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시신이 똑바로 서있는 채 발견된 수수께끼의 사건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05년 7월 2일 토요일 약 17시경.
미국 미시간주 케스노비아 마을의 오비드홀 호수.
이날 이곳에서 낚시를 하러 온 한 부부가 처음으로 변고를 마주한다.
수수께끼로 가득 찬 변고를.
오비드홀 호수는 수심 1.2-6m의 습지대 호숫가다.
이 호수 구석에에서, 한 청년이 사망한 채 발견된다.
그런데, 청년의 시신 형태가 너무도 기이했다. 물가에 똑바로 서서는, 한 쪽 어깨와 팔에 머리를 받치고 있는 자세였다.
이런 식의 익사체가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청년은 약 3주 전인 6월 12일 새벽에 술자리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었던 토드 가이브였다.
당시 6월 11일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던 가이브는, 자정이 넘어 오전 12시 45분경을 전후로 파티에서 홀로 빠져나갔다.
가이브의 거주지는 파티 장소에서 불과 2km가 채 안되던 곳이었으며, 12시 47분과 12시 51분경엔 파티에 함께 있었던 친구 둘과 각각 짧은 통화가 있었다.
그리고서..
가이브는 실종됐다.
실종 당일인 6월 12일 밤 8시경 가이브의 부모가 실종신고를 냈고, 가이브의 가족 및 친구들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미시간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선 다음 날 아침부터 본셕적인 수색 작업을 실시한다.
그렇게 경찰 측 인력과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수십에서 백에 달하는 수색대가 헬리콥터, 보트, 수색견, 4륜 ATV를 동원해 현장 주변을 샅샅이 탐색하기에 이른다.
허나..
수요일까지 밤낮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 수색에서도 어떠한 흔적이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경찰 측 인력은 철수하고 자원봉사자들만 수색을 지속하게 된다.
그렇게..
실종으로부터 약 3주가 흐른 오후녘..
가이브가 기이한 형태의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거주지에서 약 2km, 파티 장소에서 1km 이내에 위치한 외딴 숲 습지 지역의 호숫가에서 말이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인터넷상에 퍼진 해당 사건의 내용들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축약되거나 사실관계에 있어 다소 오차가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본 글은 기존 이상한 옴니버스의 결을 따라 가능한 한 최대한 실지 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이 이뤄졌으므로, 다음의 보다 자세한 사건 개요도 기존 인터넷상에서 퍼진 개요와 일정 부분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그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던 세부 사항도 포함했고 말이다.
먼저, 사건에 대한 개요부터 차근히 살펴보겠다.
토드 가이브는 미시간주 케스노비아 마을에서 사촌과 함께 거주하던 22세의 청년이었다. 그의 가족(부모님, 여동생)은 약 12km 떨어진 라벤나 마을에 살고 있었으며, 주말마다 종종 찾아오곤 했었다고 한다.
가이브는 180에 80의 신체 조건과 아웃도어적인 성향에 타고난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었다. 산책과 낚시를 즐겨 숲과 호수를 종종 거닐곤 했다. 근무지는 편도로 약 50km 떨어진 와이오밍 내 목재 도매 회사였다.
사건 당시인 2005년 6월 11일..
이날 토요일을 맞아 친가를 찾은 가이브는, 오후 4-5시경 간단한 식사를 하고는 오후 6시 30분경 거주지로 돌아온다.
이어 사촌과 잠시간 시간을 보낸 가이브는, 오후 7시 30분경 남쪽으로 불과 몇백m 떨어진 하프 문이라는 이름의 그릴바로 향한다. 절친을 포함한 친구 셋과 술 약속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밤 9시 30분경 친구들과 향한 곳은, 북쪽으로 2km 넘게 떨어진 한 과수원으로 향한다.
이 과수원은 화이트 로드라는 국도 부근의 습지 지역 풀밭에 위치한 버려진 과수원으로, 주변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야외 맥주 파티가 열리던 곳이었다.
