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리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
본 글은, 현대 인류사 최초의 연쇄 살인마로 꼽히는 잭 더 리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그가 썼다고 알려진 편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보냈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편지, 그리고 동봉된 인간의 신장. 과연, 잭 더 리퍼는 정말로 편지를 보냈던 것일까요?
From hell
지옥으로부터
Mr Lusk Sor
러스크 선셍에게
I send you half the Kidne I took from one women prasarved it for you tother piece I fried and ate it was very nise. I may send you the bloody knif that took it out if you only wate a whil longer
signed
여자 하나한테서 꺼낸 신쟝 반쪽을 보낸다 널 위해 보깐해 뒀던 거야 남은 조각은 내가 구워 먹었는데 참 조앗어 좀만 더 기달면 그걸 꺼낼 때 쓴 피 묻은 나이쁘도 보내주지
signed Catch me when you can Mishter Lusk
서명: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미스떠 러스크
현대 인류사 최초의 연쇄 살인마로 꼽히는 잭 더 리퍼.
빅토리아 시대였던 1880년대 후반..
영국 런던의 밤을 살인극 무대로 사용했던 인류사 최초의 극장형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
그런 그가 언론사 앞으로 보낸 살인 예고장.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이름을 대보라면, 분명 잭 더 리퍼가 가장 많은 득표를 차지할 것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우범지대였던 화이트 채플에서, 불과 3년 동안 13명의 여성을 차마 글로 적기에도 어려운 방식으로 잔혹한 살해 및 시신 훼손을 자행했던 살인마.
그 악명이 어찌나 높던지..
사건 당시 언론과 대중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지경이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선 아예 관광 테마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였다.
심지어, '잭 더 리퍼학(學)'과 '잭 더 리퍼 전문가'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이렇듯 잭 더 리퍼는 가장 방대하고 오랜 분석이 이뤄진 동시에 대중에게 가장 전파가 많이 된 범죄자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경찰에게 예고장을 보내고 치밀한 완전범죄로 십수 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더니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살인마'
이번 이야기에선..
잭 더 리퍼가 언론 앞으로 보냈다던 편지들에 대한 분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진짜' 잭 더 리퍼가 보낸 것으로 여겨지는 편지는 3통에 불과하다.
어찌해서 불과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면, 잭 더 리퍼를 자칭하는 편지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1천여 통에 달한다는 집계가 있을 정도라 그렇다.
당시 런던의 밤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잭 더 리퍼의 악명은,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치를 아득히 넘어서인지 사람들은 공포심에서 열광으로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엔 언론사들이 잭 더 리퍼의 편지를 대대적으로 1면에 내보내며 그의 범죄사를 대중이 소비하기에 적당한 방식으로 전파시킨 탓이 크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실지 사건의 배경이었던 화이트 채플의 소시민들이 아니었고 말이다.
다시 돌아와..
2018년 1월경,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의 법의학 언어학자 안드레아 니니 박사가 이러한 잭 더 리퍼의 편지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그는 일반에 공표됐던 209통의 자칭 잭 더 리퍼 편지들을 취합, 첨단의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그 정체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정체는 실로 놀라웠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에게 '잭 더 리퍼 신화'에 대한 '이면의 현실'을 소개해야겠다.
잭 더 리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미 2011년 10월경 이상한 옴니버스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따라서 극히 심플하게만 언급하자면..
잭 더 리퍼는 13명을 살해하지 않았다.
그는 1888년 1-2개월 사이에 발작적으로 4-5명의 매춘부를 살해했다.
당시 런던 경찰은 잭 더 리퍼가 5건의 살해에 관여됐다고 잠정 결론 내렸으며, 현대의 범죄자 프로파일링으로 비추어 마지막 사건은 모방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잭 더 리퍼는 여타의 연쇄살인마와 같이 비교적 일정한 특징에 맞춰 피해자를 선별했는데, 1-4차까지의 피해 매춘부 모두 작은 신장의 40대 중반 여성이었다. (157cm, 150cm, 165cm, 152cm, 그리고 모두 짙은 갈색 머리)
반면 마지막 5차 사건의 피해 여성은 20대 중반으로 170cm의 장신에다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헤어였으며(금발이었다는 의견도 존재), 특징적인 살해 방식이 나타나 있기보다는 그저 증거를 인멸하고 흉내라도 내듯 무차별적인 시신 훼손만이 눈에 띄었다.
