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UFO 사진'의 정체를 추적하다
'역사상 최고의 UFO 사진'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위의 수식어가 붙은 UFO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최고의 UFO 사진'이란 무엇일까?
9년 전, 이상한 옴니버스는 '가평 UFO 사건'에 대한 글을 내보내며 훌륭한 UFO 사진의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바가 있다.
"거짓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무수한 공상을 가능케 하는 것."
오늘 소개할 UFO 사진은 바로 이러한 기준에 극도로 적합한 사진이다.
게다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진 조사 및 분석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여전히 미스터리로 귀결되고 있다는 프리미엄 또한 존재한다.
해당 사진은, 바로 '렉스 헤플린의 UFO 사진'이다.
1965년 8월 3일 화요일,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도로 부서 고속도로 유지보수 엔지니어인 38세 렉스 헤플린은 언제나처럼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렇게 트럭을 몰며 고속도로 교통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감지하던 헤플린은, 철도 건널목 표지판이 나무 가지에 의해 가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월넛 애비뉴와 마이포드 로드의 교차로 근방에 정차하고서 전파 대역 라디오로 상사에게 통신을 시도하는 헤플린.
헌데, 어째서인지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운전석 좌측 창문으로 상공을 비행 중인 물체를 인지한다.
처음엔 일반적인 항공기로 여겼으나, 몇 초 후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처음 보는 형태인 돔형 비행체는 테두리가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으며, 너무 높지 않은 고도에서 유유히 비행하며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헤플린은 반사적으로 조수석의 카메라를 집어 들고선 미상의 비행 물체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는 3000 ASA 필름이 장착된 폴라로이드 101으로 헤플린이 업무 중에 늘상 사용하던 것이었다.
물체가 회전하며 기울어지면서 어두운 채도의 하부에서 발해지는 녹백색 광선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물체의 상부 중앙으론 검은 띠가 둘러져 있었다.
그렇게 헤플린은 총 3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 직후 물체는 잠시간 뒤뚱대듯 흔들거리더니 이내 안정된 비행 모습으로 속도를 올려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렇게..
미상의 비행 물체를 포착해 20초 이내에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3장의 사진을 남겼다는 헤플린.
생전 처음 보는 형태와 비행 방식의 물체였기에, 헤플린은 그것이 현장으로부터 2km 내에 위치한 '엘 토로 해병대 비행장'에서 띄운 일종의 실험용 항공기라 여긴다.
사라진 비행 물체의 여운에서 채 헤어 나오지 못한 와중 통신용 라디오가 다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달은 헤플린.
허나, 그에겐 아직 풀리지 않은 호기심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그 호기심이란, 물체가 날아간 곳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검은 연기였다.
헤플린은 물체의 중앙부 검은 띠와 같은 부분이 따로 떨어져나와 연기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괴상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점차 고도가 높아지는 연기를 쫓아 트럭을 몰고서 1km가 좀 안 되는 거리를 이동한다.
검은 고리는 물체가 날아갔던 북동쪽 방향을 향해 아주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고리는 물체의 직경보다 3-4배 더 커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산들바람에 의해 모양이 살짝 휘어지긴 했어도 마치 고체마냥 단단한 성질로 본래 형태를 유지한 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상의 비행 물체와 그 물체가 남긴 흔적까지 고스란히 사진기에 담은 헤플린.
그날 남은 업무를 마치고서 사무실로 복귀한 그는 당연하게도 부서 동료들에게 의기양양하게 사진 4장을 보여준다.
당시는 언론과 일반에 상공에서 목격되는 미상의 비행 물체 UFO가 일약 화젯거리였기에, 헤플린의 직장 동료 및 지인 그리고 친지들이 사진에 엄청난 관심을 쏟게 된다.
그리하여..
