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있었던 기괴한 여대생 실종 사건
2004년 2월 9일 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 하나, 가장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곳 중 하나, 그리고 서늘한 기후와 산악 지형으로 인해 겨울 스포츠로도 유명한 지역.
이 사건은, 바로 이런 뉴햄프셔에서 발생한 기상천외한 실종 사건이다.
뉴햄프셔 112번 국도.
이 뉴햄프셔 북부를 가로지르는 90km 길이의 주립 고속도로는, 미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화이트 마운틴(뉴햄프셔주 북부와 메인주 서부에 걸친 산악지대)의 핵심 구역인 국유림 중심부를 통과하는 국도다.
해당 국도는 여러 역사적 건축물과 절경의 산악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단풍을 보고자 가을 동안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4년 2월 9일, 밤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인구수 1,000에 불과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소촌인 헤이버힐의 우즈빌.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굽이굽이 이어진 112번 국도 모퉁이 외곽으로 차량 하나가 길을 이탈해 70-80cm 높이의 눈더미에 파묻힌다.
급격한 커브 길에서 벗어나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였고, 표시등이 깜빡이는 차량으로 운전자인 듯한 여성이 있었다.
밤 7시 27분경, 상황을 지켜보던 부부 하나가 지역 보안관 사무소에 전화해 차량 하나가 도랑에 빠진 것 같다며 신고한다.
같은 시각, 마침 현장을 지나가던 마을 주민 하나가 차량을 세우고서 사고 차량으로 다가선다. 주민은 추위로 떨고 있던 여성에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겠노라 말한다.
그러자..
여성은 자신이 이미 미국 자동차 협회(약칭 AAA, 가입자에게 차량 구호 등의 서비스 제공)에 전화했다며 경찰에 전화하지 말라고 반응한다.
이에 주민이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는 근처 자신의 집에 당도해 911에 신고한다.
밤 7시 46분경, 헤이버힐 지역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그곳엔 빈 차량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사라졌다.
꽁꽁.
오래도록.
그녀의 이름은 마우라 머레이, 2004년 실종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던 21세의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사건 현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사건과 관련한 세부 내용들의 기괴함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대표적으로 화자되는 장기 미제 실종 사건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미디어를 비롯해 각종 플랫폼의 컨텐츠로 제법 널리 전파된 이야기이다.
헌데..
국내에 퍼진 이야기 모두 해당 사건의 본질과 그 디테일을 제대로 쫓고 있지 못하며..
설상가상으로..
으레 미제 사건이 발생하면 뒤따르는 '커뮤니티 및 포럼 또는 사설탐정들의 진위가 입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과 음모론'이 해당 사건에서도 역시나 존재한다.
문제는, 여느 미스터리&음모론 컨텐츠와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에서 이미 한 차례 소비됐던 풍문들이 마치 진위가 확인된 양 필터링 없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퍼져있다는 것이겠다.
이러한 음모론적 소비와 '과격한' 추리들이 난립한 데에는..
수사 당국이 원칙적으로 진행 중인 수사 건에 대해(특히 범죄 가능성을 내포한다면 더욱더) 공개로 인한 법 집행 절차의 방해를 이유로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사건 발생지인 뉴햄프셔 지역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대표적으로 보수적이고 원론을 따르는 입장인 것이 한몫하겠다.
따라서, 뉴햄프셔 지역의 법무장관실에 보관 중인 약 2,500건의 사건 관련 기록 대부분이 비공개 처리 중이다.
물론, 여느 미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해당 사건 역시 자극적인 음모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저널리스트의 출간물이나 르포 취재물이 인터넷상에서 조명을 받고 있어..
하여..
지금껏 소개한 여타 다양한 주제의 컨텐츠에서처럼, 해당 사건 역시 이상한 옴니버스에서 보다 제대로 된 정보와 교차 검증된 디테일로 드라이하게 구성을 해보고자 한다.
실지 수사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공개한 사건 관련 자료(말했듯, 해당 사건은 엄격하게 비공개 처리 및 보도관제가 이뤄져 왔음), 실종자 가족이 지금껏 푼 정보, 그리고 사건 무렵 수개월간 현지에서 취재하고 실종자 가족과 만남을 가졌던 르포 기자들의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말이다.
정확히는..
실종자 주변인들의 공식적인 발언, 사건이 있었던 지역 카운티 보안관 부서 기록물, 해버힐 경찰 사고 보고서 및 보도 자료, 뉴햄프셔 대법원 판결문, 그리고 현장 및 사건 직간접 관계자를 취재했던 지역 언론과 범죄 사건 전문 르포 미디어가 해당하겠다.
그리고 입증되지 않았거나 사실에 반하는 '실종자를 둘러싼 과격하고 선정적인 주장 및 음모론들'을 내세우며 그간 인터넷상에 뿌리 깊게 전파됐던 특정 저널리스트의 서적&전직 수사 관계자&사설탐정의 논조는 배제했음을 먼저 알린다.
마우라 머레이는 1982년 5월 4일, 미국 매사추세츠의 전형적인 아일랜드 가톨릭 가정에서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마우라는 매리의 아일랜드 어형)
마우라는 보스턴 근방의 인구수 1만 이하인 작은 마을 핸슨에서 자라났다. 그녀가 6살이던 무렵 부모(부친은 핵의학 분야에서 일했고 모친은 간호사였음)가 이혼하며 모친 쪽과 생활했는데,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친과 활발하게 왕래하며 사이가 돈독했다고 한다. (모친의 재혼으로 이복 남동생이 하나 생김)
마우라의 형제자매들은 서로 사이가 각별했으며, 특히 마우라는 언니들과 더 가까웠고 바로 위 두 살 언니인 줄리와는 마치 동반자이자 경쟁자처럼 성장기를 보냈다. (첫째 오빠와 마우라는 나이 차이가 12살이나 났음)
마우라의 형제자매들은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이어오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종종 하이킹에 동참하곤 했다. 특히, 마우라와 줄리는 부친과 함께 뉴햄프셔의 산들로 자주 캠핑이나 하이킹을 갔었다고. (뉴햄프셔의 화이트 마운틴은 두 자매의 제2의 고향이었을 정도라고)
한편, 부친이 보스턴 마라톤(미국 내 대표적인 마라톤 대회) 출전을 대비해 훈련하던 것을 계기로 마우라와 줄리는 육상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소녀들은 육상에 재능이 있었다. 지역 신문에 지속적으로 실리며 좋은 기록을 갱신해나갔고, 마우라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2마일(약 3.2km) 달리기 부문에서 11분 20초라는 훌륭한 기록을 세우던 이른바 육상 스타였다.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남녀 급우 모두 그녀를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고, 2마일 달리기에선 전국 33위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단다. 크로스 컨트리 부문에선 지역 최고의 선수였다고도 한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를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으며 아주 의욕적인 성취자라고 설명한다. 특히나 육상 트랙 위에서는 맹렬한 기세를 자랑했다고.
마우라는 공부 머리도 좋았다. 2000년 기준으로 SAT에서 1,420점을 획득한 데다 고등학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포츠 기록을 보유했기에 하버드나 예일대와 같은 명문대에 초청 입학이 가능했을 정도다.
허나..
그녀는 상원의원의 지명을 받아 웨스트 포인트 밀리터리 아카데미, 즉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다.
그녀가 미국 육군의 장교 양성 기관이자 4년제 엘리트 사관학교로 입학을 결심한 데에는, 한발 앞서 이곳에서 교육 이수 중이던 줄리의 영향이 컸으리라. 줄리 역시 그걸 느꼈다고.
그렇게 마우라는 가장 가까운 인생의 파트너였던 줄리를 따라 군인으로의 길을 걷..
는가 싶더니, 3학기 동안의 화학 엔지니어 교육을 끝으로 중단하게 된다.
