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를 찾는 글에 댓글을 남긴 살인범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Yelp'는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평점&리뷰 앱으로, 지역 기반의 소셜네트워크 앱이기도 하다.
2013년 5월, 이런 Yelp에 한 살인범이 글을 남긴다.
바로, 다음과 같은.
1977년생인, 마리벨 라모스는 어릴 적부터 법 집행 기관에서 일하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대학의 학위가 필요했고,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비원으로 일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했다.
그렇게 2000년, 그녀는 23세의 나이로 육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이라크로 두 번이나 파병을 다녀온 끝에, 31세 무렵인 2008년 무사히 제대한다.
군 복무 혜택을 통해 대학 학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 라모스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로 거주지를 옮겨 풀러턴 주립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사 행정학을 공부하며 한 걸음씩 꿈에 다가선다.
당시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그녀는,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집세를 절약하기 위해 룸메이트와 지내왔다.
2011년 말, 라모스는 새로이 룸메이트를 구하고자 지역 중심 생활정보 전문 사이트인 크레이그 리스트에 글을 올린다.
여기서 다른 신청자들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신을 KC 조이라 소개한 남성이었다.
이 중년의 남성은, 말쑥한 외향에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이 미혼이며 가족도 없고, 다른 젊은 룸메이트와 달리 집에 사람을 들이거나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는다고 어필했다.
남성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라모스와 그녀의 여동생은, 남성의 언변과 인상에서 신뢰를 받아 흔쾌히 룸메이트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룸메이트와의 생활이 시작됐다.
KC는 인상 그대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헌데, 그는 2달이 지나도록 외출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 교류가 없었다.
한편, KC에게 신뢰가 생긴 라모스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한다. 하여,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그녀는 KC의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라모스는 행사나 모임과 같은 사회적 교류에 KC와 동반 참석한다. 둘이서 반려견 산책을 하거나 서로 심부름과 같은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 식사모임이나 파티에 KC를 초대하기도 하면서, 둘은 룸메이트이자 친구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라모스와 KC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차이가 생겨났다.
라모스는, 18살 차이나는 이 룸메이트를 그저 룸메이트이자 친한 친구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KC는, 그녀를 미래를 함께할 연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KC는 라모스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신은 라모스를 사랑하며 그녀의 남편이 되고 싶다고 전해온다. 여동생은 둘은 연인이 아닌 친구일 뿐이라며 좋은 말로 설득한다.
한편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동생은 라모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고, 라모스는 KC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KC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다 보니 일시적으로 그랬던 것이라며 라모스를 안심시킨다.
허나 한번 거절을 당한 KC는 이 일을 기점으로 급변하게 된다.
라모스가 지나가는 식으로 문신이 잘 어울리겠다고 하자 한쪽 팔뚝 전체에 호랑이 문신을 새긴다.
또, 눈 성형을 하고 치장을 하는 데에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사용한다.
KC는 라모스에게 여전히 연애 감정을 품고 있었으며, 라모스가 선을 그을수록 KC의 좌절감은 깊어졌고 그에 비례해 집착은 심해졌다.
2013년 4월, 결국엔 트러블이 발생한다.
KC가 직장을 잃어 집세를 내지 못하자 라모스는 자신이 나머지 집세까지 부담해야 했고, 이로 인해 둘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진다.
라모스는 KC에게 집세를 낼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달라고 종용했고, 라모스와 떨어지기 싫었던 KC는 갖은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그렇게 말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과열됐고, 4월 21일 라모스는 911에 전화를 걸기에 이른다.
911과의 통화에서 라모스는 울먹이면서 KC가 자신을 해칠 것 같은 위협을 느꼈고,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자신이 한 행동은 정당방위였음을 알아달라고 설명한다. 이에 심각함을 느낀 경찰이 라모스의 아파트로 출동했고, 여기서 KC는 이달 말에 나가겠다며 라모스와 경찰을 안심시킨다.
4월이 지나고 5월 2일이 됐건만 KC는 여전히 집에서 나가기를 거부했고, 둘 사이에서 여느 때보다도 심한 다툼이 시작된다.
그렇게 KC가 욕설까지 내뱉는 상황에 이르자, 라모스는 남자 친구에게 스피커폰 상태로 전화를 건다. 여기서 남자 친구는, 내일 당장 짐을 빼놓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가서 실력행사를 하겠다며 경고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월 3일, 라모스가 실종된다.
경찰과 라모스의 여동생에게 처음 실종 사실을 알린 사람은 KC였다.