해당 소식이 지역의 대표적인 일간지 <산타 아나 레지스터(지금의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귀에 들어가면서 취재가 시작됐고, 마침내 헤플린의 친척을 통해 사진 3장(검은 고리 사진을 제외한)을 복사한 사본을 입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진을 입수한 <산타 아나 레지스터>는 취재 과정에서 근방의 엘 토로 해병대 비행장 관계자에게 문제의 비행 물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이에 관계자는 자신들의 실험용 항공기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리고 사건으로부터 1달하고 17일째인 1965년 9월 20일.
<산타 아나 레지스터> 기사를 통해 렉스의 UFO 사진이 최초로 전파되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헤플린은 신문사 측으로부터 사진 사용에 대한 요청을 받은 적조차 없었으며..
이후 자신의 사진이 전 세계 미디어 및 언론과 수많은 잡지 등에 저작권료 없이 사용됐다는 점이겠다.
헤플린의 UFO 사진이 미국 전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당시 대표적인 비영리 UFO 연구 단체로 대두되던 NICAP(The National Investigations Committee On Aerial Phenomena, 60년대 전성기를 맞이하던 단체로 회원 수가 14,000명에 달했었음)가 조사에 나선다.
또 뒤이어서 해병대, 해군, 공군의 관계자들이 렉스를 방문해 사건의 증언을 청취했고, 특히 당시 공군에서 UFO 목격 조사를 담당하던 프로젝트 블루 북 그룹은 공식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조사에 제임스 맥도널드가 빠질 수 없었다.
미국의 대기 물리학 연구소 선임 물리학자이자 애리조나 대학의 기상학 교수였던 맥도널드는, 최초로 UFO 연구 확대에 대한 캠페인 및 공개적 학회 차원 논의를 주도하던 과학자였다.
이처럼..
이들 그룹원에 속한 학자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팀들이 3년 동안 헤플린의 UFO 사진에 매달린다.
이는,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던 UFO 사진에 대한 기술적 및 과학적 연구였다.
결론적으로..
해당 사진에 대한 결론은 다음 둘로 나뉘었다.
"헤플린은 15년간 오렌지 카운티의 도로 부서에 종사하며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음. 또 매 진술마다 일관되고 변함없는 상황 설명과 증언을 유지함. 사진 자체에서도 조작이 가해졌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음."
"헤플린의 사진은 4-6m 거리에서 던져진 20cm 정도의 물체를 촬영할 경우 재연이 가능함. 사진은 가짜."
한편, 맥도널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헤플린이 사용한 사진기로 4-6m 거리에서 던져진 20cm 정도의 물체에 포커싱해 촬영할 경우, 전신주와 같은 배경 물체에서 블룸 현상이 일어나며 흐릿하게 촬영된다. 하지만 헤플린의 사진 4장 모두에서 안정적인 초점 상태에서 촬영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맥도널드는 60년대 당시 모든 UFO 보고서는 인공적 물체 또는 자연적 물체 혹은 사기 및 오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오로지 1%만이 진정한 의미의 '미확인 비행 물체'라고 선언한 사람이다.
그런 그도 헤플린의 UFO 사진에 대해선 진짜로 간주될 수 있는 극소수의 UFO 사진 중 하나라며, 자신이 구성한 '100가지 최고의 UFO 사례' 리스트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시 돌아와, UFO가 현장에 남기고 간 검은 고리 연기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NICAP의 소위원회 LANS에서 최처담 컴퓨터 장비를 통해 사진 4장을 분석한 끝에 3번째 사진에서 UFO 주변으로 이미 검은 연기가 존재했으며, 이는 스모그가 심한 현장을 비행하던 중 물체가 흡수한 미립자로 구성된 대기 오염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마찬가지로 4번째 사진의 커다란 검은 고리는 3번째 사진의 검은 연기와 동일한 가능성이 높으며, 구성 역시 같은 미립자 물질로 이뤄졌다고 추정했다.
추가로, 이러한 검은 고리 연기에 대해 물체의 추진 시스템으로 인해 주변의 공기층이 이온화됐다는 가설 그리고 물체 주위로 고정된 일종의 정전기 효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가설이 등장했다.
