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완전체로 활동하는 2000년대의 평행우주에서 앨범을 가져온 남자
2009년 9월 9일.
인터넷에 음원이 공개된다.
다음과 같은 소개와 함께.
"여러분, 이건 세상에 발매된 적 없는 비틀즈의 앨범이랍니다. 비틀즈가 해체되고서 수년 후에 만들어진 거죠. 이 앨범에 수록된 11개의 곡을, 여러분께 공개하고자 합니다!"
2009년 9월 9일이었다.
'비틀즈는 결코 해체된 적이 없다'라는 이름의 웹사이트가 등장한다.
사이트 개설자는, 제임스 리차드라는 닉네임의 남자였다. 이는 폴 매카트니(제임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리차드 스타키)의 본명에서 각각 따온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누구도 믿지 못할 체험담을 올려놨다.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증빙해 줄 사진 및 음원 파일도 업로드해놨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랬다.
"비틀즈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사이에 작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미발매 앨범을 손에 넣게 됐어요!"
비틀즈는 1970년 4월 9일에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따라서 이게 사실이라면, 그가 손에 넣은 앨범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다음은, 제임스 리차드가 주장하는 그날의 체험담을 요약한 것이다.
"2009년 9월에 제가 겪은 일입니다.
기르던 개랑 캘리포니아 터록에있는 친구 집에서 며칠을 보내고서였어요. 저희 집인 리버모어로 가는 길에, 델 푸에르토 캐년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던 때였습니다.
오후 2시쯤이었어요.
저희 집 개가 화장실 가고 싶다는 몸짓을 보이길래 협곡 부근에다 차를 정차했죠.
그렇게 차에서 내려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희집 개가 토끼를 쫓고 있더라고요.
저는 개를 멈추게 할 요량으로 달려갔습니다. 지면이 고르지 않고 부드러운 재질의 흙들로 덮여있어 뛰는 게 정말 어려웠죠.
40미터쯤 달렸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걸려 발을 헛디디면서 그만 머리부터 넘어져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알고 보니, 토끼 굴에 발이 걸렸던 거였어요.
정신이 들었을 땐, 저는 머리에 붕대가 감겨진 채로 어느 가정집에서 깨어났습니다. 집안은 여느 집들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창문 근처로 지금껏 본 적 없던 형태의 특이한 전자기계가 있더군요.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저희 집 개가 꼬리를 흔들며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한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남성은 키가 180 정도에 중간 길이의 긴 머리와 캐주얼한 차림새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조나스라고 소개하면서, 개가 짖는 소리에 제가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감사 인사를 하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죠. 그러자 조나스는, 제가 쓰러진 곳에서 5-6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차량을 정차했던 곳은 반경 30km 주변으론 인가가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조나스에게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했죠.
그러자 조나스는, 지금부터 아주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말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는 창문 근처에 있던 특이한 전자기계를 잠시 살펴보더니, 이내 제 쪽으로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네 차원의 지구를 탐험 중이었어요. 당신이 뜨거운 열기 아래 아무도 없는 곳에 쓰러져있길래, 할 수 없이 내가 사는 차원으로 데려온 겁니다.'
조나스는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그가 사는 차원의 지구에서는, 1950년대에 미국 정부가 우주 프로그램 대신 평행차원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 연구에 걸쳐 포탈을 이용해 무한히 많은 다른 지구들을 탐험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차원 이동 과정에선 안전한 지면으로의 포탈 생성이 관건이기에 사망사고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안전한 포탈 이동 장소를 구축해 왔다고 합니다.
조나스는 바로 이러한 세계의 차원에서 차원을 탐험하는 기업 중 한 곳에 속해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사는 차원의 지구를 새로이 발견한 과정에서 쓰러져있는 저를 발견한 거였죠.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어떤 게 유사하고 어디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는 게 재밌었죠. 그러다 주제가 음악으로 향하면서 비틀즈 이야기가 나왔고, 조나스는 자신의 친형이 최근에 공연을 보고 왔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비틀즈가 아직도 함께하고 있느냐고 물었죠.
조나스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도 살아있으며, 밴드를 해체한 적도 없고, 모두 건강하게 아직도 투어를 한다고 했습니다.
조나스가 다른 방으로 안내했고 그곳엔 음악 앨범들이 있었습니다. 비틀즈의 <페퍼 상사> 앨범도 있었는데, 커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노래는 모두 같았습니다.
