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천 대의 차량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현상
워싱턴주 북부에서 지역 한정 기물 파손 행위로만 보였던 자동차 앞 유리 및 창문 파손 사건이 이제는 퓨젓사운드(주: 워싱턴 서북부의 만灣, 많은 섬 도시가 자리하고 있음) 지역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손상된 앞 유리와 창문에 붙어있던 미스터리한 가루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이 물질은 단순히 바람에 의해 퍼진 것일 수 있으며 따라서 경찰 사건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방(및 주) 관련 기관들이 비상사태에 준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도록 지시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 사건 당시 시애틀 시장 앨런 포머로이가 워싱턴 주지사 아서 랭글리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 보낸 긴급 전문電文
처음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1954년 3월 말이었다.
미국 워싱턴주 북서부의 벨링햄 지역에서였는데, 한 주민의 자동차 앞 유리로 작은 흠집이 발견된 것이다. 처음 신고를 받고서 차량을 확인한 경찰은, BB탄을 사용한 기물 파손범의 소행으로 여겼다.
허나..
사건의 전말은 그렇지 않았다.
첫 신고로부터 일주일 사이.
벨림햄에서 남쪽으로 40-60km 떨어진 세드로울리와 마운트 버넌 지역의 몇몇 주민들로부터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 내용은 동일했다.
차량 앞 유리에 구멍, 흠집, 찍힌 자국과 같은 손상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벨링햄에서 남으로 내려오며 그같은 짓을 벌이고 있던 것일까?
4월 둘째 주.
마운트 버넌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피달고섬의 아나코티스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차주들이 자신의 차량 앞 유리에서 전에 없던 흠집을 발견한 것이다.
한편..
아나코티스 지역의 법 집행 기관들은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갔다. 지역의 법 집행관들이 범인을 잡고자 현장으로 급파됐으며, 지역의 다리를 내려 도로 차단선을 설치했고, 오가는 모든 차량의 운전자 및 동승자를 철저하게 조사한 것.
허나..
소용없었다.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을뿐더러..
아나코티스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오크 하버 지역에서도 이 미스터리한 현상이 보고된 것.
게다가 놀랍게도, 이번 현상은 해군 항공 기지 내의 차량들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약 75명의 해병대원이 5시간에 걸쳐 기지와 그 주변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수색을 펼쳤으나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도대체, 범인은 얼마나 신출귀몰하단 말인가?
헌데..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신고 접수 건을 확인한 결과, 이때까지 벨링햄에서 오크 하버 지역에 걸쳐 2,000대 이상의 차량에서 동일한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모두 차량 앞 유리에서 미스터리하게도 전에 없던 작은 구멍, 흠집, 찍힌 자국과 같은 손상이 생겨났다.
그래도 확실한 것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보름간 반경 100km 넘는 곳에서 그같은 수의 차량에 동일한 흔적을 남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미스터리한 현상이 점차 경로를 남쪽으로 이동해 이제 워싱턴주를 넘어 시애틀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954년 4월 14일.
시애틀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역 바로 위에서 미스터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이 점차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을 조간신문 1면을 통해 접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애틀 주민들은 반신반의하거나 그저 흥밋거리로 여기는 게 대다수였다.
헌데..
이날 오후 6시경, 한 주차장에서 세 대의 차량주로부터 앞 유리에 손상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그리고 오후 9시경을 기해서는 동일한 손상 신고가 물밀듯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운전자들은 아예 길가에서 경찰차를 멈춰 세우고는 차량 앞 유리의 손상을 하소연할 정도였다.
시내 근방 주차장이나 차량 판매점에서 할 거 없이 이러한 손상 신고가 접수됐으며..
심지어..
경찰서 앞으로 주차된 경찰차에도 해당 현상이 발생했다.
하여..
이날부터 당혹감과 분노에 찬 차주들의 신고 전화 공세로 인해 추가 인력이 경찰서로 투입되는 지경에 이르른다.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차량 앞 유리로 나타나는 이 미스터리한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서 오히려 그 세를 늘려갔다.
마치, 전염병처럼.
1954년 4월 15일.
이 미스터리한 차량 앞 유리 현상은 경찰 신고 접수건만 3,000건에 달할 정도였다.
들불마냥 남으로 남으로 퍼져나가는 이 기현상에 하지만 법 집행 기관들은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현실에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도 잡을 수가 없었다.
특이한 목격 케이스도 생겨났다.
일부 차주는 유리에서 마치 거품처럼 부푸는듯한 현상 이후 그러한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차주는 손상이 발생한 차량 근방으로 이상한 작은 알갱이들을 발견했다. 이러한 알갱이들은 연필을 가까이 대보면 격렬한 반응을 보였는데 볼펜을 들이댈 때는 그렇지 않았다.