또 길거리에서 몇 분 만에 살해 및 시신 훼손이 이뤄진 것이 아닌 피해자의 집에서 장시간에 걸친 범행이 이뤄진 점, 늦은 새벽 습격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집으로 이끌고 갔으며, 범인이 시신 훼손 과정에서 불빛을 위해 벽난로에 피해자의 의복을 태우고 있었다는 점(1-4차 모두 깜깜한 새벽 골목거리에서 능숙하게 시신 훼손이 이뤄짐) 등이 그러했다.
한편, 현장을 지켜본 의사 둘은 시신 훼손에서 의학적 지식이 아닌 동물의 절단 과정에서 생긴 습성이 보이며 정육점의 도축 기술로 사료된다고 의견을 내놨다.
즉, 어두운 조명 아래 불과 10여 분 내외의 시간 동안 벌어진 이 시신 훼손은 범인이 도축업자와 같은 기술적 지식 또는 경험을 지녔다는 것.
그렇다면..
잭 더 리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저지른 살인 참극은, 분명 비교적 장기간 진행된 정신질환적 문제가 빠르게 심화되는 과정에서 발발한 비규칙적인 살인 행각으로 추정이 가능하겠다.
여기엔 프로파일링에 모든 조건이 들어맞는 당시 용의자가 하나 존재한다.
범죄 현장을 기준으로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일치하는, 전문적인 도축업자였던, 집안에 유전적인 정신 환자가 존재했던, 매독에 걸리며 매춘부에게 분노를 품을 이유가 있었던, 매독의 진행으로 인해 정신질환적 문제가 더욱 심해지며 폭력성과 환청 증상이 발현되던, 여타 연쇄살인마들과 같이 첫 살인 직전 트리거가 되는 사건을 맞이했던, 마지막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심화된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입원과 함께 사망하게 되는..
당시 사건 현장 목격자가 증언한 범인의 신장 160cm, 그리고 그런 신장의 범인이 목을 조르고 칼로 베기에 적합한 신장이었던 피해자들..
바로, '제이콥 레비'라는 용의자가 말이다.
물론..
그가 잭 더 리퍼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지닌 프로파일링적 요소가 다른 용의자들보다 분명하게 많다는 것일 뿐.
그리고 중요한 건, 잭 더 리퍼는 아르센 뤼팽과 같은 소설 속 완전범죄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자였다는 것.
자!
자세한 잭 더 리퍼 이야기는 구글에 [이상한 옴니버스]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정체 를 검색해보시고..
본론으로 들어가..
약 1,000여통에 달하는 편지 중, 진짜 잭 더 리퍼가 보낸 것이라 세간에 알려진 3통의 편지를 소개하겠다.
1888년 8월 31일과 9월 8일, 두 여성이 나이프로 살해당한 후 끔찍한 시신 훼손이 가해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1888년 9월 27일, 런던의 언론사 센트럴 뉴스 에이전시(Central News Agency, 이하 CNA) 앞으로 편지가 배달된다.
해당 편지는 9월 25일 발송된 것으로, 스스로를 Jack the Ripper라 칭하고 있었다.
친애하는 대장께
경찰이 날 잡았다고들 떠드는데 아직 나를 처넣지는 못할 거야. 자기들이 제대로 짚었다며 한껏 영리한 척을 떨 때마다 실소가 나오더군.
그 가죽 앞치마 건은 정말이지 나를 자지러지게 했다니까.
(주: 가죽 앞치마-> 당시 경찰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풍문이 돌던 한 유대인 구두 수선공의 별칭)
난 매춘부 년들이 진저리 처지게 싫어. 그러니 수갑을 찰 때까지 그것들을 난도질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다.
지난번 작업은 아주 근사했지. 난 그 숙녀가 멱따는 소리를 낼 틈도 주지 않았어.
(주: 1888년 9월 8일 발생한 2번째 피해자 애니 채프먼 살인 사건을 의미)
경찰이 날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어.
난 내 일이 너무 좋아서 다시 시작하고만 싶어.
곧 나의 이 재미있는 작은 게임들에 대해 더 듣게 될 거다.
지난 작업 때 편지를 쓰려고 생강 맥주병에다 진짜배기 빨간 것을 좀 담아뒀는데 그만 풀처럼 걸쭉해져선 쓸 수가 없더군.
