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뼈 부러뜨리는 게 좋아" 범죄학 교과서에 남을 기괴한 살인마 이야기
본 글은, 국내는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그 끔찍하고 기괴한 일면에 비해 너무도 알려지지않은 한 납치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해당 사건은 미국 범죄사에서 가장 기괴한 케이스 중 하나로 분류될 수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범행의 목적에 있겠습니다. 범인은 오로지 살아있는 인간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통제하에 고쳐놓는 행위 자체에 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언론은 그를 '뼈 파괴자(The Bone Breaker)'라고 불렀죠. 범죄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질적이고 잔혹했던 사건. 직접 확인해 보시길.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소크 카운티에 위치한 소도시 바라부.
이곳은 도시 내 전체 인구가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조용한 백인 중산층 마을로, 진부한 표현을 빌려보자면 이웃이 잃어버린 숟가락의 개수까지 알 정도로 폐쇄적이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렇듯 자연 경관과 서커스가 지역 명물인 바라부..
허나, 범죄학의 역사가 늘 증명하듯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악惡은 이토록 평범하고 무해해 보이는 공간의 심연에서도 배양되는 법이다.
1994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였다.
바라부에 살던 14세 소년 크리스 슈타이너가 집에서 실종됐다. 밤 10시경 방에서 잠든 것을 아버지가 확인했으나, 다음 날 아침 소년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경찰의 초기 대응은 전형적인 소도시 공권력의 관료주의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들은 사건을 '축제 분위기에 휩쓸린 10대 소년의 단순 외출 또는 가출'로 오판한다. 독립기념일 연휴 주말이었음을 들어 말이다.
허나 실내와 정원을 연결하는 대형 유리문이 열려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급히 형사가 파견돼 집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현장에는 명백한 침입의 흔적이 존재했다. 크리스의 방 창문 방충망이 날카로운 도구로 찢겨 있었고, 집 안팎에는 크리스의 발 사이즈보다 훨씬 큰 진흙 묻은 발자국이 선명하게도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끝내 범죄자를 가리키는 마땅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실종 며칠 후인 7월 10일.
크리스의 시신은 부근 위스콘신 강가 가장자리에서 치과 기록으로 인적을 확인할 만큼 부패가 심히 진행된 채 발견된다.
이제 우리들도 널리 알듯이, 시신이 수중에 유기될 경우 법의학적 증거 채취는 극한의 난관에 부딪힌다.
수온, 조류, 수생 생물의 활동으로 인해 사후 경과 시간 추정이 매우 어려워지며 특히 범인의 피부 각질, 체액 등 미세 증거물은 유속에 의해 완전히 씻겨 내려간다.
크리스의 사인은 결국 익사로 그리고 사망 종류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당시 시신의 부패도로 인해 법의학자가 타살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음을 시사하겠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덮여졌다.
경찰이 안일하게 덮어버린 이 사건은, 정확히 1년 뒤 더 끔찍해진 괴물을 마을 한가운데에 풀어놓는 결과를 초래한다.
1년이 흘렀다.
1995년 7월 28일 밤이었다.
13세 소년 테드 필립스는 금요일 밤의 평화로운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가족들과 함께 TV로 영화를 보던 중 잠에 들었다. 이날은 소년의 가족이 바라부로 이사를 온 지 2주째 되던 날이었다.
새벽 무렵, 테드는 누군가 자신을 번쩍 안아 올리는 것을 느꼈다. 잠결에 눈을 반쯤 뜬 테드는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을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나를 침대로 옮겨주는구나.'
이 평화로운 시퀀스 가운데 소년은 당연히 저항 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건 아빠가 아니었다.
점차 날카로워지는 의식 속에서 테드는 그 이유를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을 안고 있는 이는 아빠도 엄마도 아닌 낯선 이였다.
