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가 한 소녀를 죽이기로 결심하다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2살의 두 소녀가 살인을 계획한 건 크리스마스 때부터였다.

두 소녀는 단짝이었다. 둘은 인터넷에 떠도는 끔찍하고 무서운 것들을 애정했다.

그런 둘을 사로잡은 건 한 유명 괴담 속 존재였다.

둘은 이 존재의 대리인이 돼 헌신을 보여주고자 가장 가까웠던 친구 하나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살인 후 그 존재가 거주하는 국유림의 대저택으로 찾아가 함께 살고자 마음 먹는다.

그렇게 다음 해 5월 , 숲에서 숨바꼭질 놀이 중 친구를 칼로 19번이나 찌른 두 소녀.

소녀들은 그 존재를 향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슬렌더맨, 듣고 있다면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본 이야기는, 2014년 5월 31일 미국 위스콘신주 워키쇼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거 지역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당시 고작 12살의 두 소녀가 다른 한 소녀를 잔혹하게 칼로 난도질했는데, 그 이유란 게 다음과 같았다.

"인터넷 괴담 사이트에서 리더인 존재가 있어요. 슬렌더맨이라고 부르죠. 우리는 영적인 세계에 존재하던 그를 실제로 보게 됐어요. 그 세계의 위계질서에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선 살인을 해야 했어요. 슬렌더맨의 대리인이 돼 누군가를 죽여야 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랑 가족을 죽일 것이라고 했죠. 그래서 다른 인간을 희생양으로 바쳐야 했고요. 대리인 일을 하고선 그의 저택에서 영원히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여겼어요."

'슬렌더맨'은 누구인가?

아마, 인터넷 유저 중 저 이름을 한번 쯤 들어보지 못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슬렌더맨은 '미국 인터넷 세상에서 탄생한 가장 유명한 현대판 민속신화&도시전설 캐릭터'로 명명할 수 있다.

여담으로, 슬렌더맨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이상한 옴니버스가 2012년 1월경 국내에 최초로 전파한 바가 있다. (구글에서 [이상한 옴니버스] 번외단편 - 마블 호넷 프로젝트의 진실 검색)

하여, 해당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는 간단한 요약으로 대체 하겠다.

2009년 6월 8일, 컬트적이고 마니악한 성향의 유저들에게 제법 유명했던 포럼 Someting Awful에서 '불가사의한 이미지 만들기'라는 제목의 스레가 생성됐다.

곧이어 해당 스레에 많은 이들이 포토샵 등으로 제작한 자신의 작품(기묘한 분위기의 사진과 함께 짧은 사이드 스토리를 곁든)을 뽐내기 시작했다.

ExtraNoise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올린 사진과 다음의 설명이 해당 스레의 성격을 잘 표현함. "해고되기 전 일하던 신문사에서, 웹사이트 홍보 작업차 신문사의 과거 네거티브 아카이브를 살펴보던 중 발견한 소름 돋는 슬라이드. '1920년경'이라는 표시가 있었음." (Someting Awful/ExtraNoise)

그리고 이틀 후인 6월 10일.

Victor Surge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던 에릭 크누센이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빼어난 작품을 업로드한다.

(Eric Knudsen)

"우리는 가고 싶지 않았고, 그들을 죽이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것의 그 끈질긴 침묵과 뻗어진 팔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면서도 동시에 안도감을 줬다..."

1983년, 사진작가 미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

(Eric Knudsen)

"스털링 시립 도서관 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두 장의 사진 중 하나. 14명의 아이들이 사라진 날 촬영된 점, 그리고 '슬렌더맨'이라 불리는 존재가 찍힌 점으로 주목받음. 관계자들은 (사진 속) 기형적인 형상을 필름 결함으로 언급함. 도서관 화재는 일주일 후에 발생. 실제 사진은 증거물로 압수됨."

1986년, 사진작가: 메리 토마스, 1986년 6월 13일 이후 실종.

그리고..

