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예언가 바바 반가는 예언을 한 적이 없다

현생 인류의 출현 이래 가장 큰 관심사와 컨텐츠는 단연코 '예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말이죠.

여기, 노스트라다무스와 함께 역사에 이름이 새겨진 예언가가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 바바 반가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면, 바바 반가는 21세기 이후 가장 많은 인용과 유명세를 자랑합니다.

그녀의 적중 예언만 해도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로 널리 알려진 바바 반가. 본명은 Vangeliya Pandeva Gushterova (Baba Vanga)

"자신의 사망일"
"제2차 세계 대전"
"불가리아 2대 차르 보리스 3세의 사망일"
"스탈린의 사망일"
"1985년 불가리아 북부 지역 지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 호 침몰"
"911 테러"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당선"

그녀가 생전 남긴 예언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녀는 무려 5079년까지의 예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21세기 이래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서부터 사람들의 입방아에까지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예언가 바바 반가.

과연,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신화는 정당한 것일까요?

그간 이상한 옴니버스에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언가들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상당수 다뤄왔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 에드거 케이시, 라스푸틴, 존 티토..

최근엔 <내가 본 미래>의 타츠키 료와 독일의 예언가 알로이스 이를마이어에 대해서 다뤘었죠. 또, 가장 최근엔 과거 다뤘었던 울프 메싱 신화의 허구성에 대해 새로이 확장&리마스터판으로 소개한 바가 있고요.

오늘 소개할 '맹인 예언가 바바 반가의 허구성' 역시 과거 짤막하게 다뤘었던 주제로, 새로이 확장&리마스터판으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하나 고심은,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여러분께 소개하느냐입니다.

그동안 굵직한 주제에 대해선 읽는 데에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분량으로 작성해 왔었고, '미국 정부가 UFO/외계인 정보를 은폐했다고 주장한 내부 폭로자의 허구성'의 경우 2시간 이상 분량으로 작성했었죠.

바바 반가 역시 최소 1시간 이상 분량으로 다뤄져야 하나..

진입장벽 없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도록 욕심을 버리고서 최대한 간결하게 구성하고자 합니다.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바바 반가.

매년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선 마치 신년운세처럼 그녀가 적중한 예언과 더불어 금년도 예언을 소개하곤 합니다.

그녀가 남겼다는 예언 목록은 이미 전 세계 인터넷상에서 끊임없이 전파되고 있죠.

국내에서도 다음과 같이 위키피디아에 따로 색인 작업이 됐을 정도랍니다.

21세기
2025년 - 유럽이 조금씩 재건된다.
2028년 -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기아가 점차 극복된다, 금성으로 유인우주선이 발사된다.
2033년 -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2043년 - 세계의 경제는 번성한다, 유럽에서 무슬림이 지배한다.
2046년 - 모든 신경 조직을 제조할 수 있으며 신경 조직 교체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2066년 - 무슬림이 지배 중인 로마에 미국이 인공기후 신무기 공격을 가한다.
2076년 - 계급 없는 평등한 사회가 된다.
2084년 - 자연이 복원된다.
2088년 - 수 초 만에 노화가 진행되는 새로운 질병이 생긴다
2097년 - 급속한 고령화를 막아낸다.
2100년 - 인공 태양으로 밤에도 비출 수 있게 된다.

22세기
2111년 - 인간은 로봇화되어 간다.
2123년 - 작은 국가들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개입하지 않는다.
2125년 - 헝가리에서 우주로부터 온 신호를 수신하게 된다.
2130년 - 해저도시 건설이 가능해진다.
2164년 - 동물들이 반 인간화한다.
2167년 - 새로운 종교가 탄생한다.
2170년 - 가뭄이 심각해진다.
2183년 - 화성 식민지에서 핵무기를 얻게 되고 지구로부터 독립을 요구한다.
2187년 - 2개의 화산이 대규모 분화를 멈춘다.
2195년 - 해저도시 개발이 다 되어 풍부한 자원과 식량을 얻는다.
2196년 - 아시아인과 유럽인이 완전히 혼합된다.

23세기
2201년 - 태양의 핵융합 프로세스가 둔화되어 온도가 떨어진다.
2221년 - 외계생명체에 대한 탐사 중에 인류는 끔찍한 것들과 접촉한다.
2256년 - 잊어버린 우주선이 지구에 새로운 끔찍한 질병을 옮긴다.
2262년 - 행성은 점차적으로 궤도가 변경된다, 화성이 혜성으로부터 충돌의 위협을 받는다.
2271년 - 재시작 기존의 물리학적 상수가 바뀐다.
2273년 - 백인과 흑인이 혼합된 새로운 황인종이 생긴다.
2279년 - 무엇도 아닌 것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2288년 -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외계생명체와 교제한다.
2291년 - 태양이 식어간다, 다시 빛을 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2296년 - 태양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중량이 변화하고 오래된 우주정거장과 위성이 떨어진다.
2299년 - 프랑스에서 이슬람에 대한 게릴라가 발생한다.

