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정찰기기인 금속 구체를 주운 가족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땅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줍게 된다.

물건을 줍는 이유는, 그 물건이 값어치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소개할 베츠네 가족 역시 그렇다.

그러니까..

값어치있어 보였기에 주웠는데..

도통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지구상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던 금속으로 이뤄진 원형의 구체라는 점.

왜냐하면, 이 구체는 스스로 움직이고 소리를 냈으니까!

1974년 3월 27일이었다.

미국 베츠네 가족은 플로리다주 잭슨빌 내의 포트 조지 아일랜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 무렵, 해당 지역의 숲 지대에 소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베츠네 가족(부모인 앙투안과 제리 그리고 큰아들인 21세 테리)은, 산불 피해 조사차 집 주변의 숲속을 둘러보게 된다.

(JaxPsychoGeo)

그렇게 나무와 열대 관목들로 우거진 숲속을 거닐던 중, 잔디 위로 얌전하게 자리하고 있던 웬 '구체'를 발견한다.

이 구체는 말 그대로 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디 한 군데 모난 곳 없이 그야말로 땡그랬다. 외관은 밝은 금속성을 띠고 있었다.

베츠네 가족이 구체를 보고 떠올린 건, 그 옛날 콩키스타도르들이 사용하던 대포알이었다.

콩키스타도르는, 15-17세기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에 침입했던 스페인 정복자를 의미한다. 베츠네 가족이 거주하던 포트 조지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육지와 맞닿은 섬 지역이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엔 16세기 무렵 스페인 선교사들이 왕래하던 곳이기도 했다.

베츠네 가족은 뜻밖에 기념품을 발견하게 됐다며 구체를 집으로 가져간다.

사건의 서막이었다.

구체를 만지고 있는 작은 아들 12세 웨인 베츠 (WJCT Public Media)

구체는 직경이 한 뼘 길이에다 볼링공보다 무거웠으며, 자그마하게 삼각 형태인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이 구체가 베츠 가족네로 오고서 어느 날 아침..

큰아들인 테리가 기타를 연주하던 순간이었다.

마치 기타 소리에 공명이라도 하듯, 구체가 웅웅 거리는 소리를 발산했다. 이에 베츠네 가족은 모두 깜짝 놀라 구체를 포위하듯 둘러싸고서는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구체가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의지를 지니고 있는 양, 이곳에서 저곳으로 천천히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WJCT Public Media)

이 알 수 없는 구체의 기묘한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번 구르기 시작하더니 이곳저곳 여러 방향으로 굴러댔다.

처음의 당혹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제 베츠네 가족은 호기심이 동해 구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구체 굴리기를 해봤다.

인위적으로 구체를 굴려보자, 방향을 따라 구르다가 도중에 멈춰서더니 이내 굴린 사람 앞으로 멈춰 섰다.

구체를 잡고서 이리저리 흔들어봤더니,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듯 덜그덕거렸다.

망치로 표면을 두드려봤더니 구체 스스로가 마치 반응이라도 하듯 높은음의 진동음과 같은 소리를 냈다.

또 집 안을 굴러다니자 방문이 스스로 닫히는가 하면, 구체가 음악을 연주하듯 오르간 소리를 내기도 했다.

구체에게는 위험 감지 시스템이라도 존재하는지, 스스로 굴러다니다가도 장애물이나 낙하지점 앞에서는 멈추고서 방향을 바꾸곤 했다.

구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베츠네 가족은 끝내 답을 낼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햇빛이 강할 때 구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태양 복사의 영향을 받으리란 것이었다. 마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슈퍼맨과 같이.

다른 하나는,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구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체라는 것이었다.

(Miami Herald)

1974년 4월.

베츠네 가족은 구체의 정체를 알아낼 유일한 방법이 바로 세간에 구체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게 지역 언론 및 미디어들에 제보가 들어갔고, 거의 모든 곳에서 큰 관심을 갖는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UFO가 대중들 사이에서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이러한 대중적 호기심과 인기를 업고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입진적인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려 10배 이상의 흥행 수입과 더불어 배급사인 컬럼비아 픽처스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감독인 스필버그가 <죠스>에 이은 대흥행으로 영화판에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

제보 초기에 직접 베츠 가족네를 방문해 구체를 확인한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잭슨빌 지역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주제로 라디오 쇼를 진행하던 작가 론 키벳이었다. 여기서 키벳은 구체가 스스로 굴러다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놓는다.

