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6번째 생일 전에 죽게 될 거야"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987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이곳 클라크 지역에 사는 15세 캐서린 홉스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겪는, 죽음에 대한 까닭 모를 두려움으로 인한 것이었다.

16세 생일인 4월 20일을 앞두고서 그러한 불안감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고, 어느날 밤 엄마에게 또다시 하소연하기에 이른다.

이날, 홉스는 평소보다 격양된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 나 더는 나이들고 싶지 않아! 어린 소녀이고 싶어! 어린 소녀가 돼서 계속 그렇게 있고 싶어!"

"캐시,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커가야 하는 거야. 우리 모두 그런단다."

"나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그게 무슨 말이니?"

"16번째 생일 전에 죽게 될 테니까!"

(Find a Grave/Grave Tag'r)

홉스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홉스의 유년기는 불안정했다. 부모가 8살 때 이혼한 것이다. 아빠 바라기였던 홉스에게 있어 크나큰 시련이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성향의 홉스에게 있어서 해당 사건은 너무도 무거이 다가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이에 맞지 않게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곤 했던 홉스는, 이 무렵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나.. 16살 넘어서까진 살 수 없을 거야."

7학년이던 시절, 또 한 번의 시련이 들이닥친다. 절친이었던 친구가 심장병으로 돌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연이어 겪은 가까운 사이와의 뜻하지 않은 이별은, 홉스의 정신세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이후, 홉스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시시때때로 방문해선 정신을 헤집어놓곤 한다.

결국, 홉스의 엄마는 고향을 떠나 라스베이거스의 교외 지구로 이사를 가기로 한다. 유년기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있는 오클랜드를 떠나는 게 홉스의 심리상태에 도움이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다행히 이사 이후 홉스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며 밝은 모습을 찾는다.

찾는 듯했다.

기저 깊숙한 곳의 두려움으로부터 서서히 잠식당한 홉스의 안에서 이제 공포는 분명한 예감으로 변태한다.

"나, 16번째 생일 전에 죽게 될 거야!"

(Unsolved Mysteries)

1987년 4월 19일, 홉스의 16번째 생일 하루 전.

매일같이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의 방에서 보내며 미지의 공포에 시달리던 홉스. 마침내 코 앞까지 다가온 공포를 두고서, 홉스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두웠을까.

그렇게, 1987년 4월 20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홉스는 까무러치게 놀라고 만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다!

넘치는 안도가 그간 깊게 패인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삶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홉스의 전신을 자리에서 일으켰다.

"엄마! 내가 해냈어! 나 16살이야! 해냈다고! 나 살아있어!"

까닭 모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홉스. 이제 홉스는 삶을 즐기며 미래를 그리게 된다. 바깥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화장도 하고 미용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홉스는 진지하게 미용사에 대해 생각하며 장차 'Kat's Cuts'라는 이름의 미용실을 열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그리고..

16번째 생일로부터 3개월이 흐른 1987년 7월 23일.

이날 밤 11시경.

"엄마, 나 슈퍼마켓 가서 책 좀 사 올게. 굿나잇 키스 해줘."

"왜? 엄마 깨 있을 텐데."

"친구들 만나게 되면 얘기 좀 하고 할 수 있으니 엄만 잠자리 들어 있을걸."

평소 홉스는 종종 늦은 밤에도 해당 슈퍼마켓을 방문하곤 했다. 홉스의 엄마 역시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한 블록 반의 거리인 데다, 친구들과 함께 갔다가 아파트 단지의 수영장 풀에서 수다를 떨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와 굿나잇 키스를 하고서 홉스는 단골이었던 슈퍼마켓으로 향한다.

이날의 굿나잇 키스는 굿바이 키스가 되고 만다.

밤 11시 17분경.

홉스는 예정대로 슈퍼마켓에 들려 문고판 소설을 구매한다.

다만 예상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면, 평소 함께 어울리며 슈퍼마켓을 찾곤 했던 친구들 모두 외출이 불가능해지면서 홉스 홀로 왕래를 하게 됐다는 것이겠다.

그렇게 홉스는 책을 사고서 슈퍼마켓을 나와 그대로 집으로 향한다.

새벽 3시경.

잠에 들었었던 홉스의 엄마는 갑작스레 깊고 깊었던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곤 잠시간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라고 되뇌인 후 다시금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홉스의 엄마는, 홉스의 침실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렇게 홉스의 실종이 신고되면서, 홉스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행방을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 미디어 등지에 홉스의 사진이 전파된다. 허나 홉스의 행방은 묘연했고, 납치 사건에 휘말렸을 것으로 무게가 실리게 된다.

그처럼 경찰은 홉스를 잠재적 납치 사건 피해자로 두고서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 과정에서, 슈퍼마켓 점원이 홉스가 홀로 방문해 밤 11시 17분경 소설책을 구입해 갔다는 증언을 했다.

결국, 홉스는 슈퍼마켓을 나와 홀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것으로 판단됐다.

허나 이게 다였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범인에게서 연락은커녕 단서 하나 나오지가 않았다.

홉스가 사라진 지 9일이 지난 어느 날.

암석 수정을 찾고자 등산을 하던 한 지질학자가 차를 몰고서 호숫가 근처 외딴 사막지대를 지나칠 때였다. 도로에서 50-60m 떨어진 곳으로부터 아주 강렬하고 끔찍한 내음이 퍼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지질학자가 냄새의 근원지로 다가가자..

그곳엔 한 소녀의 시신이 방치되고 있었다.

(Unsolved Mysteries)

현장으로 급파한 경찰과 검시관에 의해 시신의 주인이 밝혀졌다.

홉스였다.

현장 모랫바닥으론 차량 하나가 들어왔다가 유턴 후 떠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홉스의 근처에선 피로 덮인 돌덩이 두 점이 발견됐다.

