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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살인청부업자였던 사람의 이야기

휴스턴의 공식 인증 살인청부업자였던 개리 존슨의 이야기!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16분 걸림 -

다음은..

미국 최고의 살인청부업자였던..

게리 존슨이라는 자신의 본명 대신 마이크 케인, 조디 이글, 크리스 벅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넘게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하며 60건 이상의 의뢰를 처리한..

두 얼굴의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Y2K인지 뭔지, 세상이 무너질 거라는 말들이 오가던 2000년이 지나고서 2001년 21세기가 시작됐다.

미국의 대도시인 휴스턴 북부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선 50대의 게리가 언제나처럼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훤칠하고 적당히 마른 체구에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 3번의 이혼 끝에 방 3개짜리 집에서 이드와 에고 두 고양이 그리고 마당 연못의 금붕어들과 인생을 감상 중인'이 게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장이겠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전 부인(그러니까 두 번째 부인) 말마따나 '사람을 즐겁게 만들 줄 알고 여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본질은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외톨이'가 적절하겠다.

그처럼 내면의 평화를 최우선 덕목으로 여기며 중년의 위기 따윈 없는 게리. 그런 게리가 언제나처럼 동거인들의 밥을 챙기고는 책을 집어 들어 거실 안락의자에 몸을 뉘인다. 셰익스피어, 칼 융, 간디와 같은 것을.

심리학 석사를 이수한 게리는 일주일에 두 번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강의를 뛴다. 오늘은 일이 없기에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꼼꼼하게 내린 커피를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자리한다. 테이블 위로 놓여진 간디의 인용문을 언제나처럼 나직이 읊조려본다.

"비폭력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이다."

바로 그때, 침실로 자리한 검은색 전화기가 게리 내면의 평화를 건드린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대사를 했다.

"자네에게 줄 일이 있네. 새로운 고객이야."

다시 안락의자로 몸을 자리한 게리가 무릎 위로 뛰어 올라온 고양이의 귀 뒤를 무심히 쓰다듬는다.

간디는 항상 생각과 말과 행동을 조화롭게 할 것을 강조했다.

게리는 그럴 것이다.

새로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까. 방법은 다양했다. 자동차 사고, 추락사, 화재, 독살, 질식, 아니면 클래식하게 쏘거나 찌르거나.

(AI image generated by The Wonder Omnibus)

휴스턴의 고급 패션 중심지 업타운 지구에 위치한 152m 높이의 페르티타 타워.

게리.. 아니, 마이크 케인, 조디 이글, 크리스 벅을 찾고 있다면 이곳 타워 호텔의 1008호실 찾아가 노크를 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종 우아한 자세를 잊지 않는 금발의 귀부인 린 킬로이(39)가 대화의 대부분을 이끌었고, 맞은편 옥스포드 셔츠 차림새에 철테 안경을 착용한 게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남편은 윌리엄 킬로이 주니어예요."

"..그 킬로이겠군요."

"네, 휴스턴에서 제일가시는 거물 명사 집안의 외아들 킬로이요."

"부인께서도 지역 공화당 여성 단체의 부회장이셨잖습니까."

"중요한 건! 중요한 건, 이제 결혼한 지 1년이 될까 말까인데 못 견디겠다는 거예요. 진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하는 짓을 보고 있자면 화가 치밀어올라요. 언제는 샤워실 바닥에다 베이비 오일 한 통을 쏟아부을까 생각했어요. 남편이 미끄러져서 대가리가 깨지게 말이에요!"

귀부인의 광기 서린 눈빛이 남편에 대한 흘러넘친 분노를 게리에게로 쏘아붙였다. 게리는 얼굴로 위치한 깍지 낀 양손을 느긋하게 무릎가로 옮겼다.

".. 남편과는 제가 일하던 투자 관리 회사에서 만났어요. 결혼하고서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남자 친구가 생겼고요. 데릭이라고,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남편처럼 발을 절지도 않고 덜떨어지지도 않았죠. 그 사람과 새로 출발하고 싶어요. 우리는 결혼할 거예요. 문제는.. 6개월 난 제 딸아이와 양육권을 완전히 빼앗길 거라는 거죠. 그쪽 집안은 반드시 그렇게 할 거예요."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도 없을 거고요."

