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실종 귀환 사건, '스티븐 쿠바키 실종사건'

미국의 미시간주는 예로부터 대표적인 '미스터리 목격담'의 온상지 중 하나였다.

20세기 중후반 무렵엔 유명 UFO 목격담이 잇따랐고, 17세기를 기점으로 미시간 호수 내의 삼각지대에선 버뮤다 삼각지대를 딴 '미시간 삼각지대'라고 일컬어질 만큼 미스터리한 사건/사고담이 전해진다.

미시간 호수는 대한민국 넓이(약 10만 제곱킬로미터)의 절반인 5만 제곱킬로미터가량의 넓이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오대호이다.

1978년, 이러한 미시간 삼각지대에서 어느 대학생이 감쪽같이 실종됐던 사건이 있었다.

미시간주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실종 사건으로 꼽히는 '스티븐 쿠바키 실종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이번에 들려줄 이야기이다.

(Steven Kubacki)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티븐 쿠바키이다.

1954년생인 스티븐은 매사추세츠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1972년부터는 미시간주 미시간 호수 남동부 해안 근방의 사립 기독교 대학인 호프 칼리지 대학에서 독어독문학과를 기본 전공으로 하며(십여 차례 전공을 바꾼 끝에)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1년 간의 유학 경험도 있다.

이 무렵 스티븐은 주변으로부터 자유분방하고 아웃도어 활동에 열성적인 사람으로 알려졌다. 유학 시절 산에 오른 경험도 있고 미시간 호수 주변으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던 청년이었다.

1978년 2월, 미시간 호수가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 주말.

봄 졸업을 앞둔 23세의 스티븐은 호수 위로 홀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행을 떠난다.

그다지 특별하거나 특이하지 않은 주말여행으로만 보였다.

그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최초의 보도는 1978년 2월 21일 자 지역 뉴스에서였다.

스노모빌을 타던 한 쌍의 사람이 미시간 호수 기슭 가에서 덩그러니 남아있는 스키를 발견한다.

스키는 호수 쪽을 향한 채였으며, 스키폴대는 스키 바깥쪽으로 수직으로 박혀 세워져 있었고, 스키 위로는 내용물로 가득 찬 상태의 배낭이 가지런히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스키를 지나쳐 호수 위쪽으로 가장자리를 지나는 눈 속의 발자국이 약 200야드가 이어져 있었으며, 이 발자국은 어느 순간 뚝 하고 끊겨져 있었다.

한편, 신고를 받은 경찰이 배낭 안에서 치과 진료비 청구서를 발견하면서 실종자가 스티븐임을 알아챈다.

그렇게..

미시간 경찰은 즉각 항공 수색을 펼치는 동시에 스티븐의 대학 룸메이트와 주변인들을 면담한다.

여기서 룸메이트는 이렇게 증언한다.

"이틀 전에 크로스컨트리 스키 타러 간다고 말했어요. 예전부터 여러 번 타러가곤 했었거든요."

또, 대학의 다른 학생은 이렇게 증언한다.

"출발 전날 밤에 마주쳤어요.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다음 주에 대한 계획들에 대해서도 신나서 말했었고요."

사건 당시의 신문 보도 (The Herald-Palladium)

이밖에 스티븐에겐 같은 대학 내 외에도 각각 프랑스와 독일에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언제나처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러 떠나는 점 말고는 특이 사항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현장 주변 일대를 중심으로 철저한 수색 작업이 펼쳐졌으나 스티븐의 행방을 파악하는 데엔 끝내 실패한다.

결국..

미시간 경찰은 스티븐이 사건 당시 깊은 얼음층 사이로 빠져 익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다.

스티븐의 지인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대학에서는 추모식을 여는 한편 부재중 졸업장 발급을 했다.

허나 스티븐의 부모님과 친형은 동생이 익사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사립 탐정을 고용해 스티븐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유학 경험이 있으며 여자 친구가 거주한다는 독일로 떠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경찰 측에 전달한다.