그곳엔 비틀즈의 카세트테이프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빈 카세트에 녹음한 듯 앨범명과 노래 제목이 손 글씨로 적혀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노래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제목도 있었습니다. 조나스는 고등학교 시절 비틀즈의 광팬이었던 어느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선물해 준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조나스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로 재생시켜 줬습니다.
저는 그렇게 초현실적인 기분으로 우리 세상에선 만들어진 적이 없는 비틀스의 노래들을 감상했습니다.
이윽고 이 노래들을 녹음해서 복사본 테이프를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나스는 소름 끼칠 정도의 진지한 표정을 머금고서 제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 어떠한 것도 너희 세상으로 가지고 갈 수 없어. 너의 안전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는 것, 그걸 기억해!'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요.
1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서 조나스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몸에 숨겼습니다.
이후 저는 조나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서, 그의 안내에 따라 저희 집 개와 함께 포탈로 그쪽 세계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저는 서둘러 월마트에 들렀습니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사야 했으니까요.
제가 조나스의 세계에서 가져온 카세트테이프에는 라는 앨범명이 적혀있었습니다. 앨범에 포함된 11개의 곡 제목 역시 처음 보는 것들이었습니다.
추정컨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사이에 발매됐던 앨범 같습니다. 1970년에 밴드가 해체하고 1980년에는 존 레논이 피살된 우리의 세계에선,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앨범이죠."
여기까지가, 제임스 리차드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기상천외한 체험담이다.
그는 11곡 모두 MP3로 디지털 음원화 해 방문하는 누구든지 다운로드 할수 있도록 해놨다.
이렇듯 평행우주/평행지구/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완전체 비틀즈가 작업한 앨범이 공개되면서, 해외 인터넷과 음악 관련 미디어들에선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에 수록된 곡 모두, 분명 비틀즈가 노래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인터넷 유저들과 일부 기자들까지 가세해 제임스 리차드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허나, 끝끝내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1번 트랙
Four Guys
2번 트랙
Talking To Myself
3번 트랙
Anybody Else
4번 트랙
Sick To Death
5번 트랙
Jenn
7번 트랙
Soldier Boy
8번 트랙
Over The Ocean
9번 트랙
Days Like These
10번 트랙
Saturday Night
11번 트랙
Mr Gator's Swamp Jamboree
한편 비틀즈의 하드코어 마니아들과 믹싱 엔지니어들은, 이 앨범을 매시업 곡들로 구성됐다고 결론 내린다.
매시업이란, 서로 다른 곡들을 조합해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음악을 뜻한다.
즉, 제임스 리차드가 기존의 비틀즈 음악들을 조합해 이른바 조립식 형태의 곡들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헌데 를 둘러싼 체험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 본 앨범을 감상한 비틀즈 팬 대부분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 있다.
2009년이라는 시대상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수준의 깔끔하고 고퀄리티인 매시업은 일반적인 개인 수준에선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비틀즈의 음악 원본 소스에 자유로이 액세스가 가능한 사람이 제작했다는 의심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제임스 리차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문제의 2009년 9월 9일이 비틀즈 주제의 게임 및 리마스터링 컴필레이션 앨범 세트의 발매일이었으므로,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낭만적인 측면에선, 발매를 기념하고자 어느 비틀즈 마니아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작했던 것이거나.
의미심장한 건, 는 지금껏 저작권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건, 비틀즈의 팬들 거의 모두는 앨범과 제임스 리차드에게 경의를 표해온다.
비틀즈에 대한 얼마만큼의 열의가 이러한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는지를 깨닫는 동시에, 비틀즈 음악을 듣던 그 시절 그 무렵의 농도 짙은 향수를 느끼게 해주니까.
또한, 비틀즈 멤버 모두가 건강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세상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2009년 9월 9일에 웹사이트를 개설한 제임스 리차드는 지금까지도 웹사이트 계정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계정에 업로드한 앨범 음원 역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도록 서버를 유지 중이다.
제임스 리차드의 정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리고 지금!
현지 시각 11월 2일, 비틀즈의 마지막 신곡이 발매됐다.
해당 곡은 1970년대 후반 존 레논이 작업한 데모곡이 원형으로, 존 레논이 1980년에 사망하면서 미공개 곡으로 남었던 것이다.
이후 폴 매카트니가 해당 곡을 발매하고자 15년 넘도록 끈질긴 시도를 한 끝에, 마침내 발전한 AI 기술을 이용해 멤버들의 목소리가 입혀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50년의 세월을 거쳐 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Now And Then> 단편 다큐
<Now And Then> 음원
참조
<thebeatlesneverbroke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