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계인의 사진을 찍는 데에 성공하다!

1954년 8월 7-8일이었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팔로마산(해발 1,872m) 정상에서였다.

이날 이곳에서,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UFO 컨벤션이 열렸다.

이 UFO 컨벤션을 기념비적이라 칭하는 이유는, 비단 최초의 국제적인 UFO 컨벤션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UFO 컨벤션에서, 여성 외계인 하나와 남성 외계인 둘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사건을 소개하기에 앞서, 간략한 시대적 배경 설명을 첨언하겠다.

미국의 사업가였던 케네스 아놀드가 UFO를 목격했다며 언론과의 대대적인 인터뷰를 가졌던 1947년 6월 24일을 기점으로, 미국 일반 대중 사이에선 UFO 목격담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에 이르른다.

그리고 1950년대에 들어서서는, 이러한 UFO 목격담에서 한층 발전된 외계인 목격담이 그 자리를 함께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대의 총아는, 단연코 조지 아담스키였다고 할 수 있다.

1952년 12월 13일 촬영했다던 UFO 사진을 들고 있는 조지 아담스키. 이 UFO는 이후 반세기 넘도록 UFO의 형태를 결정지어버린다 (George Adamski)

아놀드가 역사상 최초로 'UFO/비행접시'의 컨텐츠화에 이바지했다면, 아담스키는 'UFO에 탑승해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컨텐츠의 아버지 격이니까.

아놀드보다 한발 앞선 1946년부터 UFO를 목격했다는 주장하는 아담스키는, 이후에도 꾸준히 목격과 촬영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이런 아담스키의 대표작으로는, 1952년 촬영된 '아담스키형 UFO'가 있다.

특히, 아담스키는 동년 11월 20일엔 반투명 금속의 UFO를 타고 온 금성인과 텔레파시 및 수신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취한 바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금성인은 긴 금발에 그을린 피부를 한 북유럽 스타일의 외형을 하고 있었으며,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파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한다.

아담스키의 주장에 따라 묘사된 금성인의 그림 앞에서 (Mary Evans Picture Library)

이후 금성인뿐만 아니라 지구 태양계의 다른 행성(화성, 토성 등)에서도 북유럽 외형의 외계인들이 정기적으로 지구를 방문했으며, 이들이 아담스키를 지구에 평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메신저로 삼았다고 한다. 참고로, 그 옛날 이러한 메신저 역할을 맡았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예수가 있다고.

그렇게 외계인들과 친분을 쌓은 아담스키는, 언젠가는 UFO를 타고서 태양계를 여행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아담스키의 주장은 단박에 전 세계를 강타한다.

1953년 그의 주장을 담은 서적 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이러한 문화현상은 '1950년대 UFO 종교화(동양적 철학 사상이 내포된)->1960년대 반문화->1970년대 뉴에이지 운동'의 초석이 된다.

작금의 '미국 정부의 UFO 회수 및 역공학을 폭로한 내부 폭로자'나 과거 '로스웰 UFO 사건'이 일으켰던 UFO 신드롬은, 아담스키가 활약하던 1950년대의 열풍에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

아담스키가 창안한 '아담스키형 UFO'가 이후 사람들에게 목격되는 UFO의 형태를 결정지었다.

추가로 외계인은 북유럽 외형에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데다 현명하며 동양적 사상 및 철학을 내세우고, 우리가 아는 신과는 다른 창조자가 있다고도 알려주며, 예수가 외계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연관설에 이르기까지..

(외계인들의 지구 방문 제1 목적이 우리의 핵무기일 정도로, 지구 내에서의 핵무기로 인한 위험성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며 동시에 평화를 기원한다는 컨셉 역시도. 다만, 이 컨셉은 아담스키 이전에 1951년 作 <지구가 멈추는 날>이 오리지널임.)

이렇듯 아담스키가 창안한 UFO와 외계인 컨텐츠는, 지금까지도 서구 UFO/외계인 컨텐츠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에 들어가 보겠다.

이처럼 아담스키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던 1954년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팔로마산 정상에서 최초의 국제적인 대규모 UFO 컨벤션이 열린다.

이 역사적인 컨벤션의 장소가 팔로마산 정상이었던 이유는, 아담스키가 거주하며 외계인들과 접촉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벤션 주최 추진자는 아담스키, 트루먼 베서럼, 다니엘 프라이였다.

트루먼 베서럼. 1952년 7월경 모하비 사막에서 11차례에 걸쳐 UFO를 타고 온 외계인과 접촉했다고 주장. 이 외계인은 태양 반대편의 클라리온이라는 행성에서 왔으며, 아름다운 외모에 풍만한 몸매를 지닌 인간형 여성 외계인이었다고. 의사소통은 영어로 했다고 설명 (Truman Bethurum)‌ ‌
다니엘 프라이. 1949년 7월경 뉴멕시코 화이트 샌드 미사일 시험장 부근에서 UFO를 타고 온 외계인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고 주장. 외계인과는 UFO에 탑승해 원격으로 소통했으며, 뉴욕 상공을 함께 비행했다고 (Daniel Fry)

해당 컨벤션에는 UFO/외계인에 관심이 있던 일반 참석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학자와 언론인들 그리고 FBI 요원들도 참석했으며 그 수는 1,000명을 넘었다고 풍문으로 전해진다.