중산층 가정의 여식으로 실력 하나로 승승장구한 끝에 석유나 가스 따위의 거대한 재산 상속자인 외아들과 결혼한 귀부인이었으나, 자존감을 건드릴 한마디에 일순 지어진 처연한 눈가가 어째서인지 그녀의 악행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였다.

"부자는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우리 모두는 더 많은 것을 원하죠. 인생이란 게 너무 많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으니까요."

"..그쪽이 이 업계에서 최고라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어떻게 제 남편을 죽여주실거죠?"

"제 일이란 게.. 정확히 과학과 똑같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서, 적절하게 관찰하고, 올바른 도구를 사용하며, 정확하게 조정하죠. 어떤 방식을 원하십니까, 부인."

잠시간 철테 안경 속 부드러운 갈색의 구를 좌우로 쫓던 귀부인이 작지만 아주 명료하게 대답했다.

"그것에 대해선 제가 알고 있지 않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이해합니다. 결론 내리자면, 부인이 지금 원하는 유일한 게 남편이 죽는 것뿐이라는 거군요."

"그래요. 남편이 자주 가는 시가 바가 있어요. 거기서 매번 적잖게 들이키죠. 집 안은 보안 시스템 때문에 위험해요."

"걱정마세요. 제가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요."

게리가 짧게 입가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잠시간 귀부인을 가만히 쳐다봤다. 귀부인이 무언가를 막 깨달은 듯 바닥으로 조심히 놓여져있던 백을 무릎가로 올려 안의 내용물을 테이블 위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공화당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인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을 통해, 그녀 역시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 스타일을 선호하리라 생각됐다.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 스타일에 따라, 죽이고 싶은 사람은 남의 손으로.

"현금은 증거가 남으니까.. 여기 결혼반지랑 약혼반지.. 그리고 백금이랑 진주 목걸이랑 귀금속들이에요. 약혼반지는 10.5캐럿이고요. 전부 해서 충분히 계약금 20만 달러는 될 거예요."

"..좋습니다. 하지만, 부인."

게리는 귀부인이 눈을 맞추고 자세를 다잡을 때까지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지금 저는 부인의 남편을 몇 대 흔들어주거나 겁박하려는 게 아닙니다. 부부 휴가 계획을 짜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이해하고 있는 거라면 좋겠군요. 정말 남편을 죽이길 원하나요?"

귀부인이 게리를 살짝 올려다보더니, 이내 무릎가의 백을 움켜쥐고 똑바른 자세로 일어서선 대답했다. "그래요." 귀부인은 이제 1008호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당당한 태도를 취하며 아마 평소 바깥에서 으레 남에게 취할법한 어조로 명료히 말했다. "그러니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세요."

매번 작업을 마치고서 게리는 집 근처 멕시코 레스토랑에 들려 점심을 먹는다.

게리는 앞에 놓인 텍스멕스 스타일의 쇠고기 화이타와 통감자를 느긋하게 썰어가며 조심스레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음식 옆으론 아무렇게나 접혀진 지역 일간지가 속살을 은근히 노출하고 있었다. 거기엔 지역 명사의 집안에서 벌어진 싸구려 연속극 같은 사건 내용이 지리하게 배치돼 있었다.

금발의 귀부인 린 킬로이가 기소돼 재판대에 서게 됐다.

그녀가 한눈에 사랑에 빠졌던 남자 데릭은 실은 그녀의 시어머니 지니 킬로이의 사람이었다.

사교계 명사였던 지니는 지인으로부터 며느리가 자기 아들을 죽이기 직전의 상태라는 귀띔을 받는다. 재산 많은 명사 미망인의 하나뿐인 아들을 말이다. 이에 사교 인사로부터 소개받은 해결사 데릭을 고용해 7만 달러를 지불하고서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며느리가 진짜 내 아들을 죽이려고 하는 건지 확인해 봐요. 그리고 그런 말이 오가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데릭은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너무도 충실했는지 본의 아니게 귀부인의 마음마저 빼앗게 돼버렸지만.

그렇게 귀부인으로부터 청부업자를 수소문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데릭은 지방 검사 사무실을 찾아가 그대로 고한다.

