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와 사람들 사이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대학생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al Life Nightmare)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 내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캠퍼스 부근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어글리 투나 살루나'라는 이름의 술집이 있었다.

그리고 2006년 4월 1일, 영업시간 내내 CCTV가 돌아가던 이곳에서 한 남자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인파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홀연히 실종된 이 남자는, 근처에 살던 대학생 브라이언 셰퍼였다.

(FindBrianShaffer.com)

2006년 3월 31일 금요일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봄방학을 알리는 날이었다.

이날 27세 의대생 브라이언 셰퍼는 부친과 함께 아웃백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봄방학을 기념함과 동시에 일주일간의 중간고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일종의 축하 식사였다.

(LineLeap)

밤 9시 30분경.

셰퍼는 예전 룸메이트이자 가까운 친구였던 클린트 플로렌스와 함께 대학교 근처 술집인 어글리 투나로 향한다. 이곳은 저렴한 가격과 시끄러운 분위기를 내세우며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호응받던 그릴 바였다.

둘은 방학을 맞이한 기념으로 대학 근처 술집을 순회하기로 계획한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술을 마실 때면 으레 술집을 순회하던 것처럼.

(The Columbus Dispatch)

밤 10시경.

셰퍼는 같은 대학의 의대생 동기인 여자 친구 알렉시스 웨거너와 통화를 한다.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던 둘은 4월 3일에 마이애미로 함께 여행을 가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웨거너는 친가에 있는 나이 든 반려견이 아파 잠시 콜럼버스를 떠나있었다.

짧은 통화 말미에 셰퍼는 언제나처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이후 셰퍼와 플로렌스는 본격적으로 순회를 시작한다.

어글리 투나에서 술을 4-5잔 정도 마시고는 다른 술집 두 군데를 순회한다. 자정이 지나고선 둘의 친구인 메러디스 리드가 합류한다. 그리고 셋은 마지막 장소로 어글리 투나를 선택한다.

(Real Life Nightmare)

자정이 지나..

4월 1일 새벽 1시 15분경.

셋은 레스토랑과 영화관이 있는 2층짜리 복합 단지 게이트웨이 빌딩에 도착한다. 그리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구석에 위치한 어글리 투나로 향한다.

오하이오 콜롬버스 내 술집들이 상주하던 지역은 우범지대였기에, 상가들 주위론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따라서, 셋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모습도 당연히 찍혀 있었다. 그곳은 게이트웨이 빌딩에 출입하는 유일한 입구였다.

(Kevin Stankiewicz)

셋은 무척 들떠있었고 즐거워 보였다.

어글리 투나에 입장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두 여성과 합류하게 된다.

두 여성은 엠버 루익과 브라이튼 잣코였다.루익은 대학 조교였던 플로렌스의 학생이었으며 잣코는 루익의 친구였다. 셰퍼는 그녀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고, 특히 잣코에게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술집 안은 언제나처럼, 아니, 방학이 시작된 주말인지라 평소보다 더 번잡하고 시끄러웠다.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플로렌스는 셰퍼에게 거듭해 다른 곳으로 새지 말라며 당부한다. 셰퍼의 주사가, 떨어져 따로 놀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거였기 때문이다.

(Real Life Nightmare)

새벽 1시 55분.

루익과 잣코는 귀가하기 위해 술집 문을 나와 에스컬레이터 부근에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마중 나온 셰퍼가 있었다.

셋은 2분 정도 그곳에서 머물며 마지막으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어 루익과 잣코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셰퍼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술집 쪽으로 향했다.

한편, 플로렌스와 리드는 술집 마감 시간인 새벽 2시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건물 밖으로 나간다.

술집에서도 건물 밖에서도 셰퍼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2시 1분에 리드가 전화를 건다. 그러자 전화는 곧장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리드는 셰퍼에게 어디 있냐며 문자를 보낸다. 허나 묵묵부답이었다.

플로렌스와 리드는, 언제나처럼 셰퍼가 혼자 집으로 돌아갔겠거니 여겨 2시 9분에 빌딩 단지를 떠난다.

새벽이 지나 4월 1일 토요일 아침.

여자 친구인 웨거너가 셰퍼에게 전화를 걸지만 곧장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간다.

오전 11시경에는 플로렌스가 어제 또 먼저 가버린 거냐며 안부 문자를 보내나 역시 응답이 없었다.

