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충돌 사고 현장에서 걸려 온 피해자의 수수께끼 전화 통화

(Los Angeles Times)

2008년 9월 12일, 오후 4시 22분 23초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내 챗스워스역 부근에서 화물 열차와 통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2008년 챗스워스 열차 충돌 사고'

끔찍한 충돌사고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열차 사고 중 하나였다.

탑승객 222명 중 160명의 사상자와 함께 7백만 달러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했을 정도다.

찰스 펙도 이 열차에 타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3분 후에 목적지인 종점역에 도착해 약혼자인 안드레아 카츠와 만날 터였다.

그리고..

사고에 휩쓸린 펙은, 약혼자인 카츠에게 수수께끼의 전화 통화를 걸어온다.

(Charles Peck)

2008년, 49세의 펙은 다시금 사랑을 맞이했다. 이혼을 포함한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찾아온 축복이었다. 상대는 오랫동안 친구였던 카츠였다.

하나 문제라면, 그녀는 캘리포니아 웨스트레이크 빌리지에 살고 펙은 유타 솔트레이크시티에 산다는 것이었다.

펙은 결심한다. 슬하의 세 자녀는 장성했으므로, 자신 혼자 카츠가 거주하는 곳으로 옮겨 일자리를 구하고서 결혼을 하자고.

그렇게..

솔트레이크시티 델타항공에서 고객 서비스 부문으로 19년 동안 일해왔던 펙은, 반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일자리를 구한 끝에 밴나이즈 공항 취업 면접을 목전에 두게 된다.

2008년 9월 12일..

펙은 면접을 위해 오후 일찍 퇴근하며 동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펙은 본 것 중 가장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펙은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이어 이후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통근열차에 탑승한다.

오후 4시 15분경, 열차가 챗스워스역을 출발해 종점역인 시미밸리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7분 후..

챗스워스역을 출발해 2km가량을 이동하던 열차는, 시속 68km로 내달리며 그대로 마주 달려오던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다. 통근열차의 엔지니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 정신이 팔려, 화물열차와 공유하는 단일 선로에서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한편..

약혼녀 카츠는 펙을 마중 나가고자 차를 몰고 가던 중, 라디오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 보도를 듣게 된다.

그렇게 카츠는 혼비백산한 채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The Ledger)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수십 대의 구급차와 250여 명의 소방관 그리고 수백의 경찰관이 현장으로 급파해 구조 활동이 이뤄졌으며, 상공으론 헬리콥터들이 중상자들을 이송하고 있었다.

승객 222명 중 135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다수가 장기 입원을 요할 정도로 중상이었다.

현장은 사방으로 강철 더미와 잔해, 휘뿌연 연기, 그리고 비명과 탄식으로 가득했다.

카츠는 간신히 실성하지 않은 채 펙을 찾기 시작했다.

(Los Angeles Times)

펙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부상자들이 이송되던 병원에서도 펙의 이름은 명단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

서로 얽히고설킨 강철 더미들 안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카츠에게, 전화 통화가 걸려 온다.

발신인은, 바로 펙이였다.

(The New York Times)

헌데, 카츠가 애타게 펙의 이름을 연신 목 놓아 외쳐도 수화기 건너로 정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렇게 정적 속에서 끊긴 전화.

카츠가 서둘러 펙에게 전화를 걸자, 전화는 곧바로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재차 걸려 온 펙의 전화.

이번에도 수화기 너머로는 정적뿐.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

카츠는 펙이 잔햇더미 속에 묻혀있다시피 하느라 전파 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긴다. 혹은, 중상을 입어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던가.

하여, 펙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수화기에 사력을 다해 외친다.

"찰리! 지금 구조대가 수색 작업 중이야! 곧 구조될 거야!"

(Craig Wiggenhorn)

이날, 사고 이후 펙에게 걸려온 전화 통화는 무려 35통에 달했다.

이러한 전화 통화는 가족(계모, 형제자매, 자녀들)과 약혼녀인 카츠에게 한정됐으며, 사고 직후 11시간 동안에 걸쳐 걸려 왔다.

펙의 전화가 끊긴 시간은, 새벽 3시경이었다.

그리고 새벽 4시경.

끈질기게 수색 작업을 이어가던 구조대가, 마침내 잔햇더미 깊숙한 곳에서 펙을 찾아낸다.

그렇게 펙의 시신이 발견됐다.

새벽까지 이어진 수색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당 열차 충돌 사건의 사망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

검시 결과..

전면 충돌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사망자 대다수는 초기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펙의 검시 결과, 펙 역시 초기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어찌하여 본 글의 제목에 '수수께끼 전화 통화'라는 어구가 포함됐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어떻게, 펙은 사고 이후 11시간 동안 전화를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일까?

당시 사고 현장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전화 통화량으로 인한 전파 문제?

사고의 충격으로 펙의 핸드폰에 생긴 결함이 발생시킨 기기 오작동?

헌데..

이러한 가정은, '과연 그러한 일시적인 현상이 11시간에 걸쳐 반복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설명해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펙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 통화는, 가족과 약혼녀에게만 한정됐다는 사실이 그렇다.

한편, 해당 사건의 수사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수색 작업에서 끝내 펙의 핸드폰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Charles Peck & Andrea Katz)

"우리가 서로에게 가졌던 사랑은 평생동안 지속될 만큼 충만하답니다."

- 찰스 펙의 오랜 친구이자 약혼녀였던 안드레아 카츠

참조
<Los Angeles Times/At Least 18 Killed as Trains Collide in Los Angeles> Jennifer Steinhauer
<Snopes/Cell Phone Calls After Death Barbara> Mikkelson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