이처럼 평균적으로 50-100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해당 맥주 파티에서 음주를 즐기던 가이브는, 친구들에게 자정쯤 집으로 갈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가이브가 과수원을 떠난 시각은, 자정을 넘겨 오전 12시 45분 전후였다. 거주지까지 2km 남짓이었기에, 홀로 파티를 빠져나와 터벅터벅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때를 기점으로, 오전 12시 47분부터 59분까지 총 4통의 통화가 있었다.
오전 12시 47분, 가이브가 한 친구(그릴바와 파티에서 함께 어울렸던 친구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시간은 3초에 불과했다. 가이브가 "여기 들판이야, 들판."이라고 말한 것과 함께 통화가 종료했다.
별다를 것 없는 목소리였지만, 통화가 짧게 끊긴 데다 다시 전화가 없어 4분 후 이번엔 가이브에게 전화를 건다. 여기서 가이브가 전화를 받으나 말을 하지 않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당시 거세게 불던 밤바람 소리뿐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통화도 39초 만에 종료됐다. 당시 시대상(2005년)에 따른 불규칙적인 통화 신호 문제로 말미암은 것이었을까?
오전 12시 56분과 59분, 가이브가 그릴바와 파티에서 함께 어울렸던 절친에게 2통의 발신 전화를 건 것이 통신 기록에 남는다. 허나 실제 통화 시간은 0초인 데다 그 절친은 통화를 하지 못해, 전화가 발신 신호와 동시에 중단됐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게 가이브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가이브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과수원에서 남동쪽으로 위치한 자신의 거주지로부터 180도 반대방향인 오비드홀 호수였다.
실종 당시 착용하고 있던 야구모자 및 신발 한 짝과 더불어 핸드폰이 사라진 채였으나, 주머니 안에 지갑은 그대로 있었다.
시신에선 폭행이나 외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0.12이었다.
0.12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거나하게 취한 것과 정신적 판단 및 지각능력의 저하 사이에 해당한다.
미시간 경찰은 수사 및 부검 결과 가이브의 시신 및 정황으로부터 범죄의 혐의를 찾을 수 없으므로,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채 우발적인 사고로 익사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뺑소니를 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실종 다음날부터 지역 정비소에서 손상 차량을 확인했었음)
그렇다면..
가이브가 처음엔 과수원을 나와 화이트 로드로 걸어가면서 거주지 방향으로 향했으나, 직후 화이트 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한 뒤, 교차로인 피터스 로드를 타고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고서는 오비드홀 호수 북서쪽으로 비포장길을 걸어갔다는 의미가 된다.
왜냐하면, 당시 숲으로 둘러싸인 습지대이자 출입이 가능한 곳은 오비드홀 호수 북서쪽으로 존재하는 울타리 문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가이브는 거주지로 가려던 순간 마음을 바꾸고는 1km 가량을 걸어 울타리를 넘은 뒤 그대로 호수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는 말이 된다.
해당 호가는 숲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인적이 없는 외딴곳이었다. 가이브가 그곳으로 향할 이유도 없었으며, 수색견이 마지막으로 그의 흔적을 찾은 게 과수원에서 집 방향인 화이트 로드 쪽으로 향하던 유일한 흙길이었기에, 그곳을 중심으로 거주지까지의 범위를 수색 집중 대상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만약 가이브의 시신을 목격했던 부부가 낚시를 하러 오비드홀 호수에 들리지 않았더라면, 가이브 발견은 더욱더 미뤄졌을 것이다. 게다가 부부는 주로 호수 동쪽 지역에서 낚시를 했으며, 시신이 발견된 호수 서쪽과 그 부근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울타리 문과 샛길은 평소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편..