한편..
상황이 이렇자, 시애틀 시장 앨런 포머로이는 워싱턴 주지사 아서 랭글리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 긴급 전문電文을 보낸다.
워싱턴주 북부에서 지역 한정 기물 파손 행위로만 보였던 자동차 앞 유리 및 창문 파손 사건이 이제는 퓨젓사운드(주: 워싱턴 서북부의 만灣, 많은 섬 도시가 자리하고 있으며 문제의 현상이 번진 아나코티스와 오크 하버도 여기에 속함) 지역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손상된 앞 유리와 창문에 붙어있던 미스터리한 가루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이 물질은 단순히 바람에 의해 퍼진 것일 수 있으며 따라서 경찰 사건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방(및 주) 관련 기관들이 비상사태에 준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도록 지시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한 워싱턴 주지사 랭글리는 발 빠르게 워싱턴 대학교에 연락, 해당 현상을 조사할 과학자위원회 구성을 요청한다.
그리하여 환경연구, 응용물리학, 화학, 물리학 실험실 및 기상학과 소속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차량 84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피해가 지나치게 과장된 경향이 있음. 대부분은 '정상적인 주행 환경에서의 차량 앞 유리에 작은 물체들이 부딪힌 결과'일 가능성 높음."
한편..
이에 대해 킹 카운티(시애틀이 속해있는 카운티)의 할란 캘러한 보안관은 다음과 같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다.
"내 부관들이 카운티 전역에서 15,000대가 넘는 차량을 조사했소. 그중 3,000대가 넘는 차량에서 문제의 손상을 발견했고 말이오. 이 정도 수준의 피해가 일반적인 도로 이용에서 발생했다고는 설명될 수 없소."
도대체..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차량 앞 유리의 미스터리 현상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주민에게 실제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뜨거운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바로, 다음과 같이.
불량배들의 소행인가?
: 개인 또는 집단 그룹의 불량배들이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님. 현실적으로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뛰어넘었음.
사건 무렵 있었던 남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방출된 방사능이 차량 앞 유리를 가격?
: 경찰 인력이 가이거 계수기로 앞 유리 및 앞 유리 만진 사람들을 검사했으나 검출되지 않음
시애틀 북쪽의 짐 크릭 해군 라디오 방송국(태평양 함대의 잠수함에 단방향 명령 전달이 주요 임무)에서 신형 100만 와트 라디오 송신기가 전자 진동을 야기하며 유리 내의 물리적 진동을 변환시킨 것.
: 차량 앞 유리가 송신기의 주파수와 일치하려면 그 폭이 수 km 수준이어야 하며 정작 짐 크릭에서는 차량 앞 유리 미스터리 현상이 보고되지 않음.
몇몇 목격자들이 눈앞에서 유리가 거품처럼 부풀었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유리에 박힌 모래벼룩 알이 부화했던 것.
: 일시에 수많은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 그같은 부화현상이 발생하기까지의 경과가 있었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태양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 불가사의한 대기 현상, 초음속 음파, 핵폭탄 실험에서 발생한 비방사성 산호 파편, 지구 자기장의 변화 같은 거 아님?
: 합리적&이론적 설명 불가능.
사건 현장들은 캐스케이드 산맥과 맞닿아있음. 캐스케이드 산맥은 케네스 아놀드가 1947년 6월경 최초로 UFO 편대 비행을 목격한 장소.
: 합리적&이론적 설명 불가능.
한편..
해당 현상을 두고서 갖가지 공상에 가까운 주장들이 확산되던 가운데..
당국과 협력하며 조사에 나섰었던 워싱턴 대학교의 화학자 D. M. 리터 박사는 이렇게 일갈한다.
"말도 안 되는 허튼 소리들입니다! 제 지식으론 말입니다, 차량 앞 유리에 그처럼 비정상적인 파손을 일으킬 가정들은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과연..
이중 어떤 주장이 해당 사건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시애틀 경찰국의 집요한 추가 조사..
그리고 시애틀 경찰 범죄 연구소의 피해 보고 분석..
이 두 가지로 인해 기상천외했던 해당 미스터리 사건도 해답이 들쳐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답이란..
바로,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였다.
시애틀 경찰국의 추가 조사 결과, 차량의 앞 유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던 미스터리한 손상 및 흠집은 대부분 오래된 차량에서 보고됐음이 확인됐다.