이런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상황에서 테드는 비몽사몽한 가운데 홀리듯 낯선 이를 따라가게 된다.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남자였으나 별반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테드가 완전히 잠에서 깬 곳은, 밤길을 따라 나타난 어느 낡고 허름한 집에서였다. 그곳은 기괴했다. 지면 위로 수북 쌓인 쓰레기 더미와 탁자 공간을 가득 채운 곰팡이 핀 음식물 찌꺼기들.
낯선 이는 테드를 결코 거칠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친절하고 쾌활했다. 그는 자신을 '조'라고 소개한 데 이어, 지금 파티를 계획 중이라며 전학 온 테드가 학교에서 마주친 몇몇 학생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기까지 했다.
"야, 내 방에 올라가서 구경하자. 파티 손님들 오기 전에 위층에서 모형 자동차들이랑 다른 것들 보여줄게."
이렇듯 사뭇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테드는 이 상황이 납치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마치 동네 친한 형의 초대에 응하듯 순순히 거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조의 방은 널브러진 옷가지들로 가득했다.
조는 침대 위에 테드를 앉히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처럼 굴며 미소와 함께 프라모델 장난감과 야구&풋볼 카드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저..
동네 소년들 간의 평범한 대화로만 보였다.
허나 그 평온함은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조가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의 친절한 이웃집 형에서 분노와 광기로 가득 찬 포식자의 얼굴로 급변해 있었다. 그는 짐승처럼 테드를 침대 위로 집어 던지고는 옆으로 다가와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테드는 발버둥을 치며 최선을 다해 반항하려 했으나 거구의 동성 연상을 뿌리치기엔 완력 차이가 절대적이었다.
조가 테드의 오른쪽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관절의 가동 범위를 무시한 채 마치 짐승의 뼈를 발라내듯 기괴한 각도로 비틀어버렸다.
거친 파열음이 방 안을 울려댔다.
극심한 고통과 충격에 테드는 그저 몸과 정신이 멈춰버린 듯 정지해 버렸다.
조는 한 걸음 물러서선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무언가 혼잣말을 중얼거려댔다.
그리고..
갑자기 깨어난 악몽 한가운데에서도 테드는 정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조가 계속해서 혼잣말을 웅얼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서 곧장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타기 시작했다.
발목이 부러져서 빠르게 달릴 수가 없었지만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끝까지 내려갔다. 이윽고 거실을 지나쳐 집 밖으로 도망가려던 그때..
어느새 따라잡은 조가 뒤에서 헤드록을 걸고는 거실로 끌고 갔다.
조는 일체의 망설임이나 거부감 없이 테드의 오른쪽 다리를 쥐어짜듯 비틀었다.
그렇게 대퇴골과 고관절이 부러지면서 테드는 잠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이내 기절해 버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곁에 앉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던 조가 처음의 그 차분하고 다정한 태도로 부드러이 말을 건넸다.
"있잖아, 나는 언제나 이 뼈에 매력을 느꼈어. 사람 뼈 말이야. 일단은.. 소파에 누워서 좀 자라고."
테드는 잠에 들길 거부했다.
오른쪽 다리 전체가 그토록 끔찍한 고통 속에 놓여진 13세였음에도, 가만히..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이 주변에 없을지를 찾았다.
허나 집안은 쓰레기 더미뿐이었다. 손에 쥐고서.. 아니, 손에 쥘 만한 제대로 된 물건 자체가 존재하질 않았다.
하릴 없이 테드는 사라지지 않는 고통과 공포를 가장 가까이 둔 채 아침 해가 뜰 때까지를 기다렸다.
테드는 생각했다.
'어쩌면.. 아침이 되면 나를 보내줄지도 몰라.'
그리고..
희망에 불과했단 것을 머지않아 알게 됐을 줄이야.
아침이 도래했다.
테드는 잠에서 깬 조에게 조심스레 부모님께 전화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조는 흔쾌히 그러라며 전화기를 가져와 건넸다. 테드는 떨리는 손으로 거칠게 전화번호를 누르고는 수화기에 귀를 댔다. 머릿속으론 할 말을 빠르게 정리해 가며.
