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으로부터 우주여행 초대를 받고서 사라진 천재
그건 1980년 11월 29일의 일이었다.
캐나다 밴쿠버섬 남부의 작은 마을인 던컨의 한 농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32세의 그레인저 테일러가 부모님 앞으로 다음의 메모를 남기고는 집을 나섰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께
저는 외계 우주선에 탑승하러 떠납니다. 반복되는 꿈에서 42개월 동안의 성간 여행으로 광대한 우주를 탐사한 뒤 돌아올 것을 약속받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제 소유물은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모두 두 분께 남깁니다. 제 유언장의 지침을 참고해 도움을 받으세요.
사랑을 담아 그레인저 올림"
이날 오후 6시 30분경 현지 식당인 밥스 그릴(Bob's Grill)에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테일러는 종적을 감춘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자신의 픽업트럭과 함께 테일러는 말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실종 직전..
그는 절친에게 꿈에서 외계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온다 했다고 말했으며, 실물 크기의 UFO를 만들어 그곳에서 잠을 청할 정도였다.
무엇들이 그를 그러한 상황을 몰랐던 것일까?
그리고..
그는 진정 어디로 갔던 것일까?
테일러는 1948년 10월 7일 밴쿠버섬의 작은 시골 마을 던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친형제자매 셋과 의붓형제 자매 셋 그리고 이복형제 하나까지 총 일곱의 형제자매들과 자라났다. (생부는 가족 별장에서 휴가 당시 그만 호수에서 익사했고, 그가 두 살이던 무렵 모친이 짐 테일러라는 남성과 재혼)
8남매의 맏이였던 테일러는 어릴 때부터 다부지고 큰 체격으로 성장했다. 친구들과 레슬링 놀이를 하면 항상 친구들을 내던지는 역이었다.
허나, 실지 그의 천성과 성격은 정반대였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었으며 사교 기술에 서툴러 어린 시절 대부분을 방에서 장난감으로 시간을 보냈다.
헌데,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장난감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나 장난감의 내부 작동에 호기심을 가지며 분해하는 것을 반복했다. 즉, 기계적 장치에 대한 관심이 그의 기질적 성향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벌목과 어업이 성행하던 시골 마을의 커뮤니티에서 테일러는 자연스레 특이한 괴짜로 인식됐다.
테일러는 영특한 머리를 지녔으며 어려서부터 기계공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학업에는 일절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급기야 8학년을 마치자마자 학교를 중퇴했고, 그 길로 이웃의 차량 정비사 밑으로 들어가 견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곤..
불과 1년이었다.
필요한 모든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
그렇게..
테일러는 10대 중반의 나이로 부모님 소유의 숲속 부지에다 자신의 가게를 차린다.
그의 기계공학 능력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아 천재라며 추켜세웠다.
10대-20대 초반 무렵 버려진 오래된 증기 기관을 주워 와 단기통 자동차를 만들고, 폐기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P-40 키티 호크 전투기를 복원하는가 하면, 열대우림 속에서 방치돼 세월과 함께 녹슬어있던 증기 기관차를 되살리기까지. (해당 기관차를 복원한 뒤엔 선로도 깔아 동네 아이들을 태워주기도 했다고)
이처럼 다양한 동력 장치들이 그의 손에 의해 소생돼 개인 수집가 및 지역 박물관 등지에 고가로 팔려나가며 오래도록 전시되곤 한다. (지금까지 전시되는 것들도 존재)
이렇듯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젊은 청년이 무엇이든 뚝딱하고 재건해 버리니, 동네 아이들도 홀리듯 작업장으로 놀러 오곤 하며 기꺼이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편..
테일러가 녹슨 증기 기관차의 복원 작업에 한창이던 1969년 새해 전야..
이날 새벽 5시경, 밴쿠버 섬의 코위찬 밸리 지역(던컨에서 약 150km 넘게 떨어진) 병원 노인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며 야간 근무 중이던 간호사 넷이 창밖으로 마치 별똥별 같은 불빛 하나를 목격한다.
이 불빛은 숲 뒤편을 표류하다 그대로 밤하늘을 날아가 사라졌고, 이러한 불빛을 목격한 인근 지역(던컨 포함)의 주민들 목격담이 한동안 구설수에 오른다.
아마..