이에 경찰이 항공사 항공편 적하목록을 입수하나, 스티븐의 탑승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미국 전역의 뉴스 및 신문 기사에서 스티븐의 실종에 대해 언급됐으며, 1년 동안 경찰의 반복적인 수색 및 조사가 있었으나 스티븐의 발자취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가 않는다.

그리고, 1979년 5월 5일 토요일.

실종으로부터 14개월 반이 흐른 이날 밤..

스티븐은 어느 풀밭 언덕에서 갑작스레 깨어난다.

그가 깨어난 곳은..

실종 장소로부터 완벽한 직선 지점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약 1,100km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어느 풀밭이었다.

정신을 차린 스티븐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겨울 날씨의 사방이 얼어붙은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다 추위와 두려움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기억 다음으로 난데없이 5월의 풀밭이라니..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자신이 처음 보는 안경에다 옷과 운동화 그리고 배낭을 매고 있다는 점이었다.

입고 있는 티셔츠는 위스콘신주의 마라톤 대회 참가 기념물이었으며, 주머니에는 현금 40달러, 배낭 안에는 지도와 더불어 히치하이크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표지판들로 가득했다.

말했듯이..

미시간주와 매사추세츠주 간의 거리는 약 1,100km이다.

그리고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간의 거리는 약 600km이며 매사추세츠주와 위스콘신주 간의 거리는 약 1,700km에 달한다.

또 히치하이킹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표지판들엔 시카고, 리노, 유타,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가 적혀 있는 것으로 미루어 광범위한 이동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한편..

놀라운 상황에 놓여진 스티븐은 신문을 구입해 날짜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기억에 14개월 간의 공백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스티븐은 자신이 깨어난 곳이 마침 이모가 사는 곳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임을 파악하고선, 히치하이크 시도 끝에 그곳에서 가족 친지들과 재회의 순간을 만끽하게 된다.

스티븐의 컴백홈 소식 신문 보도. 포옹하는 스티븐과 그의 부친 (Honolulu Star-Advertiser)

비록 스티븐의 실종 기간 동안 사립 탐정 고용으로 인한 많은 지출과 부모의 이혼이 있었으나, 그의 모친은 아들이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격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이 다시 멋진 곳이 됐어요!"

사라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온 스티븐.

그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내고자 발자취를 되짚어보겠다는 각오와 함께, 스키 여행을 떠날 당시의 건강한 상태 그대로라고 언급했다.

또 사건 당시 기억이 끊어진 것은 아마 피로와 추위의 노출로 인한 것 같다며, 의사의 일반적인 진찰은 받겠으나 정신과 의사와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복귀 후 짧은 기간 동안의 취재 응답 이후 스티븐은 다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하며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한결같이 거부해 온다.

무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많은 미스터리 목격담들.

미시간 호수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집중된 목격담들.

스티븐의 실종 사건은 이러한 미스터리 중 가장 대표적이고 사실 확인이 이뤄진 사건이다.

그리고 스티븐이 철저히 언론 노출과 인터뷰를 거부해 오면서 해당 실종 사건엔 필연적으로 숱한 사견과 과장들이 덧칠돼 왔다.

그렇게..

스티븐의 실종은 미시간 호수 삼각지대에서 종종 발생한 UFO 목격담들에 덧씌워지며, 그가 외계인에게 모종의 이유로 납치됐다가 탈출 또는 풀려난 것이라는 하나의 서사가 형성되기에 이른다.

한편..

그러거나 말거나 스티븐은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간다.

매사추세츠 호프 칼리지 대학에서 독어독문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서 대학원을 다니고 언어학 석사를 취득한 이래, 198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임상심리학의 길로 빠져들며 1992년엔 관련학과 교수직을 이수하기에 이른다. 언어학이 지나치게 학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다 강렬한 인간 대 인간의 상호 작용을 갈망한 결과라고 밝힌다.

지금 그는 대학의 심리학과 학과장 커리어를 끝으로 20년간 오랜 경력의 전문 심리학자이자 스스로를 다양한 분야와 직업에 걸쳐 폭넓은 관심을 지닌 응용 철학자로 소개한다.

