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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 앞둔 여고생, 자기 소유 차량도 내팽개치고서 종적 감추다

신문 1면에 실린 가출 소녀의 이야기가 음악이 되다!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11분 걸림 -

"수험 앞둔 여고생, 자기 소유 차량도 내팽개치고서 종적 감추다"

얼핏 기사 타이틀 같기도 하고 묘한 주문 같기까지 한 이 문장은..

1967년 2월 27일 자 런던의 대표적인 가십지 <데일리 메일> 1면을 장식한 기사이다.

다음은, 실지 해당 기사의 내용이다.

(Daily Mail)

모든 걸 가진 듯 보였던 17세 여학생 멜라니 코를 찾고자 그녀의 아버지는 어제 런던과 브라이턴을 헤매였다.

멜라니가 종적을 감출 당시 그녀 자신 소유의 차량인 Austin 1100(주: 당시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소형차 모델 중 하나)은 자택 앞에 문도 잠기지 않은 채로 남겨졌다.

그녀의 옷장은 옷으로 가득했으나 정작 그녀가 가져간 것이라곤 몸에 두른 시나몬색 바지 정장과 검은색 에나맬가죽 구두가 전부였다. 그녀는 수표책을 두고 갔으며 계좌에선 돈도 인출하지 않았다.

긴 금발에 신장 155cm인 멜라니는 수험을 앞두고 있었으며 대학이나 연극 학교로의 진학을 계획 중이었다.

그녀가 북런던 스탬퍼드힐 암허스트 파크의 집에서 잠적한 지 일주일이 됐다. 사업가인 아버지 존 코 씨는 어제 이렇게 말했다.

"왜 집을 나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 집엔 딸에게 필요한 모든 게 다 있습니다. 옷을 무척 좋아하는 애인데 옷 모두를 두고 갔어요. 심지어 모피코트도요. 딸애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돌렸고 자주 들리는 곳도 찾아가 봤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제발 집에 전화만이라도 해줬으면 싶습니다."

사라진 멜라니는 스탬퍼드힐의 스키너스 그래머스쿨에 다니는 재학생이다.

(Melanie Coe)

한편..

가십지에 실린 런던 교외 부유층 10대 소녀의 가출 기사를 읽고서..

영국의 밴드 멤버 둘은 곡과 가사를 써 내려간다.

그리하여..

멜라니를 주제로 한 이 곡은, 해당 밴드의 역대 최고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앨범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곡의 이름은, 바로 <She's Leaving Home>이었다.

수요일 아침 5시 하루가 시작될 때
그녀는 살며시 방문을 닫네
더 많은 말을 담고 싶었던 쪽지 하나 남기고서
계단 내려 부엌으로 향해 손수건을 꼭 쥐고서
뒷문 열쇠를 살포시 돌려 문밖으로 나서며 자유를 얻네

그녀는 (그녀에게 우리 삶을 죄다 바쳤는데)
떠나가네 (우린 거의 모두를 희생했는데)
집을 (돈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해줬건만)
수많은 해 외로이 살아오다 (잘 가요 잘 가요)
그녀는 집을 떠나가네

아버지는 코를 골고 어머니는 가운을 걸치고서
바닥에 놓인 편지를 들어 올리네
계단 끝머리에 홀로 서서
남편 품으로 무너져 내리며 울부짖네
여보, 우리 애가 떠났어요
왜 우릴 이렇게 무심히 대하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죠?

그녀는 (우린 우리 자신을 생각한 적이 없는데)
떠나가네 (단 한 번도 우리 자신을 돌아본 적 없었는데)
집을 (우린 평생을 힘겹게 버텨 왔는데)
수많은 해 외로이 살아오다 (잘 가요 잘 가요)
그녀는 집을 떠나가네

금요일 아침 9시 그녀는 멀리에서
스스로 잡은 약속을 지키려 기다리며
자동차 딜러 남자를 맞이하네

그녀는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나)
즐기고 있네 (우린 그게 잘못인 줄도 몰랐거늘)
즐거움을 (즐거움만은 돈으로 살 수가 없으니)

수많은 해 동안
마음 깊이 늘 억눌려 온 내 갈망이여 (잘 가요 잘 가요)

그녀는 집을 떠나가네 (잘 가요 잘 가요)

- 비틀즈의 <She's Leaving Home> 가사

에필로그

폴 매카트니의 <She's Leaving Home> 가사 작업지

폴 매카트니는, 멜라니의 가출 기사 속 내용에 자신의 영감을 덧대어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소녀가 어느 날 아침 일찍 쪽지만 하나 남긴 채 자유를 찾아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여기에 존 레논은, 어린 시절 자신의 보호자였던 이모 미미에게서 엄격히 자라오며 늘상 들었던 말을 가사에 첨부하기도 했다.

