌 구역 한정 순찰 담당직으로 임무를 옮긴다. 지역사회의 밀착형 치안 업무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제프리는 야간 근무를 도맡았다. 맞벌이 가정에서 아들인 어린 제이크를 돌보고 가족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였다.
그렇게 제프리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제이크를 침대에 눕히고는 순찰길에 나서는 일과를 보내왔다.
사건이 벌어진 비극적인 10월에도 그는 그러했다.
2006년 10월 27일.
이날 새크라멘토 전역은 새벽 공기만큼이나 평화로웠다.
부보안관 제프리가 순찰 업무를 맏고 있던 슬라우하우스는 더욱 그러했을 터였다.
이곳은 시내에서 약 30km 떨어진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그저, 무성한 옥수수밭과 더불어 고속도로와 차도들로 무심히 지나치는 차량들만이 해당 지역을 장식할 뿐이었다.
새벽 3시 27분경.
제프리는 경찰차에 탑재된 MDC/MDT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긴급 상황실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후면 번호판 없는 흰색 쉐보레 밴 발견. 마이스 로드와 딜라드 로드 교차로 근방 잭슨 하이웨이 바로 남쪽 16번 고속도로 옆으로. 탑승자 1명으로 보임.
곧이어 이상 없다는 'OK' 신호를 보내온 제프리..
헌데..
7분이 흘렀는데도 추가 응답이 없었다.
새벽 3시 34분.
제프리의 무전기에서 문제 발생을 알리는 전송 신호가 두어 번 발생한다. 이에 긴급 상황실에선 무전을 통해 제프리를 호출했으나 응답은 없었다. 휴대전화 연락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긴급 상황실에선 'Call 3'을 발령하며 근처 경관들에게 사이렌과 비상등을 켠 채 제프리의 마지막 알려진 위치로 긴급 출동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약 10분 후..
현장인 외딴 도롯가로 출동한 경찰관들은 마침내 제프리를 발견한다.
제프리는 경찰차 주변에 쓰러진 채였으며, 총이 권총집에서 뽑힌 상태로 머리에 한 발의 총상이 있었다.
새벽 3시 59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긴급조치와 함께 가장 가까운 병원인 US 데이비스 메디컬 센터로 제프리를 이송하나..
새벽 4시 45분, 그에게 사망 선고가 내려진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법 집행 기관의 동료가 살해됐을 경우 그들의 반응'이겠다.
사건 당시 제프리는 후면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은 흰색의 쉐보레 밴을 목격, 긴급 상황실에 브리핑 후 차로 다가가 신분 확인 작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범인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제법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한 외상이 발생했고, 총집에서 총기를 탈취한 범인에 의해 머리에 한 발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그려졌다. 제프리는 수갑을 꺼낸 채 경찰차 후면 범퍼 근처로 쓰러져있었는데, 이는 범인이 체포되던 순간 반항하며 사건이 벌어졌던 것으로 유추가 가능했다.
제프리의 사망과 동시에 사건 당일 아침부터 현장인 마이스 로드와 딜라드 로드 교차로 부근은 수사국의 중심지가 됐다. 허허벌판의 시골 길가로 지역 보안관 사무소,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인 CHP, 심지어 FBI 요원들도 속속 집결했다.
그렇게..
무려 500제곱마일에 걸쳐 수사력이 투입됨과 함께 고속도로 전자 표지판을 통해 범인의 차량 정보가 수배됐다. (500제곱마일은 부산 면적에 준함) 또, 지역 언론과 미디어가 계속해서 사건의 정보 전달과 목격자 수배를 지원했다.
지역 보안관은 기자들 앞에서 범인을 반드시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공표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유력한 정보 제공자 앞으로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하여..
제프리가 사망한 당일 오후..
현장에서 약 30km 떨어진 한 공원의 강가에서 수상한 차량이 유기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된다.
차량은 쉐보레 흰색 밴으로, 전면 번호판이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휘어진 상태였으며 얕은 강물로 살짝 잠긴 상태였다.
차량은 고의적으로 강을 향해 운전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차량엔,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운전석에선 43세의 앨런 슈베르트가 가만히 앉아 있는 채였으며, 뒷좌석으론 28세의 니콜 웰치가 웅크리고 있는 채였다.
둘은 친구 사이였다.
다만, 슈베르트의 경우 화려한 전적의 보유자였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기물 파손, 음주 운전, 마약 소지 혐의로 수차례 기소된 바가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유효한 면허로 운전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부검 결과..