또한, 현재 풀타임 작가이자 블로거를 꿈꾸며 꽤나 전문적이고 멋들어진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스티븐의 프로필 사진 (LinkedIn)

지난 40년 넘도록 취재 및 인터뷰를 거부하며 자신의 실종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해 왔던 스티븐.

과연, 실종이 있었다던 그날 그 순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제 해당 미스터리는 온전히 추리와 추측의 분야로만 남아있다.

당시 보수적인 백인 기독교 집안의 자제들로만 구성됐던 호프 칼리지 대학. 부모의 과잉보호를 피해(그리고 독실한 종교인 성향의 동문들 감시를 피해) 주류를 몰래 반입하는 게 캠퍼스 생활 최대의 일탈이었던 배경.

그리고, 대학 내에서 아웃도어파에다 자유분방하다는 평가를 받던 스티븐.

자살행위와도 같았던 한겨울 미시간 호수 삼각지대에서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행을 강행한 스티븐.

언젠가는 대학 모임에서 '어느 시점에 스스로 사라져서 아무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할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 중 친구들의 도발에 성공을 자신했다던 스티븐.

실종과 함께 14개월 만에 나타난 이래 관련한 이야기를 함구했던 스티븐.

과연..

그날의 실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나를 찾아줘'와 같은 의도적 실종이었던 것일까?

스티븐의 실종은 여전히 추리와 추측의 분야로만 남아있는 미스터리 사건이다.

허나..

그러한 미스터리도 곧 풀릴 예정이다.

왜냐하면..

스티븐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날의 일들에 대해 실은 기억하고 있으며, 국제 문학상 수상 경력의 유명 인기 작가인 딜런 퀄스와 실종 사건 및 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공동 집필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자신의 홈페이지 FAQ란에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실종 기간 동안 어디에 있었나?

-> 저는 여태껏 제 실종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45년이 지나서야 실종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는?

-> 우선, 그날의 미스터리했던 실종 사건으로 남은 제 인생을 규정짓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 사건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중요하고 미스터리했지만 말이죠. 다음으론, 그 실종을 제가 기억하고 이해하며 거기서 비롯된 사건의 뿌리가 되는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에 납치됐던 것일까요, 혹은 미시간 삼각지대의 희생자였던 것일까요, 또는 어떤 음모의 일부였던 것일까요?

-> 안타깝게도 제 실종에 관한 책이 출판될 때까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 스티븐의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출판물 홍보 문구도 찾아볼 수가 있다.

"실종 이후 스티븐 쿠바키의 기적적인 재출현은 며칠 동안 미국 전역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도 사라졌다.

최근 수년 동안 스티븐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어왔다. 히스토리 채널의 고대의 외계인에서도 다뤄졌으며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이 SNS 등지에서 게시물들을 통해 접했고 레딧에서는 그가 미시간 삼각지대, UFO 납치, 차원 간 여행의 희생자인지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고 있다.

진실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스티븐은 실종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거의 45년간의 침묵 끝에 스티븐 쿠바키가 실종 후 어디로 향했었는지 밝힐 준비가 됐다. 그의 경험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하다. 이 이야기에는 혁명 조직, 이상주의적 테러리스트 훈련생 네이선 T. 스탠필드, 환각제를 통한 영적 체험과 대체 현실, 프랑스 외인부대, 그리고 격동의 시기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던 한 젊은이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결국, 스티븐의 실종에는 스스로의 의지가 담긴 발자취가 숨겨져 있었음을 유추할 수가 있다.

문제는..

'공권력이 투입된 장기간의 수색 작업과 수천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을 사립 탐정에게 지불하며 자금란에 빠졌었던 가족' 그리고 실종과 재회라는 소식으로 사건을 접했었던 대중에게, 과연 스티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출판물이 단순한 자기애적 성찰로 점철된 것에서 벗어나 어떠한 가치나 감동을 선사할 수가 있겠느냐겠다.

스티븐의 홈페이지 메인. 자신의 실종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stevenkubacki.com)

참조

<Cold Dead Hands/The Misappearance of Steven Kubacki> Ellen Killoran
<stevenkubacki.com>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