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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화제였던 정체불명의 10000엔 동전

2010년대 일본에 등장한 10000엔 동전의 정체는?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16분 걸림 -

만약..

우리 세계에 존재할 리가 없는 '1만 원 짜리 동전'이 발견된다면?

어느 날..

편의점에 들린 평범한 사람이 태연하게 '1만 원 짜리 동전'을 내밀며 계산을 요구한다면?

지극히 오컬트&미스터리스러운 가정으로 보이겠지만..

실지로 일본에서 2010년대에 두 차례나 발생했던 사건이다.

2018년도에 멕시코의 한 건설 현장에서 어느 인부가 발견한 은화 동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동전 양면으론 각각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발행 연도로 '2039'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두고서, 나치가 패권을 가져간 평행 우주의 미래에서 어떤 연유로 흘러들어왔던 것이 아니냐는 '나치 공상물'이 흥미롭게 이야기되곤 했었다.

해당 이야기는 국내에서도 '나치 공상물' 소재의 전파물을 통해 퍼진 바가 있다 (MRU INK)

비단 오컬트&미스터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나치 공상물'은 우리들을 자극하는 컨텐츠이나..

해당 동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따로 자세하게(국내에 전파되지 않은 디테일들) 다루도록 하겠다.

다시 돌아와..

2010년대 일본에선 존재할 리가 없는 '10000엔 동전'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2012년 이바라키현 쓰쿠바시(도쿄에서 약 50km 떨어진)에서였다.

5월 21일 오전 11시 40분경, 한 중년남성이 편의점에 들러 소비세 포함 147엔짜리 청량음료를 구매하며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동전은 한마디로 이상했다.

앞면에 '10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쇼와 65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말이 안됐다.

1만 엔짜리 동전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쇼와 65년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문구였으니까.

쇼와는 1926년 12월 26일-1989년 1월 7일까지를 포함하는 쇼와 시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쇼와는 일본의 124대 덴노인 쇼와(우리에게도 서명하는 덴노로 유명)의 재위 기간에 사용된 연호이다.

그리고 이 쇼와 시대는 64년, 즉 쇼와 64년(쇼와 덴노의 사망일인 1989년 1월 7일)까지만 존재한다.

재위가 끝나고서 쇼와 덴노의 장남이 125대 천황에 즉위하며 헤이세이 시대(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가 시작됐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 세계에 존재할 리가 없는 10000엔 동전을 건넨 남자는 거스름돈을 받고서 태연히 돌아갔다.

한편, 편의점 측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이 보안 영상을 통해 이틀 후 남자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남자는 지역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47세의 하세가와 사부로였다.

사기 혐의로 체포된 하세가와는 '당연히 동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것'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실제 남성이 사용했던 10000엔 동전 (日本経済新聞)

두 번째로는, 2017년 홋카이도 최대 항구도시 하코다테시에서였다.

1월 16일 새벽 4시경, 한 남성이 편의점에 들러 총 1500엔 상당의 식품 5점을 구매하며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동전은 한마디로 이상했다.

앞면에 '10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쇼와 65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남자는 거스름돈으로 8500엔을 받고서 태연히 편의점을 나섰다.

한편, 편의점 측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추적 끝에 3월 14일 남자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남자는 지역에서 파견사원으로 있던 31세의 남성이었다.

실제 남성이 사용했던 10000엔 동전. 사용 및 유통 흔적이 뚜렷해 보임 (日本経済新聞)

이렇듯 두 사건이 일본 내 언론과 미디어들에 다뤄지면서..

곧 오컬트&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사이트 및 유튜브 채널 등지에서 수년간 우려먹는 소재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도시 전설이 형성된다.

기존 500엔 동전과의 비교 (홋카이도 경찰)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은 쇼와 덴노가 1989년 1월 7일 이후에도 살아있는 평행 세계에서 건너온 물건이다. 수사기관이 해당 동전을 분석한 결과, 희귀 금속을 사용해 조페국보다 훨씬 정교한 주조 기술로 제작된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이와 같은 도시전설이 일본 웹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자신의 집에서 쇼와 65년 500엔 동전, 쇼와65년 100엔 동전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2015년 8월 16일, 일본 야후 재팬의 질문 및 상담 코너(우리나라의 지식인 같은)에선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서랍을 뒤지다가 발견했습니다. 쇼와 65년이라고 적혀있는데 쇼와는 64년까지였죠? 이거 가짜인가요?"