둘의 사인은 기이하게도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경찰은, 슈베르트가 얕은 강가를 건너려고 시도하던 과정에서 그만 배기관이 침수되며 그러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라 추측했다.
허면..
슈베르트와 웰치가 어떠한 연유로 인해 제프리에게 체포되던 순간 격투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그만 총을 탈취당하며 살해됐으며, 현장을 떠나 얕은 수심의 강을 그대로 건너던 와중 천벌과도 같이 둘에게 불상사가 덮쳐왔던 것일까?
헌데..
부검 과정에서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슈베르트와 웰치 둘에게서 어떠한 외상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둘의 시신에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만을 밝혀낼 수 있었으며..
그밖엔 어떠한 특이 사항도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슈베르트와 웰치.
이 둘은 언급한 바와 같이 친구 사이였으며, 또한 약물 경험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베르트의 경우엔 역시나 언급했던 것과 같이 다수의 범법 행위로 인해 기소된 경력이 있으며,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당일엔 면허 없이 운전했던 혐의로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었다고.
그는 평소 현장에서 발견된 흰색 쉐보레 밴을 집 삼아 지내며 이곳저곳에서 잡역부로 일해왔고, 따라서 밴 내부는 정비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들로 가득했다.
주변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사건 전날 슈베르트는 잭슨 지역(새크라멘토 지역에서 차로 2시간 이내 거리)을 방문했고, 해당 지역의 친구를 방문할 요량으로 웰치가 차를 얻어 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둘은 다시 새크라멘토로 향했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오후 녘에 새크라멘토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플리머스 지역 근방 코섬네즈 강에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제프리가 사망한 시각 전후로 그리 긴 시간 차이 나지 않는 시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제프리가 보고한 것과 같은 차량, 제프리의 죽음과 함께 발견된 둘, 제프리 살해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의 발견..
분명, 슈베르트와 웰치가 제프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수사관들도 처음 그러한 노선으로 둘의 행적 및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을 벌였다.
한편..
주변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슈베르트와 웰치가 생전 폭력성을 분출하는 성향이 아니었다고 진술함과 동시에, 그간의 범법 행위 중 어떠한 폭력적인 성격의 것도 저지른 바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또, 둘 모두 경찰에게 대들거나 해치려 드는 공격성을 지닌 이들이 아니며 당연히 제압 후 살해라는 방식 역시 거리가 멀어 보였다.
더불어..
부검 결과 둘의 신체에 어떠한 주목할 만한 외상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를 담당한 지역 보안관은 언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그 둘은 분명 모범 시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관의 죽음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차량이 발견된 시점과 사건 사이엔 엄청난 우연이 있었던 것에 불과하겠습니다."
이렇듯..
제프리와 슈베르트&웰치 사이에 미싱 링크가 존재하면서..
수사관들은 다음처럼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제프리의 죽음과 비슷한 시간대에 멀지 않은 강가에서 동일한 모델의 차량과 슈베르트&웰치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기막힌 우연이었다. 슈베르트와 웰치는 얕은 수심대의 강을 가로지르려던 중 배기관이 침수되면서 내부로 일산화탄소가 쌓이게 됐고, 일산화탄소가 지닌 무색무취의 특성으로 인해 둘은 자신들도 모르게 잠자듯이 사망하고 만다."
그렇게..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져버렸고..
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 지역 스타디움에서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한 다수 저명인사들도 참석한 가운데 제프리의 추모식이 거행된다.
한편..
추모식 이후 몇 주간에 걸쳐 수사 당국의 집요한 수사가 펼쳐졌으며 3,000건 이상의 제보도 받았으나..
유의미한 단서나 용의자를 선별하는 데에 실패한다.
경찰은 사건으로부터 4개월이 흘러서야 결정적인 물증을 수집하는데..
그런 바로, 현장에서 포착한 작은 크기의 부분 지문이었다.
허나..
부푼 기대와 함께 돌려진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선 일치하는 지문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만다.
이상했다.
마주친 경찰을 습격하고는 총집에서 총을 빼 들어 단박에 머리를 향해 사격했다는 것은, 분명 범인이 범죄 경험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했으니까 말이다.
하여, 수사를 담당한 지역 보안관은 하릴없이 언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현장의 핵심적인 물건에서 발견한 부분 지문이었습니다만 일치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범인이 다른 나라 출신이거나 국경 너머에 숨어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결국엔 해결될 것이란 확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제보들을 확인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의 집집마다를 방문하며 DNA를 채취해 범죄 현장에서의 샘플과 비교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분명, 용의자 추적에 가장 합당하고 정석적인 수사였다.