그리고 거의 동시에..
조가 10대 소년 특유의 낄낄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전화선이 이미 조에 의해 잘려있었다.
사람은 고통과 공포가 차츰 깊어져 감에 따라 분노와 분개를 하기도 한다.
테드도 그러했다.
허나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이 13세 소년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조에게 사담을 건네고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그가 자신을 더는 해치고 싶지 않도록 관계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략은 꽤나 잘 먹혀들었다.
둘은 마치 평범한 10대 형 동생 마냥 거실에서 2시간 정도 함께 TV를 시청했다.
먹혀든 것처럼 보였었다.
일순 조가 브라운관에서 몸을 돌려 테드를 똑바로 응시했다.
테드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지난밤 자신의 뼈를 사정없이 뒤틀기 직전 조가 얼굴 위로 띄었던 까닭 모를 분노의 그 표정을.
조가 테드를 번쩍 안아 올리고는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이번엔 테드의 왼쪽 다리를 무자비하게 비틀었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에 테드는 상반신을 번쩍 일으키고는 조의 등을 향해 있는 대로 주먹질을 했다.
그러자 조가 베개로 테드의 얼굴을 덮고는 분명한 어조로 위협했다.
"계속해 봐! 반항을 멈추지 않으면 니 척추나 목뼈를 부러뜨려버릴 거니까!"
테드는 그 즉시 고분고분하게 행동한다.
행동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 모든 일련의 사태가 너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테드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우선 '속도'를 최대한 늦춰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떠올렸다.
한편..
공격이 끝난 후 조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친절하거나 분노로 이성을 잃고서 공격해 오거나, 이 둘과는 다른 모습을.
"뼈 부러뜨리는 게 좋아. 근데 그거보다 더 좋은 게 있어. 부러뜨린 뼈를 다시 고치는 거."
이어 조는 주변에서 붕대 뭉치와 의료용 다리 교정기 기구를 가져왔다. 그리고 서랍 칸을 열더니, 그곳으로 가득하게 비치된 새 하얀 양말 중 몇 개를 뽑아왔다.
조는 마치 테드의 부러진 다리뼈를 맞추고 고정시키듯 양말을 겹겹이 신긴 채 교정기를 꼼꼼하게 채웠다.
고문.
그리고 치료.
괴이한 세션을 진행한 끝에 하루가 꼬박 지났다.
토요일 해질녘.
조가 테드에게 자신은 저녁에 외출할 것이라고 말했고, 테드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매 순간 사방으로 귀를 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가 주방 쪽에서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소리를 엿듣는다. 집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허나 그런 대화 소리는 이내 중단됐고 테드는 바로 주방 쪽 어딘가에 전화기가 있는 것이라 직감한다. 그러므로 테드는 어떻게 해서든 전화기에 접근하고자 마음먹는다.
헌데..
조는 외출하기 전 테드에게 다시금 접근한다.
그건, 테드가 집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물리적 조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테드는 아주 심하게 망가져 버렸다.
그래도 테드의 결심엔 흔들림이 없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분명 죽을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결코 가만 있지 않겠어.'
밤이 찾아오고..
조가 밖을 나가는 소리를 확인한 테드는 침대 아래로 간신히 몸을 기어 내려와 아래로 향하는 계단까지 이동했다. 양다리 전체 부위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어 지면에 디디려고 하면 극심한 고통이 뒤따랐기에, 팔과 상반신의 움직임만으로 애처로이 꼬물거린 끝에 말이다.
허나..
문제는 계단이었다.
별수 없었다.
테드는 굳게 마음을 먹고서..
그대로 몸을 계단 밑으로 던졌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테드는 주방 입구까지 기절을 반복하며 조금씩 조금씩 기어나갔다.
그렇게 고통에 비례해 시간 역시 흘러갔고..