한편 맥도널드는 사진 속 전신주의 높이를 9m로 측정했으며, 검은 고리는 상공 120m 고도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헤플린은 문제의 4번째 사진을 촬영할 당시 검은 고리가 고도 45m 정도에 위치했던 것 같다고 증언했으며, 바람을 타고 천천히 올라가며 북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헤플린의 사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과학자도 있었다.
윌리엄 하트만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구가 과거 한때 행성 크기의 테이아와 충돌하며 달과의 사이에서 23.5도의 기울기가 생성됐다는 이론을 주류 과학계에 처음으로 주지시킨 천문학자로, 60년대 당시엔 미 공군이 후원하던 UFO에 대한 공개 연구 프로젝트에 회원으로 참여하며 주로 UFO 사진들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하트만은 이러한 분석에서 두 가지 케이스를 제외하곤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으며, 헤플린의 사진 역시 사기라고 판단했다.
('하트만의 두 가지 케이스'는 추후 기회가 된다면 다루겠음)
하트만은 작은 모형에 줄을 매다는 클래식 사기 UFO 사진 촬영법을 통해 재연을 시도했고, 이후 보고서에 '헤플린의 사진은 물체가 정말 UFO임을 증빙하기에 결정적이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70년대에는 학자 및 각 분야 전문가를 필두로 약 500명 인원으로 구성된 GSW(Ground Saucer Watch) 단체의 수장 윌리엄 스폴딩이, 단체의 사진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사진 속 물체 상단에서 끈을 발견했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UFO가 실존하며 미국 정부가 그러한 사실을 대대적인 거짓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강경론 단체인 GSW의 주장이었기에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이렇듯 헤플린 사진에 대해 3년 동안 각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들이 매달렸음에도 명확하게 통일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러한 분석 모두 사진 원본이 아닌 사본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헤플린이 촬영에 사용한 3000 ASA 필름이 장착된 폴라로이드 101 모델의 경우, 네거티브 필름에 조작이 가해질 수 없기에 원본이 있다면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다.
허나..
실상은 각기 다른 필름 현상가에 의해 노출 정도가 다르게 사본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본 버전과 세대에 따라 구름의 형태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정도였다. 심지어, 사본의 사본이 이뤄지는 형국이었다.
이로 인해 최초 사본 버전을 입수했던 맥도널드마저 처음엔 4번째 사진만 구름의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헤플린의 증언(3번째 사진을 찍고서 1분 내외가 흐른 후 4번째 사진을 찍었다는)이 모순되기에 가짜 내지 사기극으로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60년대 당시의 최첨단 컴퓨터 분석을 통해, 사진상 초점이 고정되고 블룸 효과가 없으며 물체가 줄이나 실과 같은 것에 매달린 상태가 아님을 미루어 실지 물체가 상공을 이동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남는 의문과 아쉬움 하나.
어째서 원본이 아닌 사본으로만 분석이 이뤄졌던 것일까?
헤플린의 주장에 따르면 이렇다.
<산타 아나 레지스터>에 최초로 기사가 실린 1965년 9월 20일.
NORAD(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ce Comman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북아메리카 상공의 위험 요소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1958년 설립됨) 소속의 대령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온다.
남자는 더는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이틀 후 헤플린의 집을 방문할 것을 약속 잡는다.
약속 당일 저녁, 민간인 복장을 한두 남성이 헤플린의 집 앞으로 찾아온다.
그들 중 하나가 신분증으로 보이는 카드를 눈앞에 보여줬다. 신분증은 마치 엘 토로 해병대원들이 가지고 다니는 카드처럼 연어색과 녹색이 섞여 있었으며 사진은 부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헤플린은 신분증에 적힌 이름을 채 확인하지 못했고, 두 번째 남자가 한발 물러서서 가만히 서 있는 동안 신분증을 제시했던 남자가 이내 대화를 시작했다.