24세기
2302년 - 우주에 대한 새롭고 중요한 법칙과 비밀이 밝혀진다.
2304년 - 달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2341년 - 끔찍한 것이 지구에 접근한다.
2354년 - 인공 태양 중 하나에 사고가 발생하여 가뭄으로 영향을 미친다.
2371년 - 대기근이 발생한다.
2378년 -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인종이 탄생한다.

25세기
2480년 - 2개의 인공 태양이 서로 충돌한다.

제4천년기
3005년 - 화성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전쟁의 영향으로 궤도를 벗어난다.
3010년 - 혜성이 달에 충돌한다, 돌과 먼지가 지구 주위를 반지처럼 감싸며 생성된다.
3797년 - 이때까지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죽게 되나, 인류는 새로운 별에서 삶을 살아갈 시스템을 갖추었다.
3803년 - 새로운 행성에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인간 간의 접촉은 줄어들며 새로운 행성의 기후는 인간에게 돌연 변화를 유도한다.
3805년 - 자원을 두고 인간 간의 전쟁이 일어나며 인간의 절반이 죽는다.
3815년 - 전쟁이 끝난다.
3854년 - 문명 기술 발전이 거의 멈추며 인간은 짐승처럼 무리를 지으며 살아간다.
3871년 - 새로운 선지자가 종교와 도덕적 가치에 대해 전도한다.
3874년 - 새로운 선지자는 모든 인류의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종교를 조직한다.

제5천년기
4302년 - 새로운 도시들이 세계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종교는 새로운 기술과 과학 발전을 장려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과학자들은 질환이 생명체에 미치는 모든 과정을 밝혀낸다.
4304년 - 어떤 질환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4308년 - 돌연변이로 사람들이 뇌 34% 이상을 사용하고 완전히 악의와 증오의 개념을 상실한다.
4509년 - 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인간은 마침내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다.
4599년 - 인간은 불멸에 도달하게 된다.
4674년 - 문명의 발전은 초절정에 이른다, 다른 행성에 사는 인류의 수는 3400억 명이다, 외계인들과 동화되어 간다.

제6천년기
5076년 - 우주 경계의 끝자락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5078년 - 우주 경계의 끝자락으로 탐사를 떠나지만 인구의 40%가 반대한다.
5079년 - 우주는 멸망한다.

어떤가요?

굉장히 흥미롭죠?

바바 반가의 신화 속 이면을 들춰보는 것은 아마 더 흥미로울 거랍니다.

지금부터, 국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들의 이면을 소개했던 이상한 옴니버스가 언제나처럼 해당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접한 적 없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겠습니다.

바바 반가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그녀가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라는 것과 다수의 예언 목록만이 전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그녀의 연혁을 먼저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바바 반가는 1911년 10월 3일, 마케도니아 공화국 남동부 도시인 스트루미차에서 태어났습니다.

조산아로 태어나면서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지기도 했던 그녀는, 12살 무렵엔 토네이도에 휘말려 공중에서 지면으로 내던져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서 눈 부위에 다량의 모래와 먼지가 침범하며 부상이 발생했는데, 수술할 돈이 없어 점차적으로 시력이 상실되고 맙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시각 장애인 학교에서 3년간을 보내며 점자 읽기나 기본적인 집안일들을 익혀야 했습니다.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부모와 계모를 모두 잃은 그녀는 31살 무렵 결혼하면서 근방인 불가리아 벨라시카 산맥의 루피테라는 작은 산악 마을로 이주하지만, 51살 무렵엔 남편이 지병과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면서 혼자가 됩니다.

바바 반가와 그녀의 남편 (Фондация Ванга)

이후 그녀는 약초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비주의자이자 치료사로 동유럽 전역에 유명세를 떨쳤다고 전해집니다.

수많은 신자들의 순례가 잇따랐으며, 심지어 불가리아의 2대 차르(황제) 보리스 3세가 직접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정도이며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자문을 구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렇게..

남은 여생을 루피테에서 보내던 그녀는 85세인 1996년 8월 11일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된 시점은, 바로 2008년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그녀가 남긴 수많은 예언들이 인터넷상에 공개되면서였죠.