다른 어떤 군사 기관보다도 도전자들에게 냉혹하고 악명 높은 미 육군사관학교였기에, 비록 자립심이나 신체적으로 뛰어난 수준이었던 마우라였으나 다소 내향적인 데다 정신적으로 그러한 수준의 엄격함에 준비되지 않아 매일이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녀의 언니 줄리는 언젠가는 마우라가 홀로 흐느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충격과 함께 동생이 군인의 길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편 과연 이게 자신의 길이 맞는지 고민했을 터인 그녀는, 2001년 여름경 중대한 행동 강령 위반을 저지른다. 훈련 원정 도중 그곳의 상점에서 5달러 상당의 화장품을 훔쳤던 것이다.
생도 신분이었던 그녀가 어째서 무슨 연유로 그같은 비생산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를 저질렀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그때껏 그녀의 정신이 꽤나 몰려있던 것이라곤 추정이 가능하겠다.
그렇게..
엄정한 명예 규율 위반에 따른 징계 위원회에 회부된 그녀는, 한발 앞서 자진 편입 형식으로 고향의 명문 주립대인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간호대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어쩌면..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빌려 이유있는 퇴교를 하고자 했던 것일까?
혹은, 스트레스로 인해 충동적이고 방어기제적인 행동을 취한 끝에 그렇게 처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자 했던 것일까?
마우라는 당시 가게를 나서자마자 보안 담당자에게 붙잡혀 실토했는데, 함께 있던 동기에 따르면 그녀가 물건을 훔친 지도 몰랐고 붙잡힌 순간 얼굴 전면으로 공포에 질린 채였다고 한다.
직후 언니인 줄리가 마우라에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느냐고 묻자, 마우라는 그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떨구고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단다.
당시 이러한 수준의 좀도둑질 행위로는 퇴교 가능성이 거의 없었으나, 어쨌든 마우라는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참고로, 바로 이러한 징계 절차 과정에서 마우라는 남자 친구인 빌리를 만나 데이트를 이어갔다.
간호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이어가며 그녀는 잘 적응해나갔다.
언제나 우등의 성적을 유지했고, 임상 실습을 위한 유망한 자리를 꿰찼으며, 운동도 즐기고 부친과의 하이킹도 다시금 즐길 수 있었다. 또, 빠르게 가까워진 친구 둘(케이트, 사라)와도 종종 작은 파티를 열며 친교를 쌓았다.
그러던 2003년 11월이었다.
대학 기숙사생 하나가 자신의 크레딧 카드에서 결제하지 않은 건들이 빠져나갔다며 지역 경찰에 신고했고, 이에 경찰은 지역 피자 체인점 3곳에서 총 5건의 주문이 마우라의 기숙사 방으로 배달됐음을 확인한다.
하여..
11월 3일, 마우라가 또다시 도용한 카드 번호로 피자를 주문하자 수사 대기 중이던 경찰이 배달 기사와 협력해 그녀의 기숙사 방으로 향한다.
여기서 마우라가 청구서에 서명하는 순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최초 심문에서 마우라는 기숙사 공용 쓰레기 처리실에서 발견한 영수증에서 카드 번호를 발견하고는 이후 피자집들에 전화 주문 시 해당 번호를 도용했다고 시인한다.
허나, 경찰이 그러한 영수증에는 번호 일부만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궁지에 몰린 마우라는 번호 전체와 이름을 메모한 수첩을 건넨다.
이후 머레이는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피해 금액을 변제 의사를 밝히나, 끝내 어떠한 경로로 번호 전체를 입수했는지와 서면 진술서 작성을 거부한다.
(카드 소유주 이름과 일부 번호를 통한 인위적 계정 접근 방식 등으로 알아냈을 가능성이 있으며, 혹은 자주 음식을 시켜먹고서 영수증을 그대로 버리던 피해자의 습관을 통해 퍼즐 짜맞추듯 정보를 획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충동이 아닌 계획범죄가 되기에 죄의 경중을 위해 축소 진술했을 가능성 있겠음)
만년 우등생이었으며 초범인 데다 총 6건의 절도액이 79.02달러에 그쳐(250달러 미만 혐의), 그녀는 2003년 12월 16일 벌금형과 더불어 3개월간 보호 관찰 후 조건부 혐의 기소 취소 판결을 받는다.
이러한 혐의는 훗날 간호 분야에 진출할 계획인 사람에게 있어 채용 과정에서의 신원 조회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실종 직전 '첫 번째' 시련이었다.
2004년 2월 5일 목요일.
몰아치는 눈보라로 대학 내 모든 수업이 취소된 날이었다.
당시 마우라는 대학 기숙사 보안 부서에 소속된 학생 근로자로, 파트 타임 형식으로 신입생 기숙사 로비 보안 데스크에서 출입 통제 및 보안 업무를 맡고 있었다. (캠퍼스 미술관에서도 워크 스터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하고 있었음)
이날 그녀는 밤 7시부터 새벽 1시 45분까지 보안 업무가 예정돼 있었다.
규칙상 업무 중 휴대폰 사용이 금지였으나 어느 곳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지켜지던 규칙은 아니었고, 마우라는 밤 9시 9분과 55분에 남자 친구였던 빌리에게 1분 미만의 일상적인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마우라는 육군사관학교 당시 동기였던 빌리와 연이 닿아 만나게 됐으며, 이후 가족 간의 여행과 방학 및 휴가 시즌마다 왕래도 하는 소위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빌리가 모친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을 선물했을 정도)
정리하자면..
둘은 2001년 육군사관학교에서 동기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이후 마우라가 매사추세츠의 대학 기숙사로 적을 옮긴 반면 빌리는 무사히 졸업을 하며 소위로 임관 후 사건 당시 오클라호마 포트 실 군사 기지에서 포병 장교로 훈련 중이었다.
매사추세츠의 대학과 오클라호마의 군사 기지는 약 2,900km나 떨어진 곳으로 둘은 자연스레 휴가나 방학 시즌에 만남을 이어가는 장거리 커플이 됐다.
다시 돌아와..
이어 밤 10시 10분경부터 약 28분간, 마우라는 첫째 언니인 캐슬린과 전화 통화를 한다. 평소 그녀는 언니들과 자주 일상적으로 통화를 하며 소위 '여자 이야기'를 즐겨 나누곤 했다.
허나, 이날의 통화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어갈 통화는 아니었다.
당시 알코올 중독 문제로 재활 시설에서 막 퇴원한 캐슬린과의 통화였는데, 약혼자가 캐슬린을 데리고서 주류 판매점에 들르는 뻔뻔한 짓을 자행한 것에 대한 하소연을 하며 동생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가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을 통해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직후, 마우라는 언니 캐슬린의 문제에 깊게 공감하게 됐는지 다소 혼란스럽고 속상한 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자정을 넘은 새벽 12시 7분경부터 남자 친구와 7분간의 통화를 했는데, 무슨 내용을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우라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심리적 위안을 얻고 싶어 했을 것으로 추측)
새벽 1시가 넘어 보안 부서의 모니터링 및 직원 지원 업무를 맡고 있던 상사가 마우라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마우라를 찾아갔을 때, 마우라는 무기력하고 공허한 상태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마우라는 훌쩍이기만 하며 다음과 같이 중얼거릴 뿐이었다고.
"제 언니가.."
한편..
마우라가 남은 시간을 채울 수 없겠다고 판단한 상사는 하릴없이 그녀를 기숙사 방까지 데려다준다.
훗날..
문제의 통화를 했다던 캐슬린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사안이 아니었으며, 특히 동생이 평소 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통화 후 그런 감정에 빠졌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나, 친동생으로서 그간 언니의 이어진 중독생활을 접해왔던 입장이라면 분명 당사자보다 더 쌓여왔을 감정이 참지 못하고서 새어 나왔던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재활 시설에서의 퇴교 후 곧장 중독이 재발하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특히, 마우라는 그간 섭식 장애를 앓고 있었기에 언니의 중독생활에 더욱 더 공감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간 인터넷상에선 그저 '재활 시설에서 막 나온 언니에 대한 걱정, 약혼자와의 트러블' 정도로만 알려졌으나 비교적 최근 친언니 줄리의 팟캐스트에선 보다 어두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우라의 당시 심정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겠다.