밴쿠버섬에 잠시간 몰아쳤던 UFO 열풍에 기계공학 마스터였던 테일러 역시 분명 호기심이 동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지상 동력 장치들에서 항공 역학으로 관심사가 변화한 그는 파일럿 면허를 취득한 데 이어 폐기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P-40 키티 호크 전투기의 복원 작업에 착수한다.
이무렵..
이미 기존의 지상 동력 장치들에 물려버린 테일러는 항공 장치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70년대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우주인&UFO 관련 컨텐츠(미지와의 조우,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가 대중문화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던 시기였는데, 테일러 역시 마찬가지, 아니 더 많은 자극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70년대 후반부터는 스타워즈를 시작으로 범세계적 단골 핫이슈 중 하나였던 UFO에 지대한 관심을 쏟게 된다.
우주 탐사와 성간 여행에 대해 집착하는 수준으로 다다랐으며, 세간에 널리 퍼진 UFO(원반형 비행접시 형태의)가 내포한 불가사의한 추진 시스템 및 항공역학 역시 그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리곤 급기야..
집 뒷마당으로 일종의 기념비 개념의 UFO 모형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테일러는 지역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굴한 라디오 타워 위성 접시를 재료로 사용해 기둥 위로 원통형 건물을 구축한다.
그러니까..
이 UFO 모형은..
아니, 이 UFO 모양의 금속 구조물은 그의 개인 서재이자 자신만의 트리하우스였던 셈이다.
그리고 테일러는 홀로 매일같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UFO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노트에 메모하면서 때로는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또, 급기야는 자신이 고안한 특수한 라디오를 통해 외계인과의 접촉을 시도하기에 이르기도.
이렇듯 1979년과 1980년 내내 UFO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며 하나의 주제에 점차 매몰돼가던 테일러.
마치 도를 구하듯 간절한 모양새로 오매불망 신탁이 내려지길 기원하던 테일러.
마침내..
그는 태양계 너머의 외계인과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데에 성공한다.
그렇게 외계인들과 몇 차례 텔레파시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게 된 테일러.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호기심이었던 UFO의 추진 시스템에 대해 반복해서 물으나 그들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추진력의 비밀은 자기력과 관련이 있답니다."
테일러는 UFO 서재 안에서 누운 채 외계인들과 텔레파시로 교감하고 때로는 꿈결 속 무아지경과 같은 의식 상태에서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곤 했다.
그는 이런 경험담을 자신을 따르던 동네 십 대 아이들에게 태연하게 털어놨고, 평소 그를 신뢰하고 좋아하던 아이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테일러가 단순히 꿈결 속에서 체험한 것을 과장해 말한다고 여겼으나 우정을 우선시했던 것.
한편..
당시 테일러의 베프였던 로버트 켈러는 이 무렵의 테일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사람이다.
켈러는 테일러처럼 학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이른 나이에 중퇴한 십 대 남자아이였다.
그리고 둘은 공통된 취미를 통해 빠르게 친해졌다. 둘은 대마초를 즐겨 피웠고, 그럴 때마다 반복해서 공동 관심사인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테일러가 UFO 서재를 구축할 때 옆에서 1년 내내 도왔던 이가 바로 이 켈러였다.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P-40 키티 호크 전투기 복원 작업 역시 켈러가 도우미 역할을 수행했었고 말이다.
켈러는 테일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를 품어줬었죠.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는 천재였어요. 제 생각엔 광기에 가까운 천재였던 것 같아요. 괴짜나 미친 사람이 아니었어요.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다만,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미친 사람처럼 돌변할 뿐이었죠."
1980년 10월.
한껏 의기양양한 얼굴로 테일러가 켈러에게 속삭였다.
"외계인이 마침내 은하계 여행에 나를 초대했어! 성간 여행에 "
테일러는 다른 십 대 아이들에게도 이같은 이야기를 털어놨고, 이제 반신반의하게 된 아이들은 하나둘 자신들도 성간 여행에 데려다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만약 진짜 외계인이 존재해서 지구를 방문한다면, 처음으로 접촉할 유형의 인물은 틀림없이 테일러 같은 사람일 것이라 여겼었기 때문.
허나, 테일러는 이러한 간청들을 다음과 같이 매몰차게 거절한다.
"안돼! 너희들은 아직 지구에 남겨놓을 것들이 너무 많잖아!"
이제..