어느새 외출에서 돌아온 조가 여자 친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온다. 테드는 가만히 숨죽인 채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서 기회를 엿봤다.
허나 여자 친구를 돌려보내고서 거실을 가로지르던 조가 그런 테드를 발견한다. 위층에 있어야 할 테드를 마주한 조의 얼굴로 당혹스러움과 냉혹함이 번갈아 교차한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새벽 사이 집안으로 침입한 조에 의해 납치됐던 테드.
토요일 이른 아침 테드의 부모는 아들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서 온종일 마을과 주변 지역 일대를 수색한다.
처음엔 축제가 열리는 주말이었기에 친구들과 어딘가로 놀러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테드가 사라진 집안에선 딱히 외부 침입의 흔적을 엿볼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평상시와 달리 주방 불이 켜져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한편..
차량을 이용해 동네 일대를 들쑤셔봤으나 테드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실종 24시간이 지난 일요일 아침, 테드의 부모는 지역 카운티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한다. 그리고 경찰은 테드의 부모에게 집으로 돌아가 전화기 곁을 지키라 조언한다.
일요일 늦은 아침.
잠에서 깬 테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양다리의 고통도 아닌, 지난밤 조가 남긴 섬뜩한 한마디였다.
"도망치려 했겠다. 넌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조는 마치 장난을 치듯 테드의 양 다리 부위에 물리적 괴롭힘을 가하 남은 아침을 보냈다.
한편..
테드는 조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이제는 몸이 하루도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테드는 여러 말을 건네다가 문득 혹시 자신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짓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럼. 그런 적 있지."
조는 과거 피해자의 이름을 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조의 얼굴로 격양된 분노가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테드에게 작은 행운이 따랐다.
조와 외출하기 위해 그의 여자 친구가 집 앞으로 찾아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때까지 테드는 마지막 정신을 있는 대로 쥐어짜며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문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나갔다. 틈틈이 진입로로 조의 여자 친구가 오는 것 같은 발소리가 들린다고 천진하게 거짓말을 했고, 그때마다 조가 창문으로 가 확인을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고문 사이사이마다 테드는 교묘하게 시간을 벌어 나갔다.
그러다 마침내 정말로 조의 여자 친구가 진입로로 도착했고..
조는 테드를 벽장 안에 가둔 채 외출을 나갔다.
이무렵..
테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미 너무도 반복된 양 다리로의 고문으로 인해 뼈의 골절과 이탈이 한계치에 다다랐으며, 그로 인한 내부 출혈의 심화가 곧 급격한 치명상을 야기할 것이라는 사실을.
집안에 나 홀로.
그리고 벽장 안에.
테드는 갇힌 벽장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러져 있는 물건 더미들을 파헤친 끝에 오래되고 낡은 나무 일렉트릭 기타를 발견한다.
테드는 남은 힘을 어떻게든 쥐어짜 내며 기타로 벽장 문의 나무 판넬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서진 틈으로 바깥의 손잡이를 열 수가 있었다.
그렇게 빠져나온 테드는 다시금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과 마주한다.
테드는 거침이 없었다.
이제 이것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임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몸을 내던졌다.
수십cm를 이동하고 기절하고, 다시 이동하고 기절하고, 또 깨어나면 이동하고의 반복이었다.
결국..
마침내..
테드는 전화기가 있다고 생각되던 주방 안으로 도착한다.
그리고..
정말 전화기가 있었다.
헌데..
전화기는 벽면에 설치된 상태였다.
허나 천만다행이게도, 전화기 본체로 이어진 전화선이 길게 늘어져 아래로 대롱 거리고 있었다.
범행이 이뤄지던 조셉의 집은 테드의 집에서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곧장 조의 집으로 도착해 테드를 구급차로 옮겼다. 내부 출혈로 인해 만약 2시간 안에 병원 치료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사망했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잠시..