여하튼 지건,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최초의 UFO 컨벤션에서 당연히 좌중의 분위기는 親親 UFO/외계인이었다. 아담스키, 베서럼, 프라이의 강연과 함께 서적 판매와 사인회도 있었다. 마치, 축제와도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축제의 첫날이 끝나갈 무렵..

저 멀리서부터 독특한 이채로움을 발하는 3명의 인물이 조용히 등장한다.

(João Martins)
(João Martins)


이 셋을 본 사람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눈길을 빼앗겼다. 그리고 이 셋은 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여성 쪽이 발하는 이채로움은 컨벤션의 열기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평소 아담스키는 금성인들이 북유럽계 외모로 우리와 이질감이 없으며,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섞여 마치 인간인 양 행동할 때가 있다고 언급해 왔다.

그리고, 이 문제의 3명은 그러한 금성인들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금발에 검은 눈동자, 너무도 독특한 얼굴형과 이목구비, 이마 한가운데로 돌출된 특이한 뼈 구조로 인해 아담스키가 말하던 금성의 여성형 외계인으로만 보였다.

(Forgetomori)

이제 사람들은 관심을 넘어 소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윽고 이 3명을 둘러싼 무리 중 하나가 여성에게 물었다.

"당신들 왜 이곳에 있는 건가요?"

"우리는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답니다."

"UFO를 믿으세요?"

"네."

"아담스키 씨 말처럼, 그들이 금성에서 왔다는 게 정말입니까?"

"네. 금성에서 온답니다."

그리곤 '당신 혹시 금성인이세요?'라는 질문에, 여성은 조용히 웃음 짓더니 차분한 어조로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소란이 일면서 이를 포착한 브라질의 기자 주앙 마르틴스가 사진 요청을 하지만 거부당한다. 허나, 인터뷰를 요청한 끝에 짤막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이름이 돌로레스 바리오스이며, 뉴욕 출신으로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패션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남성 둘은 각각 도널드 모란드와 빌 잭마트이며 음악가이고 캘리포니아 맨해튼 비치에 거주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사람들이 과도한 관심을 보이며 몰려들자 셋은 난처해하며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멀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컨벤션 첫째 날이 지나갔다.

컨벤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컨벤션이 끝나가면서, 브라질의 대표적인 주간지 <O Cruzeiro> 기자였던 마르틴스는 애가 탔다. 정말 금성인이든 아니든, 세간의 관심사인 UFO 컨벤션에 등장한 이 문제의 3인은 분명 엄청난 화제성을 기록할 소재였으니까.

그리하여..

마르틴스는 이 3인을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몰래 촬영하기에 이른다. 한편, 마르틴스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3인은 숲 쪽으로 내달리며 자취를 감춘다.

(João Martins)

그리고..

목격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러고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륙한 UFO가 상공 저 너머로 사라져갔다고 한다.

역사적인 UFO 컨벤션이 막을 내리고..

마르틴스는 일련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아 에 기사로 내보낸다. 말했듯 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주간지로, 남미 지역에서도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던 잡지였다.

마르틴스는 바로 이런 에 특집 3부작으로 연달아 기사를 내보냈고, 세간엔 아담스키가 말해왔던 금성인들이 UFO 컨벤션을 방문했다며 화제가 됐다.

허면, 정말 당시 금성인들이 지구에서 최초로 열린 국제 UFO 컨벤션에 참석했던 것일까?

아니면, 특정 주제에 심취해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번졌던 집단 광기에 불과했던 것일까?

돌로레스 바리오스의 사진을 리마스터링 작업 한 것 (MRU.INK)

물론, 아쉽게도(?)..

이제 우리 모두는, 금성(은 물론이고 다른 지구 태양계 행성들에도)에는 지적 문명이 존재하지 않으며 환경상 우리 인간과 같은 형태로 생명체가 진화할 수 없다는 과학적 소양을 갖추게 됐다.

그렇기에 당시의 해프닝이 지난 수십 년간 親 UFO/외계인 음모론자들에 매력적으로 어필됐다는 사실을 쉬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UFO/외계인 컨텐츠의 아버지인 아담스키에 대해 짤막하게 마무리하자면..

많은 지지를 받으며 부당한 부와 명예를 누리던 아담스키는 죽기 직전까지도 UFO 강연을 해왔으며, 1965년 74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여담으로, 문제의 'UFO 컨벤션 금성인 방문 해프닝' 당시 아담스키는 매우 언짢아했다고 전해진다. 누군가가 자신의 주장을 모함하고자 또는 우스꽝스럽게 만들고자 그같은 짓을 벌인 것이라고 믿어서 말이다.

대중의 인식에 'UFO란 이런 모습이다'라고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일명 '아담스키형 UFO'. 병아리 부화기, 수술용 램프, GE사의 전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

참조

<Forgetomori/An Alien like Dolores Barrios…>Luis Ruiz Noguez
<MRU.INK/Do you remember Dolores Barrios, the woman from the planet Venus??>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