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2만 2천 명을 향해 1,000발의 총을 발사했는가
본 글은, 미국 현대사에서 단일 총격범이 저지른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인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한 글입니다. 국내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선 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는 왜 총을 난사했을까요? 그를 부추겼던 심리적 기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해당 사건의 전체적인 상세 개요 및 범인에 대한 고찰을, 현지 공식 보고서를 비롯한 객관적 정보 및 데이터를 취합해 분 단위의 르포 스타일로 전달합니다.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가 따로 표기되지 않은 이미지는 Las Vegas 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의 사건 보고서가 출처)
이것은..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미국 현대사에서 단일 총격범이 저지른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이날 밤 범인은 호텔 32층 스위트에서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의 군중과 호텔 복도, 인근 연료탱크 방향으로 약 1,057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마지막 총격을 가하며 사망했다.
범인의 동기는 끝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에서 부상자 총수는 약 869명에 달했으며, 사망 피해자는 60명이었다.
2017년 10월 1일 밤.
그리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그곳은 언제나처럼 밝았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어둠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호텔 외벽은 조명으로 빛나고, 카지노 안에서는 카드와 칩이 오가며, 거리에는 술기운과 관광객의 웃음소리와 광고판의 빛이 뒤범벅된 채 기묘한 공명음을 자아낸다.
그날 밤도 그랬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 건너편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에서는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장소는 라스베이거스 대로 남쪽 3901번지 약 15에이커 규모의 야외 공연장, 서쪽으로는 라스베이거스 대로, 북쪽으로는 리노 애비뉴, 동쪽으로는 자일스 스트리트, 남쪽으로는 만달레이 베이 로드와 맞닿은 공간이었다.
3일 동안 이어진 해당 컨트리 음악 축제의 마지막 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축제는 밤까지 이어졌다. 그곳엔 2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밤 9시 40분경.
마지막 공연자인 제이슨 알딘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축제의 마지막 무대였다.
밤 10시 5분 무렵.
공연장 안으로 총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허나..
대형 공연장에서는 제법 큰 소리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조명 장비가 있고, 스피커가 있고, 물론 환호도, 때로는 폭죽이나 특수효과도 있다.
라스베이거스라면 더욱 그렇다. 그 도시에서 갑작스러운 굉음이 들렸다고 해서 사람들이 곧바로 '누군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판단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처음 몇 초간, 그것은 그저 이상한 소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곧 사람들은 알게 된다.
그 소리는 공연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무대 위의 제이슨 알딘은 공연을 멈추고 무대에서 벗어났다.
공연장 안의 사람들도 제각기 움직임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엎드렸고, 누군가는 뛰었고, 누군가는 주변 사람에게 몸을 낮추라고 소리쳤다.
그런 와중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고..
야외 공연장은 순식간에 전장 한복판으로 변모해버렸다.
총성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짧게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고 다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물론, 현장의 사람들에게 그것이 그저 정리된 문장처럼 깔끔하게 구분됐을 리는 없다. 그들에게 그것은 한 덩어리의 공포였을 것이다.
총성이 들린다.
누군가 쓰러진다.
다시 총성이 들린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또다시 총성이 들린다..
경찰과 관객들은 부상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현장에 처음부터 배치 중이던 라스베이거스 경찰관들은 처음엔 총격범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은 대개 '정보'가 아니라 혼돈이다. 누가 쏘는가, 어디서 쏘는가, 몇 명이 쏘는가, 공연장 안인가, 밖인가.
도로인가, 호텔인가.
그러다 곧 한 가지 판단이 굳어져 갔다.
총탄은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높은 곳.
공연장 안이 아니라, 공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어딘가.
그리고 그 방향으론 만달레이 베이 호텔이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호텔 내부에서도 사건은 진행 중이었다.
만달레이 베이의 보안요원 헤수스 캄포스는 호텔 내부의 HotSOS 알람을 확인 업무를 맡고 있었다. HotSOS 알람이란, 호텔 객실 문이 일정 시간 열려 있을 때 발생하는 시스템 알람이다.
이날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했던 곳은 32층의 129호였다.
캄포스는 30층에서 북쪽 100번대 윙 계단을 통해 3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32층 100번대 윙으로 들어가는 계단실 문이 막혀 있었다.
하릴없이, 33층으로 올라가 고객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다시 32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32층에서 계단실로 이어지는 작은 포이어에 들어갔을 때..
그는 문과 문틀 사이에 L자형 브래킷이 나사로 고정된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문을 막아둔 것이다.
캄포스는 포이어 안에 있던 하우스폰으로 보안 디스패치에 이를 보고했다. 보안 디스패치는 이 내용을 엔지니어링, 즉 시설관리 쪽으로 연결했다.
여기까지는 호텔 업무의 영역이었다.
문이 막혀 있다, 직원이 보고한다, 시설관리 직원이 올라온다.
그러나 그가 전화를 끊고 100번대 윙 복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복도 끝 135호 부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캄포스는 그것을 빠른 드릴 소리라고 여겼다.
그리고..
곧 자신이 왼쪽 종아리에 총을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캄포스는 122호와 124호 사이의 알코브로 몸을 숨기고는 휴대전화와 무전기로 자신이 총에 맞았다고 알렸다.
처음에는 그저 BB탄이나 펠릿건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사는 훗날 이것이 범인이 의도적으로 32층 100번대 복도로 발사한 총탄 파편에 의한 것이라 판단한다.
같은 시각.
엔지니어 스티븐 슈크가 32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62층 객실의 누수 문제를 처리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32층 계단실 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시를 받고서 내려온 것.
슈크는 200번대 윙의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장비를 챙긴 뒤 200번대 윙에서 100번대 윙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는 복도에서 캄포스가 알코브 쪽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목도한다.
동시에..
복도 끝에서 다시금 총성이 터졌다.
슈크는 빠르게 이어지는 총격음을 들었다. 캄포스가 그에게 엄폐하라고 소리쳤다. 슈크는 알코브로 몸을 피했다. 총탄은 복도를 향해 날아왔다. 짧게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고, 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슈크는 무전으로 32층 복도에서 누군가가 소총을 쏘고 있다고 알린다.
그렇게..
만달레이 베이 호텔 내부의 32층 복도..
그리고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의 야외 공연장..
두 장소는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서는 사람들이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호텔 안에서는 보안요원과 엔지니어가 총격을 피해 알코브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는 32-135호가 있었다.
만달레이 베이 내부에는 이미 두 명의 LVMPD 경찰관이 있었다. 이들은 마침 본래 무단침입 관련 신고를 처리하기 위해 호텔 보안 사무실에 있었으나 루트 91 공연장 총격 무전을 듣고서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경찰관들이 카지노를 지나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향하던 중, 호텔 보안요원들은 경찰에게 총격범이 호텔 32층에 있다는 정보를 전달한다.
경찰관들은 32층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 '가야 한다'는 말과 '도착한다'는 말 사이에는 분명 거리가 존재한다.
호텔은 높다. 복도는 길다. 객실은 많다. 자연히 정보는 어긋난다.
어느 층인지, 어느 방인지, 몇 명인지, 폭발물이 있는지 알 도리가 만무하다.
실지로, 32층에 도착한 경찰은 복도에서 푸드서비스 카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카트에서 134호 안으로 이어지는 전선을 발견한다. 경찰 입장에서는 즉시 폭발물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했다.
이후 경찰은 여러 진입팀을 구성해 만달레이 베이로 진입한다. 일부는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에서, 일부는 호텔 내부에서, 일부는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움직이며.
한편, 31층과 32층에서는 무전과 정보가 숨가쁘게 오갔다. 32층 100번대 윙의 계단실 문은 여전히 L자형 브래킷으로 막혀 있었다.
밤 10시 57분경, 경찰은 그 문을 수동으로 열어낸다.
그리고 밤 11시 20분경.
스트라이크 팀이 폭발물을 이용해 문제의 135호 문을 강제 개방한다.
그 안에서 경찰은 마침내 범인을 발견한다.
헌데..
그곳엔 범인인 남성이..
이미 죽어 있는 채였다.
범인의 이름은 스티븐 패덕, 당시 64세였다.
그는 객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머리에는 스스로 쏜 것으로 보이는 총상이 있었다. 객실 안에는 여러 정의 소총과 수백 개의 탄피가 있었다.
경찰은 이후 전선이 연결된 134호에도 폭발물 진입을 실시했고 그곳에서도 여러 정의 소총을 발견한다.
32층 135호 객실 안으로 펼쳐진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답이었다.
누가 쐈는가.
스티븐 패덕.
그는 만달레이 베이 호텔 32층의 객실 32-135호와 그 옆의 연결 객실 32-134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공연장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총을 쐈고, 경찰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그리고..
135호 객실 안으로 펼쳐진 장면은 동시에 하나의 질문이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 질문은 이후 수개월 동안 수사관들을 따라다닌다.
라스베이거스 경찰과 FBI는 사건 직후 패덕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객실, 차량, 주거지, 금융기록, 휴대전화, 컴퓨터, 여행기록, 총기 구매기록, 가족관계, 여자친구, 전처, 카지노 관계자, 도박 지인, 주변인 인터뷰가 모두 수사의 대상이었다.
공식 보고서상..
해당 사건으로 범인인 패덕을 포함해 61명이 사망했다. 절반가량은 현장에서 사망이 확인됐고, 나머지 절반은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거나 이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신체적 부상을 입은 사람은 약 869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총상 또는 파편상 피해자는 약 413명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도주와 대피 과정에서 입은 부상, 또는 부상 유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들이었다.
한편..
수사관들이 마주한 것은 깊디깊은 사건의 심연이었다.
또한, 그들이 마주한 것은 거대한 기록물이었다.
피해자 기록, 병원 기록, 객실 기록, 도어락 기록, 호텔 CCTV, 경찰 바디캠, 무전 기록, 탄피, 총기, 컴퓨터, 휴대전화, 금융기록, 검색기록, 가족 인터뷰, 카지노 직원 인터뷰..
그리고 그 모든 기록의 중심에 있는, 스티븐 패덕.
그는 사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러므로 재판은 없었다.
법정 진술도 없었다. 최후 진술도 없었다.
유서도, 선언문도, 어떠한 성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사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대개 '이유'다.
종교인가, 정치인가, 복수인가, 정신질환인가, 돈인가, 가족인가, 조직인가, 테러인가..
허나..
해당 사건은 그 어느 쪽으로도 도통 기울지가 않았다.
수사관들은 그가 누군가와 공모했는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는지, 특정 이념이나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보고서는 DNA, 디지털 자료, 영상, 인터뷰 등을 종합했을 때 패덕 외의 인물이 범행을 저질렀거나 범행을 도왔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더 불쾌한 결론이 남는다.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32층 객실의 창문 앞에 선 중년을 막 넘은 이의 모습이 아니라..
그가 호텔방으로 소총을 옮기기 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하기 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기 전, 미국 우체국과 국세청에서 일하기 전..
그러니까..
스티븐 패덕이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그 앞쪽의 시간으로 말이다.
스티븐 패덕은 1953년 4월 9일, 아이오와주의 클린턴이라는 소도시에서 네 아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패덕의 가족사를 이야기할 때, 그의 아버지 벤저민 패덕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벤저민 패덕은 은행강도로 체포되며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이었다. 그것도 무려, 당시 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라갔을 정도.
벤저민 패덕이 수감된 뒤 패덕 형제들은 어머니 아이린에 의해 양육됐다.
즉, 스티븐 패덕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부재가 있었으며 그러한 부재는 단순한 부재가 아니었다.
출장이 아니었다. 이혼 후의 평범한 별거도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은행강도로 감옥에 갔고 어머니는 네 아들을 홀로 키워야 했다.
훗날 패덕의 전처 페기는 수사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싱글맘 밑에서 자랐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을 경험했으며,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고 스스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어요."
제법 의미심장한 말이다.
왜냐하면, 패덕이라는 인물의 후반부를 보면 '자기 통제'와 '계산'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숫자에 강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어머니 아이린은 그를 지적이고 숫자에 능하며 비폭력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패덕의 형제들은, 패덕을 일컬어 가족 중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이었으며 가장 비폭력적이었다고 묘사했다.
페덕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입을 모아 그가 수학 천재이자 지극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이었다고 술회했다.
패덕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 시절 미국 우체국에서 일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국세청에 몸을 담았다. 이후엔 여러 회사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의 가정사 중 특정 부분을 제외하곤 전혀 괴물이 연상되지 않는 인물이겠다.
범죄자의 아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장남, 숫자에 강한 사람, 회계 업무를 한 사람,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 라스베이거스와 리노의 카지노에서 거액을 도박한 사람, 어떤 활동이든 시작하면 돈과 감정을 깊이 투자했다가 흥미를 잃으면 장비를 팔아치웠던 사람..
그는 조종사 면허를 땄고 한때 비행기를 소유했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웠고 필요한 장비를 샀다.
그리고 다시 흥미를 잃었다.
이런 식의 사람은 드물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없는 유형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특이한 사람 정도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는 이런 식의 생활사를 가진 사람이 왕왕 존재한다. 숫자에 강하고, 관계를 계산적으로 대하고, 취미에 몰입했다가 빠르게 식고, 자기를 드러내는 사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특정 영역에는 큰돈을 쓰는 부류.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몇몇은 자연스레 자기 자신을 대입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공연장에 모인 2만 2천 명의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패덕의 과거에는 '설명에 첨삭 가능해 보이는 재료'들이 분명 있다.