사건은 외딴 시골마을의 외곽지역 도롯가에서 발생했다. 새벽 3시 30분을 전후로 해당 장소를 건너는 이는, 틀림없이 그에 맞는 목적성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역은 '메스' 제조가 암약하기 적합한 온상지이기도 했다.
새벽녘 메스 제조 시설이 구비된 밴을 이끌던 중 맞닥뜨린 경찰..
자신이 저지른 강력범죄 현장을 발각당하며 이판사판식으로 물리적 충돌을 꾀한 범인..
분명, 아구가 들어맞는 시나리오였다.
허나, 이러한 DNA 대조 수사 역시 무위로 끝나고 만다.
위의 시나리오가 맞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범인은 지역의 지리적 특성은 알지만 거주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사건이 답보 상태에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수사 당국 내부에선 다음과 같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슈베르트와 웰치가 제프리 살인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그저 기막힌 우연에 불과했다는 추정을 이제는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슈베르트의 밴이 사건 직후 강에 빠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탐문 수사 및 부검 결과에 따라 둘이 제프리 살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보나, 이 차량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제3의 탑승자가 당시 슈베르트의 차량에 있었을 수 있다. 이 탑승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의 슈베르트와 웰치를 유기하고자 향하던 중 제프리와 맞닥뜨렸고, 여기서 제프리를 살해한 뒤 현장을 떠나 강가에 그대로 차량 채 유기했을 수 있다."
한편..
어느새 사건으로부터 7년이 흐른 2013년.
그간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사관들은 현장에서 채취했던 DNA 샘플을 재분석했으나..
그 결과는 또다시 수사 당국을 실망시킬 뿐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또 흐른 2020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제프리의 동료들과 사건을 포기하지 않은 형사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프리 살인 사건은 결코 미제 사건이 아니라 강조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을 뿐, 14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해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말과 함께.
여전히 사건이 벌어진 새크라멘토 보안관 사무실엔 '진행 중 살인 사건' 케이스 파일함으로 제프리와 그의 가족들 사진이 걸려 있다.
FBI에서도 2019년에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제프리 살인 사건에 대한 익명 제보 촉구에 나섰다.
한편..
수사 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여전히 민감하고 주요 수사 정보를 보안에 부치고 있으므로, 상기 서술한 사건 개요 외에 세세한 디테일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었던 윌튼 마을을 봉쇄하고서 약 4,500명의 거의 모든 주민을 잠재적 용의자로 보고서 수사를 벌여왔으나 소득이 없었다. 여기서 그나마 유력해 보였던 용의자의 거주지를 네 차례나 방문해 현장에서 채취한 샘플과 DNA 대조도 했으나 기소할 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슈베르트와 웰치의 주변인 및 둘이 향했다던 잭슨 마을에서도 용의자를 추적해 봤으나 끝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게..
2019년과 2020년 언론을 통해 수사 당국은 해당 사건을 대중에 상기시킴과 동시에 제보를 촉구했으나 사건은 여전히 시간과 함께 보다 차가워질 뿐이었다.
하여, 2022년 재차 사건의 상기 차원에서 수사 당국의 인터뷰가 이뤄진 것 외에 이후 사건 해결에 대한 업데이트는 전무한 상태이다.
이렇듯..
제프리 살인 사건은 19년째 누구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장기 미제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저, 미국 내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는 사건 현장에서의 샘플을 통해 누군가 일치하는 자가 걸려들길 바라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태.
한편, 상황이 이렇자 인터넷상에선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사건 발생 11일 전인 2006년 10월 16일.
엘도라도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의 경찰 보고서 기록에 의하면, 이날 오후 제프리는 해당 지역의 식료품 체인점에서 40달러짜리 전자 헤어클리퍼를 계산도 하지 않고 나와선 태연히 자신의 트럭을 타고 달아났다.
트럭 번호판을 본 직원이 보안관 사무소에 연락과 동시에 CCTV 영상을 제공했고, 저녁 무렵 엘도라도 보안관 사무소 측의 부관 둘이 제프리의 집을 방문한다.
여기서 제프리는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는데,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어째서 계산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는 설명으로 일축한다. 그렇게 혐의를 인정하면서 그는 경범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게 된다.
허나, 얼마 뒤인 10월 27일 그가 사망하면서 결국 공소권이 소멸한다.
일련의 흐름을 통해, 제프리가 이 무렵 우울증세를 지니고 있었으며 물건을 훔치다 적발되자 자신의 커리어를 망치게 된다는 걱정과 함께 더는 법 집행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는 불안에 시달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겠다.