또는 마침 그러한 속상함 와중에 장거리 커플인 남자 친구와 통화에서 무언가 서운하거나 섭섭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고, 위로조로 다가오는 상사에게 차마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기엔 눈치가 보여 가족 문제를 앞세우려던 것일 수도 있겠고 말이다. (남자 친구 빌리에 의하면 통화에서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하며, 역시나 언니 캐슬린과 그 약혼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 그간 속앓이를 하던 게 있었던 듯)
이날 새벽 3시 40분경, 마우라는 지역 피자 체인점인 도미노 피자에 전화를 건다. 해당 피자 체인점은, 2003년 크레딧 카드 번호 도용 사건 당시의 피해 지점 중 하나였다.
통화내역에서는 마우라가 2분간 통화를 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통신사의 분 단위 올림 계산 특성상 1분 1초 이상의 통화를 의미한다.
당시 해당 피자 체인점은 당연히 영업 마감 시간 이후였고, 1분이 넘는 통화 기록상 마우라는 해당 지점의 전화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이러한 안내 메시지의 길이는 1분 미만이었을 것이므로 아마 시대적 특성 및 지역 친화형 소규모 프랜차이즈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안내 메시지가 모두 끝나고서 음성 메시지(주문 예약, 컴플레인, 구인 문의 등)를 남길 수 있는 구간까지 도달했으리란 추측도 가능하겠다.
참고로, 2월 5일 0시 및 0시 10분경에도 해당 피자 체인점 앞으로 각각 5분과 3분의 통화 기록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학생을 주 고객으로 삼던 대학가 지역이었기에 새벽 이른 시간까지는 심야 영업을 했던 게 아닐까 추측된다.
허나 1분대의 통화 길이와 새벽 3시가 넘어서까지는 영업이 이뤄졌으리라 보기 힘들다는 사실로 미루어, 마우라가 어째서 잠 못 이루고서 이미 마감한 피자 체인점에 전화를 걸었느냐는 의문이 존재한다. 혹여나 영업 중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라면, 마감임을 알리는 안내 메시지 이후 1분 넘도록 수화기를 붙들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저, 별거 아닌 한 개인의 의미 없는 행위를 구태여 확대해석하는 것에 불과할까?
아니면, 이건 그녀의 당시 혼란스러운 심리를 극적으로 대변해 주는 기록물인 것일까?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친언니 줄리의 추측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해 섭식 장애 증세가 올라와 통제력을 벗어난 행위를 했던 것 같다고. 그녀는 동생이 이로 인해 폭식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단다.
여하튼지건..
그녀의..
실종 직전 '두 번째 시련'이었다.
2004년 2월 6일 금요일.
전날의 폭설이 끝나지 않아 이날 역시 모든 수업이 취소된다.
이날 마우라의 행적에 특기할 만한 사항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녀 역시 다른 기숙사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내에서 하루를 보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화 통화 내역을 살펴보자.
새벽 3시 40분경 도미노 피자로의 전화 통화 이후 오후 6시 13분경 수신 전화로 걸려 온 통화를 17분간 이어갔다고 나온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Rate/Type에서의 표기로 보아 핸드폰으로 걸어온 것이며 남자 친구 빌리일 가능성도 있겠다.
이후 저녁 7시 1분경 음성사서함을 5분간 확인했고, 8시 11분경에는 핸드폰 발신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3분간, 9시 52분경 남자 친구와 1분(길이로 보아 통화가 여의치 않아 음성메일로 넘어간듯), 9시 53분경 핸드폰 발신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8분간(시간대로 보아 음성메일을 받은 빌리가 곧바로 전화를 건 듯) 이어갔다.
9시 53분부터 빌리로 추정되는 사람과 8분간의 통화를 끝낸 직후인 10시 2분경엔, Lawton, OK 지역으로 전화를 걸어 10분간 통화를 했다고 나온다.
이 지역은 오클라호마 로튼으로, 당시 빌리가 근무 중이던 포트 실 군사기지가 소재하던 지역이다.
해당 통화 후 약 30분 후 역시 핸드폰 발신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가 1분간 이어진 것으로 보아 음성메일로 넘어갔던 것으로 추측된다.
2004년 2월 7일 토요일.
이날은 마우라의 부친이 그녀의 기숙사로 방문한 날이었다.
방문 목적은 딸의 중고차 구매를 위해서였다. 마우라가 기존에 사용하던 차량은 1996년식 GM사의 새턴 모델이었는데, 비록 10년도 안 된 상태였으나 실린더 중 하나에 문제가 있어 추후 장거리 운행 시 언제 기계적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종 몇 주 전 마우라가 해당 차량을 몰고서 코네티컷주 지역 병원에 출장 근무 중이던 부친을 찾아간 자리에서, 마우라가 쉭쉭거리는 소음과 검은 연기와 같은 차의 이상을 호소하자 부친은 일단 자신의 차량을 내어주며 고치는 것보단 새로 구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 마우라에게는 절대 그 문제 차량으로 운전하지 말 것을 당부)
하여, 그녀의 부친은 현금 4,000달러를 준비해 딸과 함께 지역 일대의 중고차 매장을 순회한다. (마우라가 사전에 지역 신문에 실린 중고차 광고 몇몇을 통해 휴대폰으로 연락)
부녀는 3년 된 토요타 지오 프리즘 차량을 마음에 들어 했고, 다음주 주말이면 새 중고차를 손에 넣을 계획이었다. (정확히는, 마음에 든 차가 두 대였는데 하나는 6,000달러고 다른 하나는 7,000달러라 돈을 더 마련해야 했음)
쇼핑을 마친 부녀는 시내 유명 수제 맥주 펍에 들려 저녁 식사를 했고(그녀의 부친이 방문할 때마다 함께 지역 수제 맥주집을 탐방하는 게 일과였음) , 여기에 마우라의 가장 가까운 대학 친구 둘 중 하나인 케이트가 9시를 넘어 합류하게 된다.
이후 주류 판매점에 들려 마우라의 부친은 기숙사 파티 예정이 있던 둘에게 주류 및 음료를 사줬고, 마우라는 부친이 끌고 온 토요타 코롤라 차량으로 부친을 모텔(근방에 숙소로 잡았던)로 데려다준다.
마우라의 부친에 따르면, 이날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였고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고 한다.
그뒤 이 코롤라 차량을 빌린 마우라는 예정대로 케이트와 함께 또 다른 가까운 친구 사라(사라는 미술관에서 일할 때 만난 친구로, 이 셋은 삼총사 격이었다고 함)가 주최하던 소규모 기숙사 파티에 참석한다.
한편, 셋은 보드카 칵테일과 와인을 섞어 마시며 대화를 이어가며 분위기와 술에 점점 취해져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마우라는 부친에게 차를 돌려놔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케이트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음주 상태인 데다 그녀의 부친 역시 당연히 다음날에나 차량이 필요할 것이므로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새벽 2시 30분경, 마우라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간다며 자리를 떠난다.
허나, 그녀는 자신의 말과 달리 충동적인 선택을 한다.
그것은, 부친이 묵고 있는 모텔로 향한다는 선택지였다.
그렇게 부친의 코롤라를 운전해 국도를 탄 마우라는,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킨다.
2004년 2월 8일 일요일.
새벽 간의 사고는 마우라에게 있어서 끔찍한 재난과도 같았을 것이다.
비록 몸 어디 한군데 다친 곳 없었으나 심리적으로는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을 게 분명하다.
