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입니다, 납치당했나요? 네.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미국 오하이오의 작은 도시 애슐랜드.
경기 침체와 제조업 붕괴의 여파가 직격하며 방치된 빈집들이 낯설지 않던 지역.
이날 오전 6시 47분경..
시내에서 고작 몇 블록 떨어진 누렇게 변색된 2층짜리 한 빈집에서 911로 신고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받은 사라 밀러는, 수화기 너머 간신히 들려오는 소근거리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절로 소름이 돋았다.
지난 26년간 긴급 신고 전화 교환원직을 수행한 사라는, 그것이 납치된 피해자가 몰래 걸어온 전화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납치 피해자와의 15분여에 걸친 전화 통화가 이뤄진다.
바로, 다음과 같이.
(번역본 말미에 실지 당시 통화 녹음본을 첨부함)
911: 911입니다. 응급 상황 발생한 곳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신고자: (속삭이느라 불분명) 스트리트에 있는 빨래방이요.
911: 뭐라고요?
신고자: 4, 4번가 빨래방이요.
911: 무슨 일인가요?
신고자: (속삭이느라 불분명)
911: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성 철자가 어떻게 되죠? (상황을 파악한듯) ..누가 당신을 납치했나요?
신고자: (떨리는 숨소리) 숀 (속삭이느라 불분명)이요.
911: 존 그린이라고요?
신고자: 숀 그레이트.
911: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죠?
신고자: 자요.
911: 어디서 자고 있죠?
신고자: 침실이요.
911: 어느 침실이요?
신고자: (속삭이느라 불분명) 옆으로 집이 두 채 있는데, 그중 한 집이요.
911: 그런데 지금 빨래방에 있다고요?
신고자: 아니요, 그 사람이랑 같이 침실이에요.
911: 그 집은 무슨 색인가요?
신고자: ..
911: 건너편에 있을까요?.. 제가 빨래방을 보고 있는 거면, 어느 쪽에죠?
신고자: 빨래방 안에서 보고 있으면.. 두 집 중에 왼쪽 집이요.
911: 집 색깔은 뭔지 모를까요?
신고자: 몰라요.. 제발 서둘러 주세요.
911: 남자가 차량이 있나요?
신고자: 아니요. (속삭이느라 불분명) 길 아래쪽에..
911: 지금 전화하고 있는 번호는 어떻게 되죠?
신고자: 모르겠어요.
911: 노란색 집인 것 같나요?
신고자: 그런 것 같아요. 왼쪽 집이에요.
911: 아파트인가요?
신고자: 아니요, 주택이요.
911: 알겠습니다. 그 사람이 집주인인가요?
신고자: 아니요, 무단으로 침입했어요.
911: 원래 누가 사는 집인가요?
신고자: 폐가인 것 같아요.
911: 그 사람 이름이 숀 그레이트라고요?
신고자: 네.
911: G-R-A-T-E 맞나요?
신고자: 네.
911: 그가 무기를 가지고 있나요?
신고자: 테이저건을 갖고 있어요.
911: 신고자분은 어디 사세요?
신고자: ..
911: 남자는 인상착의가 어떻죠? 백인인가요, 흑인인가요?
신고자: 백인이요.
911: 남자 키가.. 6피트(약 183cm)대일까요 아니면 더 작나요?
신고자: 6피트 1인치나 6피트 2인치(약 185~188cm) 정도요.
911: 몸무게는 어느 정도일까요?
신고자: 아마 175파운드(약 79kg) 정도요.
911: 다친 데 없어요?
신고자: 조금요.
911: 남자 머리색은요?
신고자: 브라운이요.
911: 남자 눈 색깔은 아세요?
신고자: 아니요.
911: 남자가 뭘 입고 있나요?
신고자: 지금은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요.
911: 알겠습니다, 저와 계속 통화해요.
신고자: (떨리는 숨소리)
911: 전화 끊지 말고계세요, 알겠죠?
신고자: 네.
911: 남자는 아직 자고 있나요?
신고자: 네.
911: 어디서 납치된 건가요?
신고자: 제, 제 아파트에서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랑 같이 걷고 있었어요.
911: 같이 걷고 있었다고요?
신고자: 네.
911: 어디로 가던 길이었죠?
신고자: 그 사람 집.. 그 사람을 안 지는 한 달 반 정도 됐어요.
911: 지금 있는 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요?
신고자: 그 사람을 깨우지 않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너무 무섭고요.