에릭 크누센의 작품에 감명받은 포럼 유저들은 이내 능숙하게 ARG(Alternate Reality Game의 약자로, 현실에서 가상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하고선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넷 바이럴 게임 성격을 띤. 대표적인 예로 과거 '흰방녀', '클로버필드'가 있음) 게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실대체게임에 능숙했던 미국 인터넷 유저를 중심으로 이 슬렌더맨에 대한 엄청난 세계관 확장이 발발하기에 이른다.

이에 슬렌더맨에겐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설정이 붙는다.

"비정상적인 키에 괴이한 형체로 변하는 팔, 늘 검은 정장 차림에 어린아이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남자"

"고대 동굴 벽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르네상스 작품에서도 그의 존재가 은밀하게 기록됨"

"현대로 건너와서도 몇몇 기밀문서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음"

"그의 비정상적으로 큰 키와 마른 체형을 따 '슬렌더맨(Slender Man)'이라고 명명"

하여..

이 슬렌더맨은 탄생과 함께 그 즉시 다양한 컨텐츠들로 소비되면서 현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도시전설의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혹여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쉽게 말해 국내 인터넷을 통해 현실 세계로까지 진출한 '장산범'을 떠올리길!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제부터 미국 현지에서 '슬렌더맨 칼부림 사건'이라 불리는 해당 사건을 자세하게 소개하겠다.

본 사건은 국내에 단편적으로 전해진 것이 전부이며, 그저 슬렌더맨이라는 도시전설에 심취한 두 소녀가 다른 소녀를 흉기로 공격했다고만 전파됐다.

허나, 실은 해당 사건 내막엔 당연히 훨씬 상세한 디테일과 깊숙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먼저, 사건의 가해자인 두 소녀에 대해서.

미국 위스콘신주 워키쇼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거 지역. 가해자 소녀인 모건 가이저는 2002년 5월 16일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가이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분명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건 아마,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이저의 부친은 10대 무렵부터 중증의 조현병을 앓으며 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로 인해 환청과 망상 또한 겪었다고 하는데, 이 부부는 이러한 병력이 자신들의 딸에게 유전되리라곤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다만, 분명 가이저의 이상 행동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었다. 가이저는 아이 때부터 감정적 반응이 무뎌 디즈니 영화 <밤비>의 슬픈 장면에서도 전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단다.

또 가이저는 3-4세 무렵부터 환각을 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이들도 모두 그러는 줄 알아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고. 물론, 이 무렵부터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대화를 나누던 상상친구 매기가 있었다.

또한 이런 증세는 자라면서 보다 악화됐다. 환청, 시각 및 촉각적 환각의 심화로 인해 가이저는 <스타트렉>의 벌칸족이나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와 볼드모트를 보기도 한다.

이러한 환각 속 존재는 때론 위협적으로 접근해 오기도 했는데, 그중 가이저가 '그것'이라 부르던 존재가 있었다. 검은 형체를 띤 이 존재는 밤이면 창문 밖이나 천장에서 가이저를 응시하곤 했으며, '그것'은 환각 속 존재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한편..

11살 무렵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괴담 관련 사이트인 크리피파스타에서 슬렌더맨 항목을 접한 가이저는, 자신의 평생 봐왔던 '그것'의 정체가 바로 슬렌더맨이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시작은 이미 그 전부터였을는지 모른다.

여기서 잠시..

조현병은 대게 발병 연령이 존재하는데 청소년기서부터 성인 이후에까지에 해당하며, 이같은 명백한 발병 이전 초기 증상에 해당하는 전구기를 조기 정신증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드물지만 소아청소년기에 이런 조기 정신증이 발병하는 케이스가 존재하는데, 그럴 경우 성인기 발병과 비교해 보다 증상이 심각하고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소아기에 환청, 시각, 촉각적 환각을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주 드물고도 좋지 않 케이스.

다시 돌아와..