(주: 빨간 것Red stuff -> 피를 완곡하게 표현하던 당시의 은어)
대신 쓴 이 빨간 잉크로 충분하길 바라네. 하. 하.
다음 작업 때는 재미 삼아 숙녀분의 귀를 잘라다 경찰관들에게 보내줄 건데 당신도 즐거울 거야.
내가 작업을 좀 더 마칠 때까진 이 편지를 공개하지 말고 보관해 뒀다가, 그다음에 내보내라고.
내 칼은 아주 훌륭하고 날이 서 있어서 기회만 온다면야 당장에라도 일을 치르고 싶을 뿐이야.
행운을 비네.
당신의 충실한, 잭 더 리퍼가.
내가 이런 상호명을 붙였다고 너무 놀라지는 말라고.
(주: 상호명Trade name -> 스스로에게 잭 더 리퍼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자신의 살인을 비즈니스처럼 묘사한 것)
추신
빌어먹게도 손에 묻은 빨간 잉크를 다 씻어내기 전까진 이 편지를 부칠 상황이 아니었으니 여전히 경찰에겐 운이 따라주지 않는 거지.
(주: 여기선 기존 표현과 달리 피해자의 혈액을 빨간 잉크로 언어 유희적&중의적 표현. 손에서 피를 깨끗이 씻어내는 식으로 자신은 범죄 증거나 수상한 장면을 목격당하지 않았으므로 경찰에겐 운이 없다는 에두른 표현)
경찰이 이제는 내가 의사라고 하는군. 하. 하.
(주: 피해자들의 신체 훼손 및 장기 적출 수법에 대해 경찰이 의학적 지식인을 용의자 범위에 올렸다는 풍문이 있자)
이 친애하는 대장께Dear Boss라 이름 붙여진 편지를 받은 CNA는 잭 더 리퍼의 요청에 따라 일반에 곧바로 공표하지 않고서, 이틀 후인 9월 29일 런던 경찰국에 편지를 전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이전 두 차례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두고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사칭하는 몇 통의 편지가 경찰 앞으로 보내졌기에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9월 30일 새벽.
약 1시간 간격을 두고서 끔찍한 훼손이 가해진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여기서, 한 피해자의 귓 부위에 나이프로 인한 절단 흔적이 나타나면서 경찰은 편지의 신빙성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 계기가 된다.
1888년 10월 1일.
사건 바로 다음날인 이날, CNA 앞으로 엽서 하나가 도착한다.
훗날 건방진 재키Saucy Jacky라 이름 붙여진 잭 더 리퍼의 2번째 편지였다.
내가 당신에게 힌트를 줬던 건 장난인 게 아니었다고 우리 대장.
내일이면 이 건방진 재키의 이번 더블 이벤트 작업에 대해 듣게 될 거야.
(주: 더블 이벤트 -> 1888년 9월 30일 새벽 간 1시간 간격으로 발생한 3-4차 이중 살인을 의미)
첫 번째 거는 비명을 좀 질러대는 바람에 단번에 끝내지 못했지. 그래서 경찰에게 줄 귀를 챙길 새가 없었어.
(주: 'Dear Boss' 편지에서 경찰관들에게 귀를 잘라 보내겠다고 위협했던 것에 대한)
내가 다시 작업에 들어갈 때까지 지난번 편지를 공개하지 않고 기다려줘 고맙군.
(주: 'Dear Boss' 편지에서 좀 더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개하라고 했던 것에 대한)
잭 더 리퍼가
1888년 10월 3일.
경찰은 위 두 편지의 사본을 전단으로 일반에 공표하며 누군가가 범인의 필체를 알아보고서 신고를 해오길 기대한다.
또, CNA를 비롯한 지역 및 전국의 언론사들이 편지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세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됐으며 전국적으로 범인 찾기에 혈안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수사 진전이 없자, 사건 현장이었던 화이트 채플에선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자경단이 조직된다.
주로 지역 상인 계층으로 이뤄진 해당 자경단의 위원장으론, 지역 상권 보호 의식에 열정적이었던 건축업자 조지 러스크가 선출됐다.
그러던 1888년 10월 16일.
바로 이 조지 러스크 앞으로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와 함께 작은 상자가 동봉된 채였는데..
이 상자 안에는 신장 반쪽이 담겨있었다.
