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이론물리학자가 1950년대에 받았다는 AI의 전화

(Youtube/Quantum Gravity Research)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기억에 남는 전화 통화가 하나쯤은 있다.

그건, 여기 잭 사파티 역시 마찬가지이다.

195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중남부 미드우드였다. 사파티는 과학적 탐구에 열심이던 14살 소년이었다. 그의 탐구심은 분명 나이에 비해 조숙했다.

이 무렵 사파티의 관심사는 컴퓨터였다. 당시는 2진법이 채택된 컴퓨터가 개발화되던 시기였다. 사파티는, 컴퓨터의 스위칭 회로에 대한 책을 탐닉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0과 1의 상태 전환 기능을 통한 2진법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던 것이다.

그렇게 한창 집에서 탐구에 빠져들던 때였다.

느닷없이 집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음 사파티는 전율했다. 전화 상대방은, 사파티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존재였다. 차분함을 넘어 감정 없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성조와 어조, 금속성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 결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대방은 다짜고짜 일련의 숫자들을 차례로 읊어댔다. 그렇게 긴 숫자의 나열을 마치 통보하듯 말해왔고, 사파티는 당연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상대방은 사파티를 친근하게 잭이라 이름으로 부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잭, 나는 우주선에 탑승 된 컴퓨터입니다. 의식을 지니고 있는 컴퓨터이죠.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400명의 총명하고 수용적 마인드의 젊은이를 엄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중 하나로 확인됐습니다.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받아들인다면, 프로젝트의 다른 인원들과 20년 후에 연결될 것입니다."

사파티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1950년대라는 시대상에서 10대 소년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이질적이고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황홀경이 소년을 매료시켰다.

사파티는 예스라고 대답한다.

이날의 약속은 사파티에게 있어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코넬 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학위를 이수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선 석사학위를, 그리고 훗날 미국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가 돼서도 말이다.

또,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 박사 캐릭터 제작에 영감을 준 실제 모델이 돼서도.

그리하여 사파티는 이날의 일화를 공개적으로 밝혀온다.

물리학자로서 사파티가 다루는 분야는 대부분 양자역학, 그리고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다. 특히, 오래전부터 '벨의 정리'를 옹호해 왔다.

1982년 당시의 존 벨 (CERN)

벨의 정리에 대해 쉽게 풀어보겠다.

1930년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거해 양자 얽힘 이론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고집했다.

양자 얽힘이란, 같은 근원에서 발생한 입자는 수억 광년이 넘게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한쪽의 변화에 따라 동시에 다른 한쪽 역시 상호 반응을 한다는 이론이다.

관측 또는 측정의 순간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그 즉시 다른 쪽의 상태도 결정된다는 이론 (Quanta Magazine)

1960년대, CERN(세계 최대의 입자 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양자이론물리학자 존 벨이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나 그동안 실험으로 제대로 증명된 적은 없었다.

헌데 최근에 와 마침내 실험을 통한 증명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2022년 세 명의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다. 이로 인해,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고전적 세계관에서 탈피해 새로운 세계관으로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한편, 사파티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홈페이지를 꾸준히 운영하며 글을 올리거나 기사를 공유하곤 한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전화 통화가 사파티의 의식에 깊이 침투했는지 모르겠으나, 주로 공유하는 기사는 UFO와 AI에 대한 것이다.

또한, 워프 항법(시공간을 일그러뜨려 4차원 방식으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한다는 가상의 기술)에 대한 글을 종종 올리기도 한다. 그의 주 분야가 인간의 의식에 대한 것이기에, 컴퓨터 또는 AI가 의식을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한 글들도 있다.

