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뒤흔들었던 '멕시코 마녀 비행 영상'의 실체는?
과거 전 세계 인터넷에서 화제였던 멕시코 마녀 영상의 정체는?
유튜브가 막 대중화의 시작을 알리던 2006년 5월.
그해 여름, 멕시코 동북부 도시 몬테레이에서 촬영된 영상이 이후 10년 넘도록 인터넷에서 화자 된다. 영상은 기존 레거시 매체인 뉴스 및 미디어 외에도 각종 영상 플랫폼 서비스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다.
국내에서도 지금은 사라진 정겨운 동영상 플랫폼들마다 꼭 업로드되던 영상.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나 이거 옛날에 봤는데!'라고 그리워할 영상.
이 영상은 바로, '멕시코 마녀 비행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2006년 5월 17일경 몬테레이의 협곡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비행 중이던 마녀를 디아나 차파라는 여성이 촬영한 것이다.
21세기 초 아직 아날로그 향내가 남아있던 무렵 인터넷상에서 대인기를 구사했던 영상으로, 국내 인터넷 유저들에게도 아날로그 호러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이겠다.
본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영상을 접할 무렵 나이가 어렸을 것이므로, 그 무렵 모르고 지나쳤을 배경 설명을 좀 해보겠다.
몬테레이 현지에서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 주민 사이에서 'La Bruja' 목격담이 떠돌고 있었다.
La Bruja는 쉽게 말해 마녀를 지칭하는 스페인어(멕시코 공용어)다.
이 마녀에 대한 목격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지역 경찰관인 헤라르도 가르자와 레오나르도 사마니에고의 목격담이다.
둘은 마녀의 인상착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통된 증언을 했다.
"검은 옷을 입고 거대한 검은 발톱을 하고 있었음. 하지만 얼굴은 늙은 여자의 모습이며 눈동자가 붉은색(혹은 검은색)이었음."
한편..
지역 유명 인사였던 La Bruja를 영상으로 포착한 여성 또한, 지역의 유명 인사였다.
그녀 디아나는 지역 TV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방송 업계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일을 역임했던 방송인이자, 역시나 오랜 UFO 연구가로 지역의 UFO 그룹 이사직을 맡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렇듯, 여러 요소들이 뭉친 해당 영상은 뉴스를 타고서 금세 화제를 모으며 UFO 혹은 마녀를 포착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지금 우리들의 시선으론 '저거 드론 아님?'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떠올리는 형태의 드론이 상용화된 것은 2010년부터이다.
그렇다면 La Bruja 영상 속 '물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La Bruja 영상과 같이 한정적인 증거(+오래된)를 대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나마 유의미한 입증 방식은, '재연을 통한 추정'이겠다.
2010-2012년에 걸쳐 미국 Syfy 채널에서 방영된 <Fact or Faked: Paranormal Files진실 혹은 가짜: 초자연현상 파일>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전직 FBI 요원이자 미스터리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벤 한센을 중심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전문가들을 대동해 초자연적 사건을 과학적으로 재연하며 검증해 가는 방식이다. (이상한 옴니버스에서 2013년에 한 차례 소개한 바가 있음)
비록 제임스 랜디 교육재단 회의론적 연구자들로부터 일부 에피소드에서 조사 능력에 대한 비판을 받는가 하면 일부 보수적인 회의론자들로부터 방송을 위해 초자연적 또는 미스터리로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분명 기존 방송에서 외면하던 '초자연현상&미스터리 사건의 과학적 재연화'를 시도한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임엔 틀림없겠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시즌 1 에피소드 8의 주제로 La Bruja 영상을 선택했다.
먼저, Fact or Faked의 조사자들(이하 FoF)은 '제트팩 파일럿' 가설을 검증했다.
문제의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퍼지던 무렵은 제트팩을 이용해 사람이 상공을 비행하는 게 막 대중에 알려지던 시기였기에, 해당 가설 역시 각광받은 가설이다.
하지만, 재연 결과 영상 속 물체처럼 일정한 속도와 고도로 마치 유영하듯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집 라인'을 이용한 재연에서도 일정한 속도와 고도가 가능했으나..
영상 속 물체는 그와 달리 분명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다음으로 재연한 것은, 바로 '풍선 더미'였다.
풍선들을 한데 모아 인위적으로 모양을 만들어 띄어보내 바람을 타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분명 형태는 흡사했으나 비행 방식에서 차이가 존재했다.
그렇다면..
'풍선 더미'에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에도 전문화됐던 '소형 모터를 설치해 리모트 컨트롤'을 이용한다면?
이렇듯, 화질 차이만 제외하고는 어느 게 오리지널인지 헷갈리는 영상을 재연할 수 있었다.
보너스로 하나 더 소개!
이 영상 역시 추억하는 이들이 아주 많은 영상이다.
2009년 유튜브에 Jevgenij2000이 업로드한 영상으로(그가 지금껏 올린 유일한 영상임), 조회수는 300만 정도이지만 당시 인터넷상에서 무수히 많은 영상 플랫폼 및 짤을 통해 전파됐던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러시아의 한 외딴 숲속을 자신의 개와 산책하던 Jevgenij2000이 촬영한 것이다.
그는 1차로 사람을 마주친 것에 놀랐고, 다음으로 상공을 비행 중인 어린 소녀를 목격하고서 또 놀라게 된다.
당시 해당 영상은 '날마다 쌓여가는 손녀딸의 초능력을 방출하고자 사람이 없는 곳에서 비행을 시키는 할머니', '마녀가 손녀딸에게 비행 훈련을 시키는'이라는 해석으로 퍼져나갔다.
분명..
의도성이 다분히 엿보이는 프레임레이트 설정과 연출(개가 짖으며 들키는)에 따른 컷분활이지만..
짧고 굵은 내용과 그 안의 함축된 참신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등 미스터리 컨텐츠라 할 수 있겠다.
한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가짜&바이럴 영상 속 디지털 오류를 밝혀내는 분야의 대표적인 유튜버 Captain Disillusion은, 해당 영상을 '나무에 밧줄을 설치해 소녀에게 하네스를 입히고서 촬영한 뒤 디지털 후처리로 밧줄을 지운 것'이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