사고 직후인 새벽 3시 30분경 지역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고, 여기서 마우라는 견인 기사의 차량을 얻어 타고서 부친이 묵고 있는 모텔로 향한다. 당시 사고 보고서에 음주 관련 사항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경찰은 사고 직후 마우라의 겁에 질려 불안정한 상태에 집중하며 음주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운전 부주의로 도로 위 잔해물에 미끄러져 차량 제어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
마우라에게 있어선 천만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이전 크레딧 카드 번호 도용 건으로 인한 보호관찰 기간이 아직 한 달 도 더 남았었으니까.
만약 여기서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아닌 음주로 인한 사고로 기록됐었다면, 명백한 보호관찰 조건 위반으로 인해 이전의 도용 건이 유죄가 확정되며 전과 기록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후 간호사 면허 취득도 불가능해지고 말이다.
그렇게..
대학 내에 소식이 알려지지 않도록 사고 직후 부친에게로 향했던 마우라. 그녀의 부친에 따르면, 이날 딸이 온종일 눈물을 머금으며 아주 비통해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 같았다고.
자신을 보러 그리고 중고 차량을 사주러 방문한 부친, 그런 부친이 타고 온 뽑은지 얼마 안된 새차를 음주운전으로 수리비 8,000달러짜리 사고를 낸 마우라, 설상가상 보호관찰 기간 중 또다시 잘못을 반복하며 평소 돈독한 사이였던 부친에게 가장 보이기 싫은 추태를 보이고 만 딸..
(모텔에 도착해 부친과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얼추 정리되고서, 사라의 기숙사 방에 휴대폰을 놓고 나왔기에 새벽 4시 38분경 부친의 휴대폰을 빌려 남자 친구인 빌리와 16분간의 통화를 갖는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가운데에 위로와 안식이 추가로 필요했던 것으로 추측. 빌리에 따르면, 마우라가 사고에 대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고. 여담으로, 해당 사고 몇 주 전 마우라는 빌리와 더 가까이 있고자 오클라호마의 한 병원에서 여름에 있을 일자리를 구했었음)
한편..
경찰에 의해 음주 운전으로 체포 및 기소되지 않았기에, 이날 아침 늦게 마우라의 부친은 몇 통의 전화 후 자기 부담금 500달러만 지불하면 차량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보상 처리를 진행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하여..
코네티컷주로 출장 일이 있던 마우라의 부친은 오후 1시 30분경 차량을 렌터해 마우라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딸이 걱정됐으나, 코네티컷주에서의 계약직 업무가 아주 큰 월급을 제공했었으며 마우라 역시 특별히 다친 곳이 없고 심리적으로도 어느 정도 진정돼 보였기에. 오히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분개하는 그녀를 부친이 위로했을 정도라고.
자정 전에는 그녀와의 통화에서 매사추세츠 차량 관리국에서 보험금 청구 마무리를 위해 사고 서류 양식을 받을 것을 알렸고, 마우라는 내일 밤 8시에 양식 검토 및 보험 정보 기입을 위해 부친에게 전화하겠노라 말한다. 이 전화에서 마우라는 여전히 자신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은 낌새였기에 부친은 재차 위로를 건넸다고.
이날 마우라는 자신의 휴대폰으론 그저 음성사서함만을 확인했을 뿐이며 이 부친과의 4분가량 통화가 전부였다.
그리고 자정이 조금 지나서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PC로 매사추세츠 서부 버크셔 산맥과 버몬트주 벌링턴 및 스토우로 가는 길을 검색한다.
이후 새벽 2-3시 넘어서는 '임신'과 '산모'에 대한 용어들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서 마우라가 당시 임신 상태였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실은 당시 대학 과제를 제출하기 위한 검색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새벽 3시 32분경 과제 제출함, 여담으로 마우라는 평소 야행성이라 간혹 잠이 오지 않을 때엔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함)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
그녀의..
실종 직전 '세 번째 시련'이었다.
2004년 2월 9일 월요일.
마우라가 실종된 날이다.
점심 12시 55분경, 마우라는 린다 살라몬에게 전화를 걸어 3분간 통화를 갖는다.
린다는 뉴햄프셔 바틀렛 지역의 리조트 콘도 소유주로, 마우라는 어릴적부터 가족 휴가 때마다 해당 콘도 단지를 종종 방문해 왔다고 한다.
해당 통화에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마우라의 실종 이후 경찰은 린다에게 사실 확인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으며, 8개월이 지나고서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억을 더듬은 끝에 아마도 숙박 임대에 대한 문의였지 않겠느냐고 대답했기 때문. 다만, 당시 숙박 예약 시스템상 충분히 기간을 두고서 해야 했기에 예약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마우라의 휴대폰은 남자 친구인 빌리가 그의 모친이 개통해 준 것을 선물한 것. 실종 이후 반년이 지나 빌리의 모친이 휴대폰 요금 내역을 살피던 중 해당 통화 기록을 발견했던 것)
오후 1시경, 남자 친구 빌리에게 다음의 이메일을 보낸다. "사랑해. 네 메시지 받았는데 솔직히 누구랑도 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았어. 오늘은 꼭 전화할게. 사랑해. 마우라가." (전날 사고의 여파로 침울해져 있던 마우라가 전화를 받지 않아 빌리가 음성메시지를 남겼던 것으로 보임)
오후 1시 13분과 14분경, 마우라는 대학에서 북쪽으로 2km가량 떨어진 강가 휴양지 내 비앤비 형태 숙박시설인 The Parsonage로 두 통의 전화를 건다. 그러나 두 통 모두 1분이 조금 넘는 통화 시간임을 미루어 안내 메시지 이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 24분경, 간호대학 교수들 및 보안 업무지와 미술관의 상사에게 가족 중 하나가 사망해서 일주일간 자리를 비울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낸다. 허나, 실지론 그녀의 가족 친지 중 사망자는 없었다.
오후 2시 5분경, 버몬트 스토우 지역의 호텔 예약 안내 라인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는 금방 끝났다. 당시 스토우 지역의 시스템이 고장 상태라 음성 메시지만 청취가 가능했기 때문.
오후 2시 18분경, 빌리에게 전화해 다음의 짧은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사랑해. 보고 싶다. 얘기하고 싶네."
이후 마우라는 세면도구, 치실(평소 그녀의 필수품이었다고 함), 화장품, 약간의 옷가지들, 피임약, 휴대폰 충전기, 여행용 어댑터, 대학 교과서, 부친이 사줬던 애착 원숭이 인형, 남자 친구가 선물했던 다이아 목걸이 등을 검은 백팩에 쌓고서 기숙사 방을 나선다.
오후 3시경엔 이전에 빌렸던 의류를 같은 학과 친구에게 돌려준다.
그녀가 나선 기숙사 방 안은 모든 소지품이 상자에 꼼꼼하게 포장된 상태였으며 심지어 벽면에 거는 미술품마저 그런 상태였다.
이를 두고 마우라가 잠적 또는 도피를 계획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실 당시는 크리스마스 전부터 1월 말까지 이어지던 이례적으로 긴 방학 직후였으며, 따라서 마우라 역시 고향집으로 돌아가기에 정리를 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1월 마지막 주부터 2월 첫 주에 걸쳐 웰컴 백 주간 일정이 있어 기숙사 방에 돌아온 지 겨우 1주일 정도였었다. 또, 평소에도 깔끔쟁이였으며 전직 육군사관학교 생도였기에 자신의 소지품을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포장 및 정리하는 모습이 결코 이상한 게 아니었다.
특히나, 마우라는 새 학기를 맞이해 싱글 룸인 케네디 홀 415호실을 얻었기에 짐 정리가 미진했던 게 당연하다. 또한, 실종 직전 모친과 친오빠가 기숙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방 안은 그러한 상태였다.
