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기묘한 이야기>는 실화 기반이었다?
<기묘한 이야기>는 실지 존재했던 음모론에서 영감을 받았다?
* 본 글은 <기묘한 이야기> 시청 전 또는 시청 중 혹은 시청 후에 필히 정독&완독해야 할 재미 증폭기 텍스트본입니다. 스포는 최대한 배제했으며 전개상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언급됨을 양지 바랍니다.
2016년 7월 15일, 넷플릭스에서 첫 시즌 공개와 동시에 비평가들과 대중들로부터 찬사받은 미국 TV 시리즈가 있다.
바로, 역대 최고의 TV 쇼 중 하나로 꼽히는 <기묘한 이야기(원제: Stranger Things)>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헌사라고 할 만큼 그 시대의 다양한 향수들이 연출적 요소로 등장한다. 이러한 향수는 당연히 시청자들을 포섭하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이고 말이다.

헌데, 이 레트로 감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기묘한 이야기>의 전반을 구성한다.
그건 바로, '음모론&미스터리'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모론&미스터리 컨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국가 미국. 그런 미국에서 해당 컨텐츠가 최전성기이자 마지막 불꽃을 구사하던 시기가 80-90년대였다.
정말 셀 수도 없는 많은 현대적 신화와 전설이 완성됐고 또 새로이 탄생했다.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는 이 무렵 미국에서 떠돌던 도시전설 하나를 영감의 소재이자 컨셉 모델로 삼고 있다.
바로, '몬탁 프로젝트(The Montauk Project)'가 그 주인공이시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인디애나주 가상의 시골 마을 호킨스를 배경으로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마을'이었던 이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서 일대 소동이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한다. 인근의 호킨스 국립 연구소가 원흉이었다.
호킨스 국립 연구소는 표면적으론 미국 에너지부의 과학 연구를 조력하는 곳이지만, 그 이면엔 인간 실험을 통한 초자연적 능력의 비밀 실험이 존재한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던 '일레븐'이라는 소녀로 인해 우연히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뒤집힌 세계(대체 차원)의 게이트가 출현한다.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 건너온 괴물 '데모고르곤' 또한.
이에 일레븐과 호킨스 마을의 동료들은 데모고르곤을 무찌르기 위해 고군분투 일대 활극을 펼쳐나간다.
상술한 내용이 <기묘한 이야기>의 기본 플롯이다.
말했듯, <기묘한 이야기> 속 디테일들은 80-90년대 미국 내 유행했던 음모론들을 떠올리게 한다. 대표적으로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이 그러하다.
이번 글에서는 <기묘한 이야기>와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을 전격 비교해보고자 한다.
다만, 이상한 옴니버스의 본 성격대로 진행한다면 분량이 몇 배는 늘어날 터이니 최대한 간추린 요약 버전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드리자면!

1992년, 프레스턴 니콜스라는 남자가 <The Montauk Project: Experiments in Time>이라는 서적을 출간한다.
그에 따르면, 70-80년대에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 몬탁 포인트에선 미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 없이 은밀하게 기밀 프로젝트가 운영됐다.
프로젝트는 초자연적 능력과 시공간 이동을 연구하던 것으로, 미군이 발견한 100억 달러 상당(현재 가치로 약 2,000억 달러)의 나치 금괴를 자금 기반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존 폰 노이만이 개발한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적인 지구 환경 시뮬레이션 송출 기술'과, 니콜라 테슬라의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된 특수 수신기 등을 통해 진행됐다고 한다.
프로젝트 결과..
피실험자는 갖가지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 능력을 선보였으며 심지어 시공간 여행에도 성공했단다.
허나, 1983년 8월경 '괴물'이 출현하면서 프로젝트가 수행되던 기지가 폐쇄된다.
그리고 훗날, 당시 프로젝트의 주요 연구진이었던 전기공학자 프레스턴 니콜스가 가장 강력한 초자연적 능력 보유자였던 피실험자와 함께 이른바 내부고발 폭로를 한 것!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사건 발생지