테일러는 디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었다.
그 디데이란, 비가 몰아치는 한밤중이었다.
켈러에 따르면, 외계인들이 인간이 UFO를 보지 못하도록 비 오는 밤에 태우러 올 것이라서였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80년 11월 29일.
던컨 마을에 전에 없을 만큼 기록적인 날씨가 발생한다. 천둥, 번개, 폭우, 강풍이 지역 일대를 덮치며 나무가 송두리째 뽑히고 전선이 끊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
한편..
이런 절호의 날씨를 맞이한 테일러는 이날 오후 6시경, 현지 식당인 밥스 그릴(Bob's Grill)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그가 평소 가장 즐겨 찾던 식당이었다.
테일러에게 식사를 서빙한 웨이트리스에 따르면 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갈색 니트 재질의 스웨터, 청바지, 벌목용 부츠 차림새였다고 한다. 다만, 외투도 없이 바깥의 날씨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모양새였다고.
약 30-60분 후.
폭풍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테일러는 계산을 마치고는 1972년식 닛산의 하늘색 닷선 소형 픽업트럭을 몰고서 떠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주민 몇몇은 몰아치는 폭풍우와 천둥번개 사이로 쾅 하고 울리는 커다란 소리를 듣게 된다.
다음 날.
던컨 지역의 주민들 모두 쓰러진 나무와 바람에 흩날린 잔해를 치우느라 도롯가와 진입로 일대를 분주히 정리하고 있었다.
테일러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어야 할 터인데, 안방 침실 문 밖으로 붙어있던 테일러의 메모로 인해 그럴 수가 없었다.
사진
이날, 테일러의 부모와 형제자매들은 테일러를 찾아온 동네를 헤집으나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나 며칠이 지나도 테일러의 행방은 묘연했다.
몇 주가 지나도 그러했다.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역시.
테일러가 언급한 '42개월 간의 성간 여행' 만료일 당일.
캐나다 해안경비대에서 근무하던 테일러의 이복남동생 더글러스는 이날 밤 내내 순찰선 갑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잠깐 눈을 깜빡이면 하늘 어딘가에서 형의 우주선을 타고서 내려올 것만 같아서였다.
허나, 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글러스는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테일러의 실종으로부터 5년이 넘은 1986년 3월.
던컨 마을 북서쪽으로 약 15-20km 떨어진 프레보트산 내 길가 부근에서, 지역 임업 노동자들이 직경 수 m 크기의 분화구 하나를 발견한다.
분화구는 폭발로 인해 인공적으로 생겨난 것처럼 보였으며, 주변으로 녹슬고 변색된 픽업트럭의 파편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이에 신고를 받은 지역 왕립 캐나다 기마경찰대가 현장으로 출동해 일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뼛조각인 듯한 인골 파편 몇몇이 발견된다.
테일러의 것으로 보이는 셔츠 조각도 발견됐으며, 차량 식별 변호판 잔해들 또한 일치했다.
이어진 검시관의 심리에서 다음과 같은 잠정 결론이 내려진다.
"저희는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 증거들에 근거해 테일러가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가 평소 나무 그루터기를 폭파하기 위한 용도로 종종 픽업트럭에다 많은 양의 다이너마이트를 보관했었고, 사건 당시 의도적이든 사고이든 그러한 다이너마이트들이 약 182m의 폭발 현장(주: 분화구 직경이 아닌 폭발로 인해 날아간 파편의 거리 등과 같은 영향 범위를 의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날 밤 폭풍우 속에서 테일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산속 황무지에서 테일러가 마지막으로 보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이너마이트들의 화염 속에서 막 피어나던 빅뱅의 순간?
아니면, 약속에 맞춰 나타난 성간 여행 가이드의 손길?
테일러의 형제자매는, 남다른 성격의 그가 좁은 시골 마을 커뮤니티에서 항시 외로움을 안고 살았던 것 같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하여, 보다 많이 파티를 열어 초대하거나 왕래를 해야했다며 자책하기도. 특히 여동생 그레이스의 경우, 사건 이전 밴쿠버에서 룸메이트들과 지내던 자신에게 테일러가 함께 지낼 수 없겠느냐 요청해 왔었다고 한다.