즉, 드물게 화제가 된 해당 사건을 모방한 기물 파손 사례를 제외하고는 오래된 차량들의 앞 유리에서만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장기간의 주행으로 인해 본디부터 차량 앞 유리에 미세한 손상 및 흠집이 존재했었고, 언론을 통해 사건이 화제 되면서 너나 할 거 없이 차량 앞 유리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전부터 존재했던 손상 및 흠집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거나 신경 쓰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발족됐던 과학자위원회는 "피해가 지나치게 과장된 경향이 있음. 대부분은 '정상적인 주행 환경에서의 차량 앞 유리에 작은 물체들이 부딪힌 결과'일 가능성 높음."라는 보고를 내놨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방증으로 그러한 손상 및 흠집이 거의 모두 차량 뒷 유리가 아닌 앞 유리에 발생했음을 들었다.
한편..
이와 같은 과학자위원회의 보고에 대해 킹 카운티(시애틀이 속해있는 카운티)의 할란 캘러한 보안관은 "내 부관들이 카운티 전역에서 15,000대가 넘는 차량을 조사했소. 그중 3,000대가 넘는 차량에서 문제의 손상을 발견했고 말이오. 이 정도 수준의 피해가 일반적인 도로 이용에서 발생했다고는 설명될 수 없소."라고 반박했었다.
허나..
15,000대의 차량 중 '연식이 오래된 차량 앞 유리에서 미세한 손상 및 흠집이 발견'될 확률로 20%의 수치는 결코 비현실적인 수치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당시는 아직 강화 유리를 곡선으로 제작할 방도가 없었던 시기이다.
추가로, 당시 유리에서 해당 현상이 발생한 건 모두 차량에서만 해당됐으며 가정집 등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조사 결과 차량 판매점에서의 신형 차량에서도 그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말인즉슨..
해당 현상의 진짜 원인은 차량 앞 유리의 수명 기간 동안 예상되는 정기적인 마모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결국..
1945년 4월 17일, 시애틀 경참 범죄 연규소는 다음과 같은 보고를 발표했다.
"해당 현상의 5%는 지역 불량배 소행이었으며, 95%는 지역 주민들의 히스테리로 구성된 사건입니다."
또, 1945년 6월 10일엔 워싱턴의 과학자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러한 일련의 '전염병' 기간 동안 몇 분 또는 몇 시간 만에 차량 앞 유리에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한 구멍이 생겼다는 내용이 상당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관찰을 통해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실제로 관찰된 사실들은 이러한 주장과 상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워싱턴주 일부를 히스테리 상태에 빠뜨렸던 해당 사건은..
위와 같은 발표가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소리 없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해당 사건은 이후 집단 히스테리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글을 읽은 여러분에겐 아직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어째서 1954년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에 한정해서 그같은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했던 것일까? 왜 이전에도 그 후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일까? 어째서 워싱턴주 일부 지역에 한정해 그러한 현상이 벌어졌던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 당시는 아직 강화 유리를 곡선으로 제작할 방도가 없었던 시기이다. 따라서 유리의 강도가 제법 민감했으며 설상가상 수직 형태나 마찬가지라 각도상 앞에서 날아오는 잔해물 및 부유물의 충격에 더 직접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세계 대전이 모두 끝나고서 195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에선 고속도로 시스템의 본격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 교통부의 데이터상 미국인들은 세계 대전 이전보다 배에 가까운 주행을 하게 됐다.
말인즉슨, 더 많은 차량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튕기어 나온 도로의 잔해가 뒷차 앞 유리에 종종 손상을 입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대두되던 순간..
그리고 어느날 특정 지역의 언론에서 소개되는 현상..
당연히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론 자연스레 하나둘 해당 현상에 휘말리며 가벼운 히스테리 상태에 빠지게 된 것. (차량 앞 유리가 부풀어 오르며 손상 및 흠집이 발생했다는 일부 주장과 같은 심화된 현상 역시)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
문제의 현상이 발생한 차량 앞 유리와 그 부근으로 발견됐던 작은 알갱이들의 정체는?
연필을 가까이 대보면 격렬한 반응을 보였는데 볼펜을 들이댈 때는 그렇지 않았던 작은 알갱이들 말이다.
조사 결과..
문제의 알갱이는 역청탄의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던 작은 입자로 밝혀졌다.
역청탄은 쉽게 말해 화력 발전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휘발성 물질의 석탄으로, 당시 수년간 시애틀 상공을 떠다니던 입자들을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서 그제서야 사람들의 시야 및 관심에 들어오게 된 것.
이렇듯 해당 사건은 집단 히스테리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가 있겠다.
헌데..
비단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집단 히스테리의 뒷받침에는 언론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이렇듯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작용하며 언제든 평소완 달리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참조
<History Link/Windshield pitting incidents in Washington reach fever pitch on April 15, 1954.> Alan J. Stein
<National Public Radio/The Windshield-Pitting Mystery Of 1954> Linton Weeks
<Seattle Met/What Pitted Seattle’s Glass?> James Ross Gard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