미시간 경찰은 가이브가 실종 당일 익사한 채 약 3주간을 호수에 그대로 방채됐다는 결론을 내놨으며, 이에 가이브의 가족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서며 범죄에 휘말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9년엔 법의학 병리학자들이 가이브의 시신 상태 자료를 검토하고선, 그가 발견됐을 땐 사망한 지 2-5일이 경과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나 경찰의 사건 종결 후에도 몇 년간이나 이의를 제기했던 가이브의 모친은, 전문가들로부터 가이브의 폐에서 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며 아들이 살해된 후 호수에 유기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렇게..
해당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그 기괴한 상황들로 인해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여기까지가, 현재 인터넷상에 널리 알려진 토브 가이브 사망 사건의 개요다.
그날, 가이브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술에 취해 수심이 얕은 물가에서 익사하는 젊은이들이 심심찮게 존재하는 것처럼, 그 역시 술김에 사고사를 당했던 것일까?
아니면, 범죄에 휘말려 억울하게 살해당한 범죄의 피해자인 것일까?
앞서 서두에서 밝혔듯..
인터넷상에 퍼진 해당 사건의 내용들에는,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축약되거나 사실관계에 있어 다소 오차가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본 글은 실지 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이 이뤄졌으므로, 위에 적힌 사건 개요도 기존 인터넷상에서 퍼진 개요와 일정 부분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그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던 세부 사항도 포함했고 말이다.
본 사건은 가이브의 실종 당시 상황에서 어떤 특정 정황을 포착하거나 밝혀낸 것이 없다.
따라서, 결국 핵심은 부검 결과이다.
허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건 부검 자료다 보니 모두 정확하게 일반에 공개된 것은 아님을 먼저 명시하는 바이다.
미시간 경찰 측이 결론내린 가이브의 시신이 물에 머물렀던 시간은 약 20.7일이었다.
어떠한 외상 및 반칙의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우발적으로 발생한 익사 사고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가이브의 모친이 '전문가들이 아들의 폐에서 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가이브의 폐의 무게는 총 1,010gm였으며 흉막삼출이 발견됐다. 이처럼 익사체가 폐의 무게가 1,000gm 이상이고 흉막삼출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익사 순간 물을 섭취한 것을 의미한다.
한편, 시신은 호가의 선창 부근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 머리와 어깨가 수면 바깥으로 노출된 채 엎드린 자세였다고 한다. (가이브의 신장은 180cm)
처음 가이브의 시신을 목격했던 부부 중 남편쪽이 사진 애호가였는데, 그는 경찰에게 제공할 요량으로 보트를 타고 시신 방향으로 향한 뒤 촬영을 했다.
이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가이브의 발이 호수 바닥의 잡초들에 의해 엉키듯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이브는 그같은 자세로 사망하면서 사후경직이 발생했다는 의미가 될까?
해당 사건은 한때 미국에서 유명했던 음모론에 연관 지어지고 있다.
이 음모론이란 바로 'Smiley face murder theory'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웃는 얼굴 살인 이론'이 되겠다.
추후 해당 음모론을 주제로 다루게 된다면 보다 정확한 내용으로 소개하겠으며, 지금은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해당 음모론은 은퇴한 뉴욕 경찰청의 유명 형사 출신 둘이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밀기 시작한 음모론이다. 이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서부 지역에서의 수십에서 백에 달하는 익사체들이 특정 살인 집단에 의한 범죄라는 것이다.
이 살인 집단은 주변에서 인기가 많은 백인, 준수한 학업 성적과 운동 신경을 보유한 대학생 남성을 주 표적으로 삼고는 살해 후 익사 사고로 위장한다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살해 동기가 무엇일까?
그들은 해당 살인 집단의 주된 살해 동기를, 이렇듯 주변에서 성공적인 대학생이라 평가받는 백인 남성의 표본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반사회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이들 살인 집단은 범죄 현장 근처에 자신들의 표식으로 '웃는 얼굴의 낙서'를 남긴다고 한다.