범죄자 아버지, 경제적 불안정, 강한 자기 의존성, 감정적으로 차갑다는 주변 평가, 숫자와 계산에 대한 능력, 도박, 고립, 총기 구매.
그러나 재료만 많다고 해서 결코 요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과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그것이 곧바로 2017년 10월 1일 밤의 방아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해당 사건은 기묘하다.
범인이 있었다. 범행 장소도 있었다. 증거도 넘쳤다. 피해자도 있었다. 수사도 방대했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 문장만 완성되지 않은 채이다.
'그가 왜 그랬는가'
이제 우리는 이 질문을 붙든 채 스티븐 패덕이라는 남자의 삶을 따라가야 한다.
다만..
그 길을 따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답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때때로 인간의 악은 뿌리를 드러내지 않는 법이니까.
그저..
그저 기록만 남길 뿐.
그렇다.
이 사건이 그러하다.
객실 번호, 탄피, 도어락 시간, CCTV, 병원 명단..
그리고 끝내 아무 설명도 남기지 않은 시신 하나.
우리가 스티븐 패덕의 삶을 되짚어가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제는 뜻밖에도 '자료의 부족'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료는 많지만, 유년기의 자료가 적다.
2017년 10월 1일 이후 수사기관은 그의 삶을 거의 해부하듯 해체해 나갔다.
객실과 차량과 주거지, 카지노 기록과 금융기록, 컴퓨터와 휴대전화, 가족 및 전처와 여자친구 그리고 지인들의 진술이 모두 수사 기록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유년기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공식 문서가 남기 어려운 것.
그 사람의 어릴 적 성격은 대개 가족의 기억 속에, 오래된 친구나 학교 동창의 흐릿한 인상 속에서, 혹은 나중에야 그럴듯하게 재구성되는 말들 속에 남는 법이다.
그리고, 그건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패덕의 어린 시절을 길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자료는 결코 많지가 않다.
수사보고서가 분명히 말해주는 것은 그가 네 아들 중 장남이었다는 것. 부친인 벤저민 패덕이 은행강도로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것. 그 뒤로 모친 아이린이 네 아들을 홀로 키웠다는 것 정도.
이 짧은 가족사 안에 얼핏 강렬해 보이는 메시지들이 분명 존재한다.
범죄자 아버지. 감옥. 홀어머니. 남자들로만 이뤄진 네 형제. 경제적 불안정.
허나,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이런 단어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쉬이 하나의 길을 만든다. 범죄자의 자식, 부모 중 한 역할의 부재,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가정 환경 전반에서의 미흡함, 쌓였을 비뚤어진 분노 등 현대 범죄학에서 겉핧기식으로 체득할 법한 용어들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러한 선천적 및 후천적 요인이 판결문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범죄 전력이나 결손가정, 빈곤 같은 요소를 범죄의 단일 원인으로 보는 방식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범죄학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위험 요인으로 논의될 수는 있을지언정, 특정 개인의 범행을 직선적으로 설명하는 결정론으로는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서 상기해야 할 점은, 그의 과거를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변모하게 됐는가를 천천히 살피는 것이겠다.
패덕은 전처였던 페기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싱글맘 밑에서 자랐고, 경제적 불안정을 경험했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를 의존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요시 여겼다고 말이다.
이러한 표현은 패덕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
그는 결코 자신을 남에게 맡기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주변인들의 진술 속에서 패덕은 의존적이거나 애정 표현이 풍부하거나 공동체적 유대를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반대에 가깝다.
그는 계산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숫자에 강했고, 조용했고, 눈에 띄는 사치를 즐기지 않았으며, 관계 역시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사람처럼 묘사된다.
가족들은 입을 모아 그를 지적이고 숫자에 능하며 비폭력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헌데, 여기서 묘한 불협화음이 생긴다.
비폭력적인 사람.
2017년 10월 1일 밤, 32층 호텔 객실에서 2만 2천 명의 군중을 향해 총을 쏜 사람에게 붙은 표현치고는 실로 기묘한 단어다.
허나, 이런 일은 범죄 수사에서 생각보다 왕왕 벌어지곤 한다.
범행 이후 주변인들이 자주 표현하는 말로..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조용했다, 평범했다.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것들이 있겠다.
물론, 이런 말이 범인의 무죄성이나 선량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이 타인을 얼마나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는지를 상징할 뿐이겠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러한 주변인들의 증언은..
범인이 실제로 완전히 평범했다는 뜻이라기보단 사람들이 타인을 직장, 가족, 취미, 경제활동 같은 제한된 사회적 맥락에서만 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케이스겠다. 인간관계는 넓어 보여도 대개 부분적인 게 사실이니까.
패덕의 경우도 그랬다.
가족들은 그를 뚜렷한 폭력성의 인물로 기억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누군가는 그를 가장 지루한 사람으로 기억했고, 누군가는 숫자에 강한 사람으로 기억했으며, 누군가는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이자 겜블러로 기억했다.
그러나 누구의 기억도 그날 밤을 막지는 못했다.
패덕은 대학까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미국 우체국에서 일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국세청, 즉 IRS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훗날 록히드, 국방계약감사국, 맥도넬 더글러스 등에서 회계와 감사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러한 경력은 제법 일관성을 유지한다.
우체국. 국세청. 대형 방산 및 항공 관련 기업. 감사 업무. 회계 업무. 숫자. 문서. 규정. 절차.
이런 단어들이 그의 초기 성인기를 따라붙는 인식표다.
사실, 이 시기의 패덕에게서 범죄자의 전조를 찾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적어도 보고서가 요약한 범위 안에서 그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제도권 안에서 일했으며, 세금과 회계와 감사의 언어를 다루는 사람일 뿐이었다.
더구나 패덕은 누군가의 이목을 끄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화려한 옷을 사지 않았다. 보석이나 값비싼 자동차처럼 과시하는 식의 소비에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가 돈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돈을 집요하게 다루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돈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물로 바꾸는 데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할 수가 있겠다.
왜냐하면..
패덕은 훗날 카지노에서 거액을 움직이고, 여러 주거지를 소유하고, 부동산 투자로 상당한 돈을 벌었던 사람이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과시형 부자'에는 전혀 해당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벌어 자신에게 유리한 공간과 조건을 확보했으며 그것을 남들에게 자랑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에게 돈은 과시의 도구라기보다는 통제의 도구였을 가능성이 크겠다.
따라서, 돈을 과시보다 통제의 수단으로 쓰는 성향은 해당 사건에서 중요하게 볼만한 지점이다.
패덕에게 있어서 돈이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에 가까워 보였다.
패덕은 (최소)한 차례 결혼을 했었다.
그의 전처 페기는 수사기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패덕과 약 6년간 결혼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둘은 이혼한 뒤에도 부동산 투자를 함께 이어갔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있었다. 패덕이 매입과 매각에 관한 세부 사항을 대부분 처리했고, 페기는 주로 재정적 지원을 돕는 형태였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한번 패덕의 성향이 드러난다.
그는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실용적 연결까지 곧바로 끊어내는 유형은 아니었다.
감정은 끝났을지언정 돈의 흐름은 유지됐다.
이런 종류의 태도는 사람에 따라 냉정함으로 보일 수도 있고 혹은 합리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또는 인간관계를 감정이 아닌 효용으로 판단하는 성향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실제로 보고서상 여러 증언자들이 패덕을 자기중심적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사람처럼 묘사했다.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다만, 주의할 것은..
최근 이 나르시시스트라는 용어가 범죄성향과 직결되는 연결고리로 대중에게 인식되곤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는 임상적 진단명이 아니라 주변인들이 그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성격 묘사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말인즉슨, 의학적 진단으로서의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뜻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 수사보고서의 이런 표현은 주변인들이 체감한 성격적 인상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다른 범죄 관련 사건들에서도 그렇지만, 성격 묘사와 정신의학적 진단을 혼동하면 사건 이해가 오히려 흐려질 수가 있다.
다시 돌아와..
그는 자신 스스로를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껴야 했고, 관계가 자신에게 무엇을 주는지를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으로 기억됐다.
한마디로, 남과 함께 살아가되 남에게 깊이 기대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곁에 두되, 그 사람을 자기 삶의 중심에 들여놓길 거부하는 사람.
최소한 주변인들의 인상에서 패덕은 그런 식으로 보였다.
패덕의 어머니 아이린은 단지 어머니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한때 패덕의 사업 파트너이기도 했다.
패덕의 동생 에릭의 진술에 따르면, 패덕과 에릭 그리고 어머니 아이린은 함께 부동산 투자 사업을 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아파트 단지 등 여러 부동산을 소유했고, 이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통해 매각했다.
부동산 수익은 가족 사이에서 분배됐다.
이 대목에서 패덕은 더 이상 단순한 회계직 근로자가 아니다. 그는 돈의 이동을 이해하고 부동산을 사고 팔며 가족과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인물로 바뀐다.
패덕이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부를 축적했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다. 그래도 최소한 보고서는 그가 부동산 투자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고 정리한다.
그 돈은 훗날 그의 삶을 라스베이거스와 리노, 메스키트의 카지노와 주거지로 연결해 주는 토대가 된다.
그는 네바다 지역 메스키트와 리노에 주거지를 갖추고서 여자친구 마리루 댄리와 동거를 한다.
그리고, 카지노에서 큰돈을 베팅하는 겜블러가 된다.
패덕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돈과 감정을 깊이 투자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조종사 면허를 땄고 한때 비행기를 소유했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웠고 필요한 장비를 샀다.
헌데..
대부분의 취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깊이 빠져들었다가 흥미를 잃으면 이내 관련 장비를 팔아치웠다.
이 패턴은 단순한 취미 변화로 볼 수도 있다.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의 호기심을 기꺼이 해소하는, 그런 행위 말이다.
허나 패덕이라는 인물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선 제법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는 천천히, 느슨하게, 오래 즐기는 방식보단 특정 활동에 강하게 진입했다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방식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허면, 카지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그의 삶에 들어선 것일까?
보고서는 그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도박에 몰입했는지를 세세한 심리 변화로 설명하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동산 투자 이후 패덕의 삶에서 어느 순간 카지노와 도박이 중심부로 올라왔다는 점이겠다.
주변인 다수가 그의 도박 습관을 인정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와 리노의 여러 카지노에서 수만 달러를 한 번에 걸 정도로 도박에 빠져 있었다.
카지노들은 그가 쓰는 돈에 따라 무료 객실과 식사를 제공했다.
이른바, 컴프라는 것이었다.
카지노 컴프(comp)는 complimentary의 약어로, 고액 고객에게 제공되는 무료 객실&식사&쇼 티켓&기타 편의 등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것은 무상 선물이 아니라 고객 유지 전략에 가깝다. 카지노는 손님의 베팅 규모와 빈도, 기대 손실 등을 계산해 그에 맞는 대우를 제공하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컴프란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고액 고객을 계속 게임장 안에 붙잡아두기 위한 장치로, 손님이 잃든 따든 카지노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계속 머무르며 베팅하고 또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패덕은 그런 세계 안에서 익숙해졌다.
호텔방과 식사를 제공받고, 카지노 직원들과 안면을 트며, 자신이 돈을 거는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도박장 안에서 돈은 단지 지불수단이 아닌 그 사람의 등급인 셈이다. 그 사람이 받는 방의 종류, 식사의 수준, 직원의 태도, 호스트의 연락, 호텔 안에서의 편의가 모두 돈의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패덕 역시 그 체계를 이해했을 것이다. 분명 누구보다 잘 이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숫자를 보는 사람이었고, 확률을 따지는 사람이었으며, 스스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만 베팅하려 했던 사람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동생 에릭은 패덕이 수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고 자신에게 확률이 유리하다고 여길 때만 베팅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패덕이 도박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었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고도 말했다.
물론, 이 진술은 에릭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이를 곧장 회계장부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겠다.
하지만 최소한 분명한 것은..
패덕이 카지노 세계에서 결코 작은 손님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호텔과 카지노가 기억할 만큼의 돈을 정기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이상한 도시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람처럼 대우받을 수 있다.
물론, 조건이 있다.
돈을 써야 하는데, 많이 써야 하고 계속 써야 한다.
카지노는 손님이 얼마를 걸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또 얼마나 자주 돌아오고 어떤 게임을 하는가, 이 사람의 손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를 장부 위에서 계량한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단지 많이 도박한다는 이유만으로 호텔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다. 무료 객실과 식사를 제공받고, 직원을 통해 요청을 처리하고, 높은 층의 방과 좋은 전망과 편의를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것은 라스베이거스가 누군가를 귀빈처럼 만들어주는 마술인 동시에 그 사람이 호텔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마술이다.
패덕은 이 세계 안에 있었다.
그는 조용한 부동산 투자자였고 회계 업무를 해온 사람이었으나 카지노에서 큰돈을 거는 손님이었다.
그는 호텔의 방을 얻을 수 있었고 편의를 요구할 수 있었다.
또 환대를 받으며 자주 드나들 수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여행가방을 옮기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저 또 하나의 고액 고객이 짐을 옮기는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물론,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패덕의 도박 습관이 곧 그의 범행 동기였다는 뜻은 아니다.
보고서에서도 그런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그가 도박으로 돈을 잃었기 때문에 분노했다거나, 카지노에 복수하려 했다거나, 도박 중독이 직접적으로 범행을 낳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식으로 이 역대 최악 총기 난사 사건의 서사를 닫아버리기엔 그 빈칸이 너무도 크다.