"구체는 외계에서 기원한 것 같다. 우주의 지적 문명체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서 제작한 일종의 장치인 것 같다."

그리고, 잭슨빌 지역신문사 <잭슨 저널>에서 사전 조사차 방문한 사진작가 루이스 에그너 역시 구체가 스스로 굴러다니는 것을 확인한다.

에그너가 구체를 굴리자 1-2m가량 구르다가 멈추더니, 이내 크게 선회하며 다시 에그너의 발 앞까지 온 것이다.

실제 당시의 신문 기사들 (WJCT Public Media)

그렇게 1974년 4월과 5월.

잭슨빌 지역 내에서 큰 화제가 된 이 미스터리한 구체 이야기는, 곧 UFO 붐에 힘입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기에 이른다. 지역 내 언론과 미디어는 물론이고, 전국의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심지어,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오메가 마이너스 원' 연구소의 대표 칼 윌슨 박사가 플로리다 잭슨빌까지 와 조사를 실시했을 정도였다.

6시간에 걸친 이 조사에서, 윌슨 박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구체에는 3-4개의 자극 포인트(자석 내 자기력이 가장 강력한 지점)가 존재합니다. 구체 내의 자기장 밀도가 알 수 없는 패턴에 따라 강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자기장의 세기가 다양하게 분포됐으며 변동성이 있습니다.

또, 구체에서 인간의 귀로 듣기 어려운 수준의 미세한 고음이 발생되고 있는데, 이는 전파가 무선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구체엔 방사성 원소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우리의 물리학 법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구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패턴 파악이 불가능했습니다. 내부의 자기장 밀도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가설 중 하나는, 손상된 외계의 탐사선 내지 일종의 반중력 장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언론과 학자에 의해서도 구체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자, 베츠네 가족은 잭슨빌 지역 부근의 해군 기지에 조사를 요청한다.

한편 해군 기지 측은 세간의 이슈인 구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받자, 흔쾌히 계약서를 작성하고서 구체를 인도받는다.

그 계약이란, 조사 결과 해당 구체가 정부 재산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다시 베츠네 가족에게로 이양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광기와 X-선을 통한 조사 끝에, 해군 기지 측은 구체를 베츠네 가족에게 이양한다.

"구체는 미국 정부의 재산이 아닙니다."

新 7대 불가사의! 우주에서 온 무엇인가!

이렇듯 문제의 구체가 미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화젯거리가 되자, 유명 대중지인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자신들의 기획에 베츠네 가족을 초청한다.

당시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1972년부터 매해 자신들이 초빙한 패널들로부터 UFO가 외계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수여한다는 야심찬 기획을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패널은 모두 저명한 각계의 학자들로 구성됐으며, 대표적으로 가장 잘나가던 UFO 조사관 J. 앨런 하이네크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미 해군의 기술 개발을 돕기도 했던 하이네크. 그는 미 공군이 40-60년대에 걸쳐 진행했던 UFO 연구의 과학 고문역을 수행한 바가 있으며, 총 5종으로 분류되는 UFO 근접 조우 카테고리를 창안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공개석상에 초청을 받고 베츠네 가족이 플로리다에서 직접 차를 몰고서 운반한 끝에, 마침내 문제의 구체가 영상으로 세간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후에도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하더 교수가 베츠 부부에게 허락을 구한 뒤 구체를 조사한 끝에, 1977년 6월 24일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UFO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92인 우라늄입니다.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105이고요.

이 구체는 X-선 연구 결과, 내부가 2개의 구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 구체는, 지금껏 과학계에 알려진 어떠한 것보다도 무거운 원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자 번호 140 보다도 더 번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만약 이 구체가 뚫리거나 쪼개진다면 아마도 원자폭탄처럼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베츠네 가족이 발견한 미스터리한 구체 이야기이다.

이 구체는 '베츠네 구체'라고 불리우며, 5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UFO/외계인 분야의 전설로 구전되고 있다.

(자막 버튼 누르면 한국어 캡션이 나옴)

자..

그렇다면..

정말로, 베츠네 구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 시절 잭슨빌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지금부터, 진실을 추적해 보기로 하겠다.

(WJCT Public Media)

베츠네 구체는 미스터리 분야에서 반세기 동안 화자되며, 특히 UFO/외계인 음모론자들로부터는 다음과 같이 칭해지는 물체이다.

