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7월 9일 금요일 오전 7시 15분경.
영국 국왕 일가가 거처하는 런던의 버킹엄 궁전.
그중에서도 여왕이던 엘리자베스 2세(당시 56세)의 침실.
마이클 페이건은 바로 그날 그곳에 있었다.
'싱글룸에 더블 침대군.'
페이건은 침대 가까이로 걸어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여왕은 리버티 프린트 무늬가 새겨진 무릎 기장의 잠옷을 입은 채 꿈나라 중이었다.
그렇게 페이건은 영국 군주의 발치에서 한동안 기립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인기척에 여왕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여왕의 시야에 포착된 건, 처음 보는 맨발의 남자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비현실을 뛰어넘어 초현실적인 상황에 느닷없이 놓여진 여왕은 당연히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