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살인 사건 재판대에 올려진 기상천외한 증거품
영국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에서 벌어진 토막 살인 사건!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영국 남부로 6시 방향 끝에 위치한 포츠머스.
이곳은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군항도시이자 해변 휴양지의 군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2012년 7월 3일.
이러한 해변 휴양지 중 사우스시(Southsea)라는 해변에서 충격적인 게 발견된다.
당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한 무리의 유학생들이 바위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알아채고서 반쯤 호기심에 안을 확인한다.
쓰레기통 안에는 분홍색의 샤워 커튼 더미가 있었다.
그리고..
커튼이 감싸고 있던 것은..
바로, 사람의 몸통이었다.
그로부터 3일 후인 7월 6일.
지역을 수색 중이던 경찰 법의학팀이 해당 해변가의 다른 지점에서 또 하나를 발견한다.
그러니까..
다리 한 쌍을.
이어진 병리학자의 부검에서 비록 토막 시신 당사자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규명하진 못했으나, 몸통 부위에서 다수의 흔적을 통해 피해자가 최근 3-4일 이내에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됐고 날붙이로 찔렸음이 확인됐다.
이렇게 발견된 토막 시신은 머리와 팔을 제외한 몸통 부위 그리고 골반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하반신 부위였으며, 일부 내장 및 생식기가 잘려 비어 있는 상태였다.
토막 난 시신 몸통 부위가 발견되고서 이틀 후인 7월 5일.
지역 주민이었던 46세의 데이비드 힐더가 이상증세를 보인다. 그는 지역에서 핸들바에다 적재함을 단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고철상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이날 경찰서 교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요. 제가 심각한 일을 저질러 버린 것 같아서요. 오늘 아침에요.. 주머니에서 빈 뉴로펜(영국의 대표적인 진통제) 포장 껍데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제가 사람을 죽인 것 같아요."
이에 순경 하나가 경찰서 근처에서 힐더를 만난다. 힐더는 꾀죄죄하고 흐트러진 모습에다 매우 혼란스러워하기까지 했다.
힐더는 계속해서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으며, 순경의 제안을 따라 경찰서 내부로 들어가 인터뷰에 응한다.
여기서 힐더는 마치 회상하듯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긴 한 것 같다고 하면서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결국, 힐더는 약물 과다 복용이 의심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경찰이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확인하나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는다.
한편, 경찰로부터 해당 소식을 전해 들은 힐더는 크게 안도하며 이렇게 말한다.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던 거라면 스스로 죽고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모든 게 제 상상이었나 보네요."
다시 돌아와..
토막 시신의 피해자는 지역의 30세 데이비드 가이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힐더가 유력한 용의자로 급부상하면서 7월 8일 체포된다.
수사 과정에서 힐더와 가이 간의 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둘은 수년 넘도록 친분을 유지하던 가까운 친구였다.
힐더는 경미한 학습 장애로 지능지수가 63이었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가이는 힐더의 거주지 근처 캠핑카에서 지내던 이였다.
둘은 힐더의 아파트에서 자주 어울리면서 주변으로부터 데이비드 힐더를 빅 데이브, 그리고 데이비드 가이는 리틀 데이브로 통용됐을 정도였다.
또, 캠핑카에서 지내던 가이를 위해 힐더는 종종 음식을 제공하고 자기 집에서 세탁과 목욕을 하도록 배려했다.
이렇듯 언뜻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우정 전선으로만 보이지만..
실상은 16세 연상인 힐더가 가이로부터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의존 관계를 형성하면서, 우정이라는 허울의 변덕스러운 애증을 분출해 왔던 것.
그렇게..
시신 발견으로부터 약 1년 후..
힐더는 윈체스터 크라운 법원 재판대에 세워진다.
분명 증거가 있었다.
서로가 가장 가까이 왕래하던 유일한 관계였으며,
사건 무렵 현장 주변으로 힐더의 독특한 자전거(핸들바에 적재함이 설치된)와 유사한 자전거를 타던 남자가 목격됐고,
시신을 싸고 있던 커튼에서 나온 섬유와 같은 종류의 것이 힐더의 아파트에 존재함이 확인된 데다,
힐더의 아파트에서도 가이의 혈액 흔적이 발견됐다.
허나..
보다 결정적인 증거의 보충이 필요했다.
섬유의 경우 같은 종류의 것이 해당 지역 다른 곳에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설령 힐더의 아파트에서 묻은 것이라 하더라도 평소 왕래가 잦았기에 사건 당시의 것이라 확신할 수 없었고,
혈흔 흔적 역시 마찬가지인 이유로 그러했다.
게다가..
힐더는 혐의에 대해 계속해서 전면적인 부인을 고수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힐더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기르던 고양이 '팅커'였다.
갑자기 왜 고양이가 등장하냐면, 가이의 시신을 감싸고 있던 커튼에서 고양이 털이 묻어있었기 때문.
그리하여..
영국 재판 역사상 처음으로 고양이 털 DNA 판독이 실시된다.
그렇게 검찰 수사관들은 커튼에서 나온 고양이 털 그리고 힐더의 머리털 8개를 채집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의뢰를 보냈으며..
추가로 영국의 레스터 대학 유전학과 과학자들이 영국 내 고양이에 대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을 실시한다.
결과는?
문제의 고양이 털이 99%의 확률로 팅커의 것임이 확인된다.
불분명한 것은 오직 하나, 채집 과정에서 팅커의 머리털을 뽑을 당시 당사자에게 허락을 구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평화로운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해당 사건은 힐더의 유죄 판결로 막이 내려진다.
다만..
살인 혐의에 대해 고의적 살인에 대한 입증이 끝내 무산되면서, 과실치사 혐의를 통해 징역 12년형이 선고됐다.
그리고..
힐더는 끝까지 죄에 대한 전면 부정을 주장했고, 따라서 나머지 시신 부위(얼굴과 두 팔)에 대한 행방을 쫓고자 현장의 바다를 다이버들이 수색하나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한편..
판사는 힐더의 우울증으로 인한 극도의 폭력성이 위험하다는 연유로 항소를 기각했으며, 집안일 내지는 고양이를 돌보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분노한 힐더가 가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선 사건 은폐를 목적으로 시신을 토막 내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게 내년인 2025년, 힐더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영국에서 고양이 DNA가 형사 재판에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인의 4분의 1 이상이 가정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1천만 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이 의류와 가구 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는 법의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상입니다. 반려동물의 털과 같은 DNA 정보를 통해 사람과 장소 그리고 물품 간을 연결할 수 있는 겁니다."
- 해당 사건에서 팅커의 DNA 대조 분석을 주도했으며 이전에 개 DNA에 대해 유사한 연구를 수행한 바가 있는 레스터대학교 유전학자 존 웨튼 박사
참조
<BBC News/David Guy dismemberment: David Hilder guilty of manslaughter>
<Portsmouth News/True crime: 'Body in the bag killer' David Hilder dismembered friend David Guy - one of the most gruesome homicides in Portsmouth in recent memory> Steve Dee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