질문과 함께 첨부된 사진 (Yahoo Japan/クローム先輩)

이에 한 유저가 '어떤 멍청이가 편의점에서 사용했다가 체포됐다는 글이 있습니다. 어서 경찰에 신고하세요.'라고 답했고, 원 질문자는 '우리 할아버지가 그런 나쁜 걸 줬을 리가 없다고 믿고 싶다. 내일 은행에 가서 물어보겠다.'라는 답변과 함께 더는 답글이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의 정체는?

많은 이들이 해당 동전을 기념주화로 추측했다.

일본 내에서 발행된 대표적인 기념주화들. 이미지의 주화들은 덴노 재위 기념&올림픽 개최 기념&만박 기념주화로 모두 10000엔이다 (Casa Luthier)

이처럼 조폐국에서 기념주화로 발행한 동전은 실지로 일반 화폐처럼 사용도 가능하며 앞면에 새겨진 액수만큼 통용된다.

물론, 대부분의 기념주화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실제 값어치보다 더 비싸게 오가기도 한다.

자, 여기서 여러분의 의문 하나가 해소될 차례다.

"아니잇, 편의점 직원들은 왜 쇼와 65년 10000엔 동전 따위를 받고서 당연하다는 듯 거스름돈 건넨 거임?"

드물기는 하지만, 기념주화를 결제용으로 사용하는(아마 희귀도가 떨어지는) 케이스가 간간히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편의점 직원 역시 손님이 태연히 건네니까 기념주화가 맞겠지라고 여겨 그랬을 것이다.

허나 무언가 찝찝했기에 점장에게 보고했고, 이후 점장이 의심 끝에 경찰에 신고한 수순이었던 것.

결론적으로,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은 정식으로 유통된 일본 조폐국의 기념주화가 아니었으므로 경찰은 집중적인 추적에 나섰던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사건에서 자신은 기념주화로 알고서 사용했다는 남성의 경우 사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두 번째 사건에서의 남성은 조폐국의 기념주화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자백하며 혐의가 인정됐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념 지폐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이천원권. 230만 장이 유통됐으며 현재 중고 시세는 1만 원-5만 원 정도에 형성. 실제로 사용도 가능하지만, 한국조폐공사에서는 가급적 권장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자..

이제 여러분의 다음 의문을 해소할 차례다.

그렇다면,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은 어디에서 발행된 것일까?

아주 아주 강력한 용의자로 꼽히는 곳은..

바로, 일본의 '주식회사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는 1977년 사이타마현에서 설립된 완구업체다.

코스모스의 주력 상품은 캡슐 토이로, 80년대 일본 캡슐 토이 열풍을 이끌었던 장본인 중 하나이다.

2007년 촬영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코스모스의 캡슐 토이'. 정확히는 겉면 기계만 코스모스의 것을 재활용 중인 죽여줘 상태 (Wikimedia/Wire yk)
코스모스에 부흥기를 가져다준 캡슐 토이+자판기 시스템. 기존 캡슐 토이의 조그마한 장난감에서 벗어나 쌍절곤이나 모형총과 같은 크기의 장난감을 겟할 수 있었던 참신함이! (Wikimedia/katorisi)

최근에야 모바일 게임에서 '가챠'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사실 이 가챠(기계에서 나는 특정한 음을 일본어의 의성어로 표현한 것)는 1965년 일본에서 캡슐 토이 기계가 퍼지면서 파생된 당대의 신조어였다.

이렇듯 동전을 넣고서 레버를 돌려 캡슐 안에 든 토이를 꺼내는 도파민 시스템은 미국에서 발명된 것으로, 일본에서 수입 후 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에 <드래곤볼> 열풍과 함께 '뽑기'라는 애칭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바가 있다.

(도쿄 거주의 코스모스 박사로 불리우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 코스모스 덕후로도 유명한 그는 자신의 채널에 갖가지 코스모스 가챠 영상을 업로드함)

한편..

