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에 새겨진 마지막 드립

서양에는 고대에서부터 이어진 묘지 비문 문화가 존재한다.

비문(Epitaph)이란 그리스어 epi(위에)+taphos(무덤)에서 유래된 말로, 묘비에 새기는 짧은 글귀를 의미한다.

특히 영미권에선 개인의 개성을 살리거나 유머러스한 비문을 남기는 오랜 전통이 있다. 아마, 죽음 앞에서 엄숙함보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더 내세우려는 서양 특유의 정체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의 유명 예술가였던 스파이크 밀리건의 '내가 아프다고 했었잖아'라는 비문이, 그리고 미국의 유명 MC였던 머브 그리핀이 생전 자신의 단골 멘트를 비틀은 '광고가 끝나고서 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가 있다.

자, 그럼 여기서..

해외의 유명 웹 뉴스 사이트 Bored Panda에서 투표로 선정된 인상적인 묘비 중 임의로 간추린 것들을 소개해 보겠다.

(Wikimedia/Ryanhgwu)

베트남 참전에서 두 명을 죽인 공로로 훈장을 받았지만
한 명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제대됐다

(Reddit/eldare)

이걸 읽고 있다면
지금 당신은 내 젖통 위에 서 있는 거요

(Flickr/Gray Skies Photography)

피라미드를 기대했건만

(Find a Grave/Vicalina)

화장실 하나뿐인 집에서 아름다운 네 딸을 키웠고
변치 않는 사랑이 있었다

(Imgur/MrPhuckett)

이제 나는 당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

(Pinterest/sherry)

여기 무신론자가 잠들어있습니다
멋드러지게 차려입었건만 갈 곳이 없는

(Reddit/GallowBoob)




  ㅇ
   ㅡ
    ㅁ

(영국의 유명 화가이자 판화가인 패트릭 콜필드의 묘비)

(Find a Grave/PhillyTR)

여기 조지타운에서 드디어 주차할 자리를 찾았네!

(묘지의 주인인 캐서린 브라운 아이비슨은 예술학교를 졸업 후 미술을 전공하며 아이들을 가르친 적도 있고 신문사들에 글을 기고한 적도 있음)

(Find a Grave/AJ)

저리 가슈 자는 중이니까

(연기력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여배우 조 해킷의 비문, 난소암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망)

(Reddit/seekfear)

협의 없이 보내져서는 동의 없이 떠나가진다오

(Find a Grave/Denise)

인생이 그런 거지

(Find a Grave/Bill Stephens)

월터 삼촌은 돈 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어요
결국엔 돈 없이 떠나지만 많은 위스키와 많은 아내가 있었죠
삼촌은 정말이지 인생을 즐겼다니까

(묘비의 주인 월터 스타우펜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해안 경비대에서 복무한 뒤 해안 경비대 사관학교 졸업, 이후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 이수, 보험 대리인과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해오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상선에서 항해사로 근무한 적 있으며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증권 회사에서 공인 중개인으로 일한 적도 있음, 새로운 자택으로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

(Find a Grave/James Spink)

헛소리하지 말 것

(Wikimedia/Plazak)

그는 죽일 필요가 없는 사람은 결코 죽이지 않았다

(묘비 주인 클레이 앨리슨은 서부 시대의 목장주이자 악명 높던 총잡이, 보급품 실은 마차를 끌고 가다 사고로 바퀴에 깔리며 목이 부러져 사망)

(Paul Rutherford)

살면서 좋은 거래도 하고 나쁜 거래도 했었지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지하실 구경하네

(Flickr/J. Stephen Conn)

여기 조지 존슨 잠들다
1882년 실수로 교수형에 처해짐
그가 옳았고 우리가 틀렸었네
하지만 우린 그를 매달았고 이제 그는 떠나고 없네

(Find a Grave/CM Reed)

스티브와 아냐 여기 묻히다
영원한 안식으로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는
아직도 못 받은 카드값을 찾아 헤메이겠지

보너스

(Reddit/emkay99)

여기 묻히다 (뭍히다 아님)
빌리 우디 로빈스 리드
국어 교사

(Odd Stuff Magazine)

기왕이면 오션뷰를

(Reddit/Inevitable-Plenty203)

주여
제가 마지막 소아마비 희생자가 되게 해주소서
아멘

(Reddit/Minimum_Scholar_2356)

베트남에서 제가 죽인 노부인을 추모하며
용서해 주시길
정말로 죄송합니다

(Reddit/FlapXenoJackson)

요놈 진짜 최악의 반려동물이었음
그래도 우린 녀석을 사랑했음

페레그린
2002년 7월 19일 - 2021년 8월 11일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