일각에선 피임약을 챙겨간 것에서 다른 남자와의 약속이 있었던 것이라 주장하는 음모론도 있는데, 해당 피임약은 마우라가 이전에 사용하다 남은 것으로 굳이 기숙사 방에 방치하기 보다는 세면 도구나 화장품과 같이 함께 백 안에 챙겨갔던 것에 불과할 수 있겠다.
여담으로, 마우라와 빌리는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던 중 여느 커플들처럼 사이가 소원해지고 다시 가까워지고를 반복한 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둘 모두 잠시간 다른 상대와 소위 썸을 탄 경우가 있었으나 최소한 실종 수개월 전부터는 다시 예전의 관계였노라 가까운 이들은 입을 모은다.
추가로, 부친인 프레드와도 각별한 부녀의 관계였지 종속과도 같은 사이는 아니었다. 줄리에 따르면 자식에게 소리를 지른 적도 단 한 번 없을 정도였다고.
즉, 일부 저널리스트의 과격한 주장과 인터넷상에 만연하게 퍼진 음모론인 '프레드 또는 빌리가 마우라의 실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류의 이야기는 입증이 된 바가 없다는 것.
다시 돌아와..
그렇게 짐을 챙겨 자신의 새턴 차량에 타고는..
오후 3시 15분경, 캠퍼스 근처 ATM에서 계좌 잔액 대부분이었던 280달러를 인출한다. 당시 아르바이트 두 곳에서 곧 급여를 받을 예정이었던지라 현금이 별로 없었던 상태였다.
이후 지역 주류 판매점에 들러 약 40달러어치의 주류를 구매한다. 유명 크림 리큐르인 베일리스, 역시 유명 커피 리큐르인 깔루아, 그리고 보드카와 프란지아 5l 대용량팩 와인이었다. 전형적인 화이트 러시안 칵테일을 위한 구매였으며, 프란지아 와인의 경우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명 대용량팩 와인이었다.
당시 40달러어치의 주류는 분명 혼자 마시기에 다소 많아 보이긴 하다. 허나, 이 술들 모두 평소 마우라가 즐겨 마시던 것들이며 보통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데다 하루만 마실 생각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여기서 그녀는 80캔에 가까운 재활용 캔을 반납하며 3.95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가족들의 전언에 따르면, 마우라의 외가쪽 할아버지가 술꾼이었으며 그러한 기질이 모계를 따라 이어져왔기에 다들 약간의 중독 성향이 있었다고 한다.)
ATM 및 주류점에서의 감시 영상에서 마우라는 쭉 혼자였다.
한편, 차량에는 사고 서류 양식도 있었는데 이는 뉴햄프셔로 향하기 직전 출발지 근방 국도를 타고서 차량 관리국에 들렀거나 아니면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4시 37분경, 휴대폰으로 음성 사서함을 확인한다. 마우라의 휴대폰에 기록된 마지막 통화였다.
그녀는 국도를 타고서 뉴햄프셔를 향해 북으로 북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사고는 버몬트 국경과 인접한 코네티컷강 계곡의 시골 소촌인 우즈빌에서 발생했다.
마우라는 오후 4시경 이후로 대학 캠퍼스를 나와 북쪽으로 향했다. 추측건대, 애머스트 지역에서 116번 국도를 타고, 사우스 디어필드에선 91번 국도 북쪽 방향으로 진입해 뉴햄프셔로 향했을 것이다.
마우라는 어디로 향하고 있던 것일까?
출발 전 미리 검색하고 경로를 다운받았던 버몬트주 벌링턴 혹은 스토우의 휴양지?
아니면, 과거서부터 가족 휴가 때마다 방문했던 뉴햄프셔주 바틀렛 지역의 휴양지?
그녀는 바틀렛 지역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우라는 91번 국도를 타고서 북쪽으로 향하다 17번 출구로 나왔다. 그 뒤 302번 국도에 진입해 동쪽으로 향하다 다시 112번을 타고서 수km를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302번 국도와 112번 국도 갈림길에서 112번을 택했다. 두 길 모두 바틀렛으로 향하는 길목이며, 302번의 경우 다소 우회해야 하나 112번은 직행로여서 보다 빠르게 갈 수가 있다.
허나, 바틀렛 여행 유경험자들은 302번 국도를 애용한다. 112번의 경우 뱀처럼 구불구불 굽이친 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 쌓인 한겨울의 경우 안전한 302번 국도를 사용하는 게 권장됐다.
그렇다면, 마우라는 어째서 112번을 탔던 것일까?
어쩌면,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돼 날이 저물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실린더 일부에 고장이 있던 차량으로 인해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그러한 판단을 촉발시켰던 게 아닐까?
여하튼지건, 마우라의 차량 동선과 방향은 바틀렛 지역을 향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특히나, 해당 지역은 마우라 자신에게 있어서 어릴 적부터 가장 친숙하고 추억이 많은 휴양지이며 대학 시절까지도 부친과 함께 주기적으로 방문했는가 하면 사고 불과 몇 달 전에는 가족 여행에 남자 친구 빌리를 데려가기도 했을 정도다.
한편..
밤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출발지에서 약 240km를 주행한 마우라의 차량이 우즈빌의 와일드 암모누숙 도로 옆 눈 더미에 처박힌다. 112번 국도로 알려진 해당 도로엔 약 24km 길이의 마치 뱀과 같은 구불구불 굽이진 길이 존재했으며, 마우라는 거의 90도 커브 길인 지점에서 차량이 방향을 잃고서 눈 더미와 나무들 사이로 처박히고 만 것.
차량 충돌음을 들은 근방의 웨스트만 부부는 창밖 너머로 현장을 목도한다.
크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종종 이 급커브 길에서 트러블을 겪는 운전자들이 나타나곤 했었으니까.
7시 27분경, 부부는 지역 카운티 보안관 부서에 전화해 차량이 도랑에 빠진 것 같다며 신고한다. 당시 아내는 차량 안에서 빨간 불빛이 보여 남성이 담배를 태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고, 남편 측은 여성의 휴대폰에서 빨간 불빛이 나온 것이라 증언했다. (참고로 마우라는 생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으며, 훗날 아내는 남편 측의 증언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언급, 당시 이미 울창한 나무 사이의 한겨울 밤 시골이었기에 창밖으로의 정확한 육안 관측이 어려웠을 것)
한편, 웨스트만 부부네 길 건너로 살던 마로트 부부 역시 창밖으로 사고 차량을 목도한다. 부부가 차량을 지켜보던 순간, 서쪽에서 사고 현장인 동쪽을 향해 스쿨버스가 접근하고 있었다.
당시 스쿨버스 운전사였던 아서 앳우드(58)는 웨스트만 부부와 마로트 부부네에서 동쪽으로 190m 떨어진 곳에 아내와 살고 있었다. 그는 스키 현장 학습 후 학생들을 내려주고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날..
아서는 사고 현장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이 마우라에게 다가간 증인이었다.
아서는 4-6m 거리를 두고서 스쿨버스를 정차한 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마우라를 관찰한다. 분명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으나, 출혈도 없었고 어디 다친 데도 없어 보였다. 그저,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당시 우즈빌 지역은 밤 동안에도 약 0.5도 정도로 온화한 날씨였으나, ATM 감시 영상에서 마우라는 재킷에 청바지와 구두 차림이었음, 또한 차량의 히터 사용도 여의치 않았을 것)
버스에서 내린 아서는 경찰에 신고해 줄지를 물었다. 그러자 마우라는 괜찮다며 이미 AAA에 전화했으므로 경찰에 전화하지 말라고 대답한다.