가이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가이저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가 많지 않았고 또래 집단에서 겉도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페이튼 로트너가 있다. 페이튼은 명랑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하며 친절했다. 한마디로, 또래들로부터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런 페이튼과 가이저는 4학년 때 친구가 됐다. 점심시간에 홀로 외로이 앉아있는 가이저를 본 페이튼이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좌측이 페이튼, 우측이 가이저 (Courtesy of the Leutner Family)

페이튼과 가이저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가이저는 소위 어두운 성격의 아이였으나, 일단 친해지자 그림도 잘 그리고 상상력도 풍부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항상 재미있는 친구로 느껴졌다.

그렇게 페이튼은 가이저를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로 여기기에 이른다.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에 점차 변화가 생기게 된다. 페이튼이 또래들로부터 더욱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가이저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을 향해 '짖기' 시작했고, 자신의 피로 노트에 'die'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휘갈겨 쓰기도 했다. 이상 증세와 정신 건강이 조금씩 심화해 가는 와중에도 주변에선 그저 관심을 끌려는 괴짜의 행동 정도로만 여겼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환각 속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가이저로 인해 페이튼은 빈번히 겁을 먹고 마뜩잖아했지만, 그럼에도 우정을 이어가기로 했던 그녀였다.

한편..

5학년에서 6학년으로 바뀌는 시기에..

아니사 와이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와이어는 가이저와 같은 스쿨버스 노선에 같은 동네에 거주했고, 또래로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었으며,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와 아빠의 집을 오가면 생활했다.

그렇듯 집 안팎으로 불화와 고립을 겪고 있던 와이어는, 자신과 같은 취향의 가이저와 만나게 되면서 둘은 순식간에 진짜 단짝이 되기에 이른다.

가이저가 환각 속에서 환상을 직접 체험하는 부류였다면, 와이어는 그러한 환상을 쫓아 인터넷을 누비는 부류였다.

와이어는 영미권 최대 도시괴담 사이트인 크리피파스타의 광팬이었다.

그렇게 둘은 매일마다 크리피파스타 속 괴담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는, 외부로부터 고립된 두 아이가 지속적으로 도시괴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초자연현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계속해서 허물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돼버렸다.

둘은 자각하지 못했겠지만, 상호 간에 분열형 성격장애와 공유 정신병을 앓는 병리적 상태의 관계가 된 것이다.

둘은 서로가 서로의 수용자 역할을 했다.

와이어는 가이저에게 현실과 영계를 넘나드는 영적 능력자로 인식시키고 자신 또한 그렇게 믿었으며, 가이저는 어린 시절부터 봤던 끔찍한 환각 속 검은 형태를 와이어의 말마따 슬렌더맨으로 확신하게 됐다.

그렇게..

둘은 인터넷 세상에서 창조된 '슬렌더맨에 대한 모든 세계관 및 세부 사항'에 대해 심취하면서 그 집착은 걷잡을 수가 없어졌다.

이로 인해 이때까지 무섭고 내키지 않으면서도 가이저와의 우정을 이어갔던 페이튼은 친구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가이저의 노트에서 발견된 그림 (Rex)

슬렌더맨의 존재와 더불어 '슬렌더맨의 설정'들에 대해서도 현실로 여기게 된 가이저와 와이어.

둘은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동조하고 수용하며 그것을 자신들의 신념으로 삼는 병리적 상태로 발전한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 변화라면..

처음엔 가이저의 환각들에 동조하며 동경심과 함께 동반자 역을 자처했던 와이어가, 이후엔 그녀의 취사에 따른 '설정'과 '해석'들을 와이어에게 인지시켰다는 것이겠다.

즉, 서로가 서로의 수용자인 동시에 일련의 '해설'들을 와이어가 가이저에게 주입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환상에 취하며 확증 편향에 절여진 둘은 급기야 슬렌더맨의 대리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오래전부터 가이저의 주변을 맴돌며 위협하기만 하던 슬렌더맨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 악의를 드러냈기 때문. 슬렌더맨은 텔레파시를 통해 희생물을 바칠 것을 강요했고, 이를 어길 시 순식간에 가이저의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며 협박해왔다.