그렇게 2008년을 기점으로 그녀의 예언들이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서도 다뤄지면서 오늘날까지도 바바 반가 신화가 구축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말 미래를 볼 수 있었던 진짜 예언가였을까요?

본디 진실의 추적 과정과 사이드 스토리들을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게 이상한 옴니버스의 묘미이지만..

약속대로 최대한 간결함을 위해 직관적이고 제한적으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전 세계 인터넷상을 중심으로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서도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 바바 반가'의 신화 구축에 여념이 없자, 불가리아의 일간지 기자 토니 마스크르치카가 직접 그녀가 생전 살았던 곳으로 취재를 나섭니다.

여기서 토니는 바바 반가의 오랜 지기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커다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고, 그녀는 그렇게 수천 명을 도왔어요. 언젠가는 제가 저희 집 식량 배급표를 잃어버리고서 상심하자 그녀가 서랍 뒤를 제대로 찾아보라고 했죠. 그리고 정말로 배급표가 그곳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세상의 종말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은 없답니다. 누구 그런 걸 직접 들은 사람이 있다면 말해보라고 하세요. 그녀가 세상에 없어 직접 나서서 변호할 수도 없으니 그녀의 이름으로 온갖 헛소리들을 하는 거죠. 우리 모두는 그녀가 세상의 종말이 오니 대비하라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바바 반가의 50년 지기로 매일 아침마다 함께 커피 타임을 가졌다는 보이카 코스타디노바

"저는 1969년 12월 25일에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어요. 다음날 그녀가 상담해 주면서 제 병에 맞는 처방(호박씨 달인 물)을 내려줬죠. 당시 저는 한 차례 유산을 겪고서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제게 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줬고, 이후 딸이 태어나면서 그녀에게 딸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죠.

911 테러, 쿠르스크 호 침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예언은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죽은 지 한참 후에나 등장한 이야기이고, 누구도 그녀 생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을 테니까요."

바바 반가와 정기적으로 왕래했다던 엘리 고레바

이 밖에도 인터뷰에 응한 바바 반가의 생전 지인들은 세간에 퍼진 예언들에 대해 분개하며 입을 모았습니다.

"그녀는 전쟁 예언 같은 것을 한 적이 없어요. 누군가가 지어내면 또 다른 사람이 반복해서 지어내면서 사람들을 겁주는 거죠. 그녀의 이름을 이용하는 거예요.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신뢰하니까 악용하는 겁니다."

1969년 당시 지인들과 함께 (Фондация Ванга)
1970년 당시 수도원에서 (Фондация Ванга)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의식을 행하는 바바 반가 (Фондация Ванга)
아이에게 세례 의식을 행하는 바바 반가 (Фондация Ванга)

바바 반가들의 지인이자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그녀는 생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존경받는 도덕주의자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매일같이 주민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기독교 교리에 바탕을 둔 진심 어린 조언과 예견&예지력(훗날 추종자들이 천리안 능력이라 추대하는)을 설파했으며, 해박한 약초학 지식을 통해 병에 적합한 약을 달여주곤 했답니다.

그녀가 기독교의 근본 교리인 이웃 사랑으로(+박학한 약초학과 시골 마을 노인 특유의 예견&예지력) 명성을 쌓아가며 유명세를 떨치자 방문객들의 행렬이 늘어섰고, 이러한 방문객들의 자선금으로 그녀의 지역에 교회가 세워지기도 할 정도.

말인즉슨, 그녀는 20세기의 척박한 시골 지역에서 나름의 신념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왔던 현명한 노파&선지자&종교인의 아이콘이었던 셈입니다.

최대한 간략한 분량을 약속했었으나, 생전 그녀의 지기였던 사람의 증언 하나만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증언은, 바바 반가의 말년에 그녀의 추종자들에 의해 설립됐던 재단에서 남긴 기록 중 가장 '신성한 간증(?)'입니다.

증언자는 어린 시절부터 바바 반가와 왕래하며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했던 가까운 지기 오그냔 스토야노프입니다.

(분량상 전체 증언이 아닌 요약식으로 소개하겠음)

재단 설립 당시 구성원들과 함께 (Фондация Ванга)
좌측이 오그냔 스토야노프 (Фондация Ванга)

"그녀는 사람들의 신성의 불꽃을 지키는 사람이자 하나님의 빛의 전달자였습니다. 성녀이신 그녀는 평생을 자신을 위해선 하느님께 아무것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밖에서 곤충을 잡다가 그녀의 집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그녀는 제게 미소 지으며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렴. 딱정벌레가 먹어버렸잖니. 딱정벌레가 바지도 갉아 먹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깜짝 놀라 주머니에 손을 넣어 까맣게 잊고 있던 딱정벌레를 꺼냈습니다. 딱정벌레는 제가 마음에 들어 주머니에 넣어뒀던 성냥개비를 갉아 먹은 후였습니다.

