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예수의 비밀인 다빈치 코드를 품은 명화
마리아와 예수의 알려져선 안 되는 비밀이 그림 속에?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 누가복음 1:30-31
2003년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1억 부라는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예수 유부남 음모론'을 전파했다.
예수가 가짜 처형을 연출해 죽음을 위장하고는, 자신의 아이를 잉태 중이던 추종자 마리아 막달레나와 프랑스의 외딴 마을로 이른바 정치적 망명을 떠나고는, 그곳에서 조용히 이어지던 예수의 혈통이 5세기경 프랑스 왕가와의 결혼을 통해 훗날 파리를 세우는 메로빙거 왕조를 형성했다는 게 해당 음모론의 골자다.
더불어 아이작 뉴턴, 산드로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유럽의 비밀 단체 '시온 수도회'의 수장을 역임하며 예수의 비밀과 혈통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도 주장한다.
이러한 '다빈치 코드 음모론'에 등장하는 명화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의 오른편에 앉는 영광을 차지한 인물,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 섬세하게 모아쥔 손, 살짝 솟은 가슴까지.
해당 음모론에선, 이 인물을 예수의 배우자이자 당시 예수의 아이를 잉태 중이었던 마리아 막달레나라고 설명한다.
둘 사이의 공간이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고대 기호 'V'를 표현하며 성배를 상징하고 있으며, 둘의 실루엣을 따라 선을 그으면 이탈리아어로 결혼과 마리아 막달레나를 나타내는 'M'자가 그려지는 데다, 서로 상호 반전된 옷 색상까지.
그렇다.
시온 수도회의 수장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신의 걸작 속에 비밀스러운 '코드'를 삽입했던 것이다!
헌데..
이러한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또 다른 걸작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그건 바로..
예수의 시작과 끝 중에 시작을 의미하는 '수태고지' 그림에서다.
'최후의 만찬'과 더불어 종교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수태고지'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를 찾아와, 성령에 의해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 고하는 사건이다.
위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그림에서도 '다빈치 코드'를 찾아볼 수가 있다.
대다수의 수태고지 종교화에서는, 천사 가브리엘이 백합(순수, 순결을 상징)을 쥐고서 나타나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 잉태를 고지하는 연출을 담고 있다.
헌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종교적 상징성과 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난 조금은 '기괴한' 연출법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실내가 아닌 열린 공간인 실외 정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경에 따르면 가브리엘은 마리아의 집에 찾아와 고지를 한다. 또, 마리아가 세속적 세계로부터 떨어져 기도와 명상에 몰두하는 은둔적 삶과 더불어 겸손한 및 순결함을 부각&상징화하고자 실내를 배경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또, 가브리엘이 들고 있는 백합의 경우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고자 생식기인 암술과 수술 부분을 표현하지 않는다.
보다시피, 백합의 암술과 수술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백합은 울타리 벽이 열려있는 공간으로 배치돼 있다.
그 뒤로 뾰족하게 위로 솟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고대 기호 'V'의 반대 기호는 남성의 남근을 상징)
세속적 세계에서 열려있는 틈 사이로 자리한 생식기들.
과연,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리아의 뒤편 열려있는 문틈으로 그녀의 공간이 노출되고 있다.
그녀의, 침소가.
'예수 유부남 음모론'은 음모론 세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聖人에 대한 관음을 누가 마다하랴!
그래서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외경 등을 끌어와 음모론으로 발전시킨 역사가 깊은 음모론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97년경엔 親오컬트&음모론 성향의 두 작가 린 픽넷과 클라이브 프린스가 자신들의 공동 집필작에 <최후의 만찬> 음모론을 설파했고, 이후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에 절묘하게 끌어 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가 있다.
허나, <최후의 만찬> 속 예수 오른편 인물은 사도 요한이다.
예수에게 가장 사랑받았으며 예수를 만났을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상에 맞춰 미소년으로 그려진 사도 요한 말이다.
그렇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 속 '기괴함'은?
분명, 그의 <수태고지>는 다른 일반적인 수태고지 작품들과 차이가 있다.
허나, 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확고한 예술가적 스타일로 인한 것이다.
미술사적 관점에서 해당 그림을 따져보자.
실외 정원을 배경으로 한 것은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자연을 숭배하다시피 한)이며, 또 자연과 신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연결성을 의미하는 세계관으로 볼 수도 있다. 실지로 그가 묘사한 정원과 그 배경으론 순결과 생명성을 상징하듯 마치 에덴동산 같은 자연 오브제들을 엿볼 수가 있다. (가브리엘의 날개도 평소 그가 묘사하던 조류의 날개 형태)
암술과 수술이 표현된 백합은, 자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자연주의 중시 화가들의 경우 수태고지 속 백합꽃의 디테일을 생물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15세기 북유럽을 대표하는 얀 반 에이크 역시 암술과 수술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럼, 마리아의 뒤편으로 노출된 그녀의 침소는?
그녀의 침소는 결코 침입이 허용되지 않은 두터운 두 벽면으로 봉인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허나, 가브리엘의 고지와 함께 그러한 벽면이 열리게 된 것이다.
말인즉슨, 신이 인간 세계로 들어와 만남과 융화를 갖게 된 것이다.
또, 이러한 문은 전환점을 의미하며 마리아가 구세주의 어머니로 거듭남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추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의 스타일인 '공간의 깊이와 현실감을 위한 구조적 완성도'를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여타 그의 작품들에서처럼 해당 작품에서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는 기존의 전통적인 종교적 상징을 자신만의 독창적 접근법과 융화시킨 작품이라 일컬을 수 있겠다.
스푸마토의 창안자답게 그러한 독특한 표현법들이 곳곳에 묻어있으며, 자연숭배자에 걸맞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신과 인간을 이어주고 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작품 속에서 마리아의 인체 비율과 묘사가 그 답지 않게 기괴하다는 점이겠다.
위와 같이, 분명 마리아의 오른팔이 왼팔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 하체도 상체에 비해 다소 짧게 표현됐다.
사실 이는, 당시 해당 그림이 교회 측면 제단 위로 걸릴 것을 상정해 입체적 구도 감상에 신경을 썼던 것.
이렇듯..
거의 모든 미스터리 음모론에서 그러하듯, 우리는 자의적이고 비전문적으로 남발되는 음모론 주장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분명 있다.
이번 글의 <수태고지> 속 '다빈치 코드류 음모론'은, 바로 그러한 사실을 일깨우고자 이상한 옴니버스가 준비한 꾸며낸 음모론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해당 작품을 1470년대경 완성했다.
기존의 도상학에서 벗어나 훗날 역사에 자신만의 '대가의 스타일'로 표현되는 표현법의 해당 작품은, 그가 20대 초반 아직 견습생이던 시절 그린 것이다.
그렇다.
14살에 시작한 견습 생활, 그리고 아직 독립하지 못한 20대 초반에 초기 의뢰작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류' 걸작을 내놨던 사실이 아마 해당 그림의 가장 기괴한 점일 것이다.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 '예수의 무덤 위치가 숨겨져 있다는 역사적 명화'도 구글에 검색 바랍니다)
참조
<Artlex/Annunciation by Leonardo da Vinci and Andrea del Verrocch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