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와이어는 슬렌더맨에게 희생물을 바쳐야만이 대리인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그가 사는 저택(약 400km 이 떨어진 위스콘신 노스우즈 니코렛 국유림)에서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다는 '설정'을 가이저에게 들이민다.

그리하여..

둘은 슬렌더맨에게 바칠 희생물로 가이저의 단짝이었었던 페이튼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가이저에게 있어 페이튼은 자신들을 경계하지 않고 덩치가 더 작기에 사냥감으로서 적합했으니까. 또, 페이튼을 살해하고 희생물을 바쳐 외롭고 고립된 현실을 벗어나 슬렌더맨의 저택에서 평생을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저택의 입장권을 위해선 당연히 소중한 무언가를 바쳐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와이어게 있어 페이튼은 가이저와의 단짝 우정에 거슬리는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또, 페이튼을 살해하고 희생물을 바쳐 입장권을 얻는다면 외롭고 고립된 현실을 벗어나 슬렌더맨의 저택에서 평생을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둘은 2013년 말-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페이튼 살인 계획을 은밀하게 논의하기 시작한다. 암구어('크래커 잭', 미국의 유명 카라멜 팝콘 스낵)를 섞어가며 스쿨버스에서, 이메일로, 그리고 쪽지로.

설계 및 뒤처리는 와이어, 실행자는 가이저.

디데이가 정해졌다.

2014년 5월 30일 금요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이날은 가이의 12번째 생일(뒤늦은 생일 기념 파자마 파티)이었다.

셋은 생일 파티를 맞아 지역 롤러스케이트장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셋은 사진 속 모습처럼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고 있었고, 둘 역시 그러해 보였다.

좌측으로부터 페이튼, 가이저, 와이어. 와이어는 가이저와 페이튼 간의 우정을 질투하며 페이튼을 내심 못마땅해했고, 페이튼 역시 와이어가 가이저의 친구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어울렸을 뿐이었다고 (Courtesy of the Leutner Family)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서 가이저의 집으로 돌아온 셋은 저녁 9시 30분경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저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정이 지나 새벽 2시경, 페이튼의 입을 덕트 테이프로 막고서 칼로 목을 찌른 뒤 이불로 덮어 잠든 것처럼 보이게 할 심산이었다.

살인 직후엔 슬렌더맨의 대저택으로 떠나기 위해 옷가지, 물병, 그래놀라 바,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을 챙긴 배낭도 준비해 뒀다. 가족들의 사진을 챙긴 연유는, 슬렌더맨의 저택에서 생활하면서도 가족의 모습을 잊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둘은 지도나 나침반, 현금 따위를 일절 챙기지 않았는데, 걸어서 400km가 넘는 슬렌더맨의 대저택까지 그저 걸어서 당도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편..

페이튼은 조금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전에 가이저의 집에서 하룻밤 잤을 때에는 가이저가 밤새도록 함께 놀고 싶어 했는데, 이날은 어째서인지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곧장 잠자리에 들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새벽녘..

가이저 부엌에서 챙긴 길이 약 13cm의 식칼로 페이튼의 목을..

찌르지 못했다.

가이저는 페이튼에게 한 번만 더 아침을 주고 싶다며 계획을 미룬다. 살인에 대한 저항감 및 예전 단짝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둘은 하릴없이 잠자리에 들게 된다.

아침이 밝아오고..

가이저는 두 친구와 공원에서 놀다 오겠다고 허락을 받고는 집을 나선다.

재킷 안쪽으로 칼을 숨긴 채.

둘의 다음 계획은, 공원 화장실 안에서 페이튼을 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바닥의 배수구를 통해 피를 흘려보내면 뒤처리가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화장실 안으로 셋이 함께 들어가게 된 순간..

가이저는 칼 손잡이를 움켜쥔 손을 끝내 빼 들지 못하고서 몸을 떨기 시작한다. 이에 와이어는 페이튼에게 근처 숲으로 가서 산책을 하자고 둘러대며 상황을 모면한다.