911: 집 안에 화장실이 있나요?
신고자: 음.. 그 사람 침실 문이 닫혀 있고, (열면) 소리가 나게 해놨어요.
911: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를려나요?
신고자: 네, 절 묶어 놨었거든요.
911: 그럼 지금도 묶여 있나요?
신고자: 음, 저.. 네, 근데 제가 조금 풀었어요.
911: 그 사람이랑 같은 방에 있나요?
신고자: 네.
911: 그 사람 전화기인 건가요?
신고자: 네. ..(경찰) 오고 있나요?
911: 경찰관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고자: 네. 제발 충분히 보내주세요.
911: 알겠습니다, 불안하면 굳이 말하지 않고 있어도 됩니다. 그냥 전화기를 내려놓으세요, 알겠죠? 경찰관들이 신고자분 있는 곳을 찾았는지 아닌지만 들으면 되니까요.
신고자: 네.
911: 위층에 있나요, 아래층에 있나요?
신고자: 아래층에 있어요. 문이.. 왼쪽 집의 오른쪽에 옆문이 있는데 거기로 들어온 것 같아요. 들어가자마자 바로 부엌이 있고, 침실이 바로, 부엌 바로 옆에 있어요.
911: 알겠습니다. ..구급차도 필요할까요?
신고자: (흐느끼는 소리)
911: 출혈이 있거나 그러세요??
신고자: 지금은 아니에요.
911: 어디서 피가 났었죠?
신고자: (흐느끼는 소리)
911: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겠죠?
신고자: (흐느끼는 소리)
911: 그가 (본래) 어디에 사는지 아세요?
신고자: 오.. 오, 젠장! ..오, 젠장, 제가 그 사람을 깨웠어요.
911: 그냥 전화기 내려놓으세요.
신고자: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
911: ..아직 거기 계세요? ..아직 거기 계세요?
신고자: 얼마나 더 걸려요?
911: 네?
신고자: 얼마나 더냐고요.
911: 밖에 경찰관들 소리 들리나요?
신고자: 아니요.
911: 알겠습니다, 그 지역에 도착했어요.
신고자: ..옆문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봐주세요. 천천히, 그러니까, 음, 조용하게요..
911: 침실 문에 자물쇠가 달렸나요,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잠금일까요?
신고자: 아니요, 전.. 전 잠겨 있는가도 모르겠어요. 손잡이는 있어요.
911: 일어나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신고자: 그를 깨울까 봐 무서워요. 왜냐하면 문을 열려면 지나가야 해서요. 문이 열려 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911: 주위에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나요?
신고자: 네, 근데 바닥이 삐걱거리고 바로 그 사람 머리맡으로요.
911: 신고자분 지금 누워 있나요?
신고자: 아니요, 침실 문 옆으로 서 있어요.
911: 그런데 문을 못 열겠다고요?
신고자: 네?
911: 문을 열 수 있나요?
신고자: 소리를 안 내야 해서 무서워요.
911: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열려 있나요?
신고자: 모르겠어요, 아마도요. ,,그 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확실하진 않아요. (속삭이느라 불분명)
911: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을까요?
신고자: 전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요.
911: ..
신고자: ..
911: ..뭐죠? 무슨 소리 났나요?
신고자: 전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요.
911: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오면 빠져나가야 합니다.
신고자: 경찰분들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니면 안 돼요. 그가 제 소리를 듣고 절 잡을 거고 힘도 세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는 1층에 있어요. (신고자에게) 신고자분 빨래방에서 더 가까운 집인가요, 아니면 다른 집인가요?
신고자: ..
911: 빨래방에 더 가까운 쪽인가요, 아니면 다른 쪽인가요?
신고자: 빨래방에 서서 두 집을 바라보면 왼쪽에 있는 집일 거예요.
911: (경찰들에게) 빨래방에서 두 집 중에 왼쪽 집. (반복)
신고자: 옆문.. 옆문이요.
911: (경찰들에게) 오른쪽으로 난 옆문이요. (반복)
신고자: 좋아요, 경찰분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911: 들리나요?
신고자: 네, 들려요.
911: 좋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요?
신고자: 네.
911: ..침실에서 나왔나요?
신고자: 아직요. ..문손잡이가 없어요. 밀어야..
911: 문에 손잡이가 없다고요?
신고자: 네.
911: 경찰관들 보이나요?