"외계 문명에서 제작된 그들의 정찰 도구로, 때때로 목격되는 원형의 금속성 UFO가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이렇듯 신봉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베츠네 구체는, 그 명성답게 <고대의 외계인>에서 다뤄질 정도이다.

허나, 믿음의 양이 꼭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 차근차근 시간순으로 베츠네 구체의 전설을 되짚어 보겠다.

처음 베츠네 가족이 주운 이 금속성 구체가 독특한 행동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 물체는 은색의 금속성으로 완벽한 원형을 하고 있다. 직경이 약 8인치(202.2mm)이며, 무게는 21.34파운드( 9.68kg)이다. 표면엔 긁힌 자국들이 적잖게 보이나, 이음새나 특별한 표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마치 흉터마냥 삼각 형태의 무늬가 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말했듯, 독특한 행동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이는 베츠네 가족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 직접 방문한 사진작가 루이스 에그너와 칼 윌리스턴 박사도 확인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독특한 행동의 '범위'에는, 분명 초기와 후기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WJCT Public Media)

베츠네 가족이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체가 스스로 바닥에서 1-2m가량 구르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임. 공을 굴리면 굴린 사람에게로 돌아옴. 평평한 테이블 같은 곳에서는 움직이더라도 가장자리에서 멈춤.

금속 도구로 구체를 치거나 가까이서 기타를 연주하면, 구체가 반응하듯 진동.

기르던 강아지가 구체 근처에서 놀란 듯 귀를 비비곤 하는데,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음.

집에 오르간이 없는데 오르간 연주 같은 소리가 들린 적이 있음. 방문이 스스로 닫히거나 열린 적이 있음."

자, 그리고 이를 하나하나 잘 생각해 보자.

베츠네 가족과 방문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것은, 구체가 집 안 바닥에서 스스로 구른다는 점이다.

당시 베츠네 가족의 집은 1920년대 지어진 튜더 스타일의 주택이었다. 그리고 구체는 완벽한 원형에 돌출 부위도 없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

만약에, 이 오래전 건축된 집의 바닥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부분적으로 수평이 맞춰져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구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굴렸을 때 다시 굴려진 지점으로 선회해서 돌아오는 것이 설명 가능하다.

반면, 평평한 테이블 같은 곳에서는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없다. 움직이더라도 떨어지기 전에 멈췄다고 하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바닥에서처럼 직접 힘을 주어 충분히 세게 굴리지 않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실지로, 바닥에서처럼 테이블 위에서도 세게 굴려봤다는 말은 없다.

금속 도구로 구체를 치거나 가까이서 기타를 연주하면 마치 반응이라도 하듯 진동이 있었다는 것은, 구체가 금속임을 감안할 때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기르던 강아지가 놀란 듯 귀를 비볐기에 고주파의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역시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

오르간 연주 같은 소리와 방문이 스스로 닫히거나 열렸다는 것은, 베츠네 집이 자연에 둘러싸인 다층 구조의 여러 창문과 방이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자, '그거 말이 되는군'이라고 끄덕이는 사람과 '반박을 위한 억지야'라는 사람으로 양분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무게중심을 조금(?) 무너뜨려 보겠다.

먼저, '오메가 마이너스 원' 연구소 대표 윌슨 박사의 주장을 상기해보자.

"구체에는 3-4개의 자극 포인트(자석 내 자기력이 가장 강력한 지점)가 존재합니다. 구체 내의 자기장 밀도가 알 수 없는 패턴에 따라 강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자기장의 세기가 다양하게 분포됐으며 변동성이 있습니다.

또, 구체에서 인간의 귀로 듣기 어려운 수준의 미세한 고음이 발생되고 있는데, 이는 무선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구체엔 방사성 원소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우리의 물리학 법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구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패턴 파악이 불가능했습니다. 내부의 자기장 밀도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가설 중 하나는, 손상된 외계의 탐사선 내지 일종의 반중력 장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하더 교수의 주장도.

"우리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92인 우라늄입니다.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105이고요.

이 구체는 X-선 연구 결과, 내부가 2개의 구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 구체는, 지금껏 과학계에 알려진 어떠한 것보다도 무거운 원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자 번호 140 보다도 더 번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만약 이 구체가 뚫리거나 쪼개진다면 아마도 원자폭탄처럼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이제 두 인물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겠다.

먼저, 윌슨 박사.