이러한 음모론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으므로, 지금까지도 인터넷상에서 심심찮게 입방아에 오를 정도다. 또 각종 미디어들에서도 다뤄진 바가 있으며, 음모론을 펼친 당사자들은 서적과 다큐멘터리 퍼블리싱에도 나섰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당사자들은 우발적 익사 사고로 결론내려진 사건의 유족들과 접촉해, 자신들의 주장에 동참하기를 유도한다. 당연히 우발적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은 이에 쉬이 휩쓸리곤 한다.
허나, 이러한 음모론은 최근까지도 사법당국 및 범죄학 계통에서 전면으로 부정돼 왔다.
해당 음모 이론에 포함된 주장들의 핵심 모두, 편협하게 선별된 부분적 증거 자료들을 메인으로 삼는다는 비판과 함께 말이다.
또, 그래피티의 나라인 미국답게 실지로 유튜브 등지에서 인적이 없는 어떤 곳에서도 각종 그래피티 및 위협을 주기 위한 사타닉한 낙서와 흔적들을 언제나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스마일 페이스'는 그래피티와 낙서 계의 클래식 중 클래식이기에, 미국 전역에서 블럭 마다 찾아볼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현대 범죄학 역사에서 오로지 반사회적 목적으로 쾌락 살인을 자행하는 '연쇄' 살인 '집단'은 케이스가 없다. 이러한 반사회적 쾌락 살인은 철저하게 개인의 삐뚤어진 욕망 해소에 기인하기에, 연인과 같은 감정의 둘 셋이 공범을 저지르는 게 한계다.
결론적으로 '반사회적 목적으로 쾌락 살인을 자행하는 살인 집단'은 어디까지나 범죄 관련 컨텐츠물의 소재에 불과하며, 이러한 집단이 미국 중서부 지역을 활동무대로 삼아 그처럼 숱한 범죄를 사고사로 위장하는 동안 사법당국의 의심 일체를 피할 수 있었다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가 않다.
허나..
말했듯 해당 음모론이 지닌 자극적 흥미도로 인해, 그리고 음모론 주창자들이 유족과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제법 대중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음모론 주창자들은 가이브의 모친과도 연계했다.
웃는 얼굴 살인 이론의 주창자들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이브는 실종 당일 술에 취해 익사한 것이 아니다. 그의 부검 보고서를 법의학 병리학자들에게 공유한 결과 모두들 가이브가 익사한 것에는 동의했으나, 익사한 시기는 2.5일 전후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미시건 경찰 말대로 가이브가 20일가량 익사 상태로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수생생물 및 수생곤충들로 인해 심각한 부패가 발생하면서 시신의 완전 붕괴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시신은 전형적인 2.5일 전후의 익사체 부패 상태를 하고 있었으며, 그가 입고 있던 옷도 비교적 멀쩡했다.
독성학 결과에선 데시프라민과 아미트리프틸린이 검출됐다. 둘 모두 항우울제로, 가이브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았다. 이 데시프라민 검출에서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최대치의 수배에 달하는 검출량이 나왔는데, 이러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살인 집단의 표적이 된 가이브는 파티 당시 빻은 알약이 들어간 술을 마시곤 혼미한 상태에서 납치된 것이다. 이후 살인 집단은 가이브를 일체의 고문 없이 그 모습 그대로 17-18일가량 감금하고선, 이후 동일하게 약물에 취하게 만든 뒤 시신이 발견된 호수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들 살인 집단이 이같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바로 미국 사법 당국을 농락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렇듯 우발적 익사로 위장하면서도 동시에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을 연출(정황상 실종 당일 익사했음에도 시신의 상태가 고작 2.5일 전후로 사망했음을 가리키는)하며, 자기과시와 함께 사법당국과 법 집행 기관에 조롱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분명..
이들의 주장은 그들이 주창한 음모 이론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허나..
가이브의 시신이 일반적으로 20일가량 된 익사체라 하기에 의문이 존재하는 것 역시 맞다.
하지만..
익사체의 경우 물의 종류와 성분, 수심, 수온, 유속, 생물군집, 시신의 크기 및 연령 등등 너무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많다.