헤플린은 남자의 부탁에 따라 원본 3장을 흔쾌히 건네줬다. 자신 역시 정부 기관 산하에 종사하는 사람인 데다, 당연히 복사 후 돌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허나..
원본 3장은 그렇게 NORAD를 자칭한 남자들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헤플린은 NICAP와 지역구 하원의원에게 도움을 청해 NORAD로부터 다시 원본을 돌려받길 시도하나..
NORAD 사무실 어디에서도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NORAD의 두 남자' 역시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4번째 사진의 존재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온전히 헤플린의 수중에 남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NORAD의 두 남자'는 누구였을까?
NORAD 측의 발뺌?
유명 사진을 손에 넣고자 NORAD를 사칭한 사기꾼?
맨 인 블랙?
아니면, 헤플린의 자작극?
그렇게..
'헤플린의 UFO 사진' 사건에서 사진 속 UFO의 정체와 더불어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게 된 두 남자.
헌데..
1993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한 여성이 헤플린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한 것이다.
"헤플린 씨, 최근 우편함을 확인해 보셨나요?"
동시에 전화가 끊겼고..
헤플린은 의아해하며 우편함으로 향한다.
우편함은 비어 있었다.
그로부터 30분쯤 후..
다시 문제의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질문과 함께 헤플린이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는다.
"최근에 우편함을 확인해 보셨나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헤플린은 홀리듯 우편함으로 향했고, 그곳엔 20-30cm 직경의 마닐라 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봉투엔 우표, 보내는 곳, 수취인과 같은 사항이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봉투 안에선 3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나왔다.
28년 만의 귀환이었다.
각 사진 좌측 하부엔 파란색 잉크로 1에서 3까지 기입돼 있었다. 이는 헤플린이 사진을 촬영했을 당시 직접 기입했던 표식이었고, 따라서 사진은 미스터리하게 사라졌었던 원본임이 확실했다.
하나 특이한 게 있다면, 각 사진 뒷면마다 상단에 대문자로 'ORIGINAL'이라 표기돼 있었다는 점. 글자는 흰색 또는 아이보리색 계통의 유성 연필로 적혀 있었으며 모두 동일 필체였다.
유성 연필은 50-60년대에 주로 사용되던 경화 유색 왁스 필기구로 특히 항공기 관제 센터, 군 레이더 방어 시스템 스테이션, 항공모함과 같은 곳에서 레이더 요원 및 통신 요원 그리고 기술자들에 의해 애용됐다.
사진들은 또한 보관 상태가 양호했다.
헤플린이 보관해 오던 4번째 사진과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연한 갈색 얼룩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밝은 빛에 노출시켜 복사해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됐는데, 차이가 있다면 헤플린의 4번째 사진은 복사 횟수가 1번 이상이라 얼룩이 깊었으나 1-3번의 사진은 그 정도가 약했다는 점이겠다.
즉, 1965년 당시 1-3번째 사진을 가져갔던 이들은 1번의 복사를 한 뒤 28년 동안 신경 써서 보관하고는 느닷없이 원주인의 집 우편함에 직접 배송했다는(주소지를 어떻게 알았는지) 것을 유추할 수 있겠다.
그렇게..
헤플린은 해당 사실을 로버트 우드 박사에게 알린다.
물리학자였던 우드 박사는 1965년 당시 오렌지 카운티 출신의 NICAP 회원으로 현장 및 사진 분석을 이끌었던 사람이었다.
이어 우드 박사는 앤 드러펠에게 소식을 알렸다. 드러펠은 50-60년대 NICAP 회원으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UFO 사례 조사관이었으며, NICAP가 와해된 이후엔 그 뒤를 이어 비영리 민간 최대 UFO 조사기관 MUFON에서 활약하던 사람이다.
드러펠은 헤플린과 연락해 최첨단 컴퓨터 장비로 원본을 분석하자는 설득을 한다.