"우린 평생을 희생했어. 너한테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어. 우린 우리 자신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어."

에필로그 2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멜라니 가출 사건이 벌어지기 4년여 전인 1963년 10월 4일..

영국의 TV 프로그램 <Ready, Steady, Go!>에서 열린 립싱크 대회에 당시 14세였던 멜라니가 참가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긴 시간 이어진 리허설 동안 멜라니는 패널로 출연한 비틀즈와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사담을 나누기까지 했다. (링고는 자신의 손가락 한 가득 끼워져있는 반지를 빼서는 한번 끼워보라고 건네기도 했었다)

한편, 멜라니는 해당 방송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폴 매카트니의 사인이 된 비틀즈 음반을 부상으로 건네받는다.

폴 매카트니의 악수와 함께 말이다.

부상 수여와 악수의 순간 (Ready, Steady, Go!)

에필로그 3

이후 해당 방송 프로그램에서 1년간 백댄서로 활동할 기회를 얻은 멜라니.

이후 댄스는 10대 소녀의 모든 열정이 됐다. 종종 몰래 런던 시내로 나가 디스코 클럽을 돌며 밤을 보냈다. (여기서 친해진 한 친구가 비틀즈의 지인이었고, 이로 인해 멜라니는 존 레논 일행의 테이블에 합석한 적도 있었다고)

허나, 연극 학교로의 진학을 반대하며 치대로의 진학을 강요하던 어머니와 잦은 충돌을 빚으며 불만을 쌓아간 끝에..

자신에게 엄격하고 다정하지 않으며 한 번도 자신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하지도 스킨십을 취하지도 않은 부모님을 원망하다 반발작적으로 가출하기에 이른다.

사실..

가출의 이유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당시 멜라니는 임신한 상태였다.

하여, 부모님의 체벌을 두려워한 그녀는 디스코 클럽에서 알게 된 연상의 남자 친구(임신 상대가 아닌) 아파트에 머문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었을 때 결국 부모에 의해 발각되며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모든 것을 털어놓은 끝에 아이를 지우기에 이른다.

한편, 다음 해 18살의 나이에 결혼을 통해 다시금 부모 곁으로부터의 도피를 꾀했던 멜라니는 안타깝게도 결혼생활을 1년도 유지하지 못한다.

에필로그 4

20대에 들어서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멜라니는, 당시 TV 프로그램 속 배트맨의 로빈 역으로 유명했던 배우 버트 워드와 교제하는가 하면 배우 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이 무렵 그녀는 어쩐지 들으면 처연해지고 심금이 울려지던 노래 <She's Leaving Home>가 자신의 가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막힌 우연에 놀라게 된다.

가사 속에서처럼, 그녀의 부모님은 값비싼 옷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차를 사주기도 했으나 물질적인 애정 외에는 서툴렀으며 또 늘상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줬다는 식의 말을 해왔던 것.

또한, 당시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위에 언급했듯 멜라니는 가사 속에서처럼 남자와 함께 도피를 했었다.

이 남자는 가사 속에서처럼 과거 차량 딜러로 일한 적이 있었다.

한편..

멜라니는 끝내 부모님과 화해하지 못했다.

2017년 기준으로 그녀는 두 자녀와 함께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이 무렵 25년간 함께했던 연인과 헤어지고는, 40년 전 멕시코 휴가에서 만났었던 옛사랑을 떠올리고는 온란인으로 그를 찾아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 옛사랑이랑 소식을 주고받으며 그가 '그때 우리 왜 헤어졌었지? 왜 함께하지 못했을까?'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과거는 집어치워. 대신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게 어때?'

그리곤 그 옛사랑을 다시 만나 서로 품에 안기고선 1달 동안 멕시코에서 열렬한 사랑에 빠졌죠.

네, 집을 떠나가던 그 소녀에게 있어 아주 행복한 결말이랍니다."

(Melanie Coe)
(Melanie Coe)
현재 멜라니의 SNS 프로필 사진. 자기 소개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비틀즈의 그녀는 집을 떠나가네 노래 속 여자가 저랍니다. 저는 해러즈 백화점에서 빈티지 코스튬 주얼리를 판매했고, 스페인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했답니다. 저는 댄스를 사랑해요." (Melanie Coe)


참조

<Rolling Stone/Beatles’ ‘Sgt. Pepper’ at 50: Meet the Runaway Who Inspired ‘She’s Leaving Home’> Jordan Runtagh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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