이날 온종일 누구도 셰퍼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4월 2일 일요일.

콜럼버스로 돌아온 웨거너는 곧장 셰퍼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허나 집안엔 아무도 없었다. 침대나 옷장 등지는 모두 평소처럼 잘 정돈된 채였으며, 지난밤 사람이 머물렀다곤 여겨지지 않았다. 셰퍼의 차량 역시 그대로 주차된 상태였다. 그녀는 셰퍼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하릴없이 웨거너는 뜬눈으로 지새우며 셰퍼를 기다린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4월 3일 월요일이 됐음에도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평소 셰퍼는 가장 좋아하는 게 해변가로의 여행이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이번 여행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Real Life Nightmare)

특히 이 여행은 그의 모친이 둘에게 선물한 것이었으므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담긴 여행이었다. 그의 모친은 오랜 암 투병 끝에 2006년 3월 6일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 여행은 그런 그녀가 2005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셰퍼의 아버지와 웨거너는 즉각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다.

그렇게 4월 3일 월요일부터 경찰의 수색이 시작된다.

수색견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고, 게이트웨이 빌딩에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인 셰퍼의 집에까지 인근 주택들을 빠짐없이 돌며 탐문수사가 진행됐다.

(Real Life Nightmare)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올렌탄지 강을 수색하는가 하면 하수도까지 훑어본다. 지역사회에선 셰퍼의 친구들과 주민들이 전단을 배부하기도 한다.

허나, 셰퍼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편, 언론과 미디어에선 셰퍼의 실종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젊은 의대생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로 인해 여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셰퍼의 실종과 관련한 목격자는 나타나질 않았다.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면서 셰퍼의 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렌탄지 강의 특정 지역을 수색하기도 한다. 셰퍼의 실종이 세간에 화제가 되자, 한 심령술사가 계속해서 그곳에 셰퍼의 시신이 있다고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셰퍼는 발견되지 않는다.

1달이 넘도록 이어진 대규모의 수색에도 셰퍼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콜럼버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이었으며, 주변 도시들의 CCTV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CCTV가 설치된 곳임에도 말이다.

특히나 콜럼버스는 오하이오의 수도로 인구가 90만에 육박할 정도의 대도시다. 이는 중서부에서 시카고 다음이며 미국 전체에선 14번째에 해당한다.

그러한 대도시에서, 방학이 시작된 주말에 사방으로 새벽까지 젊은이들이 즐비했던 술집 거리에서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종합하자면 이렇다.

사건 당일 새벽 1시 57분에서 2시 사이, 즉 3분 사이에 셰퍼가 실종됐다. 당시 경찰 둘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소규모 술집과 에스컬레이터 사이의 공간에서 감쪽같이 증발한 것이다.

그야말로 4월 1일 벌어진, 거짓말 같은 실종이었다.

도대체, 그날 셰퍼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Real Life Nightmare)

2006년 4월 1일, 사람들과 CCTV 사이에서 연기처럼 증발해 버린 브라이언 셰퍼.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발생한 거짓말 같은 실종사건.

도대체, 그날 셰퍼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초유의 실종 사건인 만큼 실로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허나, 대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없음으로 밝혀지거나 현실적으로 극히 희박하다.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선 워낙에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주목받았던 가설들을 먼저 소개하겠다. 그리고 그 후 실지로 가장 혐의가 높은 이론을 조명해 보도록 하겠다.

(heygateway.com)

해당 사건이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화자 된 가설들이 존재한다.

1번.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던 중,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술자리가 끝나자 한순간 감정의 대비로 우울감이 극대. 스스로 목숨을 끊음.

-> 허나, 번화가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은 채 시신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번. 새로운 신분을 얻어 새 삶을 살고자 자취를 감춤. 셰퍼가 평소 자신의 진정한 꿈은 밴드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공언. 이를 두고 그가 평소 좋아하던 해변으로 가 음악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가설.

-> 영화적 및 스릴러 소설적인 가정에 불과하다. 전국에 얼굴이 알려진 20대 젊은이가 돈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홀로 신분을 감춘 채 살기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동기가 너무 약하다. 애초에 의대 진학은 본인이 강력히 원했던 것이며, SNS인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의사로 돈을 벌면서 음악을 하면 된다고 공언했었다.