신고자: 아니요, 문을 좀 밀어보라고 전해주세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문을 밀라고 합니다. (신고자에게) 문 반대편으로 있나요?
신고자: 네, 그런 것 같아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당신들보고 문을 밀라고 합니다. 문손잡이가 없어요.
신고자: 그냥 밀라고 하세요. ..경찰분들 어디 갔죠?
911: 침실에서 나올 수 있나요?
신고자: 못 해요. 문에 손잡이가 없고, 그게.. (웅얼거리는 소리)
911: ..지금 무슨 소리 들리나요?
신고자: 옆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옆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신고자: 경찰분들 어디 갔죠? ..저 침실에서 나왔어요.
911: 나왔다고요?
신고자: 네.
911: 좋아요, 밖을 볼 수 있는 문으로 갈 수 있을까요?
신고자: (속삭이며) 네.
911: 예?
신고자: (속삭이며) 네.
911: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신고자: 잠겨 있어요.
911: 잠겨 있다고요? 문 앞이에요?
신고자: 네, 맞아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문 앞에 있어요. (신고자에게) 집의 오른편에 있는 문에 있는 거죠?
신고자: 네.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집 오른편 문에 있어요. 침실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신고자에게) 거기에 창문이 있나요?
신고자: 네, 거기로 밖을 보고 있어요. 다시 오라고 전해주세요.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신고자: 서둘러요, 서둘러!
911: (경찰들에게) 그녀가 서둘러서 다시 오라고 합니다.
신고자: 네, 경찰분들이 (목소리 불분명)하면 절 볼 수 있어요.
911: (경찰들에게) 잠겨 있어요. 문이 잠겨 있어요. (웅얼거리는 소리) 잠겨 있어서 그녀가 나올 수 없답니다. (신고자에게) 문을 어떻게든 열 수 없나요?
(경찰들이 돌입하는 소리)
경찰: 그 남자 어딨죠?
신고자: 침실에요!
(경찰들이 침실로 향하는 소리, 이어 과격한 언사와 함께 제압하는 소리)
이날 이른 아침, 신고를 받고 사이렌을 끈 채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들이 40세의 숀 그레이트를 체포하며 익명의 신고자를 구출하는 데에 성공한다.
헌데..
진짜 놀라운 사실이 다음날부터 연이어 밝혀진다.
구금 직후 애슐랜드 경찰국에 의해 8일 동안 진행된 33시간의 심문 과정에서, 그레이트가 첫날부터 자신의 범죄 연혁을 스스로 술술 털어놓다시피 했던 것.
이에 따르면..
그는, 분명한 연쇄살인마였다.
그레이트가 어떤 연유에서, 그리고 무슨 심경의 변화로 그러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겠지만..
체포 직후부터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악행을 털어놓으면서 소도시 애슐랜드의 수사 당국은 한동안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가택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납치 현장이었던 코버트 코트 363번지의 빈집에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이 여성은 일주일 전 현장 부근에서 펑크난 타이어를 수리하러 주유소에 들른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던 스테이시 스텐리(43)였다. 부검 결과, 그레이트의 자백에서처럼 사인은 손으로 목을 조른 액살이었다.
경찰은 365번지의 빈집에서 또 다른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한 달 전 지역 월마트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 상태였던 엘리자베스 그리피스(29)였다. 부검 결과, 그레이트의 자백에서처럼 사인은 손으로 목을 조른 액살이었다.
그레이트는 자신이 기거하던 빈집의 방과 벽장마다 천장까지 차오르도록 온갖 쓰레기, 더러운 옷가지, 박제 동물 등을 방치해 논 상태였고..
바로 그러한 쓰레기 더미 아래에서 두 여성의 부패한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과 경위 설명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레이트는 약 3개월 전인 2016년 6월경에 캔디스 커닝햄(29)이라는 여성 역시 살해했다고 털어놓는다.
당시 그는 약 20km 떨어진 이웃 도시의 한 빈집에서 사귀는 사이였던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으며, 직후 근방의 숲으로 데려가 그대로 시신을 유기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증거를 훼손할 요량으로 다시 해당 빈집을 방문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한편..
그레이트는 시신 유기 현장으로 직접 경찰을 안내하기까지 했으며, 그곳에서 경찰은 그의 말대로 목 졸려 사망한 채 부패가 진행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헌데..