인체의 뼈 중 가장 크고 단단한 대퇴골이 맨손의 완력에 의해 뒤틀려 부러졌다는 것은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가해졌음을 뜻한다. (사건 당시 조셉의 덩치는 이미 건장한 성인 남성 수준이었으며 테드의 2배에 달했을 정도)
그러나 뼈 자체의 손상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출혈이겠다.
대퇴골이 부러지면 뼛조각이 주변의 근육과 굵은 혈관(대퇴동맥 등)을 찢어버리며, 성인 기준으로 골절 부위 한쪽당 약 1,000ml 이상의 혈액이 허벅지 근막 내부 공간으로 쏟아져 나온다.
양쪽 다리가 부러진 13세 소년의 체혈량을 고려할 때, 이는 전신 혈액의 약 30-40% 이상이 신체 내부로 빠져나간 심각한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해당한다. 그럼 이제 급격한 혈압 강하, 산소 공급 중단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편..
병원에 도착 후 부모님과 재회한 테드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처음이 아니에요! 피해자가 또 있다고 했어요! 이름이 크리스라고 했어요! 그리고 성은 S로 시작했었는데.."
이에 테드의 아버지는 지역 전화번호부 책(과거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전화번호부 책에 일반 가정의 유선 전화번호 명부가 실림)을 넘기며 S로 시작하는 성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슈타이너'에 다다랐을 때 테드가 외친다.
"그거예요! 맞아요! 그 사람!"
1년 전.
1994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였다.
바라부에 살던 14세 소년 크리스 슈타이너가 집에서 실종됐다. 밤 10시경 방에서 잠든 것을 아버지가 확인했으나, 다음 날 아침 소년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실종 며칠 후인 7월 10일.
크리스의 시신은 부근 위스콘신 강가 가장자리에서 치과 기록으로 인적을 확인할 만큼 부패가 심히 진행된 채 발견된다.
당시 마을의 10대 불량아였던 조셉 클라크가 용의자로 의심받았으나, 끝네 결정적인 정황이나 물증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제화가 됐었다.
그리고 1년 후인 1995년 7월.
18세 조셉 클라크는 밤늦은 시각 지역 술집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테드를 납치해 고문을 가한 혐의로 말이다.
에필로그
조셉 클라크가 체포되면서 크리스 슈타이너 사건이 재점화된다.
경찰은 매장돼 있던 크리스의 시신을 꺼내어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다. 사건 당시엔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성이 없다고 여겨졌었으나, 조셉 클라크의 특정한 범죄 성향을 파악했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크리스와 테드의 다리에서 보여지는 골절은 거의 동일한 상해 메커니즘이라는 법의학적 결론이 내려진다.
에필로그2
크리스 사건의 재조사로 인해 테드 사건의 재판까지 가는 데에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의사들은 테드의 부러진 다리와 고관절을 맞추려 여러 번의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테드는 내내 조셉 클라크의 악행에 대한 증언을 다짐하며 재판에 참석해 당당하게 진술을 펼친다.
한편..
검사 측은 보다 확실한 가중 처벌을 위해 테드에게 연이어 재판에 증언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기꺼이 응한 테드에게 어느 날 또다시 괴한이 방문한다.
이번에는 15세의 마을 불량아였다.
이 불량아는 조셉 클라크의 앞집 이웃이자 친한 친구로, 첫 번째 재판 결과에서 테드에게 분개한 이후 집에 있던 사냥용 소총을 들고서 테드의 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렇게 테드는 등에 두 발의 총을 맞는다.
에필로그3
1급 고의 살인 및 미수 등의 여러 혐의로 재판대에 올려진 조셉 클라크.
그와 그의 변호인 측은 사건 당시 의식이 거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셉 클라크는 그저 같이 놀려고 테드를 데려갔을 뿐이며 테드가 어떻게 그런 부상을 입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조셉 클라크의 친어머니가 약물 중독자였으며 임신 당시에도 남용을 했고, 사건 전년도에 심각한 자전거 사고로 머리 부상을 입으면서 정신적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한편..