지옥으로부터
(주: From Hell이라는 머리말 표현은 훗날 수많은 컨텐츠에 인용 및 차용됨)
러스크 선셍에게
여자 하나한테서 꺼낸 신쟝 반쪽을 보낸다 널 위해 보깐해 뒀던 거야 남은 조각은 내가 구워 먹었는데 참 조앗어 좀만 더 기달면 그걸 꺼낼 때 쓴 피 묻은 나이쁘도 보내주지
서명: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미스떠 러스크
이 편지는 앞선 Dear Boss나 Saucy Jacky와 분명 성격이 달랐다.
스스로를 잭 더 리퍼라고 칭하지 않고서, 그저 '내 서명이자 정체는 바로 너희가 잡을 수 없는 존재이다'라는 식으로 조롱하고 있다.
또, 말뿐이었던 Dear Boss나 Saucy Jacky 편지와 달리 진짜 신장을 동봉해 보내왔다.
특히나..
해당 편지에선 문장이 쉼표나 마침표 없이 쭉 이어지며 곳곳에 발음되는 대로 적힌 오타가 두드러진다.
한편..
처음엔 편지가 장난이라고 여겼던 러스크는, 이틀 후 자경단 회의에서 해당 건을 공유하면서 곧 의학적 소견을 구하기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동봉됐던 신장은 런던 병원의 오픈쇼 박사에게 전달됐고..
여기서 박사로부터 결과를 전해 들었다던 다른 의원의 조수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박사님은 신장이 좌측 신장의 일부이며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음주 습관이 있던 사람의 신장이며, 사망 시점은 마지막 사건 때와 동시기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사를 통해 특보로 다뤄지면서..
지금까지도 이 지옥으로부터From Hell라 이름 붙여진 3번째 편지는 가장 유력한 잭 더 리퍼의 진짜 편지로 알려지게 된다.
자!
이제는 이 3통의 편지에 대한 첨단 언어학적 분석이다.
언어학자 안드레아 니니 박사는 현재까지도 보존되고 있는 '잭 더 리퍼 편지 후보군' 209통을 기준으로 분석에 임했다.
이 209통은 단어 수 총 17,463개로 이뤄졌으며 1통당 평균적인 단어 수가 고작 83개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의 편지가 짧은 메모 내지는 엽서 형식이었다는 것.
한편, 분석 방식으론 자카드 거리Jaccard distance라는 방식이 채용됐다.
본디 특정 단어 및 기능어의 사용 빈도수를 측정에 저자의 고유한 문체를 식별하는 게 통상적인 법언어학의 저자 판별 기법이나..
평균적으로 너무 짧은 단어 사용이었던지라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불가능했기 때문.
그래서 생물학이나 생물학에서 종 간의 유사성을 비교하거나 범죄 유형의 유사성을 측정할 때 쓰이던 수학적 도구 자카드 거리가 차용된 것이다.
먼저 조금은 따분할 수 있는 설명을 잠시만 이어가자면..
자카드 거리는 빈도수가 아닌, 특정 언어적 특성이 두 텍스트 간에 존재하는가/존재하지 않는냐는 교집합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0에 가까울수록 두 텍스트가 절대적으로 동일함을 의미하고, 1에 가까울수록 완전히 다름을 의미한다.
분석의 기준으로 사용된 언어적 특징은 단어 2-그램Word 2-grams 방식이었다.
이는 연속된 두 단어의 묶음(예: I am, to get)을 추출, 두 텍스트 간에 똑같은 구문 패턴이 얼마나 교집합으로 존재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코퍼스 언어학과 인지 언어학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 처리는 개별 단어가 아니라 단어들의 조합을 통해 이뤄진다.
특정한 화행Speech act을 표현하고자 할 때, 작가마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의 연쇄 구조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짧은 텍스트(예: 문자 메시지나 메모)의 저자를 식별할 때는, 빈도수보다는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배열하는 단어의 묶음N-gram의 교집합이 얼마나 희귀하고 독특한가를 찾아내는 게 가장 효과적인 증명 방식이겠다.
자..
이제 따분한 소리는 끝났고..
직관적인 설명으로 이어가겠다.
9월 27일과 10월 1일에 보내진 Dear Boss&Saucy Jacky 편지에서 최초로 잭 더 리퍼라는 서명이 사용됐으며, 동시에 자신의 범죄를 뽐내며 도발하는 최초의 극장형 연출 방식 편지였다.
분석 결과, 209통의 편지 대부분은(From Hell을 제외하고서) 해당 편지를 맹목적으로 흉내 내는 단순한 모방에 불과했다.