이에 우울증세가 극도로 심화된 제프리는, 스스로를 직무 중 사고사로 위장해 자신의 명예를 지킴과 함께 남은 가족에게도 퇴직 혜택이 온전히 제공되도록 하고자 그러한 일을 꾸몄던 것.
해당 음모론은 얼핏 솔깃해지는 이야기 구성과 흐름이지만..
제프리가 그같은 절도 행각을 벌였으며 경찰 보고서에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또 그가 사건 당시 우울증세가 있었다는 주장 역시도.
만약 보안관국 소속으로 절도죄에 기소돼 죄가 확정된다면, 반복적으로 저지르지 않고 중범죄가 아닌 경범죄이기에 어지간해선 자동 해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사건 무렵인 2006년경엔 아직 주 단위 영구 제명/자격 박탈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타 법집행 기관으로의 재지원도 가능했다.
물론, 이러한 단일 경범죄로 유죄가 확정될 시 정직과 함께 순차과 같은 현장 업무에서 배제화 되는 건 사실이다. 또, 타 기관으로의 채용 시 아무래도 인사 평가에서 불리해지는 것도 맞고 말이다.
실지로, 2007년경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에선 경범죄 절도 유죄 시 20일 정직 사례가 존재한다.
위 음모론에서처럼 제프리가 그같은 일을 꾸며냈다고 치기엔, 당시 현장에서의 수사와 부검이 사건 특성으로 인해 특히나 꼼꼼하게 진행됐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그날 제프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해당 사건의 경우 누차 언급했듯..
수사 당국이 일반엔 극도로 제한적인 정보 공개만을 허용했기에, 지금부터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나 추리가 아닌 공상의 영역에서만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 게 가능하다.
여기서 가장 먼저 시도해 볼 법한 것은..
바로, 낮은 가능성부터 지워나가는 것이겠다.
부검 결과 제프리에게는 꽤나 격렬한 격투의 흔적이 보이는 외상들과 머리에 총격 한 발의 흔적이 발견됐다.
각각 운전석과 뒷좌석에서 발견된 슈베르트와 웰치의 경우 외상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였으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질식사로 나왔다.
제프리의 경우 공군에서 5년을 복무하고 다년간 보안관 사무국에서 근무하던 건장한 체격의 3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그렇다면, 제프리와 사투를 벌인 끝에 총기를 탈취 후 총격까지 가했던 인물은 슈베르트와 웰치가 아니라고 가정해야겠다.
즉, 당시 현장엔 제3의 인물이 있었던 것이다.
초기 제프리는 쉐보레 밴에서 한 명의 운전자만 보이는 것 같다는 보고를 전송했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슈베르트와 웰치가 사망한 상태로 뒷좌석 또는 짐칸 부분(해당 밴의 경우엔 슈베르트가 공구함 및 작업대로 꾸며놓은)에 뉘인 상태였다면, 이러한 초기 보고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겠다.
허면, 슈베르트와 웰치는 왜 사망한 상태였을까?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될 수 있겠는데..
지리적&환경적&개인적 특성상 메스나 그에 준하는 약물이 개입됐다고 볼 경우 중간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지로, 미국의 인적 드문 도로 외곽과 같은 곳에선 대형 RV 또는 SUV 차량에 작업대를 만들어 약물을 제조하는 이른바 '브레이킹 배드' 케이스가 심심찮게 존재하며 체포 건수도 결코 적지 않다. 사실, 브레이킹 배드가 실존 케이스들을 벤치마킹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미국의 초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메스를 제작할 때 보호장비를 든든히 챙겨입고서 독성 흡입이나 화학 연무 등과 같은 것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헌데, 슈베르트와 웰치의 경우 부검에서 그러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단순히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판명 났다. 그리고 메스와 같은 약물 제조에서의 부산물과 체내 일산화탄소 축적은 성립되지가 않는다.
단, 밀폐된 상태에서 엔진 공회전과 함께 휴대 발전기를 가동시킬 경우 실내 일산화탄소의 축적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서 질식사할 수가 있다. 또, 배기관이 막히거나 고장 난 상태에서 히터를 틀거나 했을 경우 수 분 내에 차량 내 산소 농도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여, 미국에선 매년 수십 명 넘게 관련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캠페인이 만들어질 정도.
약물의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슈베르트와 웰치.
암암리에 메스와 기타 약물들의 제조와 소비 온상지였던 새크라멘토의 시골 외곽 지역들.
여기서, 문제의 제3의 인물이 위험성과 폭력성이 내재된 업계인이라 가정을 해보자.