그레이트의 악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숀 그레이트는 1976년 오하이오 매리언에서 태어났다. (사건 현장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
그레이트의 성장기 및 사춘기 시절 그를 사실상 양육하다시피 했던 8살 많은 누이(이복 or 이부)의 증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숀의 엄마는 어렸고 우리 세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았어요. 가정에 사랑과 양육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죠.
숀은 어릴 때부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 행동을 보이곤 했어요. 숀과 엄마와의 관계는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이였어요.
숀이 2살 때 엄마가 막 새 카펫을 깔았을 때에요. 숀은 샌드위치를 당장 먹기를 원했고 엄마는 기다리라고 했죠. 그러자 숀이 카펫에다 머스터드를 뿌려버렸죠. 언젠가는 팔에 깁스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게 화가 나선 여러 번 참지 못하고 스스로 풀곤 했어요.
숀은 난독증이 있어서 학습장애 때문에 유치원과 1학년 때 유급을 해야 했어요. 자신이 특수교육을 받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요. 정말 싫어했죠.
숀이 11살이던 무렵에 엄마가 아빠와 우리를 버리고서 남자 친구와 살기 위해 집을 나갔어요. 숀이 학교에 있는 동안 짐을 챙겨 떠난 거죠.
고등학교 땐 우수한 야구 선수였어요. 그러다 그만 투구 중에 팔에 골절을 입었죠.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종양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야구 선수를 그만두게 됐죠."
한편..
10대 시절 그레이트의 지인이었던 이는, 그가 수려한 외모에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모든 소녀들이 그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헌데, 18세 무렵부터 그레이트는 그간 내면에 쌓여 올바른 방식으로 해소되지 못했던 삐뚤어진 욕망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그나마 그를 붙들고 있던 운동 재능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곧 약물과 비행에 빠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엔 한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다 기소된 적도 있다. 여기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으나, 이후 5년간 지역사회 보호명령으로 감형된다.
그는 이성과의 관계에서 항시 지배적이고 통제적이길 원했으며 동시에 과도한 질투심과 폭력성이 수반하고 있었다.
18살 무렵 여자 친구의 목을 조른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20세 무렵엔 다른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있었는데 이 여자 친구는 반년간이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했을 정도였고, 23세 무렵은 임신한 다른 17세 여자 친구의 집에 침입해 목을 조르고 살해 협박을 저지른 적도 있는 데다, 그로부터 8개월 후엔 재차 같은 여성과 그녀의 여동생에게 정육용 칼을 든 채로 폭행한 기록까지도 존재한다.
이 마지막 사건으로 인해 그는 징역 4년형을 판결받고서 2003년 1월에 출소한다.
허나, 출소 후 9개월 만에 다시금 동일한 여자 친구에게 목을 조르고 가정폭력을 저지르며 7개월간 재차 수감된다.
결론적으로..
육아 방임으로 인한 유년기 및 사춘기 시절 교정되고 교화되지 못한 성정 및 환경적 요인들. 그러한 요소들이 성인이 되면서부터 즉각적으로 불씨를 나타내고 있었으나 여전히 그레이트에게는 변화의 기틀을 마련할 그 무엇도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또, 스스로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전형적이고 필연적이기까지 한 패턴.
그레이트는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며 주로 자존감이 낮거나 친절한 성품의 여성을 타겟으로 잡아 그들을 착취하는 식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2006년.
30세인 그레이트가 자신의 고향에서 첫 살인을 저지른다. (그의 자백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23세의 다나 로레이였다.
그레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방문 파매로 잡지를 팔고 있었는데, 어느 날 판매한 잡지가 배달되지 않자 그레이트의 엄마가 화가 났고, 이에 덩달아 그레이트 역시 화가 난 상태였다고.
그러던 중 길가에서 그녀를 마주치고는 어떻게든 꾀어내어 차에 태우고는 집 지하실로 데려가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한다.
루이지애나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오하이오 매리언에서 타향살이를 하던 그녀는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는 시신마저 외딴 쓰레기 처리장에 유기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인 2007년 3월, 개를 산책시키던 한 남성이 그녀의 유해를 발견하나 뼛조각 외엔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아 이후 9년 간이나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2016년 체포된 그레이트가 자신의 살인 연혁을 털어놓았지만, 이 2006년에 저지른 살인의 피해자에 대해 이름이 다나인 것밖에 모른다고 진술하면서, 2019년에야 비영리 자원봉사 단체의 도움을 통해 DNA 식별이 이뤄진다.
첫 살해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35세인 그레이트는 새로운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고 둘 사이에 딸이 생기기도 한다.
