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타임캡슐에 적힌 말, "여기에 돈을 걸어!"
62년 전 묻힌 타임캡슐에서 나온 베팅 예언?
만약에..
당신이 우연찮게 수십 년 전 파묻혔던 타임캡슐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면?
여기 적힌 대로 베팅할 것
그리고..
정말 얼마 후 편지 속 내용에 해당하는 경기가 열린다면?
그럼 당신은 베팅할 것인가, 그냥 웃어넘길 것인가?
이 이야기는 얼마 전 벌어진 실화다.
이야기는 런던 남쪽 크리스탈 팰리스의 한 공원 부지에서 시작되는데..
그러니까 이 일은 다음과 같이 한 줄 평을 내릴 수 있겠다.
"크리스마스가 6월에 왔다"

지난 2026년 4월 15일.
2,180만 파운드의 자금이 사용된 크리스탈 팰리스 공원 재생 계획이 한창이던 때였다. 여담으로, 해당 공원은 런던 남동부의 대표적인 빅토리아 시대 공원이었다.
이날 현장 건설 노동자 크라치운 마리우스 도린은 공원 내 거대 조각상을 기존 받침대에서 들어내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시트지를 발견한다.
(이 흉상의 모델은 조지프 팩스턴 경으로, 팩스턴은 1851년 만국 박람회용 전시장 크리스탈 팰리스를 설계한 인물이며 훗날 이 전시장이 옮겨지면서 지금의 크리스탈 팰리스 공원의 핵심 기원 역할을 함)
그리고 플라스틱 시트 안에는 오래된 영국 동전 네 개와 손 글씨가 적힌 편지 하나가 있었다.

"이 동전들은 'Santa Claus'가 더비에서 우승한 해에 묻힌 것이다. 훗날 발굴된다면, 이것의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을 'Santa Claus'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 있는 이름의 더비 출전마에게 걸어야 한다. 그럼 the best of British luck. - P. 라이트(또는 뉴전트) 패터슨"
(the best of British luck은, 가능성이 작거나 부정적일 때 격려 또는 농담기 섞인 뉘앙스로 행운을 비는 영국의 관용어구)
도린은 이를 현장 관리자인 조시 스몰스에게 알렸고, 흥미가 동한 스몰스는 과거 열린 경마 더비의 출전마 명단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사실, 스몰스는 삼촌이 경마 조련사였기에 어려서부터 경마와 함께 자라며 매해 최소 두 번은 경마장을 찾을 정도였다.
한편 놀랍게도..
2개월 후 2026년 6월 6일 런던 남쪽 엡섬에서 열리는 영국 최고의 평지 경마 대회인 벳프레드 더비에서, Christmas Day라는 이름의 출전마가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참고로, 영국 경마에서 더비라고 하면 통상 이 엡섬 더비를 의미한다.
추가로, 최초 발견자였던 도린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루마니아인이잖아요! 루마니아어로 제 이름인 크라치운이 크리스마스를 의미해요!"

도린과 스몰스는 자신들의 발견을 자치구 시장인 크리스틴 해리스에게 알리는 동시에 지역 박물관 앞으로 타임캡슐 내용물 일체를 기증한다.
한편..
경마 마니아였던 스몰스는 과거 수 년 간의 더비 출전마 명단을 검색했으나 산타클로스와 같은 이름의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1964년 엡섬 더비에서 산타클로스(Santa Claus)라는 이름의 출전마가 여왕 앞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다.
1964년 경마 더비 베팅에서 승리한 P. 라이트 패터슨과 그가 묻은 타임캡슐은 진짜였던 것이다!

스몰스와 자치구 시장인 해리스는 편지의 내용을 따라 각각 20파운드와 15파운드를 더비 출전마인 Christmas Day에게 베팅한다. (현시점 1파운드 환율 약 2,040원)
이 액수는 타임캡슐 속 동전의 현재 가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바로 얼마 전 열린 6월 6일 엡섬 더비 결과는 어떠했을까?
Christmas Day의 배당률은 최초 25-1이었다.
이는 1파운드를 베팅해 적중하면 원금을 포함해 총 26파운드를 반환받는 것으로, 보다시피 Christmas Day의 우승 확률은 약 3.8%로 결코 높지가 않았다.
헌데..
갑자기 뭔가 우주의 기운이 Christmas Day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Christmas Day는 부드러운 지면의 경마장에서 장점을 보이던 경주마였는데 경주 직전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하여 출발 직전의 배당이 7-1까지 내려가면서, 최근 수 년간 있었던 가장 큰 배당률 변동을 기록한다 (타임캡슐 발견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퍼진 것도 영향을 끼침)
그렇게 시작된 더비.
초반 2위권에서 달리던 Christmas Day는 곧이어 선두로 올라선 뒤..
거짓말처럼..
결승선까지 끝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대이변을 만들어낸다!
여기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배당 3-1의 경주마가 출발 순간 출발대 안쪽 레일에 뒷다리가 걸려 스타트가 늦어진 것도 한몫했다.

결론적으로, 스몰스와 해리스는 베팅액의 25배를 따냈다.
시장인 해리스는 당초 예정대로 상금을 모두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했으며, 이들을 따라 베팅했던 크리스탈 팰리스 공원 신탁의 공동 의장인 마틴 템피아는 지역 펍으로 향했다.
한편..
공동 의장인 템피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참 신비롭죠. 근데 또 있어요. 여기 공원의 박물관 창립자 중 한 분의 아들이, 더비 우승마 Christmas Day의 소유주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희 신탁은 훗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하도록 적은 편지와 약간의 돈을 함께 넣어 타임캡슐로 묻을 계획입니다."
참조
<BBC/Builder finds 'spooky' 1964 time capsule> Winnie Agbonlahor
<BBC/Celebrations after 'spooky' horse racing tip> Winnie Agbonlahor
<The Guardian/Construction worker backs Epsom Derby winner thanks to ‘spooky’ time capsule tip> David H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