이러한 모방 편지들은 인사말이나 서명 그리고 ha ha와 같은 웃음 표현 주로 베껴갔으며, 자카드 거리 분석 결과 Dear Boss&Saucy Jacky와는 다른 저자가 작성한 것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반면, 불과 57단어가 사용된 Saucy Jacky의 경우 Dear Boss와 촘촘한 교집합을 보이며 절대 독립적으로 쓰인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Dear Boss&Saucy Jacky는 최초에 동일한 저자가 작성한 것이며 직후 언론에 의해 텍스트 전문이 전국으로 전파되며 사칭 편지의 시발점이 됨과 동시에 샘플이자 표본 역할을 했던 것.
결정적으로..
Dear Boss&Saucy Jacky 사이에는 움직일 수 없는 교집합이 존재했다.
해당 연구에서 각 편지마다의 유사성을 분석하기 위해 19세기 영어의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3개의 거대 비교 코퍼스를 교차 검색했다. (COHA 1억 3천만 단어, CLMET3 3천4백만 단어, EOBC 1천9백만 단어)
그 결과..
두 편지의
"내가 작업을 좀 더 마칠 때까진 이 편지를 공개하지 말고 보관해 뒀다가, 그다음에 내보내라고."
"내가 다시 작업에 들어갈 때까지 지난번 편지를 공개하지 않고 기다려줘 고맙군."
구절에서
Dear Boss: "keep this letter back till I do.." (내가 ~할 때까지 이 편지를 가지고 있어라)
Saucy Jacky: "thanks for keeping last letter back till I got to work" (내가 일을 할 때까지 지난번 편지를 가지고 있어 줘서 고맙다)
라는 유의미한 교집합이 포착됐다.
두 텍스트에서 공통적으로 명사구(letter)를 사이에 두고서 구동사 keep back(보류하다, 발송을 미루다)을 분리시켜 배치한 뒤, 접속사 till(until의 변형)을 사용해 종속절을 이끄는 완벽히 동일한 통사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편지의 공개를 미루라는 의미로 쓰인 이 letter back till I라는 4-gram 구조는, 19세기 영어 코퍼스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극도로 희귀한 표현이었다.
19세기 코퍼스에서 당대인들은 보통 withhold나 detain을 사용했다.
keep back을 쓴 용례 자체가 22.5%에 불과했으며, 그중에서도 목적어를 중간에 넣고서 till로 절을 잇는 구조는 오직 Dear Boss&Saucy Jacky 저자만의 고유한 무의식적(혹은 의식적) 언어 습관, 즉 개인어에 해당했다.
10월 3일 이후 수백이 넘는 모방범이 이 두 편지의 겉껍질을 흉내 내 편지를 보냈지만, 이 깊은 심연의 통사적 구조를 모방해 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원작자만이 남길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언어적 DNA 흔적이었다.
자, 그렇다면..
결국 잭 더 리퍼의 편지와 관련해선 Dear Boss&Saucy Jacky 그리고 From Hell이 유일하게 독창성을 지니고 있으며 진짜 범인과 연관성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Dear Boss&Saucy Jacky의 저자가 진짜 잭 더 리퍼였을까?
현대의 범죄프로파일링에 비추어 볼 때..
이 두 편지의 존재와 잭 더 리퍼의 연관성은 흐릿한 게 사실이다.
잭 더 리퍼가 저지른 살인 참극은, 분명 비교적 장기간 진행된 정신질환적 문제가 빠르게 심화되는 과정에서 발발한 비규칙적인 살인 행각으로 추정된다.
첫 살인과 다음 살인에서 명백한 격차가 존재하는 점, 3번째 살인 과정에서 목격자로 인해 도중에 도망친 후 그 분노로 인해 곧바로 4번째 살인에서 보다 과격한 분노가 표출된 점, 뚜렷한 계획이나 시신 은폐 과정 없이 현장에서 그저 불특정하게 대상을 선별한 뒤 범행 후 달아난 점 등이 그러하겠다.
이처럼 빠르게 정신적 문제와 분노 표출이 심화되는 전형적인 비규칙적 연쇄살인마가..
일정하게 필압, 글자 높이 비율, 간격 리듬, 획의 역학을 보이며 정교하고도 명백한 서사구조를 띈 편지를 보내왔을 리 만무하다.
특히나..