다만, 도박은 패덕의 삶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카지노는 그의 생활권이었으며 호텔은 그가 가장 익숙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고층 객실은 그가 접근할 수 있는 장소였다. VIP 대우와 컴프 시스템은 그가 호텔 안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높은 층의 방과 편의를 얻을 수 있게 만든 배경이었다.
즉, 도박은 그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그가 '어떻게' 그런 장소와 조건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열쇠에 보다 가깝겠다.
패덕의 가족들은(지인들도 마찬가지로) 그를 가까이 알았던 듯하면서도 동시에 멀리 있었다.
동생 에릭은 패덕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기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뭔가 논의할 일이 있을 때나 연락하는 편이었다.
다른 형제들과의 관계는 더 희미했다.
브루스 패덕은 형을 수년 동안 보지 못했고 오랫동안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케리 마리 패덕, 즉 에릭의 아내는 패덕을 약 36년간 알고 지냈지만 실제 접촉은 20번 정도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말들은 한 사람의 삶이 가족 안에서도 얼마나 부분적으로만 공유되는지를 단편적으로 시사한다.
패덕을 아는 이들 모두가 그의 내면에 접근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는 결코 생활의 중심을 타인과 공유하는 인물이 아니었던 듯하다.
패덕은 종교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적어도 가족들의 진술에서 그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도 뚜렷하게 기울어져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패덕이 종교나 정치 집단에 소속돼 있다고 보지 않았다.
동생 에릭 역시 그가 특정한 신념 체계에 묶여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대목은 수사기관에게도 중요했다.
보통 대량살상 사건이 벌어지면 수사는 곧장 이념의 깃발을 찾는다. 허나 패덕의 경우 깃발 없이 죽었다. 구호 없이 죽었으며 선언 없이 죽었다.
바로 이 점이 사건을 더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는 악이 이름표를 달고 나타나길 원한다. 그것이 테러든, 광신이든, 증오든, 복수든, 우리는 범죄가 적어도 어떤 문장으로 귀결되길 바란다.
그러나 패덕은 끝내 문장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기록만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해당 사건이 지닌 불쾌함이다.
한편, 가족들의 진술 안에서는 패덕의 심리상태에 대한 나름의 추측이 존재한다.
어머니 아이린은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혹시 뇌종양 같은 것이 생겨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생 브루스는 패덕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편집적이며 망상적이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허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가족의 추정이다. 그것도 사건 직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말들이다.
보고서가 그것을 확정 진단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런 추정은 인간적으로는 아주 자연스러운 부부인다.
끔찍한 범죄 이후 가족들이 '어떤 질환 내지는 특정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극히 자연스럽다. 이는 고인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자신이 알던 사람과 범죄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심리적 방어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추정은 의학적 진단이나 공식 동기 판단과 구분되어야 한다.
패덕의 경우, 공식보고서는 그의 동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정신질환, 정치적 신념 또는 종교적 광신, 도박 손실에 대해 모두 단정하지도 않았다.
수사국은 다만 하나씩 지워나갔을 뿐이다.
공범의 증거 없음. 선언문 없음. 유서 없음. 이념적 연결 없음. 명확한 테러조직 연결 없음.
이제 남는 것은 패덕의 삶에서 점점 커져가는 몇 개의 축이겠다.
돈, 도박, 고립, 통제, 숫자, 그리고 총기.
패덕이 총기를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198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29정의 총기를 구매했다. 권총, 산탄총, 그리고 소총 한 정이 포함된 구매였다.
그런데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의 양상은 달라진다.
그는 이 기간 동안 55정이 넘는 총기를 구매했다. 대부분은 다양한 구경의 소총이었으며 또한 조준경, 케이스, 범프스톡, 탄약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총기 관련 물품도 여러 판매처를 통해 구매했다.
여기서 바로 사건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그의 과거를 따라가던 우리는 이제 어떤 변화의 앞에 서게 된다.
긴 시간 동안 총기를 구매한 남자.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총기를 늘리기 시작한 남자.
그리고 그로부터 약 1년 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32층 객실에 수많은 총기와 탄약을 옮겨놓은 남자.
그렇다.
이제 이야기는 패덕의 성격과 생애에서, 그의 준비 과정으로 넘어간다.
그가 언제부터, 무엇을,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모으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준비가 마침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과 야외 공연장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선..
2016년 10월 이후의 총기 구매와 2017년 가을의 라스베이거스로 향해야 하겠다.
그곳에서 패덕은 더 이상 단순한 도박꾼도, 부동산 투자자도, 조용한 은퇴자도 아니게 된다.
그는 이미 여기 어느 시점부터..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준비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2016년 10월부터 양상은 분명 달라진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그는 불과 약 1년 사이에 55정이 넘는 총기를 구매한다.
대부분은 다양한 구경의 소총이었다. 또한 조준경, 케이스, 범프스톡, 탄약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총기 관련 물품도 여러 판매처를 통해 구매했다.
숫자가 때로는 문장보다 더 차가운 법이다.
34년 동안 29정. 그리고 약 1년 동안 55정 이상.
무언가가 분명 변한 것이다.
그의 취미가 변했는지, 관심사가 변했는지, 어떤 계획이 생겼는지, 혹은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보고서는 그 변화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하지 않고서 다만 기록할 뿐이다.
허나..
구매가 증가했고 소총이 많아졌으며 관련 물품도 늘었다. 범프스톡과 탄약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많은 물건들 중 일부는 만달레이 베이 호텔 32층 객실 안에서 발견됐다.
여기서 조심할 부분은..
패덕은 총기와 탄약을 불법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총기점에서 구매했든, 온라인으로 구매했든, 사건 이전에 구매한 총기와 탄약은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된 것이었다. 그리고 패덕이 실지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의 군중을 향해 첫 번째 총탄을 발사한 순간부터였고 말이다.
이 대목 또한 해당 사건을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겠다.
왜냐하면, 범행 전까지의 패덕은 법의 바깥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합법적 절차 속에서 물건들을 모았다.
여자친구였던 마리루 댄리의 진술에선 2016년부터 패덕에게 변화가 나타난다.
패덕과 댄리는 리노의 주거지에 들렀다가 메스키트로 돌아왔다. 이때 패덕이 가져온 커다란 총기 금고가 메스키트 주거지의 차고에 놓였다.
댄리는 그 안에서 권총 한 정을 본 적이 있었다.
이후 그녀는 총과 총기 관련 구매가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집으로 소포가 자주 도착했는데 패덕은 차고에서 그것들을 열었다.
총기점과 총기 쇼에도 자주 갔다. 댄리는 몇 차례 그와 함께 총기점에 동행했지만 거래 내용에 자세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녀가 보기엔 그것은 패덕의 또 다른 새로운 취미처럼만 보였다.
댄리는 패덕과 함께 메스키트 인근의 비공식 사격장에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은 폐기물 처리장 근처에 있는 장소였다.
패덕은 그곳에서 소총 사격을 했고 댄리는 장거리 표적을 세우는 것을 도왔다. 사격이 끝나면 패덕은 차고에서 소총을 정비하고 청소했다.
그녀는 패덕의 탄창을 장전하고 탄약을 옮기는 일을 여러 차례 도왔다고 진술했다.
2017년 8월.
패덕과 댄리는 리노 주거지에 갔다가 메스키트로 돌아왔다.
그때 패덕은 많은 양의 탄약을 가져왔다. 댄리는 장전된 탄창들을 여행가방과 더플백에 넣는 것을 도왔다.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각각의 더플백에는 장전된 탄창 25개가 들어 있었다.
그녀가 왜 이렇게 탄약이 많으냐고 묻자 패덕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탄약을 대량으로 사는 게 더 저렴하니까."
이 시점에서 패덕은 총기만 모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장소'를 보고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그의 검색기록과 예약기록은 총기 구매와 별개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그는 2017년 5월 18일, 여러 검색을 했다.
2017년 여름 콘서트, 그랜트 파크 행사, 야외 콘서트 장소, 미국에서 가장 큰 야외 콘서트 장소, 산타모니카 해변은 얼마나 붐비는가..
와 같은 검색어들이었다.
구글맵에서도 베니스 비치와 펜웨이 파크 등이 검색됐다. 보스턴의 몇몇 장소, 산타모니카의 호텔과 해변가, 공연장과 좌석 정보 관련 사이트들도 방문 기록에 남았다.
수사보고서에선 이 모든 검색어를 곧바로 '공격 계획'이라고 확정하진 않는다.
허나, 사건 이후 이 검색어들을 다시 보면 하나의 방향성이 보인다.
사람이 모이는 곳, 트인 곳, 야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곳, 혹은 적어도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소들.
그해 8월.
패덕은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음악 축제 기간 중 호텔 예약을 갖고 있었다.
롤라팔루자는 그랜트 파크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축제다. 루트 91하베스트처럼, 이 역시 야외 공연장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패덕은 예약을 할 때 축제 장소가 내려다보이는 방을 요청했다.
헌데..
해당 예약은 체크인 이틀 전 취소됐다.
여기서 수사보고서는 아주 중요한 단어를 사용한다.
'의도의 지표(Indicators of intent)'
즉, 동기는 찾지 못했지만 의도의 지표는 있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꽤나 중요하다. 동기는 왜에 가깝고 의도는 '무엇을 하려 했는가'에 가까운 법이다. 패덕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떤 조건을 찾고 있었는지는 어느 정도 보인다는 뜻이겠다.
허나, 롤라팔루자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예약은 중도에 취소됐으며 총성도 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서 집으로 돌아갔으며 그 도시에서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알 도리가 없다.
패덕이 그곳에서 실제 공격을 염두에 두었는지, 아니면 단지 장소를 살피던 것인지, 혹은 어떤 이유로 실행을 포기했는지. 보고서 또한 이 부분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몇 주 뒤..
패덕은 다시 다른 야외 음악 축제를 향해 움직인다.
9월이 되자 패덕의 인터넷 검색은 라스베이거스로 집중된다.
9월 4일.
그는 라스베이거스 임대, 라스베이거스 콘도 임대, 라스베이거스 고층 콘도 임대, 더 오그든 임대 같은 검색을 했다.
9월 5일.
그는 음악제 Life Is Beautiful의 예상 참석자 수, 일일 티켓, 라인업을 검색했다.
같은 날 Bing에서는 만달레이 베이 라스베이거스, 루트 91 하베스트 페스티벌 2017과 그 참석자 수를 검색했다.
그리고 9월 15일.
검색어는 더 노골적으로 변한다.
라스베이거스 경찰특공대, 탄도표, .308 탄도, 경찰이 폭발물을 쓰는가..
이 검색어들은 더는 단순한 공연장이나 호텔 검색처럼 읽히지 않는다. 이것은 대응을 상상하는 검색이었다.
그리고 사건 당시인 10월 1일 밤, 경찰은 32층 객실 문을 폭발물을 이용해 강제 개방했다.
패덕은 미리 그런 장면을 상상했을까. 혹은 대비했을까.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다만 그는 검색했고, 결국 그런 일이 실지로 일어났다.
이 무렵 패덕의 관심은 더 오그든으로 향한다.
더 오그든,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있는 고층 콘도미니엄 건물.
그곳은 9월 말 열릴 Life Is Beautiful 음악 축제의 여러 야외 공연장과 도시 블록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Life Is Beautiful 역시 야외 음악 축제였다. 루트 91 하베스트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열린 공간에 모이는 행사였다.
그리고 패덕은 그 축제 기간 중 더 오그든에 숙박 예약을 했다. 그것도 세 개의 다른 유닛으로. 보고서상 그는 그 기간 동안 모두 축제 장소를 바라보는 유닛들을 요청했다.
그렇게 2017년 9월 17일.
패덕은 더 오그든의 2315호 유닛에 체크인했다.
체크아웃 예정일은 9월 22일이었다.
밤 8시 5분.
그는 차량에서 큰 쓰레기봉투를 꺼냈다.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그 봉투를 움직이는 모습이 영상에 남았다.
밤 8시 14분.
그는 주차장에서 롤러백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밤 10시 50분.
그는 엘 코르테즈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고, 슬롯 담당 직원과 보안요원 두 명과 상호작용을 했다.
밤 11시 2분.
그는 여행가방 두 개를 가진 채 더 오그든에 있었다.
그 가방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가 정확히 무엇을 옮기고 있었는지, 그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었는지, 지금에서 우리는 완전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수사보고서는 그가 더 오그든에 머무는 동안 여러 차례 여행가방을 옮겼다고 기록한다.
그리고..
훗날, 만달레이 베이에서도 그는 똑같은 일을 하게 된다.
그는 혼자였고 누군가와 함께 장기적으로 동행하지 않았다. 영상감시 기록 속 그는 차량에서 자신이 예약한 유닛들로 여러 개의 여행가방을 옮기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것을 훗날 만달레이 베이에서의 행동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본다.
수사기관은 그가 Life Is Beautiful 축제에서 실제 공격을 의도했는지, 혹은 이후 공격을 위한 사전 준비나 연습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정리한다.
새벽에 이르며 날짜는 9월 18일.
패덕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리노로 이동한다.
새벽 2시 16분, 그는 차량에서 가방을 꺼냈다.
새벽 4시 28분, 여행가방과 함께 있었다.
새벽 4시 45분, 여행가방을 가진 채 더 오그든의 컨시어지와 상호작용을 했다.
새벽 4시 47분, 여행가방을 들고 더 오그든을 나섰다.
4시 49분부터 5시 3분 사이, 그는 라이드셰어를 이용해 매캐런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오전 6시부터 7시 37분 사이, 리노로 비행했다.