<기묘한 이야기>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호킨스 국립 연구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기밀리에 이른바 초능력자 양성 및 실험을 수행하던 도중 다른 차원으로의 게이트가 개방되고 만다.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
: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으로 자리한 몬탁에는 캠프 히어로라는 명칭의 폐쇄된 공군 기지가 존재한다. 1969년 공식적으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70-80년대에 은밀하게 초자연적 능력 실험 연구가 이뤄진다.
사진과 같이 기지 내엔 컴퓨터 제어 센터와 레이더 건물이 따로 존재했으며, 축구장 길이와 거의 맞먹는 레이더 반사판이 실험 과정에서 사용됐다.
연구진은 거대 레이더의 주파수 대역인 425-450MHz가 인간 의식을 침투하기 위한 통로이자 창문임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가능케 했다. 이후엔 롱아일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실험이 감행되면서 범죄율이 급증하거나 10대 청소년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던 기현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실험 도구


<기묘한 이야기>
: 시즌1에서 일레븐은 능력을 증폭하기 위한 헬멧이 씌워진 채 감각 차단 탱크에 들어간다. 또 시즌4에선 니나 프로젝트의 거대 기계와 연결된 보다 세련된 장치를 사용한다.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
: 프로젝트 당시 굴지의 대기업이었던 ITT가 능력자의 파동 수신기인 일명 몬탁 체어를 개발한다.
1920년경 설립된 ITT는 미국의 산업 제조업체로 다양한 산업에서 수백 건의 인수를 진행해 왔다. 이들이 취급한 분야로는 통신, 레이더, 핵융합로, 대서양 횡단 케이블, 항공우주, 무기, 에너지 등이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연구진 사이에선 몬탁 체어 개발 과정에 외계인 측의 기술 제공이 있었다는 소문도 존재했다고.
사용법은, "피실험자가 의자에 앉아 특정 대상을 생각하면 코일이 그 파동을 수신->슈퍼컴퓨터로 전송돼 디지털 코드로 변환->변환된 신호가 또 다른 컴퓨터를 거쳐 기지 지붕의 거대한 송신기로 전달->송신기가 수 기가와트의 출력을 통해 이 생각의 파동을 증폭해 현실 세계로의 방사"였다.
초기 단계에선 피실험자의 생각이 컴퓨터 모니터와 프린터로 출력되는 것에 불과했으나, 중기 단계에선 홀로그램으로 구현됐고, 완성 단계에선 현실 세계에 물질화 상태로 나타났다.
일레븐


<기묘한 이야기>
: 호킨스 국립 연구소가 배출한 자타공인 최고의 초자연 능력자. 염력을 기본 소양으로 갖춤. 특정 상대와 관련된 물체를 통해 그 상대의 현시점 상황을 투시하는 게 가능.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
: 몬탁 프로젝트에서도 비교불허의 초자연 능력자가 존재했으니, 그는 바로 던컨 카메론이었다.
던컨은 특정 상대와 관련된 물체를 손에 쥔 채 집중하면, 대상자가 어디에 있던 그 사람의 눈과 귀를 통해 보고 듣는 게 가능했다. 이른바 생체 감청 시스템이었던 셈.
워낙 능력이 뛰어났기에 던컨은 온종일 몬탁 체어에 앉아 실험에 참여됐는데, 마침내 완성 단계에선 상상 속 물체를 시각화해 현실 세계에 물질화 상태로 생성하기까지에 이른다.
그러던 1979년경, 이러한 실험 과정에서 던컨의 시각화 능력이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것을 계기로 연구진이 시공간 이동 가능성을 인지. 1980-1981년 이른바 타임 터널 안정화 작업을 통해 시공간 이동이 가능한 일종의 웜홀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
피실험자들

<기묘한 이야기>
: 일레븐(011) 외에도 성별 관계없이 여러 아이들이 납치된 채 피실험체로 참여 당하고 있었다.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
: 수많은 소년들이 실험에 동원됐다. 이들 몬탁 보이즈는 주로 뉴욕이나 인근 지역의 가출 청소년, 고아, 혹은 납치된 아이들이었으며 극도의 공포와 약물을 통해 정신 개조가 이뤄졌다. 대부분 10-16세의 금발과 푸른 눈을 지닌 아리안 계통의 백인 소년들이 그 대상이었는데, 프로젝트 배후의 네오나치 성향 때문으로 추측됐다고.
몬탁 보이즈는 훈련 과정을 거쳐 타임 터널로 보내졌고, 가장 빈번한 목적지는 서기 6037년의 미래였다. 이들은 이 미래의 폐허가 된 죽은 도시로 보내져, 도시 과장 중앙의 황금 말 동상의 비문을 읽거나 주변을 정찰하는 게 임무였다.
연구진은 프로젝트의 배후가 어째서 6037년의 황금 말 동상에 집착했는지 알지 못했으며, 그저 해당 동상이 일종의 기준 점 역할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다고.
한편, 수많은 아이들이 해당 실험 과정 중 타임 터널에서 길을 잃거나 미지의 공간으로 사라져선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온 아이들도 기억이 지워진 채 사회로 돌려보내졌으며, 성인이 된 뒤에도 원인 모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데모고르곤

