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거짓말 때문에 붙잡힌 희대의 연쇄살인마
연쇄살인마 BTK가 붙잡힌 이유!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들로 꼽히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그 활동 시기가 1970년대에 겹쳐지는 공통점이 있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 데이비드 버코위츠, 제프리 다머, 조디악 킬러, 존 웨인 게이시, 테드 번디, 헨리 리 루카스..
그리고..
데니스 레이더.
데니스 레이더는 본명보다 BTK라는 이명으로 더욱 잘 알려졌다.
BTK란..
묶고Bind, 고문하고Torture, 죽인다Kill의 약어이다.
최소 10명의 피해자를 자신의 이명 따라 살해한 그는..
무려, 31년 만에 경찰의 거짓말로 인해 체포될 수 있었다.

1945년 캔자스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데니스 레이더는 삶의 과정에서 전형적인 증후들을 보였다.
작은 동물들을 고문 끝에 죽인 뒤 교수형에 처하며 사디즘적인 행태를 보였고, 여성에 대해 결박을 동반한 가학적 성적 환상을 키워나갔다.
또,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관음증 및 자기성애적 페티시로 인해 종종 훔친 여성 속옷이나 여성복을 착용한 채 이웃 여성들을 염탐하곤 했다.
한편..
그는 스스로를 포장하고 꾸미는 데에 아주 능숙해 공군에서 복무하고, 가정을 꾸려 두 자녀를 두고, 지역 주립대학에서 형사 사법을 전공했으며, 지역의 규정 준수 담당관을 역임하기도 하고, 교회 협의회 회장 활동과 보이스카우트 리더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첫 살인 시기는, 결혼한 지 2년 반째인 1974년 1월이었다.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의 가정집에 권총을 소지한 채 침입해선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그는 일가족 모두를 밧줄로 묶고서 비닐봉지를 씌우는 식으로 교살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며 경찰에 전화를 걸거나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는 등 자기 과시를 보였고, 바로 여기서 스스로를 BTK로 칭하기 시작한다.
BTK의 연쇄살인은 1991년까지 17년이나 지속됐다.
그리고 첫 사건으로부터 30년, 마지막 사건으로부터 13년이 흐른 2004년..
BTK 연쇄살인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처리되며 대중의 기억에서 밀려났고, 언론에선 범인이 이미 사망했거나 수감 중일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타당했다.
모든 연쇄살인마에게 있어 살인을 위한 살인은 의식주와도 같으니까 말이다.
허나, BTK는 특이 케이스였다.
연쇄살인 기간에도 8년 간의 텀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는, 드물긴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서 자신의 성적 환상과 가학적 욕망을 다른 행위로 조금씩 분출하거나 혹은 자잘한 범죄 및 비도덕적 행위 속에서 해소하는 연쇄살인마의 케이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종국엔 다시금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이건 BTK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4년, 언론사 기자에게 과거 사건 피해자의 운전면허증 사본과 시신 사진을 보내며 화답(?)한 BTK.
이어 2005년 1월엔, 경찰 앞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모를 보내기에 이른다.
"플로피 디스크에 글을 담아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추적당하지 않을까? 솔직하게 답할 것. 그럴 경우 신문에 '렉스, 괜찮을 거예요'라는 문구를 광고로 게재할 것."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보다 많은 내용을 보다 간편하게 전하고 싶었던 BTK.
그리고..
이에..
경찰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신문 광고 지면에 싣는다.
"렉스, 괜찮을 거예요"

BTK는 자신의 글이 담긴 1.44mb 플로피 디스크를 지역 방송국 앞으로 보내왔다.
한편, 디지털 포렌식에 들어간 수사기관은 기존에 삭제된 문서의 메타데이터에서 그리스도 루터 교회라는 단어와 편집자명 데니스라는 항목을 확인한다.
이에 그리스도 루터 교회의 협의회 회장 데니스 레이더라는 인물을 추적하는 데에 성공하며, 플로피 디스크를 받은 지 9일 만에 BTK를 검거할 수 있었다.
31년 만의 성과였다.
데니스 레이더는 10번의 종신형 선고에 따라 175년 형을 받고서 80세의 나이로 지금도 복역 중이다.
그는 미국 내 각종 창작물에서 살인마 모델로 차용되는 대표적인 연쇄살인마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소개하자면..
영화로는 <더 클로브히치 킬러>가 있겠으며, 소설로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 있겠다.
<더 클로브히치 킬러>의 경우, 실지 BTK의 성향과 활동을 그대로 따온 빌런이 등장하며 그 빌런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연쇄살인마로 의심하고서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경우, 그 스티븐 킹의 대표적인 중편집 중 하나로 역시나 BTK의 성향과 활동을 그대로 따온 빌런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선 빌런의 아내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수십 년간 잉꼬부부로 지내오다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남편이 연쇄살인마였음을 깨닫게 된 아내의 심리 과정을 스티븐 킹식으로 잘 풀어낸 그의 수작이다.
여담으로..
실지 BTK인 데니스 레이더는 철저한 양면성과 이중생활을 해오며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기에, 가족들은 그가 연쇄살인마라곤 꿈에도 의심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죄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를 키워줬던 그 사람과는 마음의 평화를 이루겠습니다."
- BTK가 체포된 지 7년째인 2012년 12월경에 그의 딸 케리가 보낸 첫 편지 中
참조
<Encyclopedia Britannica/Dennis Rader>
<Oxygen/Snapped: Notorious BTK Serial Killer>
<The Wichita Eagle/When your father is the BTK serial killer, forgiveness is not tidy> Roy Wenz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