윌슨 박사가 대표로 있던 오메가(종결과 완성을 의미하는 단어) 마이너스 원이라는 연구소는, 한마디로 '삶에 대한 전체론적 연구'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쉽게 말해, '영적 탐구를 통해 통찰력을 얻어 사상가로의 구축을 꾀하는'이라고 보면 되겠다. 더불어 그가 내놓은 조사 결과엔 뚜렷한 과학적 증거가 없으며 단지 윌슨 박사 자신의 사견으로 이뤄져 있다.

하더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지표나 증거가 전무하다. 게다가 하더 교수의 경우 전공이 토목공학과 유압공학이다.

그렇다면, 베츠네 구체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진 케이스는 없을까?

사실, 그러한 케이스가 하나 존재한다.

서두에서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던, 잭슨빌 지역 부근 해군 기지에서 진행된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베츠네 가족은 구체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언론과 미디어에 제보를 했고, 그 과정에서 여전히 수수께끼가 해소되지 않자 지역 근처의 해군 기지에 의뢰를 하고자 결심한다.

이에 해군 측의 금속 전문가 의해 수일에 걸친 분광기와 X-선 조사 및 야금 분석이 이뤄졌고..

그렇게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다.

(Fort Lauderdale News)

"구체는 미국 정부의 재산이 아닙니다.

구체는 직경이 약 8인치(202.2mm)이며, 무게는 21.34파운드( 9.68kg)입니다.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이긴 한데 고급 재질이네요.

누가 제조한 건지는 모르나, 방사능에 오염됐거나 폭발 위험이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구체안에서 덜그덕 거리는 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잔재물이 굴러다니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구체는 화학 공장 같은 곳에서 배관 시스템 체크 밸브로 사용하는 볼 베어링입니다.

구체가 집안에서 움직였다는 건, 아마 울퉁불퉁한 돌바닥 때문일 겁니다."

한편..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을 무렵, 구체는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주최하는 UFO 검증회를 위해 뉴올리언스로 이송 과정 중이었다.

그리고..

해당 검증회 패널의 대표 격인 하이네크 박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Miami Herald)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431(주: 스테인리스 스틸 중 경도와 내충격성이 좋은 종류) 같습니다. 아주 흔한 물건이죠.

5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저희 패널은, 구체가 외계로부터 기원했다고 여기지 않으며 그저 사람에 의해 제조된 것일 뿐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진짜 미스터리는, 이런 스테인리스 스틸 구체가 어째서 그런 숲 지대에 있었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대중적 관심이 발생했음에도, 어째서 구체의 정체를 안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는가 입니다."

이와 같이, 베츠네 구체에 대한 진짜 과학적 분석과 학자들에 의한 조사는 다소(?) 충격적인 충격적인 결과를 가리키고 있다.

여담으로..

1977년 6월 24일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UFO 회의에서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던 하더 교수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1974년 4월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주최했던 검증회의 패널 멤버였다. 당시엔 지구상의 흔하디흔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데에 동의했던 그가, 3년 후 국제 UFO 회의에서 전혀 딴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의문은 하나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구체가 어째서 섬 지역의 숲 지대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그러한 구체를 누가 제조하고 누가 옮겼냐는 것 말이다.

조금 전 해군 금속 전문가의 '화학 공장 같은 곳에서 배관 시스템 체크 밸브로 사용하는 볼 베어링'가 힌트가 될 수 있겠다.

체크 밸브란, 액체나 가스 및 증기를 전달하는 시스템에서 역류를 방지하고 정방향 흐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여기에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431 재질의 구체가 회전하면서 일종의 청소를 통해 역류를 방지한다.

한편..

베츠네 구체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면서, 제지 공장 기술자였던 로티 로빈슨이 대형 파이프에 들어가는 체크 밸브용 공을 가지고 있는데 구체와 유사하다고 제보를 해온다.

허나, 확인 결과 크기와 무게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베츠네 구체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토론회에 참석하고서 며칠 후..

어느 코카콜라 배달원이 기자에게 제보를 해온다.

"뉴멕시코 타오스의 한 호텔에서 그 구체를 전시하고 있어요."

이 배달원의 말마따라, 정말 문제의 호텔에선 베츠네 구체와 같은 것들이 전시 중이었다.

이에 기자들이 전시품의 제작자인 조각가 J. 덜링 존스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이에 덜링 존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Sarasota Journal)

"몇 년 전이었어요. 추를 매단 진자 조각품에 사용할 고철이 필요했죠.

제 친구가 자신의 회사에서 사용되는 체크 밸브용 공들을 구해줬어요. 약 70파운드짜리 10인치랑 약 22파운드짜리 8인치 스테인리스 스틸 공들이었죠.