허나, 결혼 생활은 1년도 안 돼 파경을 맞이하고..
그레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절도, 장물 취득, 대마초 소지 혐의, 재물손괴, 양육비 미지급으로 기소와 수감이 번갈아 발생했다고 한다.
보통 연쇄살인마의 패턴은 첫 살인을 시작으로 정기적인 동일 범행이 이뤄지기에 10년 간 단 1건의 살인만이 발생했다는 가정에 의문들이 존재하기도 하나, 이 무렵 그레이트가 지속적으로 이성과 관계를 맺고서 착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응축되고 삐뚤어진 욕망이 발현될 틈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여타 연쇄살인마의 경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패턴)
2015년, 그레이트의 고향에서 차로 50분 거리인 맨스필드 지역에서 두 번째 살인이 벌어진다.
그레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한 바에서 알고 지내던 31세의 레베가 레이시가 몰래 자신의 지갑에서 40달러를 훔쳐 갔기에, 바깥으로 나와 몸싸움을 이어가다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이후 그는 시신을 집 지하실에다 잠시 방치했다가, 곧 지인의 차량을 빌려 그녀의 시신을 애슐랜드 지역의 우거진 숲에다 유기했다고 한다.
2016년 초여름.
그간 빈집들을 전전하던 그레이트는, 자신의 여자 친구 캔디스 커닝햄(29)과 한동안 거주하던 곳에서 쫒겨나게 된다. 임대료 지불 거부는 물론이고 각종 약물과 도벽, 여자친구에 대한 잦은 폭행(목 조르기)으로 인한 소란 등을 이유로 말이다. (40년간 약자들을 도와왔던 전직 네이비씰 출신의 집주인은 참다못해 둘을 내보냈다고)
이후 새로운 빈집을 찾아 그곳에서 지내며 며칠간 싸우기를 반복한 끝에, 그레이트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는 근방의 숲에다 시신을 유기한다. 이후 그는 증거를 훼손할 요량으로 다시 해당 빈집을 방문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이날에 대해 그레이트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시신을 언덕 위로 옮기는데 그녀가 죽은 후에 몸이 훨씬 더 무거워져 있더라고요."
이 두 번째 살인 직후 애슐랜드의 빈집을 아지트 화한 그레이트.
그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친근한 척 접근한 뒤 자신의 빈집으로 초대하는 시도를 이어갔고..
그렇게 8월과 9월, 각각 엘리자베스 그리피스(29)와 스테이시 스텐리(43)를 꾀어내며 액살 후 시신을 유기한다.
이후..
여느 연쇄살인마와 마찬가지로 살인 주기가 짧아진 그레이트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마주친 한 익명의 여성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성은 자신에게 호의를 드러내며 친절함과 다정함을 보이는 그레이트와 날마다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친분을 쌓아갔고, 반면 그레이트는 좀처럼 그녀가 자기 뜻대로 관계의 진전 및 집으로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서 본색을 드러내기로 한다.
하여..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혼전순결을 따르던 여성을 마침내 빈집으로 초대하는 데에 성공하면서(그레이트와 주로 성서에 대한 토론을 나누며 그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졌을 것)..
그레이트는 성경을 읽고 있던 그녀를 뒤에서 습격하며 폭행과 함께 목을 조르고는 결박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3일간 그레이트는 물리적 폭행, 겁박, 성폭행을 일삼으며 여성을 감금했고..
반항조차 할 수 없던 상황에서 여성은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고서 마침내 9월 13일 이른 아침, 그레이트의 휴대폰으로 몰래 911에 신고 전화를 한다.
이후 체포 직후 구금 상태에서 그레이트는 자신의 범죄 연혁을 나불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살인 피해자가 최종적으로 5명으로 밝혀졌고..
그는 23가지(강도, 강간, 납치, 살인, 시신 훼손 등)에 달하는 각종 중범죄 혐의로 기소되며 재판대에 서게 된다.
한편..
그레이트는 처음 구금 당시 때와 동일한 스탠스를 보인다.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변호사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담담하게 늘어놓고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자신이 결론적으로 5명의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맞으나 무죄라는 엉뚱한 주장을 하기도.
그레이트의 이러한 기행(?)에 대해 그 구조적 설계를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보고서가 존재한다.