또 다음 날인 9월 19일.
패덕은 이번엔 리노에서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동한다. 낮 12시 40분부터 2시 24분 사이, 그는 리노에서 피닉스로 비행했다.
오후 3시 5분, 차량을 렌트하고 더글러스 헤이그의 주거지로 향했다.
오후 4시 10분, 패덕은 헤이그의 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는 약 600발의 .308 철갑소이탄을 구매했다. 그 후 오후 5시부터 밤 11시 26분까지, 패덕은 렌트 차량을 몰고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밤 11시 26분, 그는 노트북 가방과 롤러 여행가방을 가지고 더 오그든에 들어갔다. 다시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것이다. 이 시기 그의 이동은 점점 더 구체적인 무언가를 향해 좁혀지고 있었다.
9월 20일.
패덕은 다시 라스베이거스와 메스키트 사이를 이동한다.
새벽 0시 24분, 그는 노트북 가방과 롤러 여행가방을 가진 채 더 오그든 주차장에 있었다. 그는 5층 차고에 있던 자신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를 2층으로 옮겨 렌트 차량 근처에다 주차했다.
0시 27분, 패덕은 렌트 차량에서 자신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로 물건을 옮겼다.
0시 51분, 렌트 차량을 반납했다.
사건 발생 열흘 전인 2017년 9월 21일.
패덕은 메스키트와 라스베이거스 사이를 다시 이동했다.
이날 그는 더 오그든의 또 다른 유닛인 1220호에 체크인했으며 예정된 체크아웃 날짜는 9월 24일이었다. 동시에 기존에 머무르던 2315호에서는 하루 일찍 체크아웃했다.
이렇듯..
그는 9월 17일부터 더 오그든에 머무르며 이미 여러 차례 여행가방과 봉투를 옮기고 있었다. 9월 19일에는 애리조나 피닉스까지 날아가 더글러스 헤이그에게서 .308 철갑소이탄 약 600발을 구매했다. 9월 20일 새벽에는 렌트 차량에서 자신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로 물건을 옮겼고 렌트 차량은 반납했다.
그러니까, 9월 21일의 유닛 변경은 고립된 움직임이 아니다. 그것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동과 운반의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밤 8시부터 9시 13분 사이, 패덕은 메스키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다.
밤 9시 13분, 그는 더 오그든 주차장에서 롤링 여행가방 하나와 쓰레기봉투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밤 9시 18분, 로비로 들어가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접촉했다. 이 상호작용은 밤 9시 23분까지 이어졌다.
밤 11시 54분, 그는 다시 롤링 여행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시간표들에선 이상한 반복이 있다.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사라진다, 다시 나타난다, 차량과 엘리베이터와 로비 사이를 오간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9월 22일.
Life Is Beautiful 음악 축제가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서 시작되는 날이었다.
헌데, 축제가 시작되기 전 패덕은 더 오그든을 떠난다.
새벽 0시 31분, 그는 검은 여행가방을 가지고 더 오그든 주차장 쪽 엘리베이터 뱅크로 들어갔다.
0시 43분, 주차장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0시 45분, 여행가방을 가지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새벽 2시 46분, 패덕은 롤링 여행가방과 검은 비닐봉투를 가지고 더 오그든을 나와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시 50분부터 4시 10분 사이,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메스키트로 이동했다.
아침 7시부터 8시 30분 사이, 온라인 검색을 여러 차례 했는데 하루 중 정확한 시간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Life is beautiful 2017 Sunday schedule 키워드를 검색했다. 여기서 일요일 해당 축제의 마지막 날 일정이었다.
오후 3시, Life Is Beautiful 행사가 시작됐다. 다운타운 라스베이거스의 야외 공간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음악이 울리며 동시에 무대가 켜졌고, 들어서는 관객들로 도시 블록은 축제의 공간이 됐다.
허나, 패덕은 그 시각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메스키트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Life is beautiful 음악 축제 둘째 날인 9월 23일.
보고서상 패덕은 대부분의 시간을 메스키트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다른 날에 비해 수사보고서의 시간표가 비교적 짧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월 24일,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해 더 오그든에 체크인한다.
이번에는 1703호 유닛이었으며 체크아웃 예정일은 9월 28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일정이 만달레이 베이 예약과 겹친다는 점이다.
즉, 패덕은 더 오그든에 머무르는 기존 일정에서 동시에 만달레이 베이 예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후 3시 31분, 패덕의 차량은 더 오그든 주차장에 있었다.
오후 4시, 그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1703호에 체크인했다.
밤 9시 15분부터 10시 16분까지, 그는 엘 코르테즈 카지노 안에 있었다.
밤 11시 14분, 숙소인 더 오그든으로 돌아왔다.
계속해서..
숙소, 카지노, 주차장. 숙소의 반복이었다.
이제 사건 현장이 된 만달레이 베이를 이야기할 차례다.
패덕은 당초 9월 9일경, 만달레이 베이의 비스타 스위트를 예약했다. 그는 235로 끝나는 비스타 스위트를 예약했지만 특정 층을 지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객실 배정은 호텔 내부 시스템을 통해 바뀐다.
9월 20일, 패덕의 예약은 컴퓨터에 의해 33-235호로 배정됐다.
9월 21일, 다시 컴퓨터에 의해 32-235호로 변경됐다.
9월 24일, 최종적으로 32-135호가 배정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내부 변경이 모두 만달레이 베이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졌고 패덕은 이를 알지 못했다고 정리한다.
말인즉슨, 사건 현장인 32-135호가 처음부터 필연적으로 선택된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패덕은 비스타 스위트, 즉 특정 형태의 객실을 예약했다.
공연장 쪽 시야와 객실 구조의 연관성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였다. 비록 33층에서 32층으로, 32-235에서 32-135로 이어진 세부 배정은 그가 직접 조작한 것이 아니었으나 사실 유의미한(패덕에게 있어서) 변경도 아니었던 셈이다.
9월 25일, Life Is Beautiful 축제가 새벽 1시경 종료됐다.
다운타운 라스베이거스의 축제가 끝나고서 이날 오후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동 전, 그는 더 오그든에서도 계속 가방을 옮기고 있었다.
새벽 1시 37분, 패덕은 비닐봉투를 가진 채 더 오그든 로비에 있었다.
같은 시각과 새벽 2시 59분, 그는 더 오그든 안을 걸어다녔다.
오전 8시 45분, 여행가방을 가지고 주차장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오전 9시 15분, 여행가방을 가진 채 더 오그든 로비에 있었다.
오전 9시 28분부터 10시 59분 사이, 패덕은 주차장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행가방을 굴리고 있었고 차량은 더 오그든 주차장에 있었다.
오후 2시 5분, 그는 롤링 여행가방을 가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것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오후 2시 14분, 다시금 롤링 여행가방을 가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것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또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오후 2시 22분, 이번에는 롤링 여행가방과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것들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져갔다.
오후 2시 25분, 패덕의 차량이 더 오그든을 떠났다.
이 장면은 자칫 지리하고 단순한 반복으로 읽힐 수가 있으나 실은 꽤나 중요한 지점이다. 그가 더 오그든에서 만달레이 베이로 이동하기 직전 반복적으로 가방을 차량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어느 가방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것이 전부 총기였는지, 탄약이었는지, 아니면 의류와 장비와 노트북이 섞여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오후 2시 46분, 패덕의 차량은 만달레이 베이 셀프파킹 구역에 들어갔다.
오후 3시 33분, 그는 만달레이 베이 32층 32-135호에 자신의 이름으로 체크인했다. 체크아웃 예정일은 10월 2일이었다.
여기서 또 하나.
패덕은 연결 객실인 32-134호도 예약해 둔 상태였으며 해당 객실의 예약 기간은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였다. 즉, 그는 32-135호에 먼저 들어가고 며칠 뒤 그 옆의 연결 객실까지 확보하게 되는 구조를 이미 만들어둔 것이다.
그리고..
훗날 32-134호는 단순한 옆방이 아니게 된다.
그 방에도 총기가 있었다. 그 방과 32-135호는 연결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방에는 또 다른 시야와 공간이 있었다.
체크인 이후인 오후 4시 3분부터 4시 56분 사이,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 안의 미즈야 스시에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차량을 셀프파킹에서 발레파킹으로 옮긴 뒤 프런트 데스크로 돌아왔다. 이때 그의 곁에는 여행가방 다섯 개가 있었다.
오후 4시 56분, 벨맨이 패덕과 조우했다. 패덕은 32-135호로 올라가야 했다. 그는 고객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길 요청했다. 보고서는 이 요청이 호텔 손님에게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고 적는다. 호텔 직원의 입장에서도, 이른바 VIP 손님이 가방을 많이 들고 있고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요청하는 장면은 특별한 장면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패덕은 여행가방 하나를 직접 굴렸으며 벨맨은 나머지 네 개의 가방을 짐수레에 실었다. 그렇게 패덕과 여행가방 다섯 개는 만달레이 베이 32층 32-135호로 올라갔다.
밤 9시 37분부터 9시 40분 사이, 패덕은 발레파킹에서 자신의 차량을 찾았다. 그리고 만달레이 베이를 떠났다.
밤 11시, 그는 메스키트에 도착했다.
이렇게 9월 25일은 끝이 난다.
겉으로 보면 그는 숙소를 옮겼을 뿐이다. 더 오그든에서 만달레이 베이로, 다운타운의 콘도미니엄에서 스트립의 호텔로, Life Is Beautiful이 내려다보이는 유닛에서 루트 91 하베스트가 내려다보이는 고층 객실로.
그럼에도 그의 이동은 끝이 날 줄 몰랐다.
9월 26일. 패덕은 이날 메스키트,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그리고 만달레이 베이를 오가게 된다.
다만 오전 10시 12분부터 오후 2시 55분까지, 휴대전화 기록상 그의 전화는 메스키트에 있었다.
오후 3시 35분, 패덕은 메스키트에서 자신의 웰스파고 계좌에서 필리핀의 한 계좌로 5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 돈은 애인인 마리루 댄리와 관련된 계좌로 보내진 것으로 정리된다.
댄리는 당시 필리핀에 있었다. 그녀는 9월 중순 필리핀으로 출국해 사건 직후 미국으로 돌아왔다.
패덕이 돈을 보냈다는 사실로 인해 보고서는 댄리를 초기 중요하게 조사했지만, 최종적으로 패덕의 범행에 공범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허나, 해당 시점에서 패덕이 사건 직전 큰돈을 필리핀으로 보냈다는 사실은 분명 수사기관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록이었다.
밤 8시 12분부터 9시 사이, 패덕은 메스키트에서 더 오그든으로 이동했다.
밤 9시 2분부터 10시 16분까지, 그는 엘 코르테즈 호텔 주변을 걸어 다니며 도박을 했다.
밤 10시 23분, 더 오그든으로 돌아왔다.
밤 10시 34분, 다시 더 오그든을 떠나 만달레이 베이로 향했다.
이때 그의 동선은 이상하게도(계속해서 이상하긴 했지만) 두 세계를 동시에 밟고 있다. 하나는 더 오그든, Life Is Beautiful 축제와 맞물렸던 고층 콘도미니엄. 다른 하나는 만달레이 베이, 루트 91 하베스트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그는 다운타운과 스트립을 오갔다. 엘 코르테즈에서 도박을 하고, 더 오그든에 들렀다가, 다시 만달레이 베이로 향했다.
그리고 밤 10시 45분부터 10시 52분 사이,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에 차량을 맡겼다. 이번에는 여행가방이 더 많았다. 짐수레에 실린 여행가방이 여섯 개였다. 그리고 패덕이 직접 굴린 롤링 여행가방 하나까지 총 일곱 개의 가방이었다.
그는 다시 벨맨의 도움을 받아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2-135호로 올라갔다.
보고서는 이때 패덕을 객실까지 안내한 벨맨이 전날, 그러니까 9월 25일의 벨맨과는 다른 인물이었다고 적는다. 이것도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다. 패덕은 가방을 여러 차례 나누어 옮겼는데, 각 직원은 자신이 본 장면만 보며 누구도 전체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는 것.
그렇게..
9월 25일, 다섯 개. 9월 26일, 일곱 개. 총 12개의 가방이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통해 그가 머무는 32층 32-135호로 옮겨진다.
밤 11시 8분,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에서 도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도박을 이어갔다. 그는 가방들을(총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객실에 올려놓은 뒤 카지노로 내려가 도박을 했다.
이것이 해당 사건의 또 다른 묘한 부분이다.
범행 준비와 일상적 도박이 나란히 놓인 가운데 패덕은 이 두 공간을 자연스럽게 오갔다.
누구도 모르게.
9월 27일, 패덕은 전날 밤부터 이어진 도박을 아침까지 계속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오전 7시 13분경에야 도박을 멈췄다.
한편..
이날 패덕은 VIP 호스트와 방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미 32-135호에 체크인한 상태였고, 9월 29일부터 사용할 연결 객실 32-134호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복도 끝 더블도어 비스타 스위트와 연결 객실을 원한다고 말했고, 200번대 윙 쪽이 전망이 더 좋다며 그쪽을 선호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가 방 문제로 불만을 보였지만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고 정리한다.
결과적으로 객실은 변경되지 않았다. 그는 계속 32-135호에 머물렀고, 9월 29일 예정대로 연결 객실 32-134호까지 확보했다. 호텔 측이 방이 없어서 거절했는지, 패덕이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는지, 혹은 단순히 대화가 컴플레인성에 그쳤는지까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가 복도 끝으로의 변경을 원했던 것은..