<기묘한 이야기>
: 1983년, 일레븐은 실험 도중 너무도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 진입했다가 우연히 괴물과 접촉한다. 그리고 그 결과 벽이 찢어지며 뒤집힌 세계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이후 괴물은 연구소를 일대 쑥대밭으로 만든다.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
: 프로젝트가 자연의 법칙을 위반하며 종말론적 상황까지 극단으로 치닫자, 프레스턴과 동료 연구자 3명은 몰래 해당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한 비상조치 계획을 수립한다. 여기엔 던컨도 함께였다.
1983년 8월, 언제나처럼 몬탁 체어에 앉아 트랜스 상태에 빠져있던 던컨에게 프레스턴이 다음과 같은 귓속말을 속삭인다.
"지금이야!(The time is now)"
이건 던컨의 잠재의식 속에 억눌려 있던 괴물을 해방하라는 신호였고, 그렇게 던컨의 공포가 증폭되면서 기지 내부 어딘가에서 거대한 괴물이 물질화된다.
괴물은 3m가 넘는 크기에, 털이 북슬북슬하고, 배가 고파 흉포한 상태였다. 곧이어 괴물이 기지를 돌아다니며 사방의 물건들을 부수고 먹어 치워댔다.
그렇게 기지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고, 지휘관은 송신기를 끌 것을 명령했으나 스위치를 내려도 송신기는 멈추지가 않았다. 열려있던 타임 터널의 시공간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른바 무한 동력 상태인 프리 에너지 모드에 돌입했기 때문.
결국, 프레스턴이 송신기 건물 옆의 변압기 전선을 아세틸렌 토치로 절단하고서야 기지 내 조명과 컴퓨터가 차단되나.. 여전히 송신기는 그대로였고, 이에 장비 자체를 도끼와 토치로 사정없이 박살 내고서야 괴상한 신음과 함께 멈춰졌다.
그리고, 괴물 역시 사라졌으며 동시에 타임 터널도 닫히게 됐다.
이후 '검은 베레모' 부대가 투입돼 기지를 청소한 뒤, 지하의 8개 층에 달하는 거대한 시설과 엘베이터 통로 모두 시멘트 믹서 트럭들을 동원해 영원히 봉인했다고 한다. 또, 프로젝트 참가자 대부분은 제거되거나 세뇌를 통해 기억이 지워졌다고 전해진다.
한편..
이 털 달린 데모고르곤이 영영 사라진 것인지는 미지수이겠다.
다만, 몬탁 기지가 있던 곳은 현재 주립 공원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지하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미스터리한 구역으로 남아 있다.

자, 여기까지가 <기묘한 이야기> 구상에 영감을 줬던 몬탁 프로젝트 도시전설의 이야기이다.
말했듯, 이상한 옴니버스의 본 성격대로 진행한다면 분량이 몇 배는 늘어날 터이니 최대한 간추린 요약 버전이었다.
단, 이상한옴니버스닷컴에 몬탁 프로젝트 음모론에 대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지금껏 없었던 총망라된 해부 버전으로 후속 글을 올릴 계획이다.
헌데..
'몬탁 프로젝트' 실지로 있었던 일일까?
본 글은 어디까지나 흥미를 돋우기 위한 글이므로, 다음의 짤막한 문장으로 '본문보다 중요하지 않은 결론'을 대신하겠다.
"80-90년대 미국 내에서 대유행하던 음모론&미스터리의 요소들(기밀 실험+초심리학+시공간 이동+뉴에이지)이적절하게 버무려진, 이른바 트랜드를 잘 반영한 SF 공상적 음모론."
그렇다.
문제의 서적 <The Montauk Project: Experiments in Time> 첫 장에서 프레스턴 니콜스가 언급한 다음의 말이 본 글의 감상 방법을 가장 잘 설명할 것이다.
"이 책을 SF 공상 과학 소설로 읽든 논픽션으로 읽든, 여러분은 놀라운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아, 그렇다 하더라도 혹여나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 몬탁을 방문하게 된다면..
절대로 그 주립 공원의 지하와는 손끝 하나 접촉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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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The Montauk Project: Experiments in Time> Preston B. Nichols & Peter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