당시 CNA는 설립 20여 년의 뉴스 배포 서비스로 이미 경쟁사들에 뒤처지던 통신사였다. 게다가, 선정적이고 과장된 기사를 남발하며 이미 언론인들 사이에선 악평이 자자하던 곳.
만약 자신의 편지를 널리 그리고 신뢰성 있게 전파하고자 꾀했다면, 과연 CNA 만을 꼽아 편지를 연달아 보냈었을까?
한편..
이미 사건 당시부터 런던 경찰국 내부에선 다들 Dear Boss&Saucy Jacky의 편지를 CNA 소속의 토마스 불링의 소행이라 단정 짓고 있었다.
또, 편지의 원작자는 이 토마스 불링이며 총괄 기획에는 그의 상관인 존 무어가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돌았다고.
의미심장하게도..
불링은 Saucy Jacky 편지 4일 후인 10월 5일경 잭 더 리퍼의 3번째 편지를 받았다며 경찰에 알려왔다.
친애하는 친구여
신의 이름으로 내 말을 듣거라.
맹세컨대 나는 화이트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을 죽이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정숙한 여성이었다면 나는 그녀의 살인자를 추적해 처단할 것이다. 만약 그녀가 [정숙한 여성이었다면 이라고 적었다가 삭제됨] 매춘부였다면 신은 그녀를 죽인 손을 축복하실 것이다. 모압과 미디안의 여인들은 죽어야 하며 그들의 피가 먼지와 뒤섞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외의 이들은 결코 해치지 않는다. 그리하지 않으면 나의 위대한 과업에서 나를 보호하고 돕는 신성한 힘이 영원히 떠나버릴 터이니.
내가 하는 대로 행하라. 그리하면 영광의 빛이 당신을 비출 것이다.
나는 내일 반드시 일하러 가야 한다. 이번에는 삼중 사건이다.
그래 그래 3명을 찢어버려야 한다. 우편으로 얼굴 일부를 보내주겠다.
친애하는 우리 대장께 이것을 약속하지. 경찰은 이제 나의 과업을 짓궂은 장난으로 간주하고 있어.
글쎄 글쎄다 재키는 아주 실천적인 장난꾸러기인데. 하 하 하.
3명을 쓸어버릴 때까지 이 편지를 보류해라, 그리하면 차가운 고기(주:시신)를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경의를 담아
잭 더 리퍼가
편지는 구약성서 모압과 미디안의 구절을 가져온 내용이었다.
모압과 미디안의 여인들은 성서에서 음란함과 우상숭배로 남자들을 타락시킨 이교도 민족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잭 더 리퍼는 피해자인 매춘부들을 이교도의 타락자들로, 자신의 행위를 신의 명령에 따른 성전으로 차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살인을 종교적 정죄라고 강변하는 내용의 편지인 것.
한편..
해당 편지 역시 Dear Boss&Saucy Jacky와의 자카드 거리 분석에서 유의미한 동일성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3통의 편지 모두 CNA에 보내졌고 토마스 불링이 담당해 런던 경찰국에 전달했다.
또한, 이 3번째 편지의 경우 토마스 불링이 직접 베껴 쓴 복사본을 원본의 겉봉투에 담아 전달하는 기행을 벌였다.
참고로..
잭 더 리퍼는 Dear Boss에서는 피해자의 귀를 보내겠다고 했으며, 이 모압과 미디안 편지에선 3명을 동시에 살해하고서 얼굴 일부를 보내겠노라 천명했다.
허나 그러지 않았다.
만약 구태여 이러한 편지를 보낼 정도의 자기 과시적 살인마였다면 분명 이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3명을 동시 살해하는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남는 의문은 하나다.
피해자의 귀를 잘라 보내겠다던 Dear Boss 편지에서처럼, 4번째 피자의 귓불 부근에서 절단 흔적이 나타난 것은?
당시 피해자의 상복부에는 나이프에 의한 난자와 개복이 있었다. 얼굴 부위로도 절창들이 다수 있었으며, 코는 잘려 나가 있기까지 했다.
문제의 귀 부분은, 우측 귀 귓바퀴와 귓볼 사이로 절창에 의한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그러니까..
애초에 귀를 절단한 것도 아니며, 잭 더 리퍼가 가져간 것은 피해자의 신장이었다.
한편..
언론사 홍보와 판매 부수를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토마스 불링의 편지 시리즈로 인해..