3번. 게이트웨이 빌딩(문제의 술집 어글리 투나가 있던) 1층 완공되지 않은 공사 현장 어딘가에서 실족사. 이를 알 리 없던 인부들이 그의 시신 위로 시멘트를 붇고 공사를 진행.

(The Unfound Podcast)

-> 말이 공사 현장이었지 실은 뼈대가 이미 완공된 상태였다. 실족사할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람들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당시 군견을 통한 수색도 실시됐었다.

4번. 어글리 투나 내부의 데드 스페이스 공간에서 사고사했고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음.

(The Unfound Podcast)

-> 때때로 가게나 건물의 데드 스페이스 공간에서 사고사하고 수년 뒤에나 발견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허나 어글리 투나엔 그럴 만한 데드 스페이스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2018년에 문을 닫고 다른 사무실이 들어설 때 리노베이션도 있었다.

5번. 어글리 투나에서 다툼에 휘말린 셰퍼가 사망하자 직원들이 은폐.

(The Unfound Podcast)

->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시 마감 시간까지도 인파는 물론 경찰 둘이 경비를 보고 있었다. 당시 어글리 투나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도 한둘이 아니었으며, 이들 각각 모두가 공통되게 은폐에 가담할 이유도 없다.

6번. 함께 술집 순회를 했던 친구 플로렌스에게 혐의가 있음. 당시 동행 중이었던 리드는 거짓말 탐지기에 응한 반면 변호사를 선임한 플로렌스는 이를 거부.

-> 보통 미스터리한 전개 및 상황이 포함된 사건의 경우, 사건 전체를 관통할 만한 중요 요소가 아니더라도 어떤 개별적인 특정 요소에 대해 사람들은 강하게 의혹을 품는 경향이 있다. '플로렌스 흑막설'이 바로 이에 해당하겠다.

대학 조교였던 플로렌스는 사건 당시 어글리 투나를 나와 리드와 함께 교수의 집에서 숙박을 했다. 미국 대학의 경우 교수가 집에 부재 시 밑에서 일하는 조교가 업무상의 이유로 교수의 집에서 날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당시 경찰은 혹시나 싶어 교수의 집까지 수색했었다.

플로렌스는 사건 직후 경찰 수사에 협조했으며 뉴스에도 출연했었다. 헌데 이후 사건 담당 형사들로부터 다소 공격적인 수사를 느낀 플로렌스는, 변호사와의 상의 끝에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했다.

이는 법률 서비스를 중시하는 미국에선 크게 이상한 부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터넷 여론 상에선 사건 자체의 미스터리함으로 인해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가까운 친구인 플로렌스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들이 존재한다.

허나, 수사 결과 혐의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일체 없었다. 만약 경찰에 자세하게 말하지 않거나 진술에서 제외한 게 존재한다면, 그건 그 자신 또는 셰퍼에게 있어 공개되기엔 극히 사적인 것이며 사건과도 연관이 없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현실적이다.

결론적으로, 플로렌스에겐 동기도 없고 행적 및 알리바이도 확실하다.

7번. 어글리 투나에서 집으로 가던 도중 대형 쓰레기통에 들어가 실족사 또는 사고사당함. 이후 쓰레기차로 이동되면서 이후 분쇄 압축에 이어 매립지로 옮겨지면서 시신을 찾을 수 없게 됨.

-> 실지로 해외에선 종종 있는 일이다. 특히 미국에선 분쇄 압축되기 직전에 직원이 알아채면서 간신히 탈출하거나, 아니면 아예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연간 몇 건씩이나 발생하기도 한다. 주로 노숙자가 추위를 피하러 들어갔거나, 술이나 약에 취한 젊은이가 들어갔거나, 살해당한 이후 유기되거나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실종은 토요일 새벽에 발생했으며, 경찰 수사는 오후부터 이뤄졌고, 어글리 투나 근처 대형 쓰레기통은 월요일 이른 아침에 수거됐다. 실족했다손 치더라도 만 이틀 동안 정신을 잃었을 리 만무하며, 혹여 타인에 의해 사고사 이후 유기된 것이라 가정해도 그 직후 군견을 동원한 수색이 있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실지로 실족이 있었더라도 대형 쓰레기통 - 쓰레기차 이동 과정 - 분쇄 압축 과정에서 직원들의 확인 작업을 통해 대부분 발견되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매립지에서의 최종 확인 작업 과정이 있기에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이제 현실적으로 가장 혐의가 높은 이론을 조명해 보도록 하겠다.