아서는 그럼 그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기다리라고 제안하나 마우라는 이 역시 사양한다. 이어 아서는 커브 길이므로 다른 차량에 치이지 않도록 차의 라이트를 켜두라고 조언하고는 100m가량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아서가 떠난 후 웨스트만 부부는 마우라의 차량 실내등이 켜졌다 꺼지는 것을 목도한다. 이후 수 분 후 집에 도착한 아서는 지역 911 교환원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서는 당시 해당 지역은 휴대폰 신호가 취약하기에 마우라가 AAA에 제대로 연락을 하지 못했으리라 판단했던 것.
저녁 7시 46분경.
해버힐 지역 경찰의 세실 스미스 경사가 현장에 도착한다. 웨스트만 부부의 신고를 받고서 1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아서가 마우라를 떠난 시점에서 10분 내외가 경과한 시점이었다.
세실이 사고 차량으로 다가갔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차량은 잠겨 있었으며 운전석 쪽 앞 유리로 금이 갔고 양쪽 전면으로 에어백이 터져 있었다.
운전석 뒤편으론 프란지아 대용량팩 와인이 있었고, 운전석 쪽 분과 천장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있었다. 또, 차량에선 추가로 콜라병-강한 알코올 냄새를 띠는 붉은 액체가 담긴-도 발견됐다.
아서는 마우라와 조우했을 당시 취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허나, 현장 증거는 마우라가 음주 운전을 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었다.
마우라는 사고 이전 부친의 차량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박았을 때도 경찰로부터 음주 의심을 받지 않았었다. 아마, 그녀는 술에 취해도 어지간해선 파악이 힘든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차량에선 또한 AAA 카드, 보험 서류(부친이 일전에 상기시켰었던), 뉴햄프셔 운전면허증 재발급 신청서, 장갑, CD, 컴퓨터로 다운로드 한 버몬트주 벌링턴과 스토우로 가는 맵, 대학 교과서, 워싱턴과 뉴햄프셔 산맥에서 발생한 등산객 사고 사례를 다루는 서적이 발견됐다. 해당 서적은 평소 열렬한 등산 마니아였던 마우라가 가장 애정하던 책이었다.
또, 세면도구와 화장품 및 피임약 그리고 인형과 목걸이 역시 그대로 차량 안에 놓여 있었다.
사라진 것은 지갑, 휴대폰, 자동차 열쇠, 백팩, 그리고 나머지 주류들이었다.
세실은 이어 차량 외부를 관찰했고, 배기관으로 헝겊 조각이 쑤셔져 있던 것을 발견한다. 해당 헝겊은 평소 마우라의 차량 트렁크에 긴급 키트 일부로 보관되던 것이었다.
이는 마우라가 실종 이전 해당 차량에 대해 부친이 했던 조언을 이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친은 마우라의 차량에 문제가 있으므로 배기관에서 연기가 심하게 날 것이고, 그러면 경찰에 의해 단속을 당할 수 있을 터이니, 절대 운전하지 말고 다만 만약의 경우엔 배기관에 걸레 더미를 넣어 경찰이 지나갈 때까지 연기를 억제하는 방법뿐이라고 했단다.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마우라는 불과 3개월 만에 네 번째 시련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당시 그녀의 심리상태는 다음과 같지 않았을까?
지역의 육상 스타이자 우등생이었던 그녀. 헌데, 갑작스레 닥친 장래의 길이 막힐 수도 있는 사건들과 부친에게 연이어 실망과 폐를 끼친 나날. 그런 살얼음판을 딛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충동적인 방어기제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 있어 최적의 안식처인 장소로 회피하려던 본능. 그리고, 그 여정의 시작에서도 또다시 들이닥친 불행. 지속적으로 앓고 있던 섭식 장애까지.
아마..
마우라는 사고 순간 배기관의 연기가 관심을 끌까 봐 헝겊으로 배기관을 막고서 이후 시동을 껐고, AAA에 전화를 걸려 했으나(혹은 스스로 사고를 정비하거나 차량이 정상 작동하기를 바랐으나) 신호가 가지 않아 난감해했을 것이며, 이어 조우하게 된 아서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낌새였음을 직감하고는, 당장 터져버린 와인팩이나 쏟아버린 콜라병을 챙길 여력도 없이 황급하게 백팩으로 남은 주류들을 챙기고선, 실내등을 끄고 나와 그대로 현장에서 우선 달아났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휴대폰 신호가 잡히기를 바라며 도로를 따라 달리던 그녀는, 무언가 새로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됐을 것이다.
저녁 7시 56분경.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고 그 1분 후엔 소방차가 뒤따른다. 뉴햄프셔주 경찰인 존 모나한 경관도 출동한다.
한편, 최초 현장 출동자인 세실과 마우라를 마지막으로 조우했던 아서는 주변 지역을 운전하며 마우라를 찾아 나선다. 아서는 현장에서 서쪽으로 1km가량 떨어진 호수가 레크레이션 및 주거 지역을 15분 정도에 걸쳐 돌았으며, 세실 역시 현장에서 서쪽 방향으로 112번 국도를 타고서 수색을 실시한다.
저녁 8시 2분경.
구급대가 현장을 정리하고 저녁 8시 49분경엔 대기하던 소방대원들도 현장을 떠난다. 마우라의 사고 차량은 남서쪽 방향으로16km가량 떨어진 정비 센터로 견인된다.
마우라는 보이지 않았다.
2004년 2월 10일 화요일.
오전 10시 20분경, 덩그러니 남겨진 차량의 운전자 신원을 확인코자 수색 영장이 발부된다.
사고 다음 날인 이날 정오, 지역 경찰은 마우라에 대한 수배를 발령한다.
헌데 경찰은 초기 마우라의 인상착의를 신장 165cm, 어깨 길이를 넘는 검은 머리카락으로 전파한다. 실지 마우라는 175cm에 항상 갈색 중단발을 묶어 올리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오후 3시 20분경, 마우라의 부친 집 전화 음성 사서함으로 자신 명의의 차량이 우즈빌에 버려져 있어 견인됐다는 메시지가 남겨진다. 허나, 그는 다른 주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중인지라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다.
오후 5시경, 차량 견인 및 마우라의 실종 소식을 통보받았던 첫째 언니 캐슬린이 부친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린다. 부친은 헤버힐 지역 경찰에 전화해 즉시 딸을 수색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경찰은 마우라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내일 뉴햄프셔 지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이 수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한다.
오후 5시 17분경, 해버힐 지역 경찰은 마우라를 정식 실종자로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여, 이로부터 약 12시간 후부터 그녀에 대한 공식적인 경찰의 수색 작업이 펼쳐진다.
2004년 2월 11일 수요일.
현장에서 서쪽으로 약 12km 떨어진 버몬트 인근 모텔에 마우라 수색 비공식 본부가 채워진다.
이날 마우라의 부친은 새벽부터 길을 나서 동트기 직전 해버힐 지역 경찰서에 도착했고, 경찰이 공식 수색대를 꾸리는 동안 문제의 112번 국도를 타고서 현장에 도착해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숲으로 들어갔을까 싶어 발자국을 찾아봤으나 그런 흔적은 없었다.
이날 아침, 3,000km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마우라의 남자 친구인 빌리가 부대로부터 휴가를 받아 공항으로 향한다.
이날을 기점으로 마우라의 가족들과 빌리의 부모가 속속들이 사고 현장으로 모여든다.
마우라, 그녀를 찾기 위해.
뉴햄프셔 지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이 열 감지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에 참여한다.
지상으로는 해버힐 지역 경찰, 뉴햄프셔 주 경찰, 그리고 수색견들로 이뤄진 K-9 팀이 수색을 펼쳐나갔다.
상공에서 사건 주변 숲 일대를 탐색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사고 당시부터 눈이 쌓인 상태로 추가적인 눈이 없었는데, 숲으로 이어지는 발자국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짐승이 내려온 발자국 또한.
뉴햄프셔 지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이 근 20년 동안 진행한 수백 건의 수색 중 유일한 허탕이었다.