그녀는 불가리아가 EU와 NATO에 모두 가입할 것이라고도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EU 가입 이후 많은 이들이 빈곤에 머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부모님과 제가 루마니아로 일자리를 구하러 갈 때 그녀는 말했습니다. '처음은 땅에서 도망치고 다음은 총을 든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게 될 거야. 두려워하지 마렴. 다치지 않을 거니까.'

1986년 언젠가에 루마니아에서 꽤 큰 지진이 있었지만 저희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루마니아에서 민병대가 소총을 들고서 거리를 누비는 가운데 저희는 도망쳤었죠.

그녀는 한 번 더 도망쳐야 할 일이 생길 거라고 했습니다. 잠시간 전쟁이 일어나면서 그들이 차우셰스쿠를 죽일 것이라 했죠. 그렇게 지진으로부터 3년 후인 1989년에 루마니아에서 독재자였던 차우셰스쿠가 그의 아내와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1991년엔 소련 존속에 대한 국민투표(주: 소련의 공화국들에서 열린 투표)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소련이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투표 결과 80% 가까운 찬성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그녀가 틀렸다고 말했고, 그녀는 하느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며 진실은 하나라면서 소련이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소련은 사라졌습니다.

언젠가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영화를 보고서 그녀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이 우주와 다른 행성에 도시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요. 그녀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게 될 것이고 화성과 달에서도 사람들이 거주하며 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떤가요?

우리 인식 속의 노스트라다무스나 맹인 예언가 바바 반가와 같은 대 예언가가 떠오르나요?

아니면, 그 옛날 시골 지역에서 사람들의 존경심을 받으며 현상과 시류에 대해 나름의 식견으로 설파(?)를 하곤 하는 노파가 떠오르나요.

여담으로, 위 증언 속 바바 반가의 예견은 모두 당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예견하던 크나큰 줄기의 시류이기도 했답니다.

1990년 무렵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은 시들어갔으며, 동유럽 여러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한 데다, 소련의 경제 위기와 더불어 공화국들의 자치권 요구가 거세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소련의 붕괴는 예지와 예견의 범위를 넘어서서 특정 국가들에게 있어선 하나의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불가리아는 소련의 위성국으로, 냉전 시대 당시엔 소련을 탐탁지 않아 하는 불가리아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차우셰스쿠에 대한 인식 역시 유사하겠습니다.

또한, 1969년 미국의 최초 유인 달 탐사 이후 사람들이 우주 생활을 꿈꾸는 공상력은 전에 없이 방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중 사이에서 21세기에는 당연히 주변 행성들을 자유롭게 거닐며 파견직 업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라 여길 정도였죠.

마지막으로, 바바 반가가 불가리아가 EU와 NATO에 모두 가입할 것이며, EU 가입 이후 많은 이들이 빈곤에 머물 것이라 한 대목을 짚어보겠습니다.

불가리아는 2004년에 NATO에 가입했으며 2007년에는 EU에 가입했습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공산권 국가들이 아직 강대함을 자랑하던 시기인지라, 공산주의 체제하의 불가리아 국민들은 서방 세계의 유물인 NATO와 EU의 가입에 대해 별반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허나 1989년 불가리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서방 세계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도로 높아졌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서방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NATO와 EU 가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더불어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바 반가의 코멘트는 이런 시기에 등장하기에 적합한 예견이었습니다.

결국엔 불가리아가 NATO와 EU에 가입하겠으나, 당장 심각한 경제 문제와 국민들의 생계가 기대처럼 회복하기는 회의적일 것이라는 사견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바바 반가의 사후인 1990년대 후반부터는 불가리아 국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됐고, NATO와 EU 가입 이후 불가리아는 안보 안정성 증대 및 EU 회원국들과의 무역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유럽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가입 이전과 비교해 실질 임금과 생활 수준이 개선됐고요.

이와 같이..

정식 '정사'로 기록된 바바 반가의 가장 인상 깊은 예언력(?)의 실상은 이러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세간에 떠도는 바바 반가의 수많은 예언 목록은 무엇일까요?

분량상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바바 반가의 이름을 빌린 '연도별 예언'은 2008년 초 러시아의 한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래 인터넷상에서 확산되기 시작.

이후 동유럽권에서 크게 화제가 되면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일간지 <Komsomolskaya Pravda(주: 한 때 미국의 '위클리 월드 뉴스'에 비견되던 타블로이드판 가십지로, 이곳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신화로 '울프 메싱 이야기'가 있음)>에 실리기에 이름.

