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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환자의 죽음을 예지한 고양이

죽음을 예지했던 고양이 오스카?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10분 걸림 -

채 빠져나오지 못한 낮잠에서 한쪽 눈을 힘겨이 들어 올려 자신의 왕국을 살피는 오스카. 풍만한 갈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기품 있게 기지개를 켜고는 양날개로 펼쳐진 전선을 바라본다.

동부전선, 이상 없음.

서부전선, 이상 없음.

이상 없음?

이변을 알아챈 오스카가 책상에서 훌쩍 뛰어내려 물그릇에 채워진 물을 잠시간 축내고는 복도를 따라 종종걸음을 재촉한다.

저 맞은편에선 카디건 단추가 잘못 끼워진 백발의 여사가 기우뚱거리며 목적지 모를 산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순이 맞지 않는 중얼거림을 내뱉던 여사가 오스카를 보고는 한 손을 내민 채 다가온다.

'저리가! 당신 차례가 아니니까!"

오스카가 '쉭' 하고 외마디 신경질을 부리고는 종종걸음을 재개한다. 이어 한 병실 앞에 당도해 시각과 후각을 날카로이 정비하며 고개를 분주히 움직인다.

'여기인가?'

"안녕, 오스카. 안에 들어가려고?"

간호사복의 여인이 양손 가득히 침구를 싣고는 병실을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오스카는 대답 대신 그녀의 다리를 통과해 병실 안 침상 앞까지 걸음을 나아간다.

암에게 장기를 갉아먹여 비쩍 야위어진 노인이 태아가 된 듯한 자세로 곤히 잠들어있고 그 옆으로 핸디 사이즈의 문고를 덮으며 자못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오스카를 주시하는 노인의 딸이 있다.

"오스카, 무슨 일 있는 거니?"

오스카가 단박에 침대로 뛰어올라 노인의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아직 아니야. 여기가 아니었군.'

침대에서 뛰어내린 오스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병실 문을 나선다. 다시금 복도에 선 오스카. 주변 병실 한두 군데를 기웃거리다 마침내 확신한 듯 313호실로 향한다.

열려진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선 오스카의 눈에 평화로운 얼굴로 단잠에 빠져있는 노인이 들어온다. 침상으로 장식된 자그마한 사진 액자 속 사람들로 인해 노인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각자의 우주를 부여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깊고 커다란 도약으로 노인의 곁에 선 오스카는 곧이어 자신의 몸을 한차례 말고는 자리를 잡는다.

한 시간 후.

병실에 들어선 간호사가 오스카를 확인하고는 진지해진 표정으로 동태를 살피고선 그곳을 빠져나와 자신의 책상에서 분주히 의료 차트를 체크한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병실에 도착한 가족친들이 노인을 내려다보며 저마다의 우주에서 각자만의 애도를 표하고 있다. 신부가 가쁜 호흡을 서둘러 정리하고는 의식을 시작한다. 아직 엄마 품이 필요한 어린 손자가 노인의 가장 가까운 곁을 지키며 부드러이 몸을 부딪치는 오스카를 가리키며 묻는다.

"엄마, 고양이 뭐 하고 있는 거야?"

손자의 엄마가 눈꼬리 끝으로 아슬하게 걸린 슬픔을 닦아내며 대답한다.

"응, 할머니가 천국에 가는 걸 도와주고 있는 거야."

노인이 자신이 만든 우주들 사이에서 마지막 숨을 표한다. 오스카는 말려진 몸을 일으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방을 나선다.

상념에 잠겨 복도를 따라 걷던 오스카의 시야로 벽에 걸린 명판이 들어온다. 지역 호스피스 기관에서 수여한 표창이었다.

자애로운 호스피스 케어를 수행한 고양이 오스카에게 이 표창을 수여합니다.

자신의 책상으로 도착한 오스카가 물그릇의 물을 빠르게 축내고는 책상 위로 뛰어올라 한 차례 콧김과 함께 그대로 엎드린다. 오늘 일과는 끝났다. 오늘 더는 죽음이 없을 것이다.

미국 뉴잉글랜드 로드아일랜드에 위치한 도시 프로비던스. 이곳엔 'Steere House'라는 이름의 요양&재활 센터가 있다.

2005년, 이곳 요양&재활 센터에서 치료용 애완동물 목적으로 동물 보호소에서 새끼 고양이 6마리를 입양한다.

이중 '오스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고양이는 지극히 내향적이고 사람을 반기지 않아 좁은 공간에 숨어있거나 하악질을 하기 일쑤였다.

입양 6개월 차.

오스카가 병동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냉담하고 접근하는 이에게 신경질을 내기도 했지만,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센터 내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곤 했다.

그렇게 41개에 달하는 병실 침대 주변을 순찰하고 사람들의 냄새를 확인하던 오스카. 머지않아 의사 및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평소 사람의 손길을 피하며 물기도 하는 오스카가 침실의 환자 곁으로 다가가 코나 몸을 부비고 갸르릉 거리며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보통 1-2시간 내외로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오스카의 이러한 특정 행동을 포착하면 환자의 가족친지들을 불러 작별의 시간을 갖도록 준비한다. 그리고 오스카는 환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에 머무르며 함께 하고서야 조용히 자신의 전용 자리인 책상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이야기는, 브라운 대학의 의학 조교수이자 'Steere House'의 전문의였던 데이비드 도사가 2007년경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도사와 센터 내의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스카는 2007년 기준으로 25명의 죽음을 정확히 예측했고, 2010년 기준으론 약 50명, 그리고 2015년까지 100명이 넘는 환자들 곁에서 그들의 죽음의 여정을 함께 했다고 한다.

센터 내의 또 다른 전문의 조안 테노는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환자가 식사도 하지 못하고 호흡곤란 증세에 하체로는 푸르스름한 색이 띠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오스카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스카의 예측이 빗나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10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사망했습니다. 제 예측이 너무 빨랐던 거죠. 오스카는 환자가 사망하기 2시간 전에야 환자의 침실로 합류했습니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가 언론과 미디어 등지를 통해 미국 전역에 전파되면서 다수의 학자 및 전문가들이 현상을 해석하고자 시도했다.

그들은 오스카의 신묘를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개나 고양이는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특정한 냄새에 반응할 수 있으며, 오스카가 사람의 세포가 분해되기 시작할 때의 냄새 또는 죽음에 가까워지며 배출하는 특정한 화학 물질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일 수가 있다."

"냄새가 아니라, 환자의 청각 및 움직임의 부재 또는 주변 의료진의 동선이나 행동 패턴과 같은 요소를 민감하게 캐치하는 개체일 수가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경우 다른 이들과 달리 고양이에게 '활동적'이지 않기에 오스카가 편하게 여겨 휴식처로 삼았을 수가 있다. 또, 중증 환자의 경우 보다 두껍고 따뜻한 담요와 같이 '매력적인 휴식처의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 인간은 동물의 행동을 인간 관점에서 생각하기에 오스카의 경우 일종의 훈련된 패턴 반복에 대해 확증 편향이 개입됐을 여지가 있다."

여하튼지건..

센터를 이용한 환자들의 유족은 이 고양이 오스카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오스카로 인해 죽음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함께 보낼 수 있었고, 그러한 순간 오스카의 헌신이 모두에게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한편..

노년에까지 자신의 업무를 이어가던 오스카는, 2022년 2월 22일 짧은 투병 끝에 17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AP)
(AP)

참조

<Reuters/Doctor casts new light on cat that can predict death>Belinda Goldsmith
<The Guardian/The nursing home cat that 'predicts' death> Peter Walker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A Day in the Life of Oscar the Cat> David M. Dosa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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