이에 처음 헤플린은 다소 망설였으나, 물리학자로 사건 초기부터 관계가 있었던 우드 박사 그리고 베테랑 UFO 연구자인 드러펠을 믿고서 원본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두 UFO 연구가는 캘리포니아 내의 명문대에서 과학 교수이자 컴퓨터 기술 분석 전문가로 UFO에 관심을 지니고 있었던 에릭 켈슨 박사와 팀을 구성해 조사에 돌입한다.
이렇듯..
3인으로 구성된 팀은 1994년까지의 1차 조사와 2000년에 재돌입한 2차 분석을 통해..
아주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해 낸다.
먼저, 3인은 1994년까지의 1차 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1. 미니어처를 끈에 달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한 결과, 사진에서 일체의 끈이나 여타 물체를 지지하는 메커니즘을 찾을 수 없었음.
2. 맥도널드 박사가 의구심을 표했던 4번째 사진의 다른 구름 모양의 경우, 1-4번째 사진의 구름 형태 및 흐림 정도 모두 유사하게 나타나 시간 차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
3. 2번째 사진 물체 하부에서 포착되는 이른바 빛의 쐐기는 실재했던 것으로 확인.
4. 디지털 대비 향상을 통해 그간 확실치 않았던 3번째 사진에서의 검은 미립자 물질 흔적을 확인. 물체의 바로 뒤쪽일수록 더욱 밀집된 모습을 보임.
5. 3번째 사진에서의 검은 미립자 물질이 4번째 검은 고리의 입자와 유사해 보임. 이는 물체에서 내뿜은 물질이 고리를 형성했음을 유추할 수도 있는 증거.
6. 사건 당시 헤플린의 추정과 비슷하게 물체는 직경이 약 6m, 상공 30m 이상이었을 것으로 분석.
7. 1번째 사진에서 물체 주변으로 독특한 블러링 효과를 감지했는데 이는 물체의 움직임, 카메라 초점, 가우시안 효과로 말미암은 게 아니라고 판단.
이어, 2000년에 이뤄진 2차 분석에서는 추가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1. 헤플린이 했던 목격 진술과 사진 분석상의 사안들은 서로 일치함.
2. 사진상 물체는 상공을 비행했으며 단단한 재질의 특징을 묘사함.
3. 4번째 사진의 검은 고리 연기는 다른 1-3번째 사진과의 연속성 및 연결성을 나타냄.
4. 1-3번째 원본 사진을 가져갔던 신원미상의 이들은 28년 동안 양호하게 관리해 왔으며, 이후 헤플린에게 반환한 이유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음.
그렇게..
1965년서부터 21세기 초까지 이어진 유례가 없는 UFO 사진 분석.
이러한 분석 결과 헤플린의 사진은 실지 상공 상에서 이동 중인 비행체를 1-3번째 사진은 약 20초 정도에 걸쳐, 그리고 4번째 사진은 그로부터 약 1분 내외의 이동 끝에 촬영이 이뤄졌음이 유력시됐다.
더불어 비행체가 남긴 검은 연기 고리에 대해 UFO 옹호론자 측에선 외계 우주선의 추진체로 인한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현대적 컴퓨터 분석을 실시했던 3인의 경우엔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1번째 사진에서 비행체 주변으로 흐릿함이 포착됐다. 이러한 블러링 효과는 사진 초점이나 가우스 효과로 인한 게 아니다. 이는 외계의 우주선이 이온 추진체를 사용하면서 주변 공기가 이온화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온 추진체란, 우리가 다음 세대 추진 장치로 도전하고 발전시켜 가는 엔진 방식이다.
기존의 화학 연료가 아닌 전자 추진시스템을 통해 전기적으로 전하를 띤 상태의 양이온으로부터 추진력을 구하는 방식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우주선이나 영화 <마션> 속 왕복선이 사용하는 추진체가 바로 이것이다.