한편..

숲의 가장자리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자 와이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다 같이 숨바꼭질하자! 맨처음 술래는 모건(가이저)이 하는 거야!"

바로 그 공원 (ABC News)

와이어는 페이튼에게 땅바닥에 누워 나뭇잎 따위를 덮어 술래로부터 몸을 가리도록 차분히 설득했다.

페이튼은 다소 내키지 않았으나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흙바닥에 눕게 됐다.

그리고..

페이튼의 근처에서 칼을 빼든 가이저는 계속해서 망설이다가 그대로 와이어에게 칼을 넘기려 했고, 와이어는 자신은 할 수가 없다고 거부하며 이건 이저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아.. 대신 하라고 네가 말할 때까지 난 안 할 거야."

가이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와이어가 한 발짝 두 발짝 떨어지고는 이내 외쳤다.

"지금이야! 터뜨려! 미쳐 날뛰라고!"

와이어의 날 선 외침을 신호탄으로..

가이저는 페이튼의 위로 올라타 부엌칼을 정신없이 찔러대기 시작했다.

19번.

페이튼의 몸통을 무차별적으로 찔러댄 횟수였다.

페이튼이 끔찍한 비명과 함께 멈추라고 소리 질렀지만 그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가이저가 휘두른 칼부림의 횟수였다.

페이튼은 그저 쉬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내뱉을 뿐이었다.

"너 진짜 싫어! 널 믿고 있었는데!"

그리고, 가이저는 그저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안.. 내 목숨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야, 이게."

페이튼은 있는 힘을 쥐어짜며 숲을 벗어나고자 길가로 향했으나 이내 비틀거렸다.

와이어는 그런 페이튼을 끌어내 눕히고는 이렇게 말했다.

"엎드려서 가만히 있어. 그러면 피가 더 천천히 나올 거야.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할게."

이건 혹여 페이튼이 발견돼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 페이튼이 그냥 그대로 죽기를 바라면서 둘러댄 말이었다. 이어 가이저와 와이어는 쓰러져있는 페이튼을 뒤로 하고는 숲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고서..

둘은 계획대로 슬렌더맨의 대저택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이저와 와이어가 사라지고서 10분여가 흘렀을 때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페이튼은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명령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잔디밭으로 걸어나가!"

하지만 페이튼은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페이튼은 기어가기 시작했다. 숲속을 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겨우 볕이 드는 곳까지 가서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너무나 아팠다. 숨쉬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도 페이튼은 포기하지 않았다. 숲을 빠져나가면 누군가가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페이튼은 믿을 수 없는 의지력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나무그루들을 부둥켜 안는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그렇게..

숲 바깥 길가의 끝자락에서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남성이 페이튼을 발견한다.

페이튼은 흐릿해지는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고선, 출동한 경찰에게 친구가 자신을 공격했다고 대답하고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페이튼이 발견된 길가 (AP)

지역의 프로헬스 워키쇼 메모리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페이튼은 즉시 대대적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온몸이 칼에 찔린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도 팔다리의 자상은 다행히 연조직 손상만 있었다.

하지만 몸통에 난 자상 두 점이 문제였다. 하나는 횡격막을 관통해 간과 위 췌장을 손상시켰고, 다른 하나는 심장을 거의 관통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1mm 차이였다.

말 그대로 머리카락 하나 너비 차이였다.

심장 부위 주요 동맥의 손상이 1mm 차이로 비껴갔다.

그러니까, 1mm 만큼만 더 칼이 들어갔었다면 페이튼은 숲속에서 사망했을 것이란 뜻이었다.

그렇게, 페이튼은 6시간의 대수술 끝에 의식을 되찾았다.

페이튼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자신을 공격한 둘이 어떻게 됐는지를 물어왔다. 홀로 숨을 온전히 쉴 수 없었던 그녀는 폐에 기관내삽관이 꽂힌 채로 화이트보드에 힘겹게 글을 썼다.