검시 결과..

홉스는 돌덩이로 반복해서 머리 부위를 가격당하며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성폭행의 흔적 또한 발견됐다.

(Unsolved Mysteries)

수사가 난항에 빠지며 사건으로부터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라스베이거스 경찰서 앞으로 익명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자동 응답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녹음된다.

"몇 달 전에 한 남자가 가게 앞에서 여자애를 붙잡았어요.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목격했죠. 아주 어린 여자애였어요. 남자가 소리를 질러대며 여자애를 차에 밀어 넣더군요. 여자애가 비명을 지르길래 차량 번호를 적어놨죠. 그리고, 이 남자의 이름은 로비입니다."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이 익명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문제의 차량 번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허나..

문제의 차량 번호는 실지로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며, 홉스의 16번째 생일로부터 11개월이 지난 1988년 3월 22일.

텍사스주 보몬트에서 한 범죄자가 체포되면서 홉스 살해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1988년 3월 22일.

텍사스주 보몬트에서 지역 경찰관이었던 폴 할시는 주 번호판이 없는 차량의 남성이 지역 마약상과 함께 있던 것을 수상하게 여겨 추적에 돌입한다.

그렇게 추적 끝에 숙박업소에 머물던 차량의 남성과 대질한 자리에서, 남성에게 벽에 손을 짚게 하고는 권총집에서 자신의 총을 꺼내 들어 다가갔다.

이어 할시가 수갑을 꺼내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남성이 할시에게 달려들면서 몸싸움이 벌어진다.

여기서 총기를 빼앗은 남성은 할시에게 두 발을 발사해 살해하고는 현장을 떠난다.

허나 도망은 오래가지 못했고, 이날 추적 끝에 경찰에 의해 택시를 타고서 도망치던 도중 체포된다.

구금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남성은 27살의 마이클 록하트였고, 강도나 차량 침입 및 마약 소지 혐의로 전과들이 있었다.

특히, 1986년 12월에 감옥에서 나온 뒤로 계속해서 범행 수법이 악랄해졌다. 성폭행, 고문, 강도, 마침내 살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한편, 강력 범죄자 또는 연쇄살인범들이 종종 그러하듯..

록하트 역시 심문 과정에서 허풍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20명이 넘는 사람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가 이내 진술을 번복하곤 했다.

그렇게..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같은 물증들을 대조한 결과, 록하트는 할시 경관을 포함해 총 3명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려졌다.

헌데..

이러한 록하트 수사 과정에서 라스베이거스 경찰 측은 그를 홉스 살해범으로 연관시킨다.

홉스 살해 현장에서 독특한 파란색 섬유가 발견됐는데..

록하트가 1987년 5월경에 훔쳐 1987년 11월까지 사용했던 차량 좌석의 섬유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또 록하트의 신용카드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홉스가 살해되던 무렵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던 것도 밝혀졌다.

그렇게 수사관들이 록하트에게 홉스 살해 사건에 대해 추궁하자, 록하트는 순순히 범죄를 자백했다.

(Beaumont Enterprise)

한편..

록하트의 홉스 살해 자백을 두고서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연쇄살인범의 경우 간혹 자신이 벌이지 않은 범죄의 경우에도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록하트가 저지른 살해 방식은(할시 경관을 제외한), 결박 후 칼로 잔혹하게 살해 후 내장을 훼손시키는 유형이었다.

허나 록하트가 진범이 맞다고 여기는 측은, 록하트가 이미 사형이 확실한 상태였기에(할시 경관을 살해한 지역이 다름 아닌 사형제도로 유명한 텍사스주였음) 어떠한 딜이나 형량 감형을 위해 거짓 자백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홉스 살해 시기에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렀던 점과 차량 좌석의 섬유 재질이 확실한 정황 증거로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디애나, 플로리다, 텍사스로부터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이곳 모두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이렇듯 사형 처분이 확정되면서, 홉슨 살해 사건이 벌어진 네바다주는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997년 12월 9일, 텍사스주.

사형수 최후의 만찬으로 더블 미트 치즈버거, 감자튀김, 콜라를 먹은 록하트는 독극물 주사형으로 처형된다.

"저는 이곳 텍사스 감옥에서 사랑과 연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제게 보여준 친절에 감사합니다. 그 모든 것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를 위해줬어요. 이제 전 죽을 준비가 됐습니다."

- 마이클 록하트가 사형 직전 남긴 말

록하트가 정말 홉스 살해의 진범이었을까?

그날 홉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헌데 그보다 중요한 건, 마침내 죽음의 공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 꿈을 꾸기 시작했던 소녀에게 저주와도 같은 불행이 찾아왔다는 것이겠다.

한편..

홉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홉스의 엄마는 홉스의 방에서 딸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한다.

16세 3개월하고 3일을 살다 떠난 홉스는, 생전 가족 구성원들 앞으로 남기는 편지들을 작성했던 것이다. 자신이 16세 생일에 죽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Unsolved Mysteries)

"엄마, 내가 죽으면 엄마가 이 편지를 보게 되겠지. 나는 엄마가 행복하게 삶을 살기를 바라. 엄마랑 다른 누구라도 내 죽음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모두를 아주 많이 사랑해. 엄마는 내게 너무도 잘해줬고, 다른 누구도 더 좋은 엄마가 될 순 없어.

엄마 마음속에 내가 살아있게 해줘. 그리고 결코 나를 잊지 마. 언제나 엄마를 사랑해. 캐시가."

- 홉스가 엄마 앞으로 남긴 편지

참조문헌

<Criminally Intrigued/The Crime Spree of Michael Lee Lockhart>
<Unsolved Mysteries/Katherine Hobbs>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