재판대에 세워지면서 그의 변호인 측이 선정한 사건 정상참작 전문가인 신경심리학자 존 파비안 박사가, 2년간 그와 그의 주변인을 인터뷰하고 각종 검사를 진행한 기록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보고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정에서 특히 어머니와의 유대 및 애착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환상이 있었다고. 죽음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25가지 검사와 25시간의 면담 끝에 그는 지속성 우울장애, 상세 불명의 양극성 및 관련 장애, 복합적 아동기 트라우마로 인한 특정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 언어 관련 학습 장애, 경계선 지적 기능,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경도의 신경인지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대마와 같은 약물 사용 장애, 자기애적 특성 및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진단된다고 판단.
그의 지능지수는 83. 그동안 여러 문제를 겪어왔을 것. 그의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 비유하자면, 바퀴 4개짜리 차량에 3개만 지니고 있는 셈."
그레이트의 변호인 측은 다음과 같은 변론을 내놓았다.
"배심원 여러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숀 그레이트의 행동이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일지 자문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의사처럼 그레이트에게 약물 주사 치료에 대한 처방전에 서명하기를 원합니다.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그저 새로운 시신을 더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사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또 다른 살인일 뿐이니까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가 그에겐 사실상 사형 선고와 같습니다. 감옥에서 죽을 것이니까요. 따라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적절한 형량이라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에 검사 측은 다음과 같은 변론을 내놓았다.
"배심원 여러분. 여러분의 평결은 결코 살인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레이트에게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그는 재판을 통해 적법적인 절차를 보장받은 결과인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그러한 적접적인 절차를 누렸던가요? 결국 이 모든 게 그레이트 자신이 적법적인 절차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변호인 측이 사형 선고를 살인이라고 묘사한 것은 법원과 여러분을 모욕하는 겁니다. 살인과 법 사이에는 핵심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적법적인 절차 말입니다. 이 재판은 적법적인 절차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레이트와 같은 성장 환경에 놓였던 그의 누이는 일정한 직업을 유지하며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에 진행된 25가지 검사와 25시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게 됐죠?
글쎄요, 그는 어린 시절 특수교육반용 버스에 타는 게 싫었고 그래서 우울했답니다. 어쩌면 기분 장애가 있었을 수도 있겠죠. 언어 능력에 결함이 있고요. 대마초를 피웁니다. 반사회적이고, 스스로 엄마랑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사건 자체보다 훨씬 더 중히 여겨져야 하리라곤 믿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해당 사건의 가중 처벌 사유에 맞서기엔 그 중요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 사유가 이러한 정상참작 사유보다 더 중하다고 판단된다면, 배심원 여러분은 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그렇게..
배심원단에게는 25년형에서 종신형, 30년에서 종신형, 가석방 없는 종신형, 그리고 사형이라는 네 가지 선택지가 주어줬다.
최종 결과는..
사형 선고였다.
에필로그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면서도 끝내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바가 없다.
그저 50대 50으로 살인의 순간을 후회한다고 언급했을 뿐, 살인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넘기는 듯한 언산을 보이기도 할 정도.
그가 감옥에 갇혀 내비친 유일한 사과는, 기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씨가 엉망인 점을 사과한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에필로그 2
재판 결과에 따라 2018년 9월 13일, 숀 그레이트의 사형집행일 정해진다.
헌데, 대법원 상고 계류로 인해 집행이 보류되고..
2020년 12월 항소에서 패소하며 2025년 3월 19일 사형집행일이 잡힌다.
헌데..
또다시 항소 진행으로 인해 집행이 연기되면서..
숀 그레이트는 약 보름 후 감옥에서 49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될 예정이다.
참조
<Ashland Source/Grate jury considers death penalty in sentencing phase> Courtney McNaull
<Mansfield News Journal/Will suspected serial killer Shawn Grate get the death penalty? Jury begins deliberations> Mark Caudill
<Mansfield News Journal/Witness: Shawn Grate assaulted me 'in every way imaginable'> Mark Caudill
<Mansfield News Journal/Shawn Grate: A cold-blooded charmer>
<Mansfield News Journal/Shawn Grate has had many run-ins with law>
<The Washington Post/‘He’s obviously a serial killer’: Deaths of at least 5 women now linked, probed by Ohio police> Fred Barbash
<The Washington Post/‘I’ve been kidnapped’: Agonizing 911 call leads to 3 bodies, a terrified woman and a captor> Fred Barbash
<The Washington Post/The twisted confessions of Shawn Grate, who says he killed 5 women> Fred Barb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