이렇듯 전기유체역학 EHD를 사용한 새로운 항공기 추진체는 연소 없이 전기에너지만으로 양력 및 추력을 발생시키므로, 액체 연료가 필요 없어 엄청난 무게 부하를 배제하는 이점을 갖는다.
이처럼 이미 1911년 처음 아이디어가 창안된 이래 50년도 더 전부턴 항공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던 이온 추진체는, 동시에 갖가지 SF적 공상을 자극하며 '빛보다 빠르고 연료가 필요 없는 우주선'이라는 식의 컨셉으로 대중에 알려지기도 해왔다.
허나, 실상은 2018년에서야 MIT 측이 직경 5m에 무게 2.5kg의 소형항공기를 10초간 60m 비행시킨 게 최초의 성공작에 불과하다.
물론, 공기의 저항과 중력에서 자유로운 우주 공간에선 이미 미국 나사가 60년대부터 관측&탐사선에 이용해 왔으며 지금도 전 세계의 우주항공 선진국들이 우주 공간용으로 발전을 거듭해 가며 애용하고 있는 추진체이다.
'헤플린 UFO 사진' 미스터리에 대해 결말부를 작성할 순간이다.
본 글을 여기까지 읽은 고마운 여러분을 위해, 각자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춰 3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 봤다.
첫째로, 클래식 UFO/외계인 음모론 취향의 시나리오
"1965년 사건 당시 오렌지 카운티 상공에선 발전된 외계의 이온 추진체 탐사선이 지구를 관측하고 있었다.
원반형의 외계 탐사선은 우연히(또는 목적에 따라) 생물 신호가 있는 다른 행성체(지구)를 발견해 여러 데이터와 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스캔해 가며 탐구 중이었고, 다른 지역 또는 우주 공간으로의 비행 혹은 차원 이동을 위해 본격적으로 이온 추진체를 가동하며 현장에서 사라졌고, 그 흔적으로 기묘한 검은 고리를 남겼다.
참고로, 이온 추진체는 엔진에서 이온이 발생하면서 청광색 빛을 내뿜는다.
이는, 헤플린이 비행체의 하부에서 녹백색 광선을 목격했다는 진술과 부합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을 헤플린이 포착했고, 미국의 對 외계인 기밀기관에서는 언제나처럼 은폐를 위해 타 기관을 팔아 원본 사진을 손에 넣고서 사건의 무마를 꾀한다.
하지만 이미 언론과 헤플린의 수중엔 원본의 사본이 존재했고, 이러한 사본은 UFO 붐을 타고서 전 세계로 전파된다."
다음으론, 정부 기관이 개입된 빅브라더 스타일의 음모론 시나리오
"이온 추진체를 이용한 이른바 이온 추진 항공기는 실로 오래전부터 이론적으로 논의되던 시스템으로, 이미 1960년대엔 직접적인 실험 및 도입이 피크에 달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 나사는 1964년 6월 20일 세계 최초의 이온 엔진 우주선 SERT-1을 우주 공간에서 시험 비행 성공시킨다.
이렇듯, 미국과 더불어 세계 2강이었던 소련은 1960년대 초부터 공공연히 이온 엔진 개발을 꾀하고 있었다. 소련은 이온 엔진의 한 형태인 홀 효과 추력기에, 그리고 미국은 그리드 이온 추진기에 집중한다.
이에 소련은 1980년대부터 200이 넘는 홀 추진기 위성을 궤도에 비행시켰고, 미국은 SERT-1에 이어 1970년대까지(이후엔 보다 발달된 형태의 이온 추진기를 개발) 연이은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다면, 사건 당시 엘 토로 해병대 비행장 또는 그 근방에서 현장인 오렌지 카운티 내의 한적한 국도로 풍선 재질의 가벼운 물체를 통해 이온 추진체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면?
비록 이온 추진체는 화학적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나, 기타 부착된 전자 장치 및 전력 시스템 등지에서 불안정한 작동 또는 과열로 인해 불이 붙어 전체에 연소가 시작됐다면?
