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이 존재함에도 미제가 된 집단 폭행 사건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사건은 어째서 미제 사건이 됐는가?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사건은, 범인들의 모습이 CCTV로 명확하게 찍혔음에도 20년 넘도록 해결이 되고 있지 않은 일본의 린치(집단 폭행) 살인 사건이다.
사건은 2000년 5월 3일 자정 무렵 벌어졌다.
도쿄 도심에서 약 50km 떨어진 이바라키현 우시쿠시 지역. 이날 이곳에선 골든 위크와 맞물려 지역 축제인 '우시쿠 잉어 축제'가 열리면서 거리론 많은 젊은이가 오가고 있었다.
17세의 후지이 다이키도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와 함께 그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고서 새벽 0시 30분경.
후지이는 여자 친구와 함께 슈퍼마켓인 슈퍼 마루야(축제가 열리던 시청 옆 공원으로부터 약 200m 떨어진)를 들려 그곳의 자동판매기에서 주스를 구입한다.
여기서 갑자기 나타난 4인조 남성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시비가 붙었고, 곧이어 우격다짐 식으로 인적이 없는 주차장 건물 비상계단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수적으로도 열세인 데다 여자 친구가 잡혀 있기도 한 상황 속에서, 후지이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야 했다.
무려, 30분 동안이나.
한편, 후지이의 여자 친구가 눈을 피해 119에 신고하자 4인조는 후지이의 지갑에서 소지금 수천 엔 가량을 갈취하고선 그대로 달아났다.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구타 당했던 후지이는 얼굴이 2배로 부풀어 오른 상태였으며 의식불명이었다고.
그렇게..
후지이는 단 한 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9일 뒤인 5월 13일 새벽 1시경 사망하고 만다.
사인은 뇌좌상 및 급성 경막하 혈종이었다.
(뇌좌상: 머리에 가해진 직접적 외력으로 인해 뇌 조직에서 출혈과 함께 부어오르는 현상으로 뇌진탕보다 심각한 외상 / 급성 경막하 혈종: 주로 추락사고나 교통사고와 같은 심각한 외상으로 인해 뇌를 둘러싼 혈관이 터지는 응급 상황)
그나마 다행이게도..
후지이의 여자 친구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나 사건 당시 폭력을 당하진 않으면서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똑바로 목격할 수 있어,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몽타주 작성을 돕는다.
이어 현 경찰은 4인조의 동선 및 행적을 추적하던 끝에 현장에서 약 2km 떨어진 편의점 내 CCTV로부터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다.
문제의 CCTV에는, 바로 범인인 4인조가 확실한 청소년들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4인조 범인의 몽타주와 CCTV 영상..
게다가 4인조의 당일 행색이나 동선상 현 내 지역 거주자임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이바라키현 경찰은 끝내 유력한 용의자 하나 추려내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제가 되고 만다.
2005년과 2018년에 각각 유명 범죄 사건 관련 TV 프로그램에 의해 전국으로 송출됐음에도 말이다.
몽타주와 CCTV 영상을 통해 4인조의 지인 또는 주변인이라면 분명 신원 파악이 가능했을 텐데도, 어째서인지 해당 사건은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고서 미궁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이바라키 소년 린치 살인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연유는..
바로 일본의 '소년법'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겠다.
일본의 경우, 미성년자의 보호 및 갱생을 목적으로 만 20세 미만을 대상으론 신원 노출과 공개수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4인조 범인들이 10대 고등학생 정도로 강력 추정됐으므로..
이바라키현 경찰은 소년법에 따라 몽타주&CCTV 영상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비공개 수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건으로부터 4년 후인 2004년.
4인조가 성인이 됐음이 확실해지자 그들의 몽타주를 일반에 공개한다.
그리고 2005년경 처음으로 인기 범죄 관련 TV 프로그램을 통해 사건이 전국에 전파된다.
만약, 이렇듯 사건이 대중 사이에서 이슈가 되던 순간에 CCTV 영상이 함께 공개됐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허나, 이바라키현 경찰은 2016년에서야 CCTV 속 4인조의 '스틸샷'을 배포했으며 영상 버전이 공개된 것은 다음 해인 2017년이었다.
그렇게 TV 등지를 통해 몽타주와 CCTV 영상이, 그리고 2018년엔 또 다른 인기 범죄 관련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으로 전파가 이뤄지나 끝내 유효한 제보를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사건으로부터 4년 뒤에 공개된 몽타주와 17년 만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서는, 사건 무렵의 4인조를 명확하게 인지 및 대조가 실로 어려웠던 것인다.
또한, 대중의 관심도와 집중도가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분포돼 그만 흐릿해져 버린 까닭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아직까지 유력한 제보가 없는 미제 사건이다.
한편..
일본에선 최근 146년 만인 2022년에, 기존의 소년법상 성인 기준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한다.
그리하여, 만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공개가 가능해졌다.
물론, 실지로 현장에서 그러한 기류가 정착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한국의 경우에도 소년법에 따라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신원 보호를 중시하며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 및 언론은 실명, 얼굴, 학교 등 신상 식별 또는 짐작이 가능한 정보는 공개 및 보도할 수 없다.
허나, 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미성년자일지라도 사건의 특성과 파장에 따라 공개수사가 가능하긴 하다. 이 경우에도 신상은 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 조치 되지만 말이다.
다만, 손에 꼽을 정도의 케이스이긴 하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범죄의 중대성 및 국민적 여론과 정서에 따라 신상 일부가 노출되는 형식으로 공개가 이뤄지곤 한다.
참조
<オールニッポン・ニュースネットワーク/18年前の強盗致死事件 母親ら情報提供呼びかけ>
<オールニッポン・ニュースネットワーク/少年強盗致死事件から17年 「一刻も早く逮捕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