이 사건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브라이언이 어떻게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느냐가 되겠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해당 실종 사건을 관통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The Unfound Podcast)

당시의 상황을 종합해 보겠다.

게이트웨이 빌딩의 입구이자 출구는 위 이미지에서처럼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져 있다. 이게 유일한 정식 입구이자 출입로이며, CCTV를 통해 모든 방문객의 입장과 퇴장이 확인 가능하다.

당시 사건 담당 형사는 CCTV 영상을 돌려보며 술집 방문객을 하나하나 모두 체크했다. 여기서 유일하게 입장은 있으나 퇴장은 없는 손님이 바로 셰퍼였다.

(Google Maps)

빌딩의 유일한 정문 그리고 정문과 맞닿은 주차장 건물 길은 바깥의 CCTV 범위(이미지상 덧칠된 곳) 안에 있다. 이 CCTV에서도 셰퍼의 퇴장 모습은 찍혀있지 않다.

그렇다면 셰퍼가 정말로 연기처럼 증발하지 않은 이상 물리적으로 CCTV에 찍히지 않고서 건물 밖으로 나가려면, 비상구 이용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정이다.

물론, 게이트웨이 빌딩에는 비상구들이 존재했다.

지금 비상구의 존재를 듣고서 맥이 풀릴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The Unfound Podcast)

사건 당시 게이트웨이 빌딩에서 영업 중이던 가게는 어글리 투나 뿐이었다.

그리고, 비상구는 4개가 활성화 중이었다.

먼저 하나는 어글리 투나 내부에 존재했다. 화재 발생과 같은 비상시를 위한 것으로, 함부로 열면 알람이 울린다고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단골들은 알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평상시에는 직원들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입장과 퇴장을 했으며 해당 문은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위한 문이었다고 한다.

셰퍼가 직원들과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로 이 문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가게 내부엔 CCTV가 없지만, 해당 비상문에서 출구까지의 복도에는 CCTV가 존재하며 출구 자체도 정문과 맞닿아 있어 빌딩 바깥의 CCTV 범위 안에 있다. 그리고 CCTV 확인 결과, 셰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The Unfound Podcast)

나머지 비상구는 에스컬레이터와 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복도에 존재한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찍고 있는 CCTV로부터 사각지대에 위치해있으며, 경비 중이었던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한 거리이다.

(The Unfound Podcast)

위의 덧칠 된 두 비상구는, 하나는 계단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비상구 형태고 다른 하나는 화물용으로 사용되는 엘레베이터가있는 비상구다.

허나, 2곳 모두 셰퍼가 이용했을 가능성은 제로이다. 여기 또한 입구에는 CCTV가 없으나 출구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CCTV가 존재하며, 출구 역시 마찬가지로 바깥 CCTV의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Google Maps)
(Google Maps)

그렇다면 도대체, 셰퍼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단 말인가?

헌데 실종이 있던 순간, 유일하게 CCTV들에 찍히지 않는 경로가 존재한다.

단 하나의 경로가 말이다.

(The Unfound Podcast)

바로, 위 이미지상 덧칠 된 문이다.

해당 비상구는 1층의 공사 현장으로 이어진 문이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곳으로 이어져 있어서인지, 공사 현장에 CCTV는 설치돼있으나 작동은 되지 않고 있었다.그리고 이러한 공사 현장의 출구는, 빌딩의 정문과 다른 비상문 출구들과 달리 유일하게 뒤편에 떨어져 존재한다.

(Google Maps)

물론, 평상시에 이 비상문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건 당시에도 쇠사슬로 봉인돼 있었다.

허나 담당 형사의 수사 기록에 따르면, 비교적 헐겁게 채워져 있어 통과하는 게 불가능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록 셰퍼의 키가 188cm로 장신이지만, 70 중후반의 몸무게로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이렇듯 공사 현장을 통해 빌딩 밖으로 나갔다면, 셰퍼의 예상 경로는 다음과 같이 된다.

(Google Maps)

당시 웬디스 햄버거 가게와 맞닿는 이 경로는, 바깥의 CCTV 범위에서도 벗어나며 다른 방문객들의 시야에서도 벗어나 있다. 사건 당시부터 부슬비가 내렸기에 평소처럼 신뢰하기는 어려우나, 수색견들도 공사 현장에서부터 이어지는 해당 경로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셰퍼는 어째서 이 경로로 움직였을까?