'잭 더 리퍼'라는 기괴한 신화가 형성됨과 함께 일종의 페르소나가 창조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 마지막으로..
지옥으로부터From Hell 편지 차례이다.
1888년 10월 16일, 화이트채플 자경단의 위원장 조지 러스크에게 배달된 기묘한 오타와 문체의, 그리고 신장이 동봉된 편지.
가짜 신화인 잭 더 리퍼라 사칭하지도 않고서 길게 늘어진 하나의 문장 만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리고 신장이 4번째 피해자의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내려진 편지.
허나..
여기에도 '틈'은 존재했다.
해당 편지는 자카드 거리 분석에서 명백하게 다른 편지들과 그 어떠한 언어학적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즉, 오리지널이라는 것이다.
필체 역시 그러했으며, 거의 모든 편지가 Dear Boss&Saucy Jacky의 유명세에 따라 잭 더 리퍼라는 서명을 차용했음에도 From Hell은 그러하지 않았다.
구두점 하나 없는 짧은 문장 속에서 살인의 잔혹성, 식인 행위, 은근한 위협이 나열된 해당 편지를 세간에선 진짜 잭 더 리퍼가 보낸 유일한 편지로 여기곤 한다.
먼저, 문체 부분을 살펴보겠다.
From hell
지옥으로부터
Mr Lusk Sor
러스크 선셍에게
I send you half the Kidne I took from one women prasarved it for you tother piece I fried and ate it was very nise. I may send you the bloody knif that took it out if you only wate a whil longer
signed
여자 하나한테서 꺼낸 신쟝 반쪽을 보낸다 널 위해 보깐해 뒀던 거야 남은 조각은 내가 구워 먹었는데 참 조앗어 좀만 더 기달면 그걸 꺼낼 때 쓴 피 묻은 나이쁘도 보내주지
signed Catch me when you can Mishter Lusk
서명: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미스떠 러스크
문장 안에서 여러 오타가 포착되며, 이러한 오타는 모두 단순히 스펠링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는 발음 그대로를 귀에 들리는 대로 종이에 옮겨 적은 이른바 발음 중심 철자법Phonetic spelling의 전형으로 보인다.
Sor(Sir)', Kidne(Kidney), prasarved(preserved), nise(nice), tother(the other), Mishter(Mister).
이렇듯 이러한 오타들은 당시 사건 현장인 런던 이스트엔드에 대거 유입된 아일랜드계 이민자 하층민들 특유의 억양과 일치한다. 특히나, Sor과 Mishter가 말이다.
또, 마침표나 쉼표 같은 구두점 없이 마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덩어리째 쏟아져 만들어진 문장과도 같아 보인다.
허면, 해당 편지는 아일랜드계 하층민 또는 그들과 밀접하게 닿아있던 빈민계층에 의해 씌여진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자가 바로 진짜 잭 더 리퍼의 정체였던 것일까?
마지막 하나 더!
마지막 줄의 signed Catch me when you can Mishter Lusk 문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signed 뒤에 실제 서명을 넣는 대신 조롱성 문구를 넣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signed 표기 방식은 당시 공식 서한 형식을 따른 것이다.
하층민이나 스펠링을 잘 모르는 정도의 교육 수준자가, 이와 같은 당대의 문서 말미 관용적 표기&표현법을 정확히 따르고 있는 점은 또 하나의 언어적 단서로 볼 수 있겠다.
먼저, 앞서 강조했듯..
잭 더 리퍼는 어두운 길거리에서 불특정 매춘부를 기습적으로 덮쳐 단시간에 살해하고 장기를 훼손한 뒤 도주하는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폭발 패턴을 보였다.
반면..
Dear Boss&Saucy Jacky 같이 서사적인 편지 내용을 작성해 언론사에 보내거나, 혹은From Hell과 같이 특정한 민간인의 주소를 알아내 우편을 발송하는 행위는 고도의 지연된 연출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동 리듬과 심리적 기제 측면은, 길거리의 도살자와 우편물 발송자 사이에서 너무도 극명하게 갈린다.
게다가, 당시 자경단이 조직되고 위원장으로 러스크가 선출됐다는 정보와 그의 주소를 파악하려면 지역 사회의 동향을 철저하게 파악하며 언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적 능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진짜 잭 더 리퍼의 가장 큰 물적 증거였던 '동봉된 신장'이야말로 해당 편지가 가짜라는 스모킹 건 역할을 한다.