복도에서의 접근 방향을 제한함과 동시에, 그에게 있어서 '좋은 전망'은 풍경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며칠 뒤 2만 2천 명이 넘는 관객이 모이게 되며 그것을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각도였다.
즉, 그에게 있어서 전망은 총격의 방향이었던 셈이다.
오후 3시 56분경, 패덕은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두 개의 앙트레로 금액은 94.33달러였다.
훗날 이 룸서비스를 배달한 직원 안토니오 에르난데스는 수사기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9월 27일 오후 5시경 32-135호로 음식을 배달했다고 진술한다.
패덕이 문을 열었고, 에르난데스는 오늘 하루 어떠냐는 식으로 인사를 건넸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직원을 방 안으로 들였고, 직원은 바를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에 두면 되겠느냐는 직원의 물음에 패덕은 그냥 그 자리에 두라며 10달러의 팁을 줬다.
직원 에르난데스는 방 안에서 수상한 물건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가방이나 컴퓨터 같은 것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룸서비스 주문은 두 사람분의 식사였는데 방 안에는 패덕 혼자만 있었다.
아마, 패덕의 가방들은 닫힌 채 넓은 방 어느 구석에나 숨겨져 있었을 것이다.
오후 4시 32분경, 호텔 직원이 32-135호를 청소했다.
패덕이 방 안에 있는 채였는데, 이 역시 대단히 중요한 장면이겠다.
객실 청소는 호텔에서 가장 일상적인 행위다. 반면, 범행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 객실 청소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청소는 곧 노출이요,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 타인의 시선에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다.
총기, 탄약, 공구, 가방, 카메라, 케이블, 이상한 배치, 치우지 말아야 할 물건들. 아직 그러한 것들이 방안으로 펼쳐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호텔 직원이 방에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패덕에게는 관리해야 할 변수였을 것이다.
그래서 패덕은 방 안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직원이 청소하는 동안 방을 떠나지 않았다.
보고서의 다른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이틀 전인 9월 25일경 방을 청소한 객실 직원은 패덕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고, 룸서비스가 도착한 뒤에도 자신을 계속 지켜보았다고 진술했다. 방 안에 다른 일행은 없었으며 가방들은 정돈된 상태로 쌓여 있었다고 했다.
밤 8시 3분경,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 발레파킹 구역에서 목격된다. 그에게는 롤링 여행가방 두 개가 함께였다.
밤 8시 15분경, 그는 차량을 발레파킹에서 찾아 만달레이 베이를 떠났다.
밤 8시 29분경, 그는 또다시 더 오그든에 도착했다.
밤 8시 31분경, 더 오그든의 한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밤 8시 45분부터 10시 사이, 패덕은 더 오그든을 떠나 메스키트로 향한다.
밤 10시경, 그는 메스키트에 도착했다.
패덕의 동선은 이제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여러 거점을 오가는 물류처럼 보인다. 그는 계속해서 움직였으며 계속 가방을 옮겼고 계속 카지노에 들렀다. 그렇게 계속 호텔과 주거지를 오갔다.
헌데..
다음 장면부터는 조금 이상하다.
밤 11시경, 패덕은 메스키트의 월마트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는 몇 가지 물건을 산다. 여행가방, 면도날, 조화, 꽃병, 스티로폼 공.
이 목록은 분명 이상하다.
아니, 정확히는 사건 이후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다.
여행가방은 이해가 된다. 이미 그는 많은 가방을 활발하게 옮기고 있었으니까. 헌데 면도날, 조화, 꽃병, 스티로폼 공이 다 무엇인가.
보고서는 그것들의 용도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도 단정할 수 없겠다. 그저, 사건 이후 묘한 잔상을 남길 뿐.
9월 28일, 패덕의 휴대전화는 새벽 2시 27분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메스키트에 있었다.
이날 그는 다시 돈을 움직인다.
오후 2시 44분부터 3시 1분 사이, 그는 웰스파고 계좌에 1만 4천 달러를 입금했고 필리핀의 은행 계좌로는 5만 달러를 송금했다.
9월 26일에도 그는 5만 달러를 필리핀으로 보낸 바가 있다. 그리고 이틀 후 다시 5만 달러를 보낸 것이다. 이 돈의 흐름은 사건 직후 수사기관이 마리루 댄리를 중요하게 조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그녀가 범행에 가담했거나 패덕을 도왔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후 3시 23분경, 패덕은 메스키트의 한 총기점에서 .308 볼트액션 소총을 구매했다.
이미 그는 많은 총기를 구매한 상태였다. 2016년 10월 이후 그의 총기 구매가 급격히 증가하며 여러 소총과 조준경, 케이스, 범프스톡, 탄약 등을 소지 중이었다.
오후 5시 23분부터 6시 3분 사이, 패덕은 메스키트 하이츠 로드 3200번지 인근 매립지 부근을 운전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곳은 비공식 사격장으로도 이용되는 외곽 지역이었다. 그는 이날 총을 샀고 사격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밤 8시 42분부터 9시 46분 사이, 패덕은 메스키트에서 만달레이 베이로 이동했다. 그는 차량을 발레파킹에 맡겼으며, 롤링 여행가방 두 개와 노트북 가방 하나를 소지한 채였다.
9월 25일, 다섯 개. 9월 26일, 일곱 개. 9월 28일, 롤링 여행가방 두 개와 노트북 가방 하나. 모두 다른 종류의 가방이었는지, 같은 가방이 다시 쓰였는지, 각각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확정할 수가 없겠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패덕이 만달레이 베이 32층으로 무언가를 옮겼다는 것이다.
밤 10시 18분경, 패덕은 다시 만달레이 베이에서 도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까지 도박을 이어갔다.
여기까지, 거의 루틴화가 되다시피 한 패덕의 일상이었다.
9월 29일, 이날부터 만달레이 베이 32층의 공간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변한다.
이날 호텔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요청이 전달됐다. 32-135호에서는 린넨만 교체하고 쓰레기만 치워달라는 요청, 진공청소기는 돌리지 말라는 요청, 방 안의 푸드서비스 카트는 치우지 말라는 요청. 그리고 곧 체크인 할 32-134호에는 시트와 수건을 교체하고 작업이 끝나면 알려달라는 요청.
훗날 경찰은 32층 복도에서 푸드서비스 카트를 보게 된다. 그 카트와 32-134호 안쪽은 전선으로 연결돼 있었고 카트 위의 카메라도 확인한다. 결국, 이 평범한 호텔 카트는 진입팀에게 폭발물 가능성과 감시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날 새벽 5시 43분, 패덕은 전날 밤부터 이어온 도박을 멈췄다.
낮 12시 28분부터 오후 1시 14분까지, 그는 만달레이 베이 안의 미즈야 스시에서 식사했다.
오후 2시, 32-135호와 32-134호가 호텔 직원들에 의해 청소됐다. 패덕은 방 안에 남아 있었고 객실들이 청소되는 동안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후 3시 6분,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 VIP 체크인 카운터에서 32-134호에 체크인했다. 이 방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애인인 마리루 댄리의 이름으로 체크인됐다.
오후 3시 8분, 패덕은 고객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2층으로 올라갔다.
오후 3시 9분, 그는 32-134호에 들어갔다. 이 순간부터 패덕은 연결된 두 객실을 모두 확보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오후 3시 9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32-134호와 32-135호 안에 머물렀다.
이제 이동은 잠시 멈추고서 그는 호텔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는 연결된 두 방 안에서만 머물렀다. 왜냐하면, 사건의 공간이 이제 거의 완성됐기 때문이다.
밤 11시 11분, 32-134호로 102.99달러의 룸서비스 티켓이 청구됐다.
이제 사건 하루 전인 9월 30일.
이날 패덕은..
또다시 만달레이 베이와 메스키트를 오간다.
그의 동선은 여전히 복잡했으나 이제부터는 그 복잡함조차 어느 정도 정돈된 목적성을 띠기 시작한다. 이전까지의 패덕은 더 오그든과 만달레이 베이, 메스키트와 피닉스, 카지노와 사격장 사이를 오갔다.
허나, 9월 30일부터는 중심선이 더욱 선명해진다.
만달레이 베이 32층. 32-135호. 32-134호. 그리고 그 두 방 안쪽으로 한정된 채 말이다.
새벽 1시,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에서 메스키트로 운전해 갔다. 그러니까 9월 29일 오후 3시 9분부터 9월 30일 새벽 1시까지 그는 연결된 두 객실 안에 머물렀고, 그 뒤 다시 메스키트로 이동한 것이다.
이동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가지러 갔다가 무엇인가를 두고 오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처럼 움직였다.
새벽 5시 56분,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때, 그에게는 네 개의 여행가방이 있었다.
9월 25일, 다섯 개. 9월 26일, 일곱 개. 9월 28일, 롤링 여행가방 두 개와 노트북 가방 하나. 9월 30일 새벽, 네 개의 여행가방.
가방의 숫자는 계속 늘었다가 나뉘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각각의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어떤 가방이 재사용됐는지, 어느 가방에 총기가 있었고 어느 가방에 탄약이 있었는지를 이 시간표만으론 특정이 불가능하겠다.
허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패덕은 계속해서 32층으로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호텔은 단순히 그것을 호텔의 언어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낮 12시 4분부터 12시 15분까지, 호텔 직원은 32-134호의 프라이빗 미니바를 점검했다.
이러한 일상적인 업무가 끝난 뒤, 패덕은 두 객실 문에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표시를 붙인다.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 호텔 직원은 패덕에게 32-135호와 32-134호를 청소할지 물었다.
전날까지는 린넨과 쓰레기, 시트와 수건, 방 안의 카트처럼 세부적인 조정이 있었으나 이제 패덕은 모든 직원의 출입을 거절한다.
사건 하루 전, 이제 그는 방 안의 출입을 모두 금하고 있었다.
오후 2시 52분부터 3시 8분 사이, 패덕은 발레파킹에서 자신의 차량을 찾아 셀프파킹 차고로 옮겼다.
오후 3시 12분, 패덕이 주차장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이 관찰된다. 그에게는 롤링 여행가방 두 개가 함께였다.
오후 3시 20분, 그는 고객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두 개의 롤링 여행가방과 함께 목격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갔다.
오후 7시 52분, 패덕은 다시 만달레이 베이에서 메스키트로 향했다.
밤 8시 57분, 메스키트에 도착했고 이로써 9월 30일의 만달레이 베이 기록은 일단 끊기게 된다.
그는 새벽녘 메스키트에서 돌아와 네 개의 여행가방을 가지고 호텔에 들어왔다. 낮에는 미니바 점검 뒤 두 방에 Do Not Disturb 표지를 붙인 채였다. 청소를 일체 거절했다. 오후에는 차량을 셀프파킹으로 옮기고 다시 여행가방 두 개를 객실로 올렸다. 그리고 밤에는 메스키트로 돌아갔다.
이제..
사건 당일인 10월 1일이다.
패덕은 새벽 2시 6분, 메스키트를 떠났다.
새벽 3시 5분, 그는 만달레이 베이 셀프파킹 차고에 도착한다.
도시는 아직 밤중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벽 3시는 애매한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밤이 한창인 시간이다. 카지노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도박을 한다. 호텔 복도는 낮보다 조용하지만 완전히 잠들지는 않는다. 직원들은 교대하고 손님들은 드나들며 차고로는 차량이 들어오고 나간다.
그 시각 패덕도 돌아왔다.
새벽 3시 24분부터 오전 7시 34분까지 그는 카지노 안을 돌아다니며 도박을 했다. 자신의 플레이어 카드와 애인 마리루 댄리 명의의 플레이어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이 역시 보고서에는 단순히 시간과 카드 사용으로 기록된다.
약간은 기묘한 상황이었다. 범행이 일어나기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32층 객실은 이미 사건 현장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패덕은 아래층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은 해당 사건에서 계속 반복되던 기묘한 이중성이었다.
오전 7시 37분, 마침내 패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제 시간은 낮으로 넘어간다.
사건 당일인 이날은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축제는 오후 3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밤에는 미국의 유명 컨트리 뮤지션 제이슨 알딘이 마지막 공연자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한편, 패덕은 낮이 되자 다시 차량을 움직였다. 낮 12시 22분부터 12시 26분 사이, 그는 셀프파킹 차고에 있던 자신의 차량을 발레파킹으로 옮겼다.
패덕이 만달레이 베이에 머무는 동안 있었던 주차 거래 중, 이때의 발레파킹 거래만 애인인 마리루 댄리의 이름으로 처리됐는데 왜 그랬는지는 보고서가 설명하지 않는다. 단순한 카드 사용이었는지, 이름이 연결된 객실 때문이었는지,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낮 12시 29분, 패덕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롤링 여행가방 두 개가 함께였다. 그리고 그 롤링 여행가방 중 하나에는 세 번째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낮 12시 33분, 32-134호로 룸서비스 티켓이 열렸다.
오후 1시 17분, 만달레이 베이 발레파킹은 패덕의 차량을 Garage East의 317번 공간에 주차했다. 이 위치는 이후 수사관들이 총격 이후 패덕의 차량을 발견하게 되는 바로 그 공간이었다.
오후 1시 37분, 32-134호의 룸서비스 티켓이 패덕의 애인 마리루 댄리의 이름으로 마감됐다. 금액은 67.60달러. 이전처럼 두 개의 앙트레가 포함된 주문이었다.