무언가 단서를 포착한 것은 K-9 팀이었다. 수색견들은 사고 현장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90m 떨어진 도로길까지 마우라의 냄새를 추적해 나갔다.
해당 도로로는 몇 채의 집이 있었으며, 바로 근처로 브래들리 힐 도로 교차로가 있었다.
수색견들은 바로 이 도로 한가운데서 멈춰버렸다. 마우라의 냄새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마우라가 하늘로 솟은 게 아닌 이상 차량에 탔거나 태워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사고 당시 아이러니하게도 최초 수색은 현장 서쪽으로만 진행되지 않았던가.
이날 밤 경찰 회의에서 해버힐 지역 경찰은 마우라가 자살 또는 가출을 계획한 것이라 추측한다. 숲으로 걸어 들어간 증거가 일체 없으며, 그녀를 둘러싼 범죄의 증거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였다. 또한, 마우라는 이미 성인인 21세였기에 법적으로 발견되기를 원치 않을 법적 권리가 있음을 가족들에게 설명한다.
물론, 가족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일간.
경찰은 마우라를 위험에 처했고 자살 가능성이 있는 여성으로 명시한 보도 자료를 발표하고는 수사를 이어 나간다. 현장 주변 3km 반경으로 집중적인 수색이 이뤄졌고, 마우라가 PC에서 받은 버몬트주 벌링턴 및 스토우로의 경로를 따라 해당 지역을 수색했다.
현장 반경 8km 내의 거주자들과도 통화를 갖는다.
마우라의 가족은 마우라의 행선지가 바틀렛이었다고 믿으며, 현장에서 동쪽으로 위치한 다음 주요 도시인 우드스톡의 경로를 따라 전단지를 붙였다.
(두 곳 간의 거리는 200km 넘게 떨어짐, 바틀렛은 말했듯 마우라 가족네의 매해 여름 휴양지 코스였을 정도이며 벌링턴은 과거 몇 차례 방문이 전부라고 함)
마우라의 ATM 카드, 크레딧 카드, 휴대폰은 사고 시점부터 사용되지 않아 생활 흔적을 포착할 수 없었다. 휴대폰의 경우 사고 지역의 수신 상태 또는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GPS 기술을 통한 추적도 불가능했다.
날이 갈수록 마우라의 가족들은 맥이 빠져갔다.
사고 당시 해버힐 지역 경찰이 주변 도시의 경찰서에 협조를 구하거나 사고 사실을 전파하지 않았던 점, 브리핑과 보도 자료에서 마우라의 자살 시도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췄던 점, 7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서인 데다 결원으로 인해 인력 반이 빠진 상태였던 것, 현장 일대 모든 주민들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은 점..
그리고..
날이 갈수록 공식적인 수색 노력이 축소되고 있는 점으로 인해서.
실종으로부터 보름 후에는 두 번째 공식 수색 작업이 진행됐으며, 첫 번째와 동일한 방식과 인력 구성으로 펼쳐졌으나 역시나 유의미한 단서는 없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마우라와 빌리의 가족들은 1-2주 간의 자체적인 수색 작업 이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탈진과 절망 속에서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한편..
마우라의 부친인 프레드만은 추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장 인근의 모텔에 자신만의 수사본부를 세우고선 1년 내내 주말마다 수색을 펼쳐나갔다.
프레드는 현장 일대의 모든 주민들에게 반복해서 나름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끈질김 때문에 사유지 침범 혐의로 신고를 받기도 한다. 또, 숲속 외진 길가를 샅샅이 뒤지며 매번 진흙투성이가 되고 수백의 진드기와 모기 및 파리에 뒤덮이기 일쑤였다.
허나..
이무렵 유일하게 건진 단서는 프레드에게 온 제보로, 현장 부근에 살던 한 남성이 계약직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사고 차량으로부터 112번 국도 동쪽 방향 6-8km 지점에서 마우라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젊은 여성이 빠르게 걸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었다.
이 남성은 스쿨버스 운전사 아서네 집 맞은편에 아내와 살던 릭 포시에였다.
한편 릭은 목격 10일 후 경찰 인터뷰 자리에서 날짜를 혼동하며 실종 2일 후 목격담이라 증언했으며, 이후 3개월이 지나 작업 기록 일지를 살피다가 자신의 목격담이 실종 당일에 이뤄진 것임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프레드는 즉시 해당 사실을 주 경찰에 보고했고, 그렇게 5월 8일 여섯 마리의 수색견으로 구성된 K-9 팀과 15명의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직원이 문제의 목격담 지열 일대를 수색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다.
한편..
이 릭이라는 남성의 주장에는 다소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여성이 짙은색 코트에 청바지 차림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당시 지역 경찰이 전파한 마우라의 차림새와 일치하나, 그녀는 실은 겉옷으로 코트가 아닌 밝은색 재킷을 착용 중이었다.
또, 날짜를 혼동할 가능성이 없는 이유로 당시 작은 마을에 그것도 자기 집 앞마당으로 경찰과 EMS 구급대원이 진을 치고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기 때문.
또한, 그는 실종 사건 이틀 후 자신의 아내에게 실종 날 밤 마우라가 집에 왔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마우라는 요리를 잘해. 우리 집 지하실에 살아.'라고 떠벌리고 훗날 유튜브에 수수께끼 같은 노래를 올리곤 했다.
이 릭이라는 남성은 전직 뉴햄프셔 주 경찰관 출신으로, 다른 경찰관들을 위협하고 마찰을 빚으며 과거 사임된 인물이기도 했다.
말인즉슨, 마우라 실종 사건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던 여타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란 것. (릭 외에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관심을 끌려던 이가 한동안 악명을 얻었었음)
한편, 이러한 사태에 경찰은 릭의 집을 수색하고자 했으나 릭이 극렬히 반대했고 수색 영장도 없었기에 유야무야돼버린다.
시간이 한참 흘러 몇 년 전에야 새로운 부동산 소유주의 허락하에 지면 투과 레이더 장비를 투입해 수색이 이뤄졌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다시 돌아와..
사건 초기부터 프레드는 본격적으로 해당 실종 사건에 FBI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수사 관여를 요청하기 시작하나 이후에도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명확하게 주를 넘나드는 강력 범죄 혐의가 포착돼야 하기에)
2004년 7월 13일.
마우라의 소지품 등의 흔적을 찾고자 주 경찰관 및 환경 보호관을 포함한 100명 이상의 수색대가 현장 반경 2km 내를 수색하나 소득은 없었다.
2005년 초.
현장 부근 지역 일대에서 프레드의 집요함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져가던 때였다.
래리라는 남성이 프레드에게 접촉을 시도해 온다. 그는 프레드를 만난 자리에서 갈색 얼룩이 묻은 녹이 슨 접이식 칼을 건넸다.
남성은 자신의 형 클로드가 실종 현장에서 2km 내에 거주하며, 폭력 전과를 보유하고 있었고, 실종 무렵부터 형의 동거녀가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형의 차량 글로브 박스에서 칼을 발견했다고.
이에 프레드는 문제의 칼을 주 경찰 본부에 제공하려 했으나, 데스크에서 그러한 증거를 받는 인력이 없다는 대답에 어쩔 수 없이 주 경찰 측으로 소포를 보낸다.
이후 소포 도착 수령 증명을 받으나, 문제의 칼과 더불어 해당 남성에 대한 경찰 측의 연락은 없었다.
한편, 경찰이 해당 남성을 용의자로 간주했는지, 이후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논평을 거부해 왔다.
2005년 말.
약 10명의 은퇴한 지역 경찰관 및 형사로 이뤄진 뉴햄프셔 수사관 연맹 팀(사립 탐정 협회 소속)에서 마우라 실종 사건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1년간 가족들 및 목격자들을 새로이 인터뷰하고 다양한 소스로부터 정보를 구성해 2006년 10월 수색대를 조직한다.
