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면, 그리고 경찰이었다면, 응당 '사건 이야기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는 법이다. 누군가가 '경찰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뭐였나요?'라고 물어올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이제 막 은퇴한 뉴욕 경찰청의 경감 휴버트 림(66) 역시, 다른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사건 이야기 하나'를 지니고 있다.
다만 다른 경찰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어떤 사건을 '사건 이야기 하나'로 꼽을지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거겠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림 경감의 '사건 이야기 하나'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으니까.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당신 얼굴을 보고 싶으니까.
1950년 6월이었습니다. 제가 은퇴를 코앞에 두던 때였죠.
그날 자정이 다 돼갔을 때였어요. 저는 뉴욕 경찰청 실종자 부서의 담당자였고, 벨뷰병원 시립 영안실에서 인턴 하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죠. 시신 하나가 들어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