우리는 그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홀로 사라지는 주사가 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사는 언제나 일관적임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추가로, 당시 셰퍼는 루익과 자코그리고 플로렌스와 리드를 마주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술김이라고는 하나 잣코에게 접근하며 연락처까지 받아냈다. 잣코는 사건 증언에서, 셰퍼와 플로렌스가 논쟁을 벌이는듯한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셰퍼의 행실을 두고 둘 사이에서 마찰이 있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소한 이유로 일순 다툼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잣코 일행과 플로렌스 일행으로부터 다소 겸연쩍은 분위기였을 셰퍼였기에, 평소의 주사에 더해져 그들 시야에서 벗어나 떠나기를 원했을 것이다.

(Google Maps)

그러기 위해서는 공사 현장을 통해 멀리 떨어진 출구로 나간 뒤에, 골목길을 따라 집 쪽으로 걸어가는 게 유일한 경로였다.

이러한 이유가 아니라면 추가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단순히 인파와 사람을 피하려던 이유에서, 술김에 호승심이 발동해 공사 현장으로의 경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다.

(Real Life Nightmare)

다른 하나는 소변을 보기 위해서였을 수가 있다.

어글리 투나의 화장실은 아주 비좁고 비위생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플로렌스 일행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사 현장 출구로 나와 아무도 없는 덤불가에서 볼일을 보는 게 당시 취기가 돈 셰퍼의 입장에선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사항이었을 수가 있다.

허면, 이후 셰퍼의 경로는 어떻게 될까?

공사 현장에서 골목길을 따라 집까지의 경로로는 CCTV에 찍히지 않을 수가 있다.

허나, 셰퍼의 집안에선 그가 돌아왔다는 흔적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어글리 투나에서 집까지 10분 정도 거리의 경로에는 다수의 집들이 옹기종기 이어져 있다.

해당 지역은 대학가 근처였기에 거주자는 대부분 대학생과 같은 젊은이들이었으며, 방학을 맞이한 주말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잠자리에 들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 셰퍼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Google Maps)

따라서, 셰퍼는 위 이미지상 덧칠된 구역권에서 최종적으로 실종이 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미 한 차례 언급했듯, 이 근방은 대표적인 우범지대였다. 사건 당시엔 재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치안이 나아졌다지만, 현지인들 중에는 흉기를 든 강도와 마주쳤다는 사례담도 존재한다.

(Real Life Nightmare)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다.

외진 골목길에서 홀로 떨어져 있던 셰퍼가 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그리하여 차에 실린 채 이동됐고 이후 외진 곳에 유기가 된다.

(Real Life Nightmare)

여기서 의아한 점은, '노상강도'의 경우 빠르게 습격해 금품을 갈취하고선 그대로 현장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거다.

물론, 강도 당하는 과정에서 먼저 납치가 되는 경우도 상황에 따라선 간혹은 존재한다.

셰퍼가 차에 실려 다른 곳으로 이동됐다는 가정에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로 상정할 수도 있겠다.

현장의 지리적 특성 상 즉사의 가능성은 낮지만, 사건을 은폐하려던 목적에서 차에 실려 갔거나 또는 병원으로 이동하려던 도중 뇌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서 사람이 없는 곳에 유기가 꾀해졌을 수 있다.

한편 당시 통신사의 조사에 따르면, 셰퍼의 핸드폰은 새벽 2시 11분까지 신호가 수신 되고 있었다고 한다.

즉 2시 1분에 리드가 셰퍼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던 것은, 셰퍼가 공사 현장을 막 지나고 있었거나 그 근방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당시는 폴더폰 시대였기에 지하는 물론이고 장소에 따라 신호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곤 했다.

결론적으로 셰퍼는 2시 1분을 전후로 공사 현장과 웬디스와의 사이에 있었고, 불의의 사건을 만나면서 2시 11분경 타인에 의해 핸드폰이 꺼지거나 또는 파손됐다고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까지의 추적 과정을 따라왔다면, 다음의 두 사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Real Life Nightmare)

먼저, 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아침에 발생한 사건이다.