당시 런던 병원의 오픈쇼 박사가 문제의 신장이 4번째 피해자의 것이 맞노라 확인시켜줬다는 식으로 언론에 소개됐는데..
사실 이는 박사로부터 결과를 전해들었다던 다른 의원의 조수가 과장 및 와전한 것에 불과하다.
실지론,오픈쇼 박사가 직접 언론 앞으로 다음과 같이 정정했다.
"저는 이게 인간의 좌측 신장에 해당하며 알코올을 통해 보존된 상태였다는 것만을 확인했습니다. 이게 4번째 사건의 피해자의 것인지, 심지어 여성의 것인지조차 작금의 기술로는 확인이 불가합니다."
한편..
4번째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부검했던 담당의는 남은 우측 신장은 아주 건강한 상태이며 음주 문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기록했다.
사실, 인간의 신장과 돼지의 신장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기에 당시 현미경 기술로는 보존 처리된 신장의 정체를 명백하게 파악하는 게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말인즉슨..
편지의 주인은 알코올 용액에 보존 처리 중이던 신장 조각을 보내왔던 것인데..
이렇듯 보존 처리라는 측면에서 도축업자나 정육점 등지에서 돼지나 가축의 신장을 보내왔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나 병원 표본실에 접근할 수 있었던 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던 돼지의 것이던 알코올에 절인 신장을 쉽사리 구할 수 있었으며 약품 처리도 용이했다.
또, 당시 빅토리아 시대 의대생들 사이에선 해부용 시신이나 장기를 빼돌려 기괴한 장난을 치는 게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편지의 문체나 스펠링을 보면 얼핏 교육을 받지 못한 하층민을 연상시키겠으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오히려 그러한 특정 층을 쉬이 파악하고서 흉내 낼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지적 능력이 기존의 일률적인 잭 더 리퍼 편지 모방에서 벗어난 새로운 오리지널의 창안을 설명 가)
먼저, 필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 자간과 행간의 배열이 규칙적이다. 시간적 및 인과적 서사 흐름을 유지하며 짧은 문장 체계에서 논리적 서사구조를 띄고 있다. 구두점의 부재나 스펠링의 오타와 대비되게 말이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일상적으로 펜이나 연필 같은 도구를 정기적으로 쥐고서 다루어 본 감각과 통제력이 있음을 방증한다.
게다가, 당시 찰스 디킨스를 위시한 문학들에서 런던 빈민가의 생활과 문체가 묘사되며 교육받은 계층 사이에서는 하층민 억양의 흉내가 일종의 악취미로 이용될 정도였다.
또, 런던의 의료 관계자는 이민자나 하층민을 비교적 쉬이 접하며 그들의 억양이나 문체에도 제법 익숙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만약 유력 용의자인 의료 관계자가 From Hell 편지를 보내온 것이라면..
분명 '알코올로 보존된 신장을 손에 넣게 된 경위'가 설명되는 자신의 계층 및 직종에서의 용의점을 돌리고자 이렇듯 흉내를 냈을 당위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그리고 잭 더 리퍼는 없었다'
살인마의 아이콘이 된 잭 더 리퍼를 하나의 특정 인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겠다.
잭 더 리퍼는..
사실..
공업화로 인한 어두운 측면에서 탄생한 우범지대('살인이야!'라고 외쳐도 덤덤하게 넘어가는 주민들, 돈을 내고서 기다란 줄에 여럿이 몸을 의지한 채 쪽잠을 자는 하층민,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매춘부들), 그리고 살인마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킨 저널리즘의 집단 광기, 이에 호응하며(혹은 적응하며) 공포를 관심으로 바꿔 두려움을 쫓아내고자 했던 대중의 복잡한 심경이 한데 어울러 만들어진 허상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현재까지도 잭 더 리퍼에 열광하는 것일까?
"잭 더 리퍼에 대한 가설의 대부분은 '범인은 어느 특정한 인물이다'라는 잘못된 논리에 근거한다. 잭 더 리퍼의 악명 때문에 그를 마치 대형 스타에 필적하는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경향 또한 있다.
그러나 연쇄 살인의 심리에 대해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지식에 비추어 보면, 잭 더 리퍼는 하찮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하찮은 인물이기 때문에 살인자가 된 것이다,"
- '잭 더 리퍼학(學)' 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콜린 윌슨
참조
<An authorship analysis of the Jack the Ripper letters> Andrea N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