오후 2시 23분부터 밤 7시 40분까지, 32-134호와 32-135호의 문은 여러 차례 조작됐다. 문이 열리고 닫혔고 데드볼트가 잠겼다가 풀렸다.
오후 2시 23분부터 밤 7시 40분까지, 무려 다섯 시간 넘게 문들은 반복적으로 열리고 닫히고 잠기고 풀렸다. 이것이 단순한 출입이었는지 또는 방 안의 이동 때문이었는지, 혹은 장비 배치 때문이었는지 다른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 평범한 호텔 투숙의 시간처럼은 보이지 않는 게 확실할 뿐.
보통의 호텔은 방 출입문의 개폐 순간이 확인된다. 이 도어락 기록은 문이 열리거나 닫히거나 또는 잠기고 해제되는 사실은 보여주는 것이다.
오후 3시,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공연이 시작됐다.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에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 7시 40분, 문 조작 기록의 긴 구간이 끝난다. 공연장은 점점 더 사람으로 가득 찼고 32층의 두 객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밤 8시 40분, 만달레이 베이 내부 시스템에 한 알람이 발생한다. HotSOS 알람으로 장소는 32층의 32-129호였다.
HotSOS란 호텔 객실 문이 일정 시간 열려 있을 때 발생하는 호텔 내부 관리 시스템 알람을 의미한다. 사실 이 알람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니다. 호텔에는 수많은 방이 존재하고 문은 열릴 수가 있는 법이니까. 투숙객이 실수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수도 있고 직원이 작업 중이었을 수도 있다.
허나, 이날 밤 이 작고 평범한 알람 하나가 결과적으로 32층 복도와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의 학살 현장을 연결하는 첫 번째 실타래가 된다.
밤 9시 18분, 해당 HotSOS 호출은 보안요원 헤수스 캄포스에게 배정됐다. 이때 캄포스는 모두 5개의 HotSOS 호출을 배정받았고, 32-129호는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하게 될 방이었다.
호텔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런 알람 호출은 보안요원에게 배정된 뒤 실제 확인이 끝나기 전에 시스템상 먼저 닫히는 경우도 흔했다고 한다.
밤 9시 36분, 32-135호에서 데드볼트가 걸렸다.
밤 9시 40분,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에서는 제이슨 알딘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날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자였다. 3일 동안 이어진 축제의 마지막 밤으로, 약 15에이커 규모의 야외 공연장에는 2만 2천 명이 넘는 관객이 운집해있었다.
밤 9시 46분, 이번에는 연결 객실인 32-134호의 데드볼트가 걸렸다.
아래에서는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고 위에서는 32-135호의 문이 잠겨 있었다.
밤 9시 46분부터 10시 4분까지, 캄포스는 서비스 엘리베이터에 탔고 밤 9시 47분 30층에서 내렸다. 이후 30층 100번대 윙의 계단실로 걸어가 계단을 통해 32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알람이 있던 32-129호를 확인하는 것. 문이 열려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호텔 보안요원에게 익숙한 그런 업무를 처리할 터였다.
헌데..
그가 32층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계단실에서 32층 100번대 윙으로 나가는 문이 막혀 있었다. 그래서 하릴없이 그는 계단을 따라 33층으로 올라간 뒤 33층 100번대 윙을 따라 센터코어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곤 고객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32층으로 내려왔다.
누군가가 32층 100번대 윙으로 들어오는 계단실 문을 막아둔 것이었다. 그 누군가는 패덕이었고 말이다. 수사는 훗날 그 문이 32층 쪽에서 문과 문틀 사이에 나사로 고정된 L자형 금속 브래킷으로 막혀 있었다고 정리한다.
이는 간단한 장치였지만 그 효과는 분명했다. 하나의 브래킷과 몇 개의 나사로 계단실에서 32층 복도로 바로 들어오는 길이 차단된 것이다.
그것은 잠시 동안 사람의 동선을 바꾸기에 충분했고..
해당 사건에서 이 몇 분은 너무도 컸다.
밤 10시, 캄포스는 고객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00번대 윙을 따라 32-129호 쪽으로 걸어갔다.
32-129호를 확인 결과 방은 이상 없이 안전했다. 즉, 처음 그를 32층으로 이끌었던 HotSOS 알람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었던 셈이다.
문은 확인됐고 방은 안전했으니 업무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허나 캄포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단실로 이어지는 작은 포이어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과 문틀 사이에 나사로 고정된 L자형 브래킷을 발견한다.
이제 그는 알게 됐다. 문이 단순히 고장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가 이 문을 막아두었다는 것을.
밤 10시 4분, 캄포스는 포이어 안의 하우스폰을 집어 들고 보안 디스패치에 전화를 걸었다. 32층 계단실 문에 이상한 브래킷이 설치되어 있다고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보안 디스패치는 해당 전화를 시설관리 디스패치로 연결했다. 시설관리 디스패처는 다시 캄포스를 시설관리 감독자의 휴대전화로 연결했다.
그리고 이 전화가 이어지는 동안..
32-135호 안쪽에서는 무언가 일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밤 10시 5분, 패덕은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두 발의 단발 사격을 가했다.
곧이어, 정확한 수를 특정할 수 없는 총격이 공연장 쪽으로 이어졌다.
총격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시작의 순간은, 대부분이 상상하는 영화적 시작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부터 모두가 한꺼번에 사태를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아래의 공연장에서는 총격 소리가 폭죽이나 무언가 축제의 효과음 중 하나로 들렸을 수 있어서였다.
밤 10시 6분, 캄포스는 전화를 끝내고 하우스폰을 내려놓는다. 그때 그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처음에는 빠른 드릴 소리처럼 들렸다고 했다. 호텔 복도라는 장소에서, 문 너머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빠른 반복음을 곧장 총격으로 인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시각..
패덕은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약 100발을 발사했다.
아래 공연장에서는 이제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며 패닉으로 빠져들었다. 이 무렵 LVMPD 무전에서도 총격 보고가 시작된다. 한 경찰관은 컨벤션 센터 지역 지휘 채널을 통해 루트 91에서 총격이 발생했고 자동화기처럼 들렸다고 전파했다.
캄포스는 100번대 윙 복도를 따라 센터코어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고 그순간 패덕은 복도를 향해 총을 발포했다. 총탄은 32층 100번대 윙 복도를 따라 직진했고 캄포스는 왼쪽 종아리에 총탄 파편을 맞았다. 처음 캄포스는 자신이 BB탄이나 펠릿건에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캄포스는 곧장 32-122호와 32-124호 사이의 알코브로 몸을 피했다. 그리곤 무전으로 32-135호에서 총격이 있었다며 보고를 전파한다.
같은 순간..
시설관리 쪽에서는 엔지니어 스티븐 슈크가 32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62층 62-207호에서 누수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32층 100번대 윙 계단실 문에 설치된 브래킷을 제거하라는 지시에 따라 미국 현대 범죄사에서 가장 이상하고 끔찍한 복도 중 하나를 향해 걸어가게 된다.
밤 10시 7분, 패덕은 계속해서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발사를 이어갔다. 보고서상 이 무렵 그는 약 95발을 발사한 상태에서 다시 약 100발을 발사했으며, 직후 또 약 94발을 발사했다.
아래 공연장에서는 혼란과 함께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현행 총격범 상황'임을 파악했으며 만달레이 베이 보안 사무실에 있던 LVMPD 경찰관 바신과 헨드렉스가 움직인다.
이들은 원래 무단침입 관련 신고, 즉 호텔 안에서 붙잡힌 여성 2명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헌데 루트 91 총격 무전을 듣고서 2명의 무장한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과 함께 보안 사무실을 나선 것이다.
밤 10시 8분,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 인근의 공항 연료 탱크를 향해 첫 번째 총탄을 발사했다.
밤 10시 9분, 패덕은 다시 연료 탱크를 향해 발사를 가했다. 두 번째 총탄은 빗나갔다. 세 번째도 빗나갔다. 네 번째도 빗나갔다. 다섯 번째 총탄이 연료 탱크 상부를 맞혔다. 여섯 번째 총탄은 하부를 맞혔다.
그가 계속해서 이어간 총탄으로 인해 일부가 연료 탱크에 적중했으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허나 그 사이에도, 그는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계속해서 발사하고 있었다.
밤 10시 10분, 엔지니어 슈크가 브래킷 제거를 위해 32층 센터코어에 도착한다. 그는 100번대 윙, 그러니까 32-135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멀리서 잭 해머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기 어려웠다. 복도를 따라 계속 걸어가던 중, 알코브에 숨어 있던 캄포스와 마주친다.
총성이 잠시 멈춘 가운데 캄포스가 슈크에게 엄폐하라고 외쳤다. 슈크는 곧바로 몸을 돌려 32-117호와 32-119호 사이의 알코브로 숨었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향한 총격이 재개됐다.
슈크는 32-117호에 들어가려 마스터키 카드로 문을 열려고 시도하나 데드볼트가 걸려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장면은 거의 공포영화 속 악몽과도 같았다.
슈크는 복도 한켠으로 몸을 숨긴 채 무전으로 '경찰을 불러요! 누군가 32층에서 복도에서 소총을 쏘고 있어요!'라고 전파했다.
이제 32-135호는 더 이상 호텔 객실이 아니었다.
그곳은 대량살상 사건이 벌어지는 발사 지점이었다.
밤 10시 11분, LVMPD 경찰관 바신과 헨드렉스가 만달레이 베이 31층의 센터코어 구역에 도착한다. 그들은 무장한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들과 함께 31층 100번대 윙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원래 그들이 처리하고 있던 일은 호텔 보안 사무실에 붙잡혀 있던 여성 2명의 무단침입 관련 신고였다.
한편..
이 순간에도 패덕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보고서상 이 무렵, 그는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약 80발에서 100발 사이를 발사했다. 그리고 다시 또 약 95발을 발사했다.
그가 발사한 총탄의 수치는 계속해서 빠르게 쌓여나갔다.
밤 10시 12분, 무장한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 2명이 고객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2층에 도착해 센터코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패덕은 다시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으로 약 80발에서 90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 과정에서 공연장 주변 도로 쪽에서 움직이던 LVMPD 소속 클락슨과 쿡 경관이 총탄에 맞는다. 이제 총격은 단순히 공연장 안의 관객만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총격으로 인한 혼란과 혼선..
그런 와중 만달레이 베이 드라이브 동쪽에 있던 발로넥 형사가 차량에서 쌍안경을 꺼내 들어 만달레이 베이의 북쪽 타워를 살폈다.
라스베이거스의 빛나는 호텔 외벽 가운데, 약 4분의 3 지점 북쪽 끝 부근 창문 근처로 한 남성의 실루엣을 포착한다. 그 남성은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던 패덕이었다.
발로넥은 총구 화염을 보진 못했으나 불길한 연기의 형태를 목도할 수가 있었다.
밤 10시 13분, 패덕은 계속해서 총탄을 발사했다.
밤 10시 15분, 그는 다시 두 차례의 발사 흐름을 이어갔다.
총격은 길게 이어졌다가 잠시 끊기고, 다시 이어지길 반복했다. 엔지니어 슈크는 훗날 총성이 몇 차례의 긴 연사로 이어졌고, 사이사이의 정지는 5초에서 6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노라 묘사했다.
밤 10시 16분, 경찰 바신과 헨드렉스 그리고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들은 31층의 계단실로 진입한다. 그들은 위쪽에서 들려오는 빠른 연사의 총성을 듣고 있었다. 보안요원은 무전으로 자신들이 31층에 있으며 위에서 빠르게 이어지는 총성이 들린다고 알렸다.
밤 10시 18분, 보고서에는 이상한 문장 하나가 등장한다. 32-135호 내부의 열 감지 지표가 더 이상 추가 감지값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문장 말이다.
허나, 이 문장이 곧 '패덕이 정확히 이 시각 사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열 감지 지표 기록은 매우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이 기록은 총격 시간표의 중요한 경계로 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패덕의 사망 시각이나 정확한 마지막 발사 시점을 확정하는 문장으로 여겨질 수는 없겠다.
밤 10시 18분, 보고서상 32-135호 내부의 열 감지 지표는 더 이상 추가 감지값을 기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곧 패덕이 정확히 그 시각 사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그 순간 스스로에게 총을 쏘았는지, 그보다 조금 앞서였는지, 혹은 그 뒤였는지는 이 문장 하나만으로 확정할 수가 없다. 다만 보고서의 시간표에서 10시 18분은 하나의 경계처럼 남을 뿐.
총격이 들리지 않는다.
허나,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래의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에는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있었고 만달레이 베이 안의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아직 32-135호 안쪽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32층 복도에서는 캄포스와 슈크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캄포스는 이미 왼쪽 종아리에 총탄 파편을 맞은 상태였다. 슈크는 32-117호와 32-119호 사이 알코브에 몸을 숨긴 채 복도를 향해 날아오는 총격을 겪었다.
그리고 총격이 잠깐 멎은 틈.
캄포스와 슈크는 자신들이 숨어 있던 위치에서 센터코어 방향으로 뛰었다. 복도 끝자락의 32-135호 쪽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심산에서였다.
슈크는 이후 32층에 도착한 시설관리 감독 알스버리에게 부상 여부를 확인받았다. 그는 총격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에 등을 맞아 작은 멍이 생겼으나 심각한 부상은 입지 않았다. 캄포스 역시 종아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무렵 호텔 내부의 대응은 동시에 갈라지고 있었다.
