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진행시킨 '고양이 스파이 요원' 프로젝트
CIA의 기밀 프로젝트였던 '어쿠스틱 키티' 작전!

인간의 광기가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되는 곳은, 바로 전장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장의 무대 뒤편으론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통용되곤 한다.
불을 사용하던 석기 기술 시대에서 20만 년이 흐른 끝에 1903년 인류 최초의 유인동력비행이 탄생했고, 그로부터 63년 후인 1969년엔 사람이 달 표면을 걷게 됐다.
이 60년이란 세월엔 인류 최초의 범지구적 전쟁 발발과 함께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양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광기는 바로 이런 때에 극단으로 치닫는 법이다.
냉전 기간이던 1947-1991년 사이, 미국의 중앙정보국인 CIA에서는 기상천외한 기밀 프로젝트들을 다수 테스트했다.
대표적으로 '염력과 투시와 같은 초능력의 군사 목적 활용 여부'와 '세뇌를 통한 정신 조종'과 같은 게 있겠다.
(초능력의 군사 목적 활용 여부 테스트였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구글에 '[당혹사 자문 Review] 실존했던 미국의 초능력 부대' 검색)
그리고 기가 막힌 육성 프로젝트가 또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동물 첩보 요원 육성화' 프로젝트였다.
'동물의 훈련'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라는 새로운 종이 파생돼 농경문화의 가장 든든한 역할을 수행했고, 고대 그리스에선 동물을 군사 정보 부문에 활용했다.
냉전 당시에도 동물은 가축에서 벗어나 도구로 사용되곤 했다. 사람보다 먼저 우주로 진입한 게 다름 아닌 동물 아닌가.
이런 시류(?)에서, 각국은 군사 첩보 목적으로 '동물의 요원화'를 꾀하곤 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올드스쿨 방식인 '가금류를 훈련시켜 도청기 설치 및 회수' 되시겠다.
CIA 역시 까마귀를 훈련시켜 타국의 대사관이나 동유럽의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그같은 군사 작전을 시행하곤 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1960년대, CIA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표적 거장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와 그의 팀원에게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를 맡긴다.

"동물을 훈련시켜 스스로 첩보 활동을 하도록 요원화시킬 것"

관련한 사이드 스토리들이나 CIA의 기밀문서 전체를 소개하기엔 내용이 너무 지리할 수 있으므로 핵심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동물행동학과 생태학 분야의 통찰력을 결합해 행동학적 혁신을 꾀하자. 단순한 원초적 반응의 파블로프식 접근법에서 벗어나 공학적 설계를 통한 훈련으로 고강도 임무가 가능한 동물 요원을 만들자."
이러한 훈련 프로토콜로는 개와 고양이가 선택됐다. 전 세계적으로 거리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므로 의심을 사지 않으며, 인간과 대표적으로 교감이 용이한 고지능 개체였기 때문.
그리하여..
스키너팀은 'Acoustic Kitty'라는 명칭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Acoustic Kitty'를 직역하면 '청각의 새끼 고양이"가 되겠다. 이 표현대로, 해당 프로젝트는 고양이를 '걸어 다니는 생체 도청기'로 만드는 것이었다.
왜 고양이인가?
고양이는 귀엽다.
갑자기 나타나거나 수상한 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
가까이 다가와 만지려고 하면 짜증을 내거나 할퀴며 도망가도 의심을 사지 않는다.
생물학적 측면에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달팽이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소리의 필터링과 집중에 용이하다.
하여, 고양이를 청취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신체 개조가 이뤄졌다.
인공와우의 발명가 중 하나였던 로빈 미첼슨이 연구팀과 협력해 고양이의 흉곽에 배터리를 이식, 그러한 배터리와 계기판으로 연결되도록 내이에까지 전선을 이었다. 이를 통해 고양이를 초음파에 따라 전후좌우로 움직이도록 훈련시켰다.
또 꼬리를 안테나화 시켰으며, 정신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뇌에 전선도 심어졌다. 고양이의 외이도에는 초소형 마이크가 이식됐고, 두개골 하부론 무선 송신기가 설치됐다.
이처럼 임플란트가 심어지고 요원 양성 훈련이 모두 끝나고서..
그야말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는 고양이가 탄생했다.

총 2,5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 해당 프로젝트.
마침내 요원으로 탄생한 고양이의 임무는, 당시 CIA가 감시 대상으로 삼고 있던 아시아계 국가 원수 및 그 보좌관들의 전략 회의에 침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본 임무 투입 전에 테스트 임무가 진행됐다.
프로젝트팀원은 워싱턴 D.C.의 소련 대사관 밖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두 남자의 대화를 엿듣도록 고양이에게 명령했고, 임무에 따라 고양이는 대상을 향해 전진했다. 여러 복잡한 전자장비가 가득한 밴에서 팀원들은 초조하게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길을 막 건너던 그 순간에..
그만 갑자기 나타난 택시에 치이는 일이 발생한다.

고양이는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헌데, 전직 CIA 기술 서비스국 부국장으로 고위 정보장교 출신인 로버트 월리스의 주장에 의하면..
교통사고 직후 행여나 고양이가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곧바로 회수 조치 됐으며, 수술을 통해 치료 및 임플란트 제거가 이뤄지며 이 예비 요원은 이후 행복한 은퇴 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한편..
이후 해당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인해 중단된다.

훈련된 고양이 활용에 대한 견해
특수 목적으로 훈련된 고양이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 본 프로그램이 우리의 고도로 전문화된 요구 사항에 실용적으로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훈련 상태 및 장비에 대한 반복적 점검을 통해 고양이를 특정 위치로 이동시키는 훈련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함을 확인. 하지만 현실 작전 환경하에선 해당 기법을 적용할 구체적인 시나리오 구상이 불가.
고양이가 단거리 이동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특정 목표물에 접근하도록 추가적으로 훈련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는 과학적 성과를 확인.
그러나 실제 국외 작전 환경하에서 발생할 환경적 및 보안적 요소를 고려하면 우리의 목적 달성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름.
해당 사안의 다년간의 연구에 대해 관련 인력들에게 큰 영예를 돌리는 바임. 특히, 과학적 개척자들의 모범이 될 법한 에너지와 창의력을 발휘한 [이름 삭제]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함.

"고양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했다."
- 전직 CIA 기술 서비스국 부국장으로 고위 정보장교 출신인 로버트 월리스
참조
<Smithsonian Magazine/The CIA’s Most Highly-Trained Spies Weren’t Even Human> Tom Vanderbilt
<Spycraft: The Secret History of the CIA's Spytechs, from Communism to Al-Qaeda> Robert Wal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