말인즉슨, 가이브의 검시 보고서 내용들 중 사후 2.5일 전후에 해당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항목이 존재하는 반면 20일 전후에 해당하는 모습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이브의 시신 상태가 사후 20일 전후라 하기엔 분명 지나치게 깨끗해 보인다.
그러나..
미시간주는 냉대습윤기후로, 2005년 당시 6월의 기온은 최고 30도 최저 10도 수준이었다. 가이브가 실종되던 당시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며 10-20도의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따라서, 숲으로 뒤덮인 오비드홀 호수의 수온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여름철 익사체 부패 척도를 대입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다.
본 글에선 부검과 검시에 대한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반면 오히려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여 지금 전개까지 최대한 담백하고 요약 및 축약해서 소개했으며, 이러한 스탠스를 유지하도록 하겠다.
사후경직은 일반적인 환경에선 사망 2-3시간서부터 24시간에 이르기까지 시작 및 강화되며, 사망 24-36시간엔 경직도가 풀어지는 과정이 발생한다. 또 사망 후엔 근육의 이완 역시 발생한다. 한편 수중에서의 경우, 경직도가 풀어지는 과정이 48-72시간으로 늘어난다.
익사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시신의 부패가 필요하다. 부패로 인한 체내 가스가 익사체 부상이 이뤄지는데, 보통 여름철의 경우 3일 내외이며 겨울철은 1-2개월을 전후로 한다. 수심이 낮을수록, 그리고 수온이 높을수록 그 소요 시간은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익사체는 엎드린 자세로 부상하는데, 수심이 낮고 하체 부분이 무언가에 고정될 경우 자연스레 상반신 일부가 외부로 노출된 형태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드문 케이스에 해당한다. 보통 무언가에 걸리거나 고정되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으나, 이처럼 수심이 낮을 경우엔 신체 일부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19년경 웃는 얼굴 살인 이론의 주창자들의 협력을 받아 가이브의 모친이 미시간 경찰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이 사건 보고서 및 재수사 요청서를 카운티 검사 측에 전달했다.
허나, 사건 재수사는 끝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둘 중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미시간 법 집행 기관 및 검시관 사무소의 역량이 최저의 법의병리학 수준이거나, 웃는 얼굴 살인 이론 주창자들이 선별적으로 포함시킨 검시 내용들이 실은 확대 해석인 데다 전체 내용을 따져볼 시 우발적 익사 사고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거나.
가이브의 시신 검시 보고서엔, 손발 표피에서 침연현상에 의한 표모피 현상이 관찰된다고 기록된다.
쉽게 말해, 익사체의 팔다리 표피에서 부패로 인해 부풀고 희게 되며 벗겨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여름철의 경우 10일 전후, 겨울철의 경우엔 3주 전후로 발생한다.
참고로, 2015년 우리나라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 사람의 피부와 유사성을 지닌 돼지를 이용해 해당 현상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수온인 8도인 물속에서 완전 부패가 69일째에 나타났으며, 14도일 경우 40-50일을 기록했다. 추가로, 사람 피부의 경우 익사 2주 내로 발견된다면 완전 부패가 이뤄지지 않아 지문 추출이 가능함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각막 혼탁의 경우에도 완전히 혼탁되지 않았기에 사후 60시간 이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가이브의 시신이 물과 맞닿아 있었고 실지로 부패로 인한 가스로 수면 부상하기 전까지 얼굴 부위도 수중 속에 머물렀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이브의 검시 보고서 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항목 중에..
익사체의 대표적인 사후변화에는 흉강 내의 혈성액 저류 현상이 있다. 이런 저류로 삼출액이 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여름철의 경우 2-3일의 기간이 소요되고 겨울철은 5-6일이 소요된다. 10일을 전후로는 체강 내에서 극히 소량만이 남는다.
소장과 대장의 부검으로 음식의 소화도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마지막 식사가 몇 시간이었는지, 어떤 음식 종류였는지를 가늠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해당 항목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내용을 모르지만, 분명 미시간 법 집행 기관의 판단여부에 포함돼 있음이 자명하다.