31층에서는 경찰 바신과 헨드렉스 그리고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들이 위층에서 들려오던 총성을 들은 뒤 계단실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31층 100번대 윙을 따라가다가 총성이 계속 들리자 31-134호 부근에서 뒤로 물러나 알코브에 몸을 피한 상태였다가 이후 복도 끝 계단실로 향해 자리를 잡는다.
한편 라스베이거스 대로 쪽에 있던 경찰관 일부는 현장인 남쪽으로 움직이며 만달레이 베이를 향해 접근했다. 이들은 임시로 팀을 구성해 총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호텔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리치먼드, 리들, 밴 네스트 경사는 각각 오버타임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과 출동한 순찰 경찰관들을 모아 스트라이크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 대로를 가로질러 룩소르 호텔 주차장 쪽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남쪽으로 만달레이 베이 부지에 접근했다.
이제 사건의 축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공연장 안팎의 구조와 대피. 다른 하나는 만달레이 베이 내부로 들어가는 대응팀.
아래에서는 부상자를 끌어내고 있었고 위에서는 닫힌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달레이 베이 안으로 들어간 임시 스트라이크 팀들이 호텔 보안 측과 접촉한다. 그들은 센터코어 고객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안내받았는데, 문제는 여전히 정보가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팀은 총격범이 29층이나 31층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다른 팀은 32층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누군가는 33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노라 전달했다.
그래서 각각 29층 31층, 32층, 맨 위층의 파운데이션 룸을 향해 갈라지게 됐다.
32층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처음엔 300번대 윙 쪽으로 움직였다. 객실에 진입해 투숙객들을 확인했고, 엔지니어 슈크의 정보에 따라 32-135호 쪽으로 향했다.
이때는 이미 총성이 멎은 상태였다.
이것은 결정적인 변화였다. 총성이 계속되는 동안의 대응과 총성이 멎은 뒤의 대응은 다른 법이다. 현행 총격범 상황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위협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허나 총성이 멎고 범인이 방 안에 바리케이드처럼 숨어 있을 가능성이 생기면 대응은 바뀐다.
경찰은 이제 active shooter 프로토콜에서 barricaded subject 프로토콜로 넘어간다. 범인이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폭발물이나 추가 총격 가능성이 있다면 느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실지로, 패덕은 연결 객실을 사용 중이었으며 복도로는 카트와 전선과 카메라가 있었다.
경찰관들은 우선 체계적으로 복도를 따라 객실들을 확인하고 투숙객을 엘리베이터 뱅크 쪽으로 대피시켰다.
이제 32층에는 경찰관, SWAT 요원, 경사,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에서 올라온 경찰관, 여러 지역 지휘부에서 출동한 경찰관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오도넬 SWAT 요원과 두 명의 순찰 경찰관은, 총격 위치에 대한 업데이트를 듣고서 파운데이션 룸을 확인하던 그룹을 떠나 32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들은 이미 32층에 와 있던 여러 경찰관들과 마주쳤다. 경찰관들은 이제 용의자의 방 쪽으로 막 움직이던 차였다.
엔지니어 슈크는 손님들이 타워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를 차단했다.
그 사이..
아래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에서는 숨어 있던 사람들의 대피가 계속됐다. 추가 경찰팀들은 행사장 내부의 남은 구역을 확인하며 부상자를 구분하고 대피가 끝난 구역을 확보해 나갔다.
다시 돌아와..
현장인 32층.
핸콕 SWAT 요원은 비츠코 경사, 뉴턴 경관과 함께 31층으로 갔다가 계단을 통해 32층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계단실에서 경찰 바신과 헨드렉스, 그리고 만달레이 베이 보안요원들과 마주쳤다.
핸콕은 32층 복도로 들어가기 위해 첫 번째 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L자형 브래킷이었다. 이 작은 금속 조각이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핸콕과 비츠코는 32층 포이어로 이어지는 내부 문을 수동으로 돌파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100번대 윙 복도 쪽 문을 아주 조금 열 수 있었고, 문틈 사이로 32-135호와 32-134호의 문이 둘 다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32-134호 앞에는 푸드서비스 카트가 있었다. 흰 테이블보가 카트 위에 덮여 있었고 그 위로는 여러 물건이 놓여 있었다. 카트에서 32-134호 안쪽으로 이어지는 전선도 보였다.
필연적으로, 그것이 폭발물 또는 즉석폭발장치나 IED인가를 헤아려야했다. 방 안으로 이어지는 전선과 조금 전까지 수백 발의 총격을 퍼부은 용의자, 이 조합 앞에서 폭발물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9월 29일, 패덕이 치우지 말라고 요청했던 푸드서비스 카트. 이제 그 카트는 경찰에게 잠재적 폭발물로 보였다. 그리고 실지로도 그 위에는 카메라가 복도를 향하고 있었다. 패덕은 문 바깥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격은 이제 약 40분가량 들리지 않았으며 경찰은 32-135호로 들어가야 했다.
허나, 상황이 안전을 가리키고 있지는 않았다. 방 안에 용의자가 살아 있을 수 있었고 재차 총격이 시작될 수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폭발물이 터질 수도 있었다. 옆방 32-134호와도 연결돼 있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였다.
하여..
결정이 내려진다.
32-135호 문을 폭약으로 강제 개방하기로.
그렇게 근처에 있던 경찰관들에게 그 결정이 전달됐고 SWAT 요원 핸콕이 32-135호 문에 폭약을 설치하는 동안 뉴턴 경관이 방탄 방패를 들고서 복도로 나가 핸콕을 엄호했다.
또 비츠코 경사는 32-134호 문을 엄호하는 동시에 푸드서비스 카트 위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고 방향을 돌려놓았다.
마침내..
그 방을 열 차례가 도래했다.
폭약이 작동했다.
32-135호의 문이 강제로 개방됐다.
경찰관들이 방 안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은 한 남성을 발견한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스티븐 패덕이었다.
패덕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보고서는 그가 머리에 스스로 쏜 것으로 보이는 총상을 입고 있었다고 정리한다.
경찰관들은 32-135호 내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객실 안에는 여러 정의 소총이 여러 위치에 산발적으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수백 개의 사용된 탄피도 있었다.
보고서의 분 단위 시간표에서 수량이 특정된 발사 묶음만 합쳐도 700발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객실에서 회수된 전체 탄피는 1,057개였다. 다시 말해, 700발 안팎이라는 숫자는 전체 발사량이 아니라 시간표상 수량이 명시된 발사 묶음의 부분합에 가깝다.
다만, 추가로 여러 구간에서 '불특정 수'로 남아 있으므로 실지 발사량은 그보다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32-135호를 계속 확인하는 한편 연결문을 통해 32-134호에 접근하고자 두 번째 폭발물 진입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응 현장이 얼마나 높은 긴장 상태였는지 SWAT 요원 하나가 자신의 소총을 부주의하게 발사하는 일도 발생한다.
32-134호도 확인됐다.
그곳에서도 여러 정의 소총이 발견됐다.
두 객실에 폭발물 같은 건 없었다.
한편..
호텔 아래에서는 여전히 밤이 끝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빌리지와 그 주변에서는 부상자들의 이송이 계속됐다. 경찰관, 의료진, 그리고 그곳에 있던 시민들이 함께 움직였다. 여러 개의 트리아지 지점이 만들어졌다.
부상의 정도는 가벼운 상처부터 치명적인 부상까지 다양했다. 사람들 사이로 경찰관과 시민들이 부상자를 들어 옮겼다. 구급차와 순찰차가 사람들을 실었고 민간 차량들도 사람들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날 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공연장이 병원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통로가 됐다.
이제 사건은 호텔방 안에서 모두 종결이 난 것처럼 보였다.
허나..
수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먼저, 수사관들은 영장을 확보한 뒤 만달레이 베이의 Garage East 317번 공간에 있던 패덕의 차량으로 향했다. 폭발물 탐지견이 차량 내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창문을 깨자 탐지견이 반응을 보였다.
FBI는 차량 안의 가방들을 X-ray로 확인하고 제거했다.
차량 안에서는 AR-15와 AR-10 계열 소총용 장전 탄창이 발견됐다. 또한 폭발성 표적 용기들과 폭발물 전구체가 발견됐다.
다음은 메스키트 주거지였다. 주소는 1372 배블링 브룩 코트, 패덕이 애인인 마리루 댄리와 함께 생활하던 집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떨어진 네바다의 주거지이자 패덕이 수차례 만달레이 베이와 오가던 곳. 여행가방과 탄약과 총기 그리고 마지막 며칠의 이동이 되풀이되던 곳.
수사관들은 그곳에서도 영장을 집행했다.
집 안에서는 산탄총 7정, 권총 5정, 소총 6정이 발견됐다. 폭발성 표적, 총기 탄약, 소총 탄창, 컴퓨터 관련 물품도 있었다. 객실에서 발견된 총기와 차량 안의 탄창에 이어 주거지 안에도 또 다른 무기와 관련 물품들이 남아 있었다.
리노 주거지도 수색됐다. 주소는 1735 델 웹 파크웨이.
그곳에서는 산탄총 2정, 권총 5정, 총기 탄약, 소총 탄창, 컴퓨터 관련 물품이 발견됐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수사의 중심부로 끌려 들어온다.
바로, 패덕의 애인이었던 마리루 댄리 말이다.
사건 당시 필리핀에 있던 사람. 패덕과 함께 살던 사람. 패덕이 큰돈을 송금했던 사람. 32-134호가 그녀의 이름으로 체크인됐고, 사건 당일 새벽 카지노에서는 그녀 명의의 플레이어 카드도 사용됐다. 룸서비스 기록에도 그녀의 이름이 등장한다.
때문에 수사기관이 그녀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댄리는 사건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패덕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진술했다. 패덕은 점점 멀어졌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친밀하지 않았다고 했다.
패덕은 냄새에 강하게 반응하는 결벽적인 성향을 보였고 동시에 총기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다. 댄리는 그것을 패덕의 새로운 취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댄리는 또 한 가지 이상한 기억을 떠올렸다.
사건 몇 주 전, 패덕과 댄리는 만달레이 베이에 머문 적이 있었다. 방은 60-235호였다. 그 방에서도 라스베이거스 빌리지가 내려다보였다.
댄리는 그때 패덕이 방의 여러 창문을 오가며 라스베이거스 빌리지 쪽을 계속 바라봤다고 말했다. 각도를 바꿔가며, 위치를 옮겨가며, 그렇게 창문에서 창문으로.
결론적으로..
댄리는 범행에 가담했거나 공모한 인물로 확인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그녀가 패덕과 함께 범행을 계획했거나 도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총기와 탄약 역시 재차 분석됐다.
만달레이 베이 32-135호와 32-134호에서 회수된 탄피는 1,057개였다. 객실에서 회수된 소총들 중 실제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14정이었다.
실로 여러 종류의 탄약이 있었다.
AR-15 계열 소총 탄창에는 .223/5.56 탄약이 장전되어 있었다. AR-10 계열 소총과 볼트액션 소총에는 .308/7.62 계열 탄약이 사용됐다. 탄약 중에는 추적탄, 파편성 소이 철갑탄, 철갑소이탄 등이 포함돼 있었다.
범프스톡도 등장한다.
패덕이 사용한 일부 AR-15 계열 소총에는 범프스톡이 장착되어 있었다. 범프스톡은 반자동 소총의 반동을 이용해 방아쇠 조작을 빠르게 반복하도록 돕는 장치다.
이로 인해 아마 현장에서는 총성이 자동화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디지털 자료도 분석됐다.
패덕의 컴퓨터, 휴대전화, 검색기록, 브라우저 흔적, 잠금기록, 계정, 온라인 구매 등. 수사기관은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보려 했다.
32-134호에서는 복도 감시 카메라와 연결된 노트북이 발견됐다. 32-135호에서도 노트북이 발견됐다. 또 다른 분해된 노트북은 하드드라이브가 빠진 상태였다. 휴대전화들도 있었고 소형 모니터도 있었다. 스포팅 스코프와 쌍안경도 있었다. 손도구와 드릴, 나사, 브래킷도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쓴 작은 메모도 있었다.
허나, 그 메모는 유서가 아니었다.
선언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소총 사용과 관련한 거리와 탄도 낙차 계산을 적은 메모였다.
총을 더 정확히 쓰기 위한 숫자만이 패덕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듯했다.
물론, 부검도 이뤄졌다.
2017년 10월 6일, 클라크 카운티 검시관 사무소에서 패덕의 시신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그의 사인은 구강 내 총상으로 정리됐다.
사망 방식은 자살이었다.
즉, 경찰이 32-135호에 들어갔을 때 이미 사망해 있던 패덕은 스스로 마지막 총격을 자신에게 가한 것으로 결론 내려진 것이다.
생전의 패덕에 대해 그의 주치의는 이상하고 감정 표현이 적은 사람으로 묘사했다. 조울증 가능성을 떠올렸으나 패덕이 그 주제에 관해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했다. 패덕은 항우울제는 거절했지만 불안증 처방은 받은 적이 있었다.
허나..
역시나 이러한 것들이 패덕의 범행 동기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수사관들은 산더미 같은 데이터와 자료를 모았으나..
범행 동기를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조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수사기관은 패덕의 삶을 거의 해체하듯 들여다봤다.
그가 어디서 살았는지, 누구와 연락했는지, 무엇을 샀는지, 어디를 검색했는지, 어떤 방을 예약했는지, 어느 길을 오갔는지, 어떤 총을 들고 있었는지, 어떤 탄약을 준비했는지, 어느 계좌로 돈을 보냈는지.