이렇듯 내성적이면서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러 기계 공학적인 부문에 홀로 열중하며 이따금 사람을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탔던 것으로 보이는 테일러. 이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평소에도 자주 대마초에 의존하는가 하면, 사건 직전 몇 달 간은 LSD에 빠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하곤 했다고.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가족들이 말하는 자책성 추정이기에 확실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다만,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시기에 잦은 LSD가 외계인과의 교감을 원하던 테일러에게 있어선 끊을 수 없는 환각제이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중계기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한편..
테일러의 베프였던 켈러는 중년이 된 이후에도 다음과 같이 그를 그리워한다.
"형제를 잃은 것 같았어요. 그가 곁에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땐 죽을 것 같았어요. 제 멘토였어요. 지금의 제가 있는 건 전부 그 덕분입니다.
그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함께 UFO 서재를 만들기 직전, 그는 만약 자신이 사라지고 싶을 때면 수염을 기르고서 다른 나라로 가면 그만이라고 했어요. 그러면 아무도 그가 어디에 있을지 모를 테니까요.
그는 크고 힘센 남자였어요. 그럼에도 내성적이고 모질지 못한 성격 때문에 쉬이 괴롭힘당할 표적이 되곤 했을 겁니다. 그는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똑똑하고 현실적이며 현명한 사람이었어요. 결코 미친 사람이 아니었죠.
그날 산에서 사고를 당하기엔 너무 똑똑한 사람이에요. 평소 폭발물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사실상 전문가였죠. 사고를 냈을 리도, 고의로 그런 짓을 했을 리도 없어요.
경찰이 산에서 발견한 게 그의 뼈인지 아닌지도 실제론 모르는 것입니다. (주: 뼈가 발견됐을 당시는 DNA 프로파일링의 초기 단계 시대에 해당하며, 더군다나 캐나다 밴쿠버섬의 경찰에게 있어서 DNA 대조 분석은 불가능했다. 훗날의 발전한 DNA 분석법을 위한 DNA 샘플 보존이라는 개념도 정착되지 않던 시기)
어쨌든 다시는 친구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슬픕니다."
과연..
그날 밤 테일러에게 정말로 있었던 일은 무엇일까?
당시 뇌우가 픽업트럭으로 적재된 다이너마이트들의 뇌관을 건드렸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다이너마이트 폭발은 테일러 본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겠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같은 돌발 행동을 저질렀던 것일까?
'외계인의 초대'가 자신의 고립감에서 말미암은 것임을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가했던 것일까?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환각 및 망상 상태에서 '외계인으로부터의 탑승법 안내'를 받아 든 그가 차원적 이동을 위해 기꺼이 가이드를 따랐던 결과인 것일까?
혹은, 외계인의 우주선에 탑승하고자 사전에 다이너마이트를 준비했던 그가 그만 폭발의 위력을 잘못 계산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게 아니라면..
혹시, 인간의 눈에 띄질 원치 않던 초대자들을 위해 일종의 연막을 위해서?
또는, 모든 것을 지구에 남기고서 떠나야 한다는 그들의 원칙에 따라 마지막으로 그 자신의 육체를 산산이 없애고자?
여하튼지건..
그날 테일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인지는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다만, 그의 가족과 그의 베프였던 켈러는 약속대로 외계인들이 테일러를 데리러 왔던 것이라 믿고자 한다.
하여, 지역 검시관에 의해 1980년 11월 30일 32세의 나이로 공식적인 사망 선고가 내려졌으나 가족들은 장례식을 치르지 않았다.
그렇다.
어쩌면, 테일러는 지금도 여전히 외계 우주선을 타고서 우주 공간을 질주하며 은하계를 탐험 중일지 모른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으로 인해 42개월보다 더욱더 먼 훗날에 항해를 마치고는 고향인 지구별로 돌아오려는지 모른다.
중요한 건, 생전 그가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얻고자 했었던 '미지에 대한 앎의 욕구'가 결코 조소의 소재로 삼아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폭풍우 속의 광야에서도 홀로 진리를 찾고자 했던 전심.
그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니까.
참조
<CBC/B.C.'s Granger Taylor left a note saying he was boarding an alien spaceship — then he disappeared> Tyler Hooper
<Times Colonist/What happened to Granger Taylor?> Mike Devlin
<Vice/The Man Who Went to Space and Disappeared> Tyler Hooper
<Victoria Daily Times/How One Man Rescued Old Two Spot> Donna Cl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