게이트웨이와 맞닿은 공영주차장에서 20대 남성 둘이 시비가 붙었다. 여기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며 한 명이 사망하고 만다.

셰퍼 실종사건 이후 게이트웨이 빌딩 구역에서 발생한 두 번째 총격 사건이었다.

이렇듯 콜럼버스의 술집이 밀집된 구역은 언제든 강력 사건의 위험성이 내제돼 있었다. 지금까지도 1년에 몇 건씩이나 꾸준히 강력 사건에 의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다음으로, 2016년 3월 5일 토요일에 발생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6세의 남성이었다.

그는 3월 4일 금요일 밤 술집을 순회하던 중, 자정을 넘겨 12시 30분경 혼자 술집을 나온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실종된 장소는 게이트웨이로부터 남쪽으로 2km, 그리고 셰퍼가 살던 아파트에서 1km 떨어진 곳이었다.

10년의 시간차를 두고서 발생한 여러모로 셰퍼가 연상되는 사건이었다.

(WSYX/WTTE)

해당 피해자는 3월 29일 싸요토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미 이전에 수색이 진행됐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장담은 못하나 부검 결과 이미 죽은 상태에서 강으로 옮겨졌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콜럼버스 시내 일대의 강들은 댐의 영향으로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깊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익사체 또는 유기된 시신들은 빠르게 발견되는 편이다. 따라서 해당 피해자는 차로 납치된 이후에 시신 상태로 강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셰퍼가 사건에 휘말렸을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강이 아닌 곳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결론을 내리자면, 셰퍼는 어떤 사건에 연루되면서 발견되기 어려운 곳에 유기됐을 것이라고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그 짧은 순간에 목격자와 CCTV 시야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유기까지의 과정을 진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범인인 이미 이전에 유사한 범죄의 경험이 있거나, 혹은 사전에 동선 등을 미리 파악한 계획범죄였을 것이다.

다만 특정 피해자를 미리 설정한 것은 아니며, 단지 자신이 상정한 위치와 시간대에 맞는 불특정(다만 제압하기 용이한 상태의) 대상을 노렸던 것일 수가 있겠다.

이러한 계획범죄의 의도로는 먼저 금품 갈취 목적이 있다. 다만 이 경우 불필요하게 납치를 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범행 중 셰퍼가 예상외의 반항을 했거나 등의 이유로 의도치 않은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겠다.

다음으로는, 살인이 목적이었을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범인에게 가학성 혹은 살인 그 자체에 목적이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싸요토 강에 유기됐던 26세 남성의 케이스도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Ohio Bureau of Criminal Investigation

애석하게도, 18년이 흐른 지금까지 셰퍼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사여부는 물론이고 사건 용의자나 목격자까지도 정보가 전무하다.

오하이오 범죄수사국은 지속해서 제보를 받고있으며, 2021년엔 40대에 들어선 셰퍼의 모습을 가상으로 만들어 배포했으나 여전히 유의미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그날 셰퍼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셰퍼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단 말인가?

홀로 27살에 머물러있는 청년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변함없는 표정만을 짓고 있다.

(Randy Shaffer)

셰퍼의 부친인 랜디는 사건 이후 오하이오주에서 실종된 다른 성인들의 가족들과 연대한다.

이들은 오하이오주 의회에, 성인 실종사건 수사를 형사 개인이나 개별 부서 차원에서 재량에 따라 임의로 진행하던 부분을 개혁해달라고 설득한다.

2008년 9월, 랜디는 집 마당에서 허리케인의 잔해를 치우던 중 날아온 나무 잔해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랜디의 사후 오하이오주 의회는 개혁안 요구를 받아들이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

하여, 오하이오주에서는 성인 실종사건 발생 시 주 차원의 조직적인 프로토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 있게 된다.

한편, 셰펴의 여자 친구였던 웨거너는 현재 두 자식을 둔 엄마인 동시에 오하이오주 주민들에게 가장 호평받는 산부인과 의사이다.

참조

<Brian Shaffer Dead or Alive> Kelly Bruce
<Comeback/the disappearance of Brian Shaffer> Comeback Podcast
<Real Life Nightmare/Med Student Mystery> HLN
<True Crime Garage/Brian Shaffer> True Crime Garage Podcast
<Unfound/The Disappearance of Brian Randall Shaffer: 15 Years Of Fame>The Unfound Podcast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