허나..
그 끝에는 다음의 하나의 문장이 없었다.
왜, 어째서?
수사기관은 동시에 공범 여부를 확인했으나 끝내 패덕이 다른 누군가와 공모했거나 함께 행동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정리한다.
패덕은 혼자였고 어떠한 이념이나 광신적인 신념도 보이질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돈은 범행 동기로 어땠을까.
패덕은 도박을 했다.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와 리노의 여러 카지노에서 그는 고액 도박객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수사기관은 그의 재정 상태를 봐야 했다. 카지노에 대한 원한이나 돈 문제로 인해 마지막으로 자포자기와 같은 폭발이 있었던 것인지 말이다.
허나..
보고서는 여기에서도 답을 내놓지 못한다.
패덕은 도박과 과거 부동산 거래를 통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한 사람으로 정리됐다. 누군가에게 빚을 진 상태였다고 볼 근거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총격 전 도박 빚을 갚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그가 왜 그 방에서 2만 명을 향해 총을 쐈는지는 금전 문제로도 설명되지 못한다.
여기서부터는 정식 수사보고서의 결론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쌓인 자료와 기록, 주변인들의 진술, 언론 보도, 그리고 대량살상 범죄에 관한 범죄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패덕이라는 인간을 어디까지 추정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오피니언이다.
패덕의 범행 동기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기관도 끝내 밝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은, 그 빈칸에 멋대로 답을 써넣는 것이 아니라..
그 빈칸의 주변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첫 번째로, 패덕은 ''충동적으로 폭발하는 인간'의 전형으로 보기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미치면서 폭발을 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패덕에게서 가장 반복적으로 보이는 성질은 분노라기보다 '통제'다.
그는 숫자에 강했으며 회계와 감사 업무를 했다. 부동산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겼고 비디오포커를 계산했다. 카지노 컴프를 이용하며 호텔방을 고르고 전망과 각도를 따졌다. 총기와 탄약을 준비하고 탄도를 계산하고 경찰 대응을 검색했다. 문을 막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객실 청소를 제한했다. 또 정확한 총격을 위한 계산 메모까지.
그는 홀로 무언가를 계산하고 조건을 만들고 자기에게 유리한 형태로 배치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것은 패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에 가까워 보인다.
그에게 돈은 단순한 과시 수단이 아니었으며 그보다는 돈을 통해 조건을 확보했다. 즉, 돈은 그에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
카지노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카지노는 흥분과 우연의 공간이다. 허나 패덕에게 비디오포커는 조금 달랐던 것처럼 보인다. 비디오포커라는 단어가 갑자기 등장해 혼란스러울 텐데, 패덕의 주 종목이 바로 이 비디오포커였다.
패덕은 일반적인 슬롯머신이나 딜러가 존재하는 블랙잭 및 포커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액정 화면을 통해 포커를 치는 비디오포커에 주로 전념했다.
이 비디오포커는 기대값, 배당표, 최적 전략을 통해 손실률을 줄일 수 있는 대단히 계산적인 게임이었다. 또한 다른 카드 게임처럼 딜러나 같은 테이블의 사람과 상호작용 할 필요가 없는, 전형적인 1인용 게임이었다.
즉, 패덕은 홀로 비디오포커를 장시간 동안 고액으로 베팅 해가며 시간을 보내는 기계형 겜블러였던 셈이다.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필요도 없고 사람들과 떠들 필요도 없다. 기계 앞에 앉아 확률을 계산하고 손을 움직이길 반복한다. 혼자서. 조용히. 오랫동안.
이 지점에서 패덕의 도박은 쾌락보다는 노동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있겠다. 돈을 따기 위한 노동이자 컴프를 얻기 위한 노동처럼 말이다. 카지노 안에서 자기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 누군가에게 대우받기 위한, 그러나 동시에 깊이 관계 맺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노동.
그는 도박장에서조차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사람들과 섞이지 않았다.
사실..
카지노는 그런 사람에게 이상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완전히 혼자는 아니지만 누구와도 친밀할 필요가 없다. 반면 직원은 친절하게 응대해 온다. 비록 돈과 등급에 의해 조절되는 친절이지만.
그리고 기계는 반응한다. 계산에 따라 반응한다. 그럼에도 인간처럼 뮤올 요구하진 않는다.
이러한 세계에서 패덕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갔을지 모른다.
패덕의 육체적 및 정신적 쇠퇴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역시 조심해야 할 것은, 그가 늙었기 때문에 범행했다는 뜻이 아니다.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에 사람들을 죽였다는 뜻도 아니다. 정신질환이 곧 대량살상의 원인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범죄학에 있어서 그러한 단정은 가장 위험하다.
다시 돌아와..
주변인 진술 속에서 패덕은 말년으로 갈수록 분명 변해가고 있었다. 애인인 마리루 댄리는 패덕이 점점 멀어졌다고 말했다. 관계는 더 이상 친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서 신체적 능력과 피로, 냄새에 대한 강한 반응, 두통, 약에 대한 불신, 결벽적 태도, 감정 표현의 부족 같은 요소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주치의 역시 패덕을 이상하고 감정 표현이 적은 사람으로 보았고 조울증 가능성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확정 진단은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명 자체가 아니겠다. 그보다 중요한 건 패덕이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통제감을 잃어가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아직 젊을 때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일을 했고 많은 돈을 벌었다. 카지노를 즐겼으며 여행도 다녔고 애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비행기와 스쿠버다이빙 같은 취미에도 몰입했다.
허나 인생 말년(중년 이후)에 접어들며 그에게 남은 것은 점점 좁아졌을 수가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유일하게 깊은 인간적 관계는 식어버린다. 카지노의 조건도 예전과 달라졌고 비디오포커의 수익성도 줄어든다. 돈은 여전히 있으나 그것이 이전에 느꼈던 삶의 감각을 회복시켜 주지는 못한다.
자신을 자신답게, 그리고 특별하게 만들던 계산 능력과 통제감이 점점 더 좁은 방 안으로 밀려들어 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선택한 것이 총기와 객실과 각도와 숫자였다면..
그것은 매우 어두운 방식의 '통제 회복'이었을 수 있다.
말하자면, 패덕은 무너진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통제하려 든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통제의 마지막 형태가, 타인의 생명을 통제하는 폭력으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짚어볼 것은..
패덕의 '자살' 부분이겠다.
패덕은 총격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끝내 체포되지 않았으며 재판도 받지 않았고 무언가를 설명할 필요도 없게 됐다.
사실, 대량살상 사건에서 범인의 자살은 종종 범행 구조의 일부로 작동한다. 살인을 마친 후 자살하거나 혹은 자살을 하면서 타인을 끌고 들어가는 방식이 있겠다.
이때 범인은 단순히 죽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죽음을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가 있다. 혼자 죽는 대신 세계에 상처를 남긴 뒤 죽는 것이다.
물론 패덕이 그런 생각을 명시적으로 남긴 것은 아니다. 허나 그가 택한 방식은 분명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는 대중 앞에서 가장 공개적인 방식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상처 입힌 뒤 사라졌다.
이것은 자살이면서 동시에 타살이다. 자기 파괴이면서 동시에 타인 파괴다.
여기에는 분명 어떤 뒤틀린 논리가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사라진다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지는 않겠다. 내가 끝난다면, 나 혼자 끝나지는 않겠다.'
해당 가설은 매우 불쾌하다.
허나..
해당 사건을 그저 죽이고 죽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패덕의 대량살상과 그의 자살은 분리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덕에게 있어서 피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군중으로 여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특정한 개인을 노리지 않았다. 특정 원한 관계의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아래에 모인 군중을 향해 발사했고, 그러한 군중은 그에게 있어 이름 없는 다수였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대량살상 범죄에서 표적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일 경우, 범죄자는 피해자를 인간 개인으로 보지 않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그들은 피해자를 개별적 인간이 아닌 숫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패덕이 현장에 남긴 손 글씨 메모가 거리와 탄도 낙차 계산이었다는 점은, 공연장이 그저 목표 영역에 불가했다는 그의 당시 비인간적 부분을 가장 극명히 드러낸다.
패덕에게서는 '명성욕'이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많은 대량살상 범죄자들이 자신의 이름, 선언문, 이념, 온라인 글, 영상, 상징을 남기는 데에 몰두한다. 그들은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읽히고 싶어 한다. 자신의 범행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해 주길 바란다.
허나 패덕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만든 사건은 지워질 수 없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그는 명성을 원했다기보다 '흔적'을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 흔적은 다른 무엇도 아닌 해당 사건 그 자체일 것이다.
'자신이 통제한 사건'이라는 흔적을 말이다.
그러니까..
남에게 보여지거나 드러나는 '흔적'이 아니라..
자신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상황과 현상을 통제했다는, 스스로에게 납득이 갈 '흔적'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패덕에게 있어서 마지막으로 그토록 바라던 열망이자 최후의 통제였을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패덕의 도박 습관을 동기라기보다 생활 형식으로 봐야 할지 모른다.
분명, 그가 도박으로 인해 무너졌고 그래서 총을 쐈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보고서는 그가 누구에게 빚진 상태가 아니었고 도박 빚도 갚은 상태였다고 정리한다. (패덕의 유산은 약 140만 달러였다고 함)
허나, 동시에 기록에 의하면 도박은 그의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말인즉슨, 그가 가장 중요시여기는 통제 중 하나가 바로 도박이었다는 것이겠다.
그가 어디에 머물렀는지, 어떻게 호텔방을 얻었는지, 어떤 식으로 대우받았는지, 어떤 장소를 자연스럽게 드나들었는지..
이 모든 것은 도박과 연결돼 있었다.
특히 비디오포커는 패덕에게 잘 맞는 세계였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스스로를 심취하게 만드는 연장선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을 수 있다.
홀로 앉아 오로지 숫자와 확률로 움직이는 기계와 마주한 채 결정을 반복한다.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고 상대를 설득할 필요도 없다.
이게 바로 말년에 그가 자기 방식으로 세계를 다루는 방식이었을 수가 있다.
그러다 그 세계가 점점 더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카지노는 점점 더 이기기 버거운 존재가 됐다. 고액 도박객의 세계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을 수 있다. 정신과 신체는 쇠퇴했고 돈은 있었지만 의미는 줄어들었다.
이때 도박은 동기가 아니라 증상이 되는 법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삶의 형식으로.
그것은 말년의 패덕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대표적인 방식이었을 것이며..
그러한 방식은 범행 직전의 최후까지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무엇이 남는가.
하나의 가설로는 부족하다.
도박 때문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돈 때문이었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며, 정신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하기에는 위험하다.
우리는 범인상에 대해 명쾌하고 시원한 답안보다는 더 복합적이고 지리한 형태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패덕은 통제에 집착한 사람처럼 보인다.
숫자와 확률, 공간과 조건을 계산하며 그것이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하고 충족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말년에는 정신적/신체적 및 관계적 쇠퇴를 겪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에게 있어서는 서서히 침식하는 죽음과도 같은 절망감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그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을 수 있다. 이 죽음은 비단 육체를 의미하는 것 만이 아니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묶으면..
하나의 조심스러운 가설이 가능해진다.
패덕은 '의미'를 지닌 범죄자가 아니라, '통제'를 가진 범죄자였을 수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에 자신 만의 신념에 따른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원초적이고 생물적인 무언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장면을 설계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배하고, 공간과 시간을 통제하고, 자신이 끝낼 순간까지 스스로 정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었을는지 모른다.
스티븐 패덕은 극단적으로 뒤틀린 통제욕이 최후의 순간 마지막 형태로 도달한 것일 수 있다.
허나, 이것도 해답이라고 볼 수는 없겠다.
그저, 현시점에서 공개된 기록 및 자료를 토대로 한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변선일 뿐.
패덕은 죽었고 말을 남기지 않았다. 자신의 범행을 설명할 기회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저지르는 범행을 범행으로 현실 인식하고 있지 않았기에 애초부터 설명이나 메시지 따위는 없었을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통제 하에 놓여진 호텔방에서의 총격은..
그저 스스로의 권능적 통제욕 해소를 위한 최후의 행위였을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는 최후의 통제욕을 해소하고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것은 아닐까.
참조
<Las Vegas 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1 October Preliminary Investigative Report> Las Vegas 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
<Las Vegas 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Criminal Investigative Report of the 1 October Mass Casualty Shooting> Las Vegas 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
<Los Angeles Times/Here’s a timeline of the Las Vegas shooting — with the crucial detail police left out last time> Matt Pearce, Richard Winton, James Queally
<Los Angeles Times /In the solitary world of video poker, Stephen Paddock knew how to win. Until he didn’t> David Montero, Richard Winton, Ruben Vives
<New York Magazine/What We Know About Las Vegas Gunman Stephen Paddock> Jen Kirby, Margaret Hartmann
<New York Times/A New Report on the Las Vegas Gunman Was Released. Here Are Some Takeaways.> Jennifer Medina
<New York Times/Las Vegas Gunman’s Brain Exam Only Deepens Mystery of His Actions> Sheri Fink
<New York Times/Stephen Paddock Chased Gambling’s Payouts and Perks> John Branch
<New York Times/Who Was Stephen Paddock? The Mystery of a Nondescript ‘Numbers Guy’> Sabrina Tavernise, Serge F. Kovaleski, Julie Turkewitz
<Washington Post/Las Vegas shooter was sober, autopsy finds, leaving his motives a mystery> Amy B. Wang, Mark B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