80년대 당시 가챠 기계 직판 및 대여료로 연간 매출액 180억 엔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한 코스모스.

헌데..

지적 재산권을 무시하며 다수의 모조품을 제작 및 유통하던 게 화근이 된다.

특히, 당시 일본 내에서 빅히트 중이었던 롯데의 스티커 상품을 교모하게 모방한 것이 그랬다.

코스모스는 'ロッテ롯데'라는 표기 대신 'ロッチ롯치'라는 표기로, 주 구매 대상자인 아이들이 보기엔 충분히 속아 넘어갈 카피를 시장에 1,000만 개 넘게 유통시키며 3억 엔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문제는, 스티커 상품의 특성상 아이들끼리의 상호 교환이 메인 컨텐츠였고, 여기서 코스모스의 가짜 등장으로 인해 아이들 간의 속고 속이는 행위 가운데에서 격렬한 싸움이 발생하기 다반사였다는 것.

1988년 2월 20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등장한 해당 사건

그렇게 해당 사건은 사회적 문제로 수면 위로 오른 가운데 롯데 측에서 1987년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패소한 코스모스는 보상금으로 3,000만 엔을 지급한다.

한편, 1988년 2월경 실적 악화를 이유로 사장 및 부사장직의 개편이 이뤄지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이토만'이 관계되면서 이후 매입 금액 50-60억 엔이 빚으로 돌아와 파산에 이르게 된다.

다시 돌아와..

일본의 80년대를 풍미했던 이 코스모스에서 기념주화를 표방한 이른바 '어린이 은행 동전'을 내놨으니..

바로, 문제의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이었다.

일본 조폐국에서 발행된 덴노 재위 50주년 기념주화 동전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의 뒷면은 바로 위 기념주화를 본뜬 것. (이바라키현 경찰)

위 이미지를 보자.

쇼와 65년 동전의 주조 퀄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

해당 동전이 희귀 금속을 이용했다든지 일본 조폐국의 주조 기술을 뛰어넘는다든지 이야기는 모두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

다만, 진짜 금속을 이용해 그간의 어린이 은행용 동전의 주조기술을 뛰어넘는 퀄이라고는 한다.

사실..

해당 동전은 리얼함은 살리되 어디까지나 진짜 화폐가 아니라는 의무적 표식을 위해 '쇼와 65년'이라는 일종의 패러디성 문구와 더불어 상단에 구멍을 내놨다.

이러한 구멍은 어린이 은행 장난감에서 주로 사용하는 '어린이 은행' 문구나 '상단의 원형 구멍'과 같은 '진짜가 아닙니다'라는 알림 표식이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이 쇼와 65년 10000엔 동전은 일본 내 80년대 가챠 기계에서 유통되던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레트로 수집가이자 7세부터 10만 개가 넘는 가챠 상품을 모아온 와키 가이야마가 2020년 무렵 자신의 서적 <ガチャ愛100%ワッキーが贈る 昭和レトロガチャ 最強コレクション가챠 사랑 100% 와키가 선사하는 쇼와 레트로 가챠 최강 컬렉션!>에 포함시킨 제품이니까 말이다.

하여, 파격적이고 겁 없던 행보의 코스모스가 이 동전의 제작사로 강력히 의심되는 바이다.

코스모스의 또 다른 제품. 80년대 당시 50엔짜리 가챠로 판매 (文藝春秋)
우리에게도 익숙한 해당 제품은 코스모스가 80년대 당시 50엔짜리 가챠로 판매 (文藝春秋)

그렇다면..

그저 웃어넘길 법한 해프닝이 어찌하여 웹상에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됐던 것일까?

어쩌면..

이건 일종의 로스트 미디어 효과로 인한 게 아니었을까?

80년대에 반짝하고 사라진 회사의 제품이 지금에 와 아는 이 없는 정체불명의 물건이 됐으니 말이다.

여담으로, 쇼와65년 10000엔 동전은 일본 중고 옥션에서 2만 엔대의 가격에 판매가 이뤄지곤 한다.

참조

<日本経済新聞/「昭和65年製」の硬貨使う 模造1万円で男逮捕>
<産経新聞/偽の記念硬貨で詐欺疑い 函館、コンビニで使用>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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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옴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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