그리고 지방 검사 사무실에선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게리에게 '사건'을 일임한다.

심플하다.

휴스턴 지역의 경찰이든 지방 검사 사무실이든, 지인이 사람을 죽이려고 청부업자를 찾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해리스 카운티 지방 검사 사무실 수사관인 게리에게로 연결된다.

그러면 게리는 마이크 케인, 조디 이글, 크리스 벅으로 분해 명확한 청부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며 몰래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을 실시한다.

이처럼 게리는 미국에서 가장 바쁜 살인청부업자로 있으면서 끊임 없이 청부 의뢰자들을 기소하는 데에 일조했다.

"커피 좀 더 드려요, 게리?"

검은 머리를 하나로 높게 묶어 올린 작달막한 라티나가 커피를 따르며 부드러이 미소 지어 보였다. 게리도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듯 지어 보이곤 입가로 미소를 내보냈다.

게리는 커피잔을 잡은 채로 사방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인파가 음식을 입에 넣고 때로는 맞은편의 사람을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지금 게리 눈에 담긴 사람 중 누구라도 다음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든 적합한 상황에 놓여진다면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야만적인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게 이 직업에서 얻은 이해하기 쉬운 철학이었다.

더 무서운 거?

지난 10년 넘도록 휴스턴의 공식 살인청부업자로 있으면서 60명이 넘는 고객을 만났는데, 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다른 청부업자를 만났을 것이라는 거다.

이 휴스턴에서 자신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돈 때문에, 원한 때문에, 치정, 질투, 온갖 케이블 드라마 속 내용들을 들이밀며 사람을 죽여달라고 찾아온다.

그리고 예외 없이 게리는 정확하게 일을 처리한다. 이 업계에선 그가 최고니까.

게리는 커피잔을 들어 입으로 향하다가 멈칫한다.

한 번 예외가 있었다.

몬트로즈 지역의 스타벅스에서 낮타임 근무를 하던 젊은 여성이었다. 직장 동료에게 남자 친구의 폭력성에 대해 하소연하던 끝에 유일한 방법이 청부업자를 만나는 것이라며 방법을 물어왔고, 이에 직장 동료는 경찰에 신고를 해왔다.

게리는 그녀를 만나기 전에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자 그 남자 친구에 대한 조사를 감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만사 사람 수만큼의 각자의 정의라는 게 있다지만, 법 집행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정의란 질서의 유지였다. 과학과 똑같게 감정을 배제하고서, 적절하게 관찰하고, 올바른 도구를 사용하며, 정확하게 조정하면 되는 거였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정기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학대의 피해자였고, 그녀에게 있어서 이제 유일한 희망은 누군가가 나서서 남자 친구를 죽여주는 것뿐이었다.

게리는 그녀를 기소해 감옥에 보내는 대신 사회복지 기관과 전문 치료사 앞으로 소개했다.

"그때 한 번만이야."

게리가 중얼거리고는 커피잔을 입에 한 번 그리고 다시 또 한 번 대고는 테이블 위로 소리 나지 않도록 내려놨다.

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짓거나 만족스러운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 입에다 끊임없이 뭐든 넣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자신도 명예롭게 은퇴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음식을 찔러대는 모습을 바라보며 게리는 조금 더 나지막하지만 굳은 어조로 읊조렸다.

"그때 한 번만이야."

* 본 글은 2001년 Texas Monthly와 The Washington Post가 개리 존슨과 인터뷰한 기사 내용을 기반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개리 존슨은 1989년부터 살인청부업자를 찾는 사람들에 대한 약 300건의 신고 건을 조사하며 그중 60건 이상의 진지하고 심각한 신고 건에 투입퇴면서 기소로 이끌었습니다.

본디 개리 존슨은 70년대 무렵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에서 잠복 마약 수사관으로 10년간 근무하며 천부적인 카멜레온 능력으로 언더커버 수사에 투입됐고, 1982년 지방 검사실에 합류한 이래 1989년부터 10년 넘도록 살인청부업자로 재직합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독실한 불교 신자였으며 주변으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냉철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던 개리 존슨은 2022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실지 중년 무렵 게리 존슨의 모습 (Garry Johnson)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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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역사

이상한 옴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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