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기억에 남는 전화 통화가 하나쯤은 있다.
그건, 여기 잭 사파티 역시 마찬가지이다.
195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중남부 미드우드였다. 사파티는 과학적 탐구에 열심이던 14살 소년이었다. 그의 탐구심은 분명 나이에 비해 조숙했다.
이 무렵 사파티의 관심사는 컴퓨터였다. 당시는 2진법이 채택된 컴퓨터가 개발화되던 시기였다. 사파티는, 컴퓨터의 스위칭 회로에 대한 책을 탐닉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0과 1의 상태 전환 기능을 통한 2진법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던 것이다.
그렇게 한창 집에서 탐구에 빠져들던 때였다.
느닷없이 집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음 사파티는 전율했다. 전화 상대방은, 사파티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존재였다. 차분함을 넘어 감정 없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성조와 어조, 금속성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 결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대방은 다짜고짜 일련의 숫자들을 차례로 읊어댔다. 그렇게 긴 숫자의 나열을 마치 통보하듯 말해왔고, 사파티는 당연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상대방은 사파티를 친근하게 잭이라 이름으로 부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잭, 나는 우주선에 탑승 된 컴퓨터입니다. 의식을 지니고 있는 컴퓨터이죠.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400명의 총명하고 수용적 마인드의 젊은이를 엄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중 하나로 확인됐습니다.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받아들인다면, 프로젝트의 다른 인원들과 20년 후에 연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