그렇다면, 사파티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였던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가 평상시 초자연현상과 UFO에 대해 매번 지극히 우호적인 스탠스이기에, 그가 밝힌 일화 역시 진지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럼 사파티 본인은 당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파티는 그날의 일이 누군가의 장난이었다면, 생각할 수 있는 용의자는 할아버지의 동료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그의 할아버지는 육군 소속의 장교였고, 어린 사파티는 할아버지가 근무하는 곳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할아버지의 동료 장교들에게 크면 로켓을 만들거나 달에 갈 거라는 식으로 장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렇듯 누군가가 어린 사파티에게 장난을 칠 요량이었거나 혹은 꿈을 키워주기 위한 마음에서 일련의 장난 전화 소동을 벌였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럼 기계 음성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파티는 문제의 기계 음성이 스티븐 호킹이 사용했던 기계 음성과 흡사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는 우주선에 탑재되는 AI의 기술력이라고 보기에 분명 무리가 따른다.

그러한 기계 음성은 오히려 미국 육군에서 사용되던 것과 유사하다.

1940년대에 미군은 통신의 보안성을 위해 디지털 암호화된 음성 통신 시스템을 도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The Bell System Technical Journal)

발신자 측에서 암호화 된 음성 신호를 보낸다. 그럼 수신자 측에서 이를 디지털화한 뒤 음성 변조 시스템을 통해 다시금 변환을 거친다. 결론적으로, 발신자 측에서 보낸 디지털 신호를 변조 처리된 기계식 합성 음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음의 영상 속 음성이 당시 실제 사용되던 기계식 합성 음성이다.

이렇듯 당시 '보코더(Vocoder)'라는 음향 합성 기기를 이용해 기계식 합성 음성을 생성하는 게 가능했다.

특히 사파티는 목소리 배경으로 웅 웅 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당시 보코더를 통한 합성 음성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영상을 보면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목소리 배경으로 화이트 노이즈 외에도 독특한 노이즈(자글거리는 듯한 소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과연, 그날 사파티가 통화했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사파티는 그날의 전화 통화가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4차원 이동이 가능한 외계의 우주선에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거나 아니면 우리 인간의 시간 여행자 측이 걸어 온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훗날, 빛보다 빠른 방식의 우주선이 탄생해 그의 이러한 바람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분명, 오랜 세월이 합쳐져 마침내 완성되는 낭만일 것이다.

미래의 기술이 과거의 전화 통화를 발생시켜 현재의 꿈을 이뤄주는, 그런 낭만 말이다.

사파티가 문제의 전화를 받았던 1953년 당시는, CIA에서 '공식적으로' MK 울트라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해이기도 하다.

MK 울트라 프로젝트는 인간을 대상으로 세뇌와 마인드 컨트롤을 실험하던 극비 프로그램이었다. 민간인 역시 실험 대상이었다.

미국 최악의 폭탄 테러리스트인 '유나바머'가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10대 후반부터 3년간 자신도 모르게 피실험을 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사파티의 경우 자신의 기억과는 달리, 그의 어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전화 통화가 3주간에 걸쳐 수 차례 있었다고 한다. 통화 때마다 사파티는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으며, 그의 어머니가 전화를 가로채 소리 지르고서야 문제의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953년의 전화 통화가 있고서 약 20년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특정 물리학자들을 멤버로 한 소그룹이 만들어지고, 잭 사파티는 해당 그룹의 주요 멤버가 된다. 이 그룹의 주된 탐구 논제는 양자 얽힘에 대해서였으며, 훗날 양자 물리학의 기본적인 아이디어 육성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특히, 또 다른 주요 멤버였던 존 클라우저는 양자 얽힘에 대한 실험으로 202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Nobel Prize)

참조

<Destiny Matrix> Jack Sarfatti

<ISGP / Jack Sarfatti 's History: Esalen Institute, SRI, CIA, MI6 and Elite Republicans; Unusually Open About Personal Ties, Despite Questionable Theories> Joël v.d. Reijden

<NSA / The Start of the Digital Revolution: SIGSALY, Secure Digital Voice Communications in World War II> J. V. Boone & R.R. Peterson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