총격을 당했던 테드가 두 번째 재판에도 참석하며 증언을 이어갔고..
검사 측이 제출한 조셉 클라크의 노트가 재판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노트에는 '알아갈 것', '기다릴 수 있음', '다리 관련'이라는 목록과 함께 마을 소년들의 이름이 명단화 돼 있었다.
정신 질환으로 인한 우발적 범죄자는 범행의 대상을 무작위로 선정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헌데 이런 세 단계의 타겟 리스트는 FBI 행동과학부(BAU)가 정의하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계획적 범죄자 의 특성'에 해당한다.
피해자를 물건이나 사냥감으로 타자화해 등급을 매기고, 범행을 철저히 계획해 문서화하는 것은 인지 능력을 갖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수집 강박을 증명하기 때문.
따라서, 해당 노트의 존재는 심신미약 주장을 기각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법적 및 심리학적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조셉 클라크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100년 형, 그리고 테드 측에 의료비 충당을 위한 2,1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는다.
에필로그 4
조셉 클라크의 범행은 일반적인 성도착증이나 연쇄살인마의 프로파일과는 조금 궤를 달리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피해자를 즉각적으로 살해하지 않고서, 골격의 파괴와 복원이라는 기괴한 메커니즘에 집착했다.
뼈가 부러지는 파열음에서 청각적 및 촉각적 희열을 느끼는 동시에, 부러진 다리에 붕대와 보조기를 채우고 양말을 덧신기는 행위.
이것은 타인의 신체를 부수고 고통을 부여하는 '파괴자'의 권력과, 그것을 다시 세심하게 치료해 주는 '구원자'의 권력을 동시에 행사함으로써 피해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절대적 전능감을 반복해 느끼는 것에 해당할 수가 있겠다. (생사여탈권을 통한 전능감은 연쇄살인마들의 주요 욕구 중 하나이기도 함)
에필로그 5
자기 자신을, 또 지역 사회를 구했던 마을의 영웅 테드 필립스.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열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밝힌 소년은 이제 40대에 들어섰으며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리곤 이 새로운 가족에게 계속해서 사랑에 대한 그 열망을 퍼뜨렸다.
허나..
테드는 여전히 다리를 약간씩 절며 걷는다.
사건으로부터 30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조셉 클라크 측으로부터 한 푼의 배상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같은 지역의 한 주민이 2023년경 테드를 위 GoFundMe에 모금을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조금씩 모금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현재 3만 6천 달러에 다다른 상황이다. (목표액은 10만 달러)
우리는 흔히 연쇄살인마의 기괴한 범행 방식이나 그들의 뒤틀린 뇌 구조에 압도되면서 공포를 느낀다. 조셉 클라크라는 괴물이 보여준 '뼈를 부수고 고치는 메디컬 사디즘'은 확실히 범죄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질적이고 잔혹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어둠의 서사에서 우리가 진짜 경외감을 느껴야 할 대상은 괴물이 아니다.
출혈성 쇼크로 심장이 멈춰가는 타임리밋 속에서, 오직 살아서 가족의 얼굴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렉트릭 기타를 휘둘러 문을 부수고 계단을 굴러내려 온 13살 소년의 꺾이지 않는 생명력. 그리고 등에 두 발의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며 법정에 섰던 초인적인 용기.
그렇게 마침내 이어진 심판의 결과야말로 바로 이 잔혹한 논픽션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인과응보겠다.
참조
<Unseen/Teen Killer Kidnaps The "Wrong" 13 YO Boy | The Disturbing Case of Thad Phillips>
<Wisconsin Court System/State v. Joseph C. Clark>
<WKOW/Kidnapped and tortured by the 'Bonebreaker' Survivor never receives $21M award> Rachael Perry
(따로 출처 표기가 없는 이미지는 이상한 옴니버스가 AI를 통해 생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