저녁이 됐음에도 라모스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그녀의 가족들이 집으로 찾아 나선다. 차량은 주차된 채였으며, 집안엔 불이 켜져 있음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진입했으나 라모스는 없었다. 집안엔 그녀가 기르던 강아지가 홀로 남아있었으며, 핸드폰과 지갑은 보이질 않았다.
또 하나 평소와 다른 점은 침대가 흐트러진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KC와의 다툼이 있기 직전인 전날 밤 8시 18분경, 잠시 집 앞에 나왔다가 들어간 것이 아파트 CCTV에 찍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실종 사건에선 가장 가까운 곳부터 추적해 나간다는 수사 원칙에 따라, 경찰은 라모스의 남자 친구와 KC를 심문한다.
남자 친구의 경우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KC의 경우에는 영어가 서툴고 어리숙한 척을 하느라 심문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는 라모스와 실종 전날 밤에 다투고서 외출을 나갔다가 온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심문 과정에서 형사가 특기할 만한 점을 발견한다. KC의 팔뚝에 다량의 상처들이 있었던 것이다.
상처들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피가 막 말라붙은 상태로 부어있었다. KC는 상처들에 대해, 자주 근처 공원의 덤불가로 가 걸려져있는 낚실줄을 주워 오는데 바로 그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어진 수사에서 라모스의 주변인들 전부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수상한 사람은 오로지 KC뿐이었다.
KC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압수수색들에선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KC의 인적 사항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점들이 밝혀졌다.
그의 한국 이름은 조광철이었고, 영어가 서투른 척을 했으나 실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이주했음이 밝혀졌다.
또 캘리포니아로 주거지를 옮기기 직전엔 직장을 잃었는가 하면, 부모님의 유산을 두고 여자 형제와 심하게 다툰 상태였다. 여자 형제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 다혈질이었던 KC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알리바이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KC를 유력한 용의자로 삼은 경찰은 그를 온종일 감시하기로 한다.
여기서 경찰은 하나 아이디어를 낸다.
노트북을 압수당한 KC가 근처의 지역 공립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확률이 높으므로, 영장을 발부받아 그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화면을 원격으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KC는 핸드폰의 전원 상태에 따른 추적 가능 여부, 실종자가 발견될 확률, 그리고 시신이 부패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검색했다.
허나, 법정에서 직접 증거로 채용되기엔 다소 부족했다.
한편, 라모스의 이모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의 산길인 피터스 캐니언을 함께 걷자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라모스를 추모하는 동시에 혹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5월 16일, 해당 글을 본 KC는 구글 위성지도를 통해 피터스 캐니언의 산길을 훑기 시작한다. 이어 외딴 협곡의 나무 한 그루를 확대해 보고는 인터넷 기록을 삭제한다.
이에 경찰은 피터스 캐니언에서 있을 추모에서 혹여나 아직 부패하지 않았을 라모스의 시신이 발견되는 것은 아닌가 마음에 걸려, 걷기 코스와 시신 유기 장소가 겹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본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즉시 문제의 장소로 출동한 경찰은, 불과 수색 45분 만에 라모스의 시신을 발견한다.
시신은 이미 들짐승으로 인한 훼손으로 치아 기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정도였다. 하여, 그녀의 손톱에서 범인의 DNA를 추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허나, KC가 라모스의 시신 위치를 알고 있던 것이 명백했다.
또한,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들이 방영되던 순간 집을 뛰쳐나와 도주하던 KC를 감시조가 붙잡기도 했다.
결국 2013년 7월, 검찰은 KC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
검찰은 라모스로부터 거부당한 KC가 삐뚤어진 집착으로 인해 그녀를 살해했고, 현장에서 특별한 다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신체적으로 라모스가 약하지 않았으며, KC에게 긁힌 흔적만 남은 것으로 미루어, 그녀가 무방비 상태에서 질식사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KC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고 그의 국선 변호사는 KC가 라모스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증거는 있어도 그것이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변론했다.
그렇기에 라모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을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살해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라모스의 시신을 발견한 KC가 공황 상태에서 그같이 유기를 했을 수 있다며 설득을 시도했다.
2014년 9월, 배심원단은 유죄를 평결한다.
판사는 KC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한편, KC가 끝끝내 범행을 부인했기에 라모스의 사망 당시 정확한 상황은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라모스는 실종 다음 주에 대학교 졸업 예정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대신해 그녀의 가족이 졸업장을 받는다.
참조
<Dateline NBC/Mystery in Orange County>
<Netflix/Watch Worst Roommate 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