아니면, 이온 추진체와 액체 연료와 같이 하이브리드 방식의 도전적인 시도를 테스트 중에 부수적 장치의 오작동으로 연소가 시작됐다면?
그렇게 그러한 연소가 비행체의 특정한 원반형 형태 및 기류와 만나 고리 형태의 검은 연기가 응축된 것이라면?
그리고 하필 그 순간을 헤플린에게 포착되면서 기밀 유출의 위험에 놓이게 된 정부 또는 군 기관(혹은 엘 토로 해병대나 NORAD) 측에서 원본을 압수한 것이라면? (헤플린은 집을 방문한 남자가 NORAD 소속이라며 신분증을 제시하고는 원본을 가져갔다는 대목에서, 문제의 신분증이 마치 엘 토로 해병대의 신분증 같았다고 진술)
이후 미국의 정보자유법(25년이 지난 기밀 문서는 그로부터 5년 안에 검토를 마치고서 기밀을 해제)에 따라 헤플린이 28년 후 원본을 되돌려받은 것이라면?
그러한 과정에서 뒤늦게 언론과 일반으로부터 발생할 비난과 성토의 목소리를 배제하고자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끝내 신상을 밝히지 않고서 직접 헤플린의 우편함에 발송한 것이라면? (그러한 행위 선제 조건은 헤플린의 신상과 주소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회의론자들을 위한 극사실주의 시나리오
"1960년대는 냉전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미국은 관측과 군사정보를 위한 기상관측기구를 활발하게 운용했고, 항공기의 안전을 위한 기상 요소 관측 목적으로도 타 기관에서 기상관측기구가 애용됐다.
이러한 기상관측기구는 센서와 송신을 위한 통신 장비 그리고 GPS 장치처럼 불연소 장비들의 탑재가 기본이다. 허나, 내부 요인(뜻밖에 기타 전자 장비나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및 외부 요인(특정 고도에서 연기나 오염 물질과 접촉 또는 전신주의 전선과 같이 연소를 야기하는 물질과 접촉)으로 인해 연소 및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검은 고리 형태의 연기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드물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이 밖에도 사건 현장 근방의 엘 토로 해병대 비행장(1940-1960년대에 항공 인프라의 확장과 함께 대표적인 서해안 전투기 편대 기지로 이용되던)이나 혹은 다른 민간 기관이나 불특정 개인이 풍선 기구(리모트 컨트롤 시스템 또는 전자 장비가 탑재된)를 날리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연소가 일어날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이렇듯 당시 애용되던 풍선을 이용한 기구는 주로 폴리에틸렌 내부에 헬륨 또는 수소를 채웠기에, 내부 요인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연소 또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시 가연성으로 인해, 원형의 모양과 더불어 특정한 기류를 만나 서서히 연기가 배출된 끝에 일순 폭발로 연기가 검은 고리 형태로 응축, 이후 기상 조건과 풍속 및 풍향에 따라 서서히 움직이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여하튼 지건, '헤플린 UFO 사진' 속 비행체의 정체를 추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은 바로 4번째 사진의 '검은 고리 형태의 연기'이다.
이 검은 고리 형태의 연기야말로, 사건 당시 현장을 비행하던 물체가 외계의 우주선이 아닌 지구상의 화학연료로 인한(혹은 지구상의 화학반응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는 방증이니까.
이처럼 수 분간 상공에 남아 바람을 타는 '검은 고리'는, 화학연료 또는 화학반응이 일반에 널리 이용되던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보고되던 현상이다.
말인즉슨!
문제의 비행체를 날린 사람(또는 단체)이 누구이든, 그건 지구상에서 벌어진 인간의 행위였다는 것!
그렇다면 남은 미스터리 하나!
NORAD 소속이라 밝히고서는 원본 사진 3장을 가져간 두 남자의 정체는?