약물 제조를 위해 전원 확보나 조명 등의 목적으로 발전기가 돌아가던 차량 내부에 자의이든 타의이든(타인의 종용이든 강요이든) 위치해있었거나..
혹은 배기관에 문제가 있는 줄 모르고 차량 내부에서 히터를 튼 채로 가벼운 일탈(부검에서 검출되지 않을 법한)을 즐기고 있었다거나(슈베르트는 날이 밝고 오후녁에 법원에 출두했어야 함)..
그리고, 제3의 인물이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든 연관이 있었기에 둘의 시신을 발견하고서 행여나 차량 내부에 남아 있을 자신의 증거를 클리닝하고자 했었다면..
그렇다면, 차량에서 작업에 몰두하던 중 제프리를 마주친 제3의 인물에게 있어서 경관 살해는 충분히 동기로 작용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공상을 좀 더 이어가보자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제3의 인물은 즉시 차량을 몰아 현장을 벗어났으며, 빠르게 차량 채로 유기할 만한 곳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미 시신을 접했을 때부터 유기 장소 후보지를 선정했을 것)
당시 상황에서 이러한 유기 장소로는 당연히 수심이 깊은 강 또는 호수가 최적이겠다.
허나..
경찰이 살해되면서 추격조가 뒤따를 급박한 상황, 가장 가까운 1시간 이내 거리의 대형 호수인 폴섬 레이크에는 사방으로 휴양지 시설과 캠퍼들이 존재(당시에도), 주변으론 사유지나 감시원 및 CCTV 위험이 있는 농수로&저수지&습지 몇몇이 전부인 실정이었다.
하여..
최종적으로 밴이 유기된 골드 비치 이동식 주택 커뮤니티의 강가는 당시 상황에서 최적의 후보였다. (당시에도 운영)
사건 현장에서 보다 외진 도롯가를 따라 비포장 샛길로 출입이 가능했고, 증거인멸 작업 후 차량을 밀어 넣고서 빠져나올 때까지도 주변의 둑이 시야를 차단하고 있는 지형적 특징이 있었다.
물론, 해당 지역의 당시 계절에선 주변 강가 하류들은 모두 돌이나 자갈이 육안으로 명확하게 보일 정도로 수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이다.
그래도 어차피 경관 살해로 인해 차량과 시신의 유기에 있어서 장기간 은폐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면, 그곳에서 간단한 증거인멸 작업 후 바퀴만 잠기는 정도로 그대로 강에 차량 채 유기하고서 도주하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또, 해당 유기 장소 부근으론 이동식 주택이나 RV 및 SUV 차량들의 주차 장소가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물론, 요금을 지불하는 이러한 시설들 외에도 차량을 잠시 외진 곳에 정차할 곳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고 말이다.
따라서, 제3의 인물에게 있어서 밴 유기 장소 근방은 자신의 차량으로 갈아타기 위한 좋은 후보지였을 수도 있겠다.
사실, 해당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공상과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으나..
여하튼지건, 만약 슈베르트와 웰치가 이 무렵 생존한 상태였다고 가정한다면 어째서 가까이에 차량이 출입 가능한 우회 길이 있음에도 그같이 애초에 건너는 게 불가능한(수심이 얕다 해도) 강가를 가로지르려 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제프리 살해 현장에선 제프리&슈베르트&웰치를 제외한 제3의 인물의 DNA인 부분 지문이 발견됐다.
허나, 그러한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돌렸음에도 지금껏 여전히 일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러한 부분 지문이 정말 '범인의 것이었다면', 이는 그 범인이 평생 범법 행위를 들키지 않고서 살아왔다는 가정 외에도 애초에 정식 시민권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겠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범인이 이미 오래전 국경을 넘었을 경우이겠다.
아니면, 법의 심판을 받지도 않은 채 제멋대로 죽어버렸거나 말이다.
"이 살인 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는 한, 저는 그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살인범들이 대가를 치르는 일이니까요."
- 제프리의 아내였던 크리스탈
참조
<ABC10/Who killed Sacramento County Sheriff Deputy Jeffrey Mitchell? | Unsolved California> Madison Wade
<CBS News/Hunt For Deputy's Killer Heats Up>
<SFGATE/A California deputy stopped a van with 2 corpses inside. Then someone killed him.> Katie Dowd
<The Sacramento Bee/DNA advancements offer some hope in unsolved 2006 killing of Sacramento sheriff’s deputy> Kim Minugh
<Unresolved/Deputy Jeffrey Mitc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