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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잔인한 고문&처형 도구

역사상 가장 잔인한 고문&처형 도구로 꼽히는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8분 걸림 -

인류 역사에는 길이길이 악명이 전해 내려오는 고문&처형법들이 있다.

이러한 고문&처형법은 신화적 스토리로 우리들 내면의 무언가를 자극하기도 하고, 또 앞으로 이어질 역사에서 반복되선 안되는 반면교사이자 일종의 교훈 거리로 존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사람의 사지와 목에 이은 줄을 소나 말에게 끌도록 하는 거열형,

(Dieric Bouts)

산 채로 최대 수천 번에 이은 난도질로 살을 회 뜨는 능지(능지처참),

철 스파이크로 뒤덮인 금속 내부로 낑겨넣는 아이언 메이든

가 지금껏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역사적 고문&처형법이겠다.

그리고..

이러한 악랄한 방식의 고문&처형법 중에서도, 단순히 잔혹함 뿐만이 아닌 '기괴한 유희'가 덧칠된 최악의 고문&처형법이 있다.

그건 바로,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이다.

기원전 6세기경인 기원전 570년-554년에 걸쳐 시칠리아의 그리스 도시국가 아크라가스를 지배했던 팔라리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본디 도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들을 감독하던 유능한 관리였었는데, 그러한 명성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장군으로 추대되더니 이후 권력을 장악하고선 도시의 지배자 자리에 오른다.

지배자가 된 팔라리스는 지나친 잔악함으로 악명높은 폭군이 됐고, 심지어 젖먹이 아기를 식인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언젠가는 청동 세공사인 페릴로스에게 고문&처형 도구 제작을 명했고, 이에 페릴로스가 황소 모양의 놋쇠 조각품을 헌정했다고 한다.

이 놋쇠 황소는 실지 황소의 모양을 본뜨고 있음은 물론이요, 그 내부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커다랬다.

이런 놋쇠 황소 안으로 처형될 사람을 가두고는, 바로 밑에선 불을 때 사람을 달구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내부 열기로 물리적 고통과 더불어 호흡 역시 곤란해지고, 이에 외부로 이어지는 관을 물고서 비명 섞인 숨결을 내뱉을 수밖에 없어진다.

그리하여..

내부로 가득찬 연기는 황소 코 부분으로, 그리고 비명은 관을 타고서 기묘하게 변형된 울음소리를 내뿜게 된다.

마치..

진짜 황소가 콧김을 뿜으며 울어 젖히는 것 마냥.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연

한편..

놋쇠 황소를 헌정 받은 팔라리스는, 그 자리에서 직접 시연을 해봐야겠다며 제작자인 페릴로스를 황소 내부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아주 흡족해한 팔라리스는 이후 자신에게 반하는 이들을 이 놋쇠 황소로 처형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16년간 폭정을 일삼던 팔라리스는 마침내 대규모 반란에 의해 타도됐고..

그 직후 자신이 애용하던 놋쇠 황소에 의해 처형됐다고 한다.

페릴로스를 제1호 놋쇠 황소형에 처하는 중인 팔라리스 (Pierre Woeiriot)
(Isidore Stanislas Helman&Charles Monnet)

18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기요틴(길로틴, 단두대).

의사이자 해부학 교수였던 조제프이냐스 기요틴에 의해 발명됐으며 기요틴 자신 역시 훗날 이 처형 도구에 의해 참수됐다는 전설처럼, 팔라리스 역시 그러한 수미상관을 따르고 있다.

(참고로, 기요틴은 집행인과 사형수 모두에게 고통을 덜 수 있는 처형 도구 사용 법률화에 앞장섰던 인물로 실지 설계자는 외과의이자 생리학자였던 앙투안 루이스였음. 상징성을 위해 이름을 땄을 뿐이며 그는 76세에 자연사했음)

허나..

팔라리스의 이러한 전설(?)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놋쇠 황소의 실존 여부마저 아직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가 기원전 6세기경 시칠리아의 그리스 식민지 도시국가 아크라가스의 지배자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의 압제와 폭정 그리고 젖먹이 아이까지 식인했다는 이야기는 모두 정확한 역사적 문헌에 기인한 건 아니다.

팔라리스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유명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와 폴리아이노스의 기록물에 기반한다. 그리고, 둘은 팔라리스가 활동하던 시기로부터 500-700년 이후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둘은 직접 체험하거나 역사적 사료에 근거한 방식이 아닌, 그때껏 전해 내려온 이야기와 구전 및 야사 등에 기반한 재구성 방식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의 정치적&문화적&문학적 배경(민주적 이상을 강조하던 사회적&시대적 아젠다로 인해 과거의 독재적 권력 및 통치자를 과장되게 폭군으로 그리는)에 따라, 자연스레 단순한 역사적 서술이 아닌 민중을 대상으로 하는 도덕적 및 윤리적 감화의 전파라는 서사 형태를 채택했다.

이에 필연적으로 팔라리스는 인간의 행위를 벗어난 악마적 폭군으로 묘사됐으며, 그 최후는 인과응보에 따라 반란 세력과 자신의 처형 도구에 의해 수미상관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팔라리스가 인도적이고 교양적이었다는 묘사 기록도 존재)

암군이었던 로마의 네로 황제가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덧칠된 것 역시 유사한 케이스겠다.

여담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드라큘라 백작의 실존 모델인 블라드 3세 역시 죄인과 포로를 꼬챙이에 꿰어 죽이는 역사상 가장 잔악한 폭정자로 알려져있지만, 조국에선 오스만 제국에 용맹하게 맞섰던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논외로, 역사적 권력자들-반대 세력에 의해 뒤안길로 내몰린-에게 가장 애용되던 프로파간다는 바로 '괴벽에 가까운 포악함&성과 관련된 추문 또는 기벽')

결론적으로..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는 역사적으로 실존 및 사용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현재 전시되는 오래된 놋쇠 황소들 역시 과거 예술가들의 일종의 예술적 재연 아티팩트에 불과하다. (서문에서 언급한 아이언 메이드 역시)

참조

<Encyclopedia Britannica>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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