모두 12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모는 폭스바겐 버스 차량 내부에 모두 수납하기엔 협소했죠. 그래서 트렁크 위에 수납한 공들 중 몇 개가 굴러떨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때가 1971년 부활절 무렵이었습니다. 잭슨빌 지역을 운전하던 때였죠."

이렇듯, 덜링 존스가 조각 전시품으로 사용한 약 22파운드짜리 8인치 스테인리스 스틸 공은 베츠네 구체와 부합하는 기원 및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구체를 흔들면 내부에서 덜그덕 거리는 것에 대해, 덜링 존스는 해군 측의 설명과 동일하게 공 제조 과정에서 용접과 가공 시 이따금 덩어리진 잔재물이 내부로 들어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베츠네 구체의 기원에 대해 유력한 용의자가 존재하나, 이를 100% 확신할 수만은 없다.

덜링 존스가 흘렸던 구체들이 베츠네 구체의 기원이 맞는다면, 어떻게 도로에서 숲 지대까지 이동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그리고 어째서 그 구체 하나만 숲 지대로 이동했는지도.

허나 분명한 사실은, 베츠네 구체가 와전된 것과 달리 그저 일반적인 산업용 체크 밸브 볼의 모습과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건 초기에 베츠네 가족은 그러한 과장된 주장(구체가 굴러다니는 것 외에도 여러 현상을 야기했던)을 고수했던 것일까?

실지로, 해군 측과 하이네크 박사 측이 문제의 구체를 조사하던 과정에선 전혀 그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스스로 굴러다니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저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구체였다는 게 두 조사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혹시, 베츠네 가족이 이슈를 끌거나 아니면 어떤 비지니스적인 목적이 있어서였을까?

헌데, 베츠네 가족은 언론과 미디어 등의 인터뷰 과정에서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취한 바가 없다. 게다가 원래부터 성공적인 사업체를 운영 중이기도 했고 말이다.

실제 1970년대 초 베츠 가족네 자택 (Jacksonville Historical Society)

다만 하나 유추할 수 있는 건..

생전 처음 보는 물체를 화재 현장인 숲 지대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발견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더불어 당시는 UFO 붐과 더불어 냉전이 한창이던 사회상이었다.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베츠네 가족은 이 물체에 대해 굉장히 과민적이고 신경질적이며 확대 해석적인 면모를 보인다. 기자들과 기사를 통해 구체의 정체를 알고 싶어했고, 직접 해군 기지 측에 접촉해 의뢰를 맡기기까지 했다.

이후 해군 측의 발표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하고서 기르던 강아지가 구체 근처에서 낑낑거리는 게 구체의 고주파 파동 때문이며, 그렇기에 구체의 정체가 도청기일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편, 베츠네 구체의 정체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시점에서 베츠네 가족은 기자들과의 연락을 끊는다. 매일 24시간 취재 전화가 걸려 오는가 하면, 집으로 찾아오는 UFO/외계인 신도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자연 지역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베츠네 가족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에 시달린 끝에, 1985년 자신들이 그토록 마음에 들어 했던 집을 매각하고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건으로부터 반세기 지난 지금도, 이 베츠네 구체는 여전히 UFO/외계인 음모론의 좋은 컨텐츠 역할이 맡겨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구체를 조사할 당시 외계 문명의 테크놀로지인 것을 알아채고서 바꿔치기 했으며, 이후 역공학을 진행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Haunt Jaunts)

한편..

베츠네 가족은 사건 이후 문제의 구체에 대해 언급하거나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어, 현재 구체의 행방을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텍사스 오스틴의 Museum of the Weird(이름 그대로 기괴한 전시품을 모아둔 박물관)에서 베츠네 구체가 전시되고 있으나, 해당 박물관의 다른 대다수 전시품과 마찬가지로 그저 재현품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진짜 베츠네 구체는..

베츠네 가족 집 안 깊숙한 곳에 봉인 중이거나..

아니면 잭슨빌 지역의 숲 지대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지 않을까?

다음 주인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참조

<Fort Lauderdale News> 1974. 4. 17
<JaxPsychoGeo/Fort George Island: Neff House and Betz Sphere> Tim Gilmore
<Sarasota Journal> 1974. 4. 24
<Skeptoid/The Betz Mystery Sphere> Brian Dunning
<The Miami Herald> 1974. 4. 12 & 1975. 6. 4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