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을 뒤흔든 속옷 광고 모델
Sears 카탈로그의 모델은 속옷보다 더 많은 걸 전시 중입니까?
미국 전역을 뒤흘들었던 속옷 광고 모델이 있다.
모두가 이 모델에게 집중하며 신드롬이 일어났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이 다소 서운해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미리 언급하고 가겠다.
하나는, 이 신드롬이 1975년에 발생했었다는 것이다. (개의치 않는 분들도 계시겠다)
다른 하나는, 이 속옷 광고 모델이 남자였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그래서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다)
1975년 7월, 유난히 핫한 미국의 여름이었다.
당시 대표적인 우편 주문 카탈로그 회사였던 시어스 로벅(지금은 미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이 FW 카탈로그를 일반 가정에 배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카탈로그는 무려 1,492페이지 달했으며, 의류부터 다양한 판매 품목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 75 FW 카탈로그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독보적인 품목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602페이지의 '코델 폴리에스터 50%, 코마 면 50% 혼합재질 사각팬티 트렁크'였다.
위 이미지에서 상단 좌측의 남자가 착용하고 있는 4번 품목이, 바로 문제의 속옷이다.
정정!
문제의 신드롬의 주인공은 4번 품목이 아니라, 4번 품목을 착용한 남자가 되겠다.
어째서, 통신 판매 카탈로그의 무명 모델인 이 남자가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것일까?
힌트를 주고자, 문제의 남자를 확대해 봤다.
어째서, 통신 판매 카탈로그의 무명 모델인 이 남자가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것일까?
더 더 확대해봤다.
이제, 통신 판매 카탈로그의 무명 모델인 이 남자가 어째서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겸손의 의미로 숙여졌다가 이미지를 다시 보려고 들어서)
인터넷과 SNS도 없던 시절, 이 '602페이지의 남자'는 입에서 입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직장 동료, 학교 친구, 이웃집 등에 이 602페이지를 달에 성조기를 꽂은 닐 암스트롱마냥 나부껴댔다.
이제 미국 사람들의 제1 공공 화두는, '602페이지 남자의 좌측 무릎으로 삐져나온 것'이 됐다.
그해 9월.
언론이 이 신드롬을 캐치하며 곧 전국적인 뉴스가 되기에 이른다.
한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으로 이 신드롬을 소개하기도 했다.
"Sears 카탈로그의 모델은 속옷보다 더 많은 걸 전시 중입니까?"
한편, 언론사들은 난감한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만약, 이 남자가 정말로 속옷보다 더 많은 전시 중인 것이라면? 그렇다면 문제의 사진을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소개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하여, <Kansas City Times>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미국 전역이 뒤흔들리자, 사람들이 품는 최대 관심사는 다음의 것이었다.
"이 602페이지 남자가 진짜로 해부학적 구조를 전시 중인 걸까?"
이처럼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Sears의 홍보 이사인 어니스트 암즈가 기자들 앞에 서기에 이른다. 그리고 암즈는 단호히 말했다.
"인쇄상의 결함에 불과합니다. 이런 얼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저.. 불행한 위치에 발생했던 거죠."
이어 Sears의 PR 담당자였던 주디 에이콕은 문제의 부분이 인화 과정에서 물, 기름, 먼지 등과 같은 이물질이 묻으면서 발생하는 결함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바로 직전의 1975SS 카탈로그에도 동일한 사진이 실려있는데, 그곳에선 이러한 결함이 없다는 점도 설명했다.
여담으로 이 결함 없는 버전이 실린 Sears 1975SS 501페이지 사본은 이베이에서 5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반면, 결함 있는 버전이 실린 Sears 1975FW 602페이지 사본은 최대 100달러에 달할 정도다.
한편, 해당 이슈와 관련해 Sears 측에 접수된 컴플레인은 전무했다.
'602페이지의 남자'의 신원에 대해 묻는 열렬한 요구에도, Sears는 모델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며 일체 공개를 거부했다.
그렇게 '602페이지의 남자'의 정체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상! 웃어도 될지 아니면 딴죽을 걸어야 할지 헷갈리는,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미국에서 실지로 벌어졌던 전설 같은 일화였다.
1975년 9월, 미국의 컨트리 가수 잭 바로우는 <The Man on Page 602>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11월까지 컨트리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다.
FW 카탈로그 602페이지
이 광고를 보고 난 이성을 놓아 버렸네
이해할 수 없어 언짢아지네
사각팬티 광고인 건지 남자를 팔려는 건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이 소원을 이룰 수만 있다면 내 돈 전부를 바치리
난 내가 602페이지의 남자였으면 좋겠네
– <The Man on Page 602> 가사 中
참조
<The Museum of Hoaxes/The Man on Page 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