이어 미국 언론 및 미디어들에서도 전파되면서 곧 전 세계 인터넷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

그렇습니다.

지난 15년 넘도록 인터넷과 전 세계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서 단골 소재로 우려먹던 대표적인 예언가 컨텐츠 '불가리아의 맹인 예언가 바바 반가'가, 실은 누군가가 게시했던 엉터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의문.

처음 예언 목록을 만들어 인터넷에 게시했던 사람의 정체는?

앞서 바바 반가의 주변인을 취재했다던 불가리아의 일간지 기자 토니 마스크르치카는, 유력한 범인으로 바바 반가의 사촌이었던 사람을 지목합니다.

자, 검증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앞서 2025년부터 5079년까지의 바바 반가 예언 목록을 소개했었죠.

헌데, 처음 2008년 러시아 웹사이트에 예언 목록이 올라갈 무렵엔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예언이 추가로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검증과 이해를 위해 일부러 제외하고서 소개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바 반가의 사촌으로 의심되는 자가 올렸다던 예언 목록 중, 위키피디아에 정리된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예언을 살펴보도록 하죠.

2008년 - 4개 국가의 지도자가 암살을 시도하고 제3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다.
2010년 -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2011년 -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핵 낙진이 북반구를 덮쳐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게 된다. 이슬람이 화학 무기에서 살아남은 유럽인들과 전쟁을 벌인다.
2014년 -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부 질환을 앓게 된다.
2016년 - 유럽은 황무지가 된다.
2019년 - 대지진이 일어나며 쓰나미가 일부 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유럽에는 경제 붕괴 사태, 러시아에서는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며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을 것이고, 미국 대통령의 시력이 손상되며 그의 가족이 교통사고로 다칠 것이다.
2021년 - 인류는 암을 정복한다.
2021년 -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이 암살된다.
2023년 - 지구의 궤도에 조금 변화가 생긴다.

어떤가요?

유의미한 예언으로 보이나요?

여기서 잠시, 당시 러시아 웹사이트에 처음 올라왔다던 바바 반가의 예언 목록과 함께 언급됐던 적중 예언 목록을 다시 언급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사망일"
"제2차 세계 대전"
"불가리아 2대 차르 보리스 3세의 사망일"
"스탈린의 사망일"
"1985년 불가리아 북부 지역 지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 호 침몰"
"911 테러"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인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당선"

보다시피, 모두 최초 게시가 있기 이전의 사건들이죠.

말인즉슨, 게시 이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바바 반가가 예언했었다며 작성한 것입니다.

딱 하나,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자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당선"만 예외적입니다.

이 예언(?)처럼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미국의 2008년 대선은 11월에 있었으니 결론적으로 2008년 초에 예언 목록을 올릴 당시 유일하게 적중한 예언(?)입니다.

2008년 3월 무렵부터 오바마가 경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으로부터 승기를 굳혀가며 8부 능선을 넘길 시기였으므로, 다분히 오바마를 타겟으로 한 예언(?)이었던 셈이죠.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의 바바 반가 (Фондация Ванга)
바바 반가 장례식 운구 행렬 (Фондация Ванга)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컨텐츠가 회광반조에 들어섰던 시기인 1990년대-2000년대.

이 무렵 해당 컨텐츠 선진국인 미국, 일본, 러시아에선 실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이야기들이 전 세계로 전파됐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 러시아발 컨텐츠 중 가장 성공한 컨텐츠이자 대표적인 이슈가 '울프 메싱 신화'와 '바바 반가 신화'였답니다.

둘 모두 영어권 외의 국가에서 탄생한지라 더더욱 인터넷 사용자들의 검증 과정이 부실했고, 그렇게 20년간 확대 재생산된 채로 우리에게 이야기가 전파되는 실정이죠.

이처럼, 매번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바바 반가가 예언했던 일이다'라는 식으로 새로이 예언 목록이 추가되곤 한답니다.

20세기까지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 컨텐츠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21세기엔 바바 반가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거죠.

실지로..

최근엔 언론 및 미디어 등지에서 바바 반가가 코로나나 도널드 트럼프 암살 시도를 예언했었다며 재생산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미스터리 컨텐츠 생태계는 행여 위세가 꺾일지언정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전히 대중에게 인스턴트식으로 소비될 것입니다.

'진실'은 본디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때로는 '많은 사람이 믿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며..

'많은 사람이 믿는 이야기'가 '거짓이 없는 사실'보다 더 쉽고 재미있으니까.

참조

<24 Часа/Баба Ванга не е предсказвала края на света> Тони Маскръчка
<Фондация Ванг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