이렇듯 검시에 있어서 종합적으로 판단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웃는 얼굴 살인 이론의 주창자들은 일부 선별된 항목들로만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물론, 일반에 모든 항목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이들 주창자들과 유족 입장인 가이브 모친의 비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사건 당시 가이브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그는 어찌하여 집과 반대 방향인 호수에서 익사했던 것일까?
추정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가이브는 파티 전날 지역에서 파티용 약물 복용 경험이 있는 자에게 코카인을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어왔다고 한다. 허나, 이 자는 그러한 약물 딜러와 모든 인맥을 끊었다고 대답했단다.
그리고 언급했듯 가이브의 시신에선 항우울 약물인 데시프라민과 아미트리프틸린이 검출됐으며, 데시프라민의 경우 명백한 과다복용이 이뤄졌음이 암시됐다.
이 두 약물은 일반적으로 구하기 쉬운 항우울제다.
먼저 아미트리프틸린의 경우, 행복감과 진정 효과를 부여하며 기분과 에너지 수준의 개선을 가져온다. 따라서, 실지 사용용도와 달리 악용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특히, 알코올과 함께 섭취하면 알코올과 해당 약물 모두에서 증가된 효과가 나타나기에 각성제 약물로 악용되는 것 중 하나이다.
데시프라민의 경우, 진정 효과가 있으나 아미트리프틸린처럼 이른바 파티용 약물로는 다소 부적합하다. 다만, 코카인 의존도를 감쇄해 준다는 속설이 있는 약물이기도 하다. 또한, 항우울제 중 효과가 강력하면서도 비교적 과다복용의 위험도레가 낮다는 특징도 있다.
문제는 이 두 약물의 경우 당연히 부작용이 존재하며, 알코올과 함께 섭취 시 그 위험도가 크게 증대한다는 것이겠다.
부작용의 증세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시야 흐림, 현기증, 환각, 졸음.
분명..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신체건강한 청년 가이브가 인사불성으로 호수에 뛰어들어 익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허나, 시간이 흐를 수록 약물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면?
보통 술에 취해 익사한 사람의 경우 스스로 충동적으로 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인지 및 신체감각의 저하로 수심에 상관없이 익사하곤 한다.
가이브 역시 취기와 약물 부작용의 여파로 물에 뛰어들고픈 욕구가 가중됐던 것일까? 하여, 가장 가까운 호가로 향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신 혼미와 환각으로 인해 길을 잘못 들어선 가이브가, 오비드홀 호수를 자신의 거주지 옆 '하프 문 호수'로 착각했던 것일까? 하여, 거주지로 빠르게 도착하고 싶다는 잘못된 판단하에 호수를 건너려다 그만 변을 당했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발적 사고사는 결국 추정이라는 한계에 얽매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한계는 남은 유족들에게 결코 해소되지 않는 허망함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여담으로..
가이브 익사 사건이 있기 약 2년 반 전인 2002년 11월 6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끌레르 지역에서 마이클 놀이라는 백인 남성 대학생이 22번째 생일날 실종된다. 그는 인기가 많았으며 운동신경이 좋고 외향적이며 낚시를 즐겼다.
놀은 술집을 나와 행방이 묘연해졌고, 당시 경찰은 주거지와 주거지 근처의 강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실종 5개월 후 한 호수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쓰고 있던 모자가 없어진 채였으며, 외상의 흔적은 없었다.
놀은 부분적으로 얼어붙은 호수 및 녹아내린 수면 위로 인해 상반신이 노출된 똑바로 서있는 모습으로 고정된 채 발견됐다.
놀이 발견된 호수는 거주지와 정반대 방향에 위치했으며, 이름은 '하프 문'이었다.
참조
<Case Studies in Drowning Forensics> Kevin Gannon & D. Lee Gilbertson
<Smiley Face Killers: The Hunt For Justice> Oxy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