이에 돌아온 글자는 다음과 같았다.

경찰이 그 둘을 체포했어

사건이 벌어지고서 약 4시간 후.

가이저와 와이어의 행방을 쫓던 경찰은 뜻밖의 곳에서 둘을 발견한다.

어쩌면 너무 뜻밖의 곳이어서 찾는 데에 시간이 더 걸렸던 것일까?

둘은, 현장에서 약 8km가량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발견됐다.

둘은 정말로 걸어서 400km가 넘는 슬렌더맨의 대저택까지 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아니, 과연 그랬던 것일까?

둘은 고속도로를 따라 길을 걸어 나가던 중 이내 외면하고 있던 현실감각에 지배되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가족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슬렌더맨의 대저택에서 영원히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희생을 치fjT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 둘은 기도하기 시작했다.

슬렌더맨을 향한 기도였다.

둘은 슬렌더맨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전심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계약에 따라, 슬렌더맨이 나타나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징조로 어떤 신호가 나타날 것이다. 둘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마, 그렇기에 걸어서 슬렌더맨의 대저택까지 간다는 계획을 세웠던 게 아닐까?

둘은 정말로 걸어서 그곳까지 갈 수 있다고 여겼던 게 아니라, 자신들의 증명에 따라 슬렌더맨이 중간에 나타나 초자연적인 일을 벌일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 아닐까?

한편..

고속도로 갓길에서 허탈해하고 있던 둘을 경찰이 발견한다.

그렇게 가이저와 와이어는 페이튼을 공격한 곳으로부터 약 8km 떨어진 곳에서 긴급 체포된다.

(Waukesha Police Department)

둘은 체포 직후 경찰서 내에서 DNA 검사와 함께 머그샷을 찍고는 각각 따로 심문실에서 취조를 받는다.

물론..

두 10대 소녀의 살인 미수 사건은 조용하고 평화롭던 지역 워키쇼를 들쑤시기에 충분했다.

지난 13년 간 총 11건의 살인 만이 발생했던 해당 지역으로선, 이렇듯 여러 심리적 요인이 뒤엉킨 복잡한 살인 사건이 생소할 뿐이었다.

수 주 동안을 뉴스 헬리콥터들이 가이저와 와이어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맴돌았으며, 인터넷상에선 '슬렌더맨에 심취한 두 소녀가 동급생 소녀에게 칼부림'이라는 식으로 이슈화에 포커스된 측면으로만 소비된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해당 사건이 더는 '인터넷상 자극적인 컨텐츠 유해성의 발로'가 본질이 아님을 알 것이다.

사건이 있었던 가을, 재판 능력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정신건강 연구소로 이송된 가이저는 아동 조현병 전문가로부터 13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정신증인 아동기 조현병을 진단받는다.

가이저의 병력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기에, 1년이 넘는 치료와 장기적인 항정신병 약물 복용을 통해서야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 및 후회를 스스로 성토할 수가 있었다.

2014년 5월 31일 체포된 가이저와 와이어.

사건 당시 둘은 미성년자였으나, 위스콘신 주법상 만 10세 이상의 1급 살인 사건은 자동으로 성인 법정에 관할되기에 그곳으로 기소가 이뤄진다. (이후 피의자 변호인단으로부터 소년 법원으로의 이송 요청이 있었으나 범행의 치밀한 계획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판사가 불허함)

2014년 말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둘이 재판을 받을 능력이 되는지를 따지는 평가가 시작되고, 초기서부터 둘의 정신 병력은 차치하고서 전문가들 간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론 재판을 받을 능력이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한편..

와이어는 체포 직후서부터 가이저와 격리된 것을 기점으로, 그간의 망상장애 및 분열형 성격장애 증세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조기 정신증인 아동기 조현병을 앓던 가이저와 달리, 와이어의 경우엔 가이저와의 관계 속에서 공유 정신병 상태를 이어왔던 것이기 때문.