K-9 팀까지 동원한 이들은 이전 경찰과 달리 현장 반경 8km로 수색 범위를 확대한다. 이 8km라는 수치는, 살인 사건 피해자의 95%가 최종 목격지로부터 발견되는 반경 거리였다.
그렇게 자갈 채취장 및 모래 채취장과 같은 새로운 범죄 은닉 가능 장소와 추가적인 차량 진입도를 수색해 나갔다.
그리고..
이 이틀 간의 수색에서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한다.
해당 수색에 참여했던 프레드는 팀원들에게 현장에서 1.6km 떨어진 A자형 주택을 수색해야 한다며 압박해 왔다. 프레드는 이곳이 어떻게든 사건에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해당 주택은, 바로 녹이 슨 접이식 칼의 주인 클로드가 살던 곳이었다. 그는 실종 사건 직후 렌트 중이던 해당 집을 나왔다.
수사팀은 새로운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사체 탐지견을 투입시켰다. 탐지견들은 2층에서 반응을 보였다.
다음날, 네 마리의 탐지견이 더 투입됐고, 탐지견들은 잔뜩 흥분하기 시작했다. 개들이 가장 강한 반응을 보인 곳은 아래층의 벽장에서였다.
수사팀은 해당 집에서 잡동사니 및 폐기물이 든 쓰레기봉투 몇 개와 카펫 조각 그리고 벽장 안쪽의 나무 조각을 수거해갔다.
그리곤 그렇게 수거한 증거물들 중 대다수는 뉴햄프셔 주 경찰에 제출됐다.
이후 주 경찰이 관련한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기존의 방침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이기에 공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되며, 더불어 A자형 주택의 남자에게 혐의를 확신할 만한 물증이 아니었음을 시사하기도 하겠다.
2017년엔 범죄 전문 방송사의 도움을 받아 민간 연구소에 문제의 나무 조각이 보내졌다.
그 결과, 혈액 검사에서 두 사람의 혈액이 섞인 듯한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하나는 남성의 혈액이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허나 두 샘플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과도 뒤따른다. 또, 샘플의 성능이 너무 저하돼 특정인과의 직접적인 비교 및 연결도 불가능했다.
추가로, 이곳의 새로운 집주인의 허락으로 인해 지면 투과 레이더 장비를 투입해 수색이 이뤄졌으나 마당에서 정화조 시스템이 발견된 게 전부였다.
한편, 일각에선 래리가 자신의 형제인 클로드를 곤경에 빠뜨리려 그러한 악성 제보를 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실종 사건 당시 둘은 차량 문제로 크게 다퉈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래리가 제보 현상금을 노리고서 그러한 일을 벌였을 수 있다는 것.
2019년엔, 사건 이후 오래도록 마우라의 유해가 묻혀 있다는 소문이 돌던 현장 부근의 집을 수색하게 된다. 실종 사건 직후 해당 집을 공사하던 한 인부가 지하실 흙바닥에서 뼈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했다는 소문이었다. 이후 이 흙바닥은 시멘트로 마감됐다고.
그리고 무려 14년 동안 이곳의 집주인이 수색 요청을 거부해 왔는데, 새로운 부동산 소유자가 해당 사건을 알고서 기꺼이 허락한 것이다.
그렇게..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조사에서 탐지견들이 해당 집의 지하실 내 외벽 탱크 근처에서 반응을 보였고..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는 확신과 함께 지면 투과 레이더 장비가 투입되며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진다.
허나..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진 수색에서 도자기 조각이나 오래된 배관을 발견한 것 외엔 다른 성과가 없었다.
또한, 탐지견들이 반응을 한 것은 죽은 쥐 때문일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마우라의 언니 줄리에 따르면..
당시 사고 차량 안에선 마우라가 손으로 쓴 듯한 이름 및 전화번호 메모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가족들은 거의 19년이 지난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게 됐고, 해당 번호의 주인은 바로 뉴햄프셔 링컨의 룬 마운틴 리조트에서 콘도를 소유하던 이라고.
여담으로, 이 번호의 주인은 당시 경찰로부터 관련한 전화를 받은 바가 전혀 없었다고 전해왔다.
만약, 당시 버몬트와 대학 근처 그리고 바틀렛의 숙박시설에서 모두 예약에 실패한 마우라가 해당 리조트 지역을 목적지로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녀가 302번 국도 대신 112번 국도를 고집한 이유가 더욱 더 설명된다.
해당 리조트의 경우 302번 국도를 타면 완전히 우회해서 가는 형국이며, 사고 현장에선 동쪽으로 불과 30km 내외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바틀렛의 경우는 50km 내외를 더 가야 했는데 이는 당시 시간 및 차량의 상태로 미루어 분명 룬 마운틴 리조트 지역으로의 루트가 마우라의 행선지로 보다 합리적이겠다.
한편..
2021년 가을경..
이 룬 마운틴 리조트에서 작은 뼛조각들이 발견된다.
하여, 법의학팀이 현장에서 수거 후 검사를 진행한다.
뼛조각들은 분명 인골 조각들이었다.
그리고 검사 결과..
해당 유골은 마우라의 것이 아닌 역사적으로 자연히 퇴적된 인간의 유해인 것으로 밝혀진다.
2024년 2월.
마우라의 실종 20주년을 맞아 뉴햄프셔 당국은 그녀의 연령 진행 사진을 공개한다.
사진 속 마우라는 평소처럼 보조개가 들어가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미소를 띠고 있다.
마우라의 모친은 2009년에, 그리고 첫째 언니 캐슬린은 2021년에 둘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건 직후부터 마우라의 부친 프레드는 3년 넘도록 주말마다 현장 일대를 탐문하며 딸을 찾아 나섰다.
마우라와 가장 돈독한 사이였던 줄리는 최근까지도 팟캐스트와 인터넷 웹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신의 파트너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FBI가 해당 사건에 대한 폭력 범죄 체포 프로필을 작성해 법 집행 기관들에 사건 정보를 공유한다.
도대체..
마우라에게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패닉에 빠져 경찰로부터 급히 몸을 숨긴 채 지역 경찰서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던 마우라가 교차로 지점에서 누군가와 맞닥뜨렸던 것일까?
약탈자의 저의를 숨긴 채 도움의 손길을 건네던 누군가와 말이다.
한편..
노인이 된 프레드는 딸이 납치돼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유해라도 꼭 찾아오리란 일념으로 다짐을 굳히고 있다.
"하나 확실한 게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아빠는 마우라에게 '우리가 너를 데리러 갈 거란다, 얘야. 우리가 그 약속 지킬 거야'라고 다짐하셨어요."
- 마우라의 언니 줄리
참조
<Hanson Express/Maura is Missing: Part I: The Departure>Maribeth Conway, Josh Cutler, Justin Graeber
<Hanson Express/Maura is Missing: Part II: The Accident>Maribeth Conway, Josh Cutler, Justin Graeber
<Hanson Express/Maura is Missing: Part III: The Search>Maribeth Conway, Josh Cutler, Justin Graeber
<Hanson Express/Maura is Missing: Part IV: The Aftermath>Maribeth Conway, Josh Cutler, Justin Graeber
<Media Pressure/Episode 1: The Call>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2: The Beginning>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3: No Excuse Ma'am>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4: Days Before Disappearance>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6: The Search>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7: We Looked Into That> Julie Murray
<Media Pressure/Episode 8: Engage With Empathy> Julie Murray
<Oxygen/The Maura Murray Case Is Being Re-examined> Gina Tron
<Oxygen/‘They’ve Done Nothing,’ Maura Murray’s Sister Expresses Frustration Over Law Enforcement’s Response To New Potential Break> Gina Tron
<Oxygen/'This One Hurts A Lot:' Officials Searched House in Connection With Maura Murray Case And Revealed Findings> Gina Tron
<Oxygen/Was Maura Murray Killed In The A-Frame House?> Gina T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