어쩌면, 당시 직간접적으로 군사 관련 테스트를 시행하던 도중 헤플린에게 포착됐거나 혹은 자신들의 반경(엘 토로 해병대 비행장)에서 발생한 미상의 비행체 사건에 대해 온전한 핸들링과 액세스를 원했던 군 또는 정부 기관 측에서 언제나처럼 매뉴얼에 따라 직접적인 자료를 회수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의 군 또는 정부 기관은 관련된 사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51구역의 존재)
그 후 정보자유법에 따라 25년이 흘러 5년 사이에 기밀 해제 여부 검토가 이뤄졌고, 마침내 사진이 28년 만에 원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던 것일 수도 있겠다. (이미 헤플린의 UFO 사진은 세간의 뜨거운 감자였으므로, 괜한 문젯거리를 만들지 말고자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전달했을 수 있음)
혹은, 군 또는 정부 기관 소속을 사칭한 사기꾼들의 행위였을 수도 있다.
예로부터 미국에서 UFO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에겐, 그처럼 사칭꾼들이 접근해 단순히 골려주거나 자료를 사취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어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년의 헤플린에게 강탈품을 돌려주자는 가책에 흔들려선 주소지를 알아내고는 그같은 짓을 벌였던 것일 수도 있다. 90년대 당시엔 풀네임과 대략적인 거주지역만 안다면 정확한 주소지와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게 비교적 손쉬웠으니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헤플린의 자작극이 아니었을까?
처음 직장 동료와 가족 친지들에게 자랑하듯 사진을 보여줬던 게, 지역 신문에 이어 전국에 전파되며 하루가 멀다하고 UFO 조사관이나 기자 그리고 군 관련자들이 찾아왔으니 얼마나 곤혹스럽고 번거로웠을까.
그리하여 묘수를 낸 것이, '정체불명의 사람이 사진을 가져갔다고 공표' 아니었을까?
사실, 원본을 가져간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신분증도 봤다면서 이름조차 모른다는 사실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럼, 어찌하여 1993년에 돌연 '원본 사진의 귀환' 스토리를 공표할 이유가 있었을까?
당시 노년의 헤플린에겐 하나 커다란 현실적 문제가 직면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캘리포니아의 일부 지역 재정적 파산으로 인해 그간 받던 연금 및 기타 자금이 일시적으로 지급 중단됐다는 것이다.
하필 이 무렵 그는 건강의 쇠약으로 인해 골수에 대한 값비싼 실험 치료가 필요했다. 그가 원본 사진을 통해 급작스러운 재정적 문제를 해결한 것인지 아니면 무상으로 건네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헤플린은 그로부터 12년 후인 2005년에 세상을 떠난다."
지난 반세기 넘도록 UFO 연구가들에 의해 시대별 최첨단 분석 기법을 통해 정면으로 도전을 받은 '헤플린 UFO 사진'.
허나, 끝내 미스터리의 완전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와 같이 지근거리에서 선명하게 촬영된 UFO 사진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일은 유례가 없기에, UFO 연구가들 사이에선 '역대 최고의 UFO 사진'이라는 칭호가 부여된 사진이다.
과연..
1965년 8월 3일 화요일 그날 그곳에선 무엇이 상공을 비행 중이었던 것일까?
아마도..
위 3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3가지 시나리오의 부분집합들에 해당하지는 않을까?
어쩌면..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일까?
하나 확실한 건,
훗날 보다 발전된 분석 기법을 통해 진실이 명백히 드러나더라도..
당신은 자신의 성향과 신념에 따라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진실로 치부하리란 것이다.
참조
<Journal of Scientific Exploration/Reanalysis of the 1965 Heflin UFO Photos> Ann Druffel & Robert Wood & Eric Kelson
<MUFON/Heflin's 1965 photos finally validated> Ann Druffel
<NICAP/Goodbye, Rex Heflin> Ann Druffel
<Orange County Register/OC's Moment in UFO History> Dom Arment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