또, 와이어는 체포 후 정신 감정 과정에서 심각한 학습 장애를 진단받기도 한다.

2017년 말 재판장으로 출두하는 가이저와 와이어 (AP)

재판은 2017년 가을에서야 열리게 된다.

가이저는 A급 중범죄인 1급 고의 살인 미수로 기소됐으며, 와이어는 검찰과의 형량 거래에 합의하면서 정신 질환 혹은 결함에 의한 무죄를 주장할 권리 유지(책임 조각 전략 의도)+2급 살인 미수로 기소 된다.

가이저 측 또한 와이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형량 거래에 합의하면서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사 처벌을 면하고 정신 병원 치료 감호 처분을 받기로 한다.

그리고..

2017년 말 선고가 이뤄진다.

판사는 와이어에게 2급 살인 미수의 법정 최고형인 정신 연구소 강제 입원 25년 형을 선고한다.

가이저에겐 검이 구형한 법정 최고형인 정신 연구소 강제 입원 40년 형이 선고된다.

판사는 비록 두 피의자의 나이가 어렸으나 사전에 계획된 살인 미수였던 점과 더불어 사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2021년 3월, 와이어 측이 법원 앞으로 조건부 석방을 청원한다. 변호인단은 와이어가 치료에 성실히 임했던 점, 더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상태의 호전을 진단받은 점, 따라서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2021년 7월, 판사가 와이어의 석방을 승인. 와이어가 망상에서 벗어났고 재범 위험이 낮다고 평가된 의료진 보고서에 따른 조처였다.

그렇게..

2021년 9월, 와이어는 사회로 복귀한다.

이후 와이어는 24시간 GPS 모니터링 추적 장치를 발목에 착용한 채 부친의 집에서 생활한다. 와이어는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인터넷 사용 기록을 상시 모니터링 받아야 하며, 공범이었던 가이저 및 피해자 페이튼은 물론이고 이들의 가족들과도 영구적인 접촉 금지 명령이 내려진다. 정기적인 상담 및 필요시 약물 검사 또한.

2023년 9월, 2년간 석방 조건을 완벽하게 준수하면서 GPS 모니터링 의무가 해제된다.

단, 지금도 와이는 주 보건국의 관리하에 놓여져 2039년까지 보호 관찰 상태가 유지된다.

선고 직후 지역 위네바고 정신 건강 연구소에 수감된 가이저.

이곳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서 예술 치료 등을 받으며 점차 안정세를 취하던 가이저.

그로 인해, 2022년 가이저의 변호인단은 조건부 석방을 청원하나 머지않아 철회. 2024년 4월경 두 번째 석방 심리에서도, 비록 병원 내에선 안정적이나 외부 스트레스 상황에서 폭력적 망상의 재발 위험이 크다는 사유로 법원이 이를 기각한다.

이무렵까지도 가이저는 과거 자신의 망상 내용을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거나 축소해서 말하는 등의 인지 및 통찰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025년 7월, 가이저 측의 끈질긴 청원 끝에 법원이 마침내 조건부 석방을 승인한다. 이미 치료 단계의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의료진의 평가가 한몫했다.

2025년 8월, 가이저는 지역의 주거형 그룹 홈으로 거처가 옮겨지게 된다. 24시간 감시, GPS 추적 장치 착용, 약물 복용 의무화, 공범 및 피해자와의 접촉 금지 등 엄격한 조건이 동반됐다.

헌데..

그러던 2025년 11월 22일.

가이저가 그룹 홈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아니, 그건 도주였다.

가이저는 GPS 추적 장치를 훼손하고는 시설을 이탈했으며, 그녀의 친구라던 40대 트랜스젠더 여성과 함께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그 직후 수배령이 내려지며 경찰은 바로 다음 날인 23일 일리노이주의 한 고속도로 옆 주유소 인근(도주 장소에서 약 320km 떨어진)에서 40대 트렌스젠더 여성과 노숙 중이던 가이저를 발견하며 체포한다.

둘은 그룹 홈 인근 교회에서 자연스레 친해졌고, 가이저가 그룹 홈에서의 생활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으며,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러 차례 면회를 거부당하며 몰래 방문을 이어왔었다고.

그렇게 탈출 계획을 세운 둘은 교회 주차장에서 만나 시카고행 버스를 타고서 이같은 탈출극을 벌였던 것.

한편..

이로 인해 가이저는 다시 구금되며 조건부 석방 취소 여부를 다루는 재판을 앞두게 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해당 사건으로 가이저는 재차 폐쇄 정신 연구소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가 남았다.

바로, 페이튼 말이다.

사건 후 5년 후에야 공식 석상에서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가진 페이튼.

그녀는 배신의 순간을 증명하는 흉터들을 이제 받아들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5년간 본래 삶으로의 재건을 위해 꾸준히 걸어 온 페이튼.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건 이후엔 무섭고 두려워서 밤에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엄마랑 함께 침대에서 자곤 했죠. 지금까지도 잘 때면 혹시 몰라 베개 옆에다 가위를 두고 자요.

모건(가이저)의 엄마가 겪고 있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봤어요. 많은 이들이 그녀를 비난하고 미워하고 있을 테니까요. 딸을 잘못 키웠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모건은 조현병을 앓고 있어요. 그 병을 멈추거나 통제할 수 있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저도 오랫동안 화가 났었어요. 모건네 부모님한테요. 모건의 아빠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면서도 모건의 증상을 무시했던 거라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더는 화가 나지 않아요. 모건네 부모님도 각자의 지옥을 겪고 있다는 걸 아니까요.

(주: 모건 가이저의 정신 질환은 반복해서 상술했듯이 아동에게 있어서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며, 보통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상태를 은폐하는 성향이 있기에 가족과 주변인들이 만성적인 상태에서나 알아채는 경우가 허다함. 결국, 현실적으로 사회 구조 및 시스템상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적 인식 및 환기일 것임.

여담으로, 가이저와 와이어의 정신 질환 및 심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자면 본문의 분량이 2배 이상 높아질 수밖에 없기에 최대한 간략히 요약됐음을 양해 바람. 만약 추가적인 관심이 있다면, 해당 사건에 대해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지고서 다수의 기사 및 서적을 펼쳤던 작가 캐슬린 헤일의 <Slenderman: Online Obsession, Mental Illness, and the Violent Crime of Two Midwestern Girls>를 추천. 또는 보다 간단하게는 문학지 <Hazlitt>에 그녀가 기고했던 Living with Slenderman 기사를 추천.)

어쨌든 모건이 벌인 일 덕분에 저는 지금의 삶을 살 수 있게 됐어요. 정말 정말 지금 삶이 좋아요. 앞으로에 대한 계획도 있고요. 12살 무렵엔 그런 게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겪었던 모든 일 때문에 계획이 생겼어요. 정말로 제 심정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거라는 거예요.

저는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게 일어났던 일에서 영감을 받은 셈이죠."

19번의 칼부림과 그보다 더 끔찍한 배신 속에서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페이튼.

망상 속 희생양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1mm의 기적을 앞으로 자신의 삶 속에서도 이어가리라 다짐한 페이튼.

자신을 살려준 의사들과 간호사들처럼 누군가를 돕는 삶을 바라게 된 페이튼.

확실한 것은..

이제 그녀는 더는 베개 밑에 가위를 두고 자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그녀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모습은 피의자들에게 보이는 최고의 복수이자 승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겠다.

앞으로 나아가길 결심한 페이튼, 다시금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Payton Leutner)

참조

<ABC News/20/20 The Wicked>
<Hazlitt/Living with Slenderman> Kathleen Hale
<Newsweek/The Girls Who Tried to Kill for Slender Man> Abigail Jones
<Slenderman: Online Obsession, Mental Illness, and the Violent Crime of Two Midwestern Girls> Kathleen Hale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