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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소녀 그리고 유산

납치된 소녀 그리고 앰버 경보 시스템!

이상한 옴니버스
이상한 옴니버스
- 8분 걸림 -

* 본 글은 단순히 범죄사건과 관련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오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악랄한 범행성을 알림과 동시에 범죄의 연보年譜를 통한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NCMEC)

1996년 1월 13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이날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앰버(9세)는 남동생 리키(5세)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집 근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앰버는 신이 나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근사한 핑크색 두발자전거를 몰며 한껏 기분이 고조돼 있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동생의 말도, 그리고 꼭 집 부근 블록 내에서만 타라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당부도 잊을 만큼 말이다.

급기야..

지쳐버린 동생이 집으로 돌아가고, 앰버는 조금 떨어진 곳의 폐쇄된 슈퍼마켓 체인점으로 향했다. 그곳엔 경사진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 아이에게 있어서 경사로와 주차장 특유의 지면 재질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앰버는 페달을 박차며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앰버를 찾으러 나섰던 그녀의 동생과 할아버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그곳엔 핑크색 자전거만 처연히 쓰러진 채였다.

(NCMEC)

한편, 그와 동시에 경찰엔 이미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동생이 집으로 가고 앰버가 주차장으로 향한 그 순간, 이웃이었던 70대 노인이 마침 철조망 너머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던 것.

노인은 보았다.

80-90년형 검은색 픽업트럭 운전석에서 내린 20-30대 남자 하나가, 앰버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는 그대로 둘러업어 차량 안으로 납치한 것을.

해당 픽업트럭은, 노인이 근처 세탁소에 주차 중인 것을 봤던 그 차량이었다.

남자는 백인 또는 히스패닉계로, 키 180 미만의 중간 체격, 갈색 혹은 검은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납치와 동시에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고, 곧장 경찰력과 함께 FBI 연방 요원이 현장에 투입되며 발 빠르게 수사가 시작됐다.

범죄와 동시에 신고 및 수사가 진행됐으며 용의자의 인상착의 또한 명확하므로 사건 해결의 희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허나..

이 납치 사건 수사엔 도통 진척이 없었다.

4일 내내 동안을 말이다.

사건으로부터 4일 뒤인 1월 17일.

사건 현장에서 채 10km가 되지 않는 지역.

늦은 밤, 한 남성이 개를 산책시키던 중 개울가 부근 배수로에서 유기된 시신을 발견한다.

앰버였다.

끔찍했다.

왼쪽에 양말 한 짝아 남아있는 것을 제외하곤 나체 상태였으며, 칼이나 드라이버로 마치 목을 뜯어낸 듯한 여러 열상이 있었다.

한겨울 뇌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배수로로 흐르는 수천 갤런의 물살에 덮쳐졌던 앰버는 눈조차 감지 못한 상태였다.

실지 당시 시신 발견 현장 (NCMEC)

해당 사건은 미국 전역에 전파되며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렇게 본격적인 수사력 동원과 함께 전국에서 7,000건 이상의 제보가 쏟아져나왔으나..

끝내 실속은 없었다.

주변인 조사에서도 혐의점이 발견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진범이라며 자백한 이가 6명이나 있었으나, 모두 '으레 유명세를 탄 사건에 자신이 관여됐다며 거짓 자백을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한편..

사건 보도를 통해 살아생전의 앰버가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 보이는 홈비디오 영상을 보던 주민 다이앤 시몬.

자녀를 둔 엄마였던 그녀는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하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에 그녀는 곧장 댈러스-포트워스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날씨 경보도 있고 민방위 경보도 있는데, 어째서 납치/유괴된 어린이에 대한 경보가 없는 걸까요?"

그렇게..

사건이 벌어진 해인 1996년, 다이앤의 아이디어에 찬성한 댈러스-포트워스 라디오 방송국과 그에 협력을 약속한 북부 텍사스 지역 법 집행 기관이 특별 경보 방송을 시작한다.

지역에서 납치/유괴된 아동을 긴급 방송으로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의 개발 순간이었다.

그리고..

1999년에 이르러 8개 지역 TV 방송국이 해당 시스템에 동참했으며, 21세기에 와선 주를 넘어 전국 단위에서 시스템이 구축되는 쾌거가 이뤄진다.

해당 경보 시스템의 창안자였던 다이앤은, 앰버 사건의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음을 상기하자는 의미에서 이 경보 시스템에 '앰버(Amber) 경보'라 이름을 붙여줬다.

2003년 당시 해당 경보 시스템과 관련한 보호법 서명을 위해 백악관에 참석한 다이앤 시몬 (NCMEC)

한편 앰버 경보는 이후 'AMBER(America’s Missing: Broadcast Emergency Response)', 즉 '미국의 실종: 방송 비상 대응(America’s Missing: Broadcast Emergency Response)'으로 명명된다.

이 앰버 경보는 미국 법무부 관리하에 대중매체 미디어 및 SMS은 물론이고 도로 전광판, 디지털 광고판, 검색 엔진 등 전파력을 지닌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긴급 방송됨을 원칙으로 한다.

앰버 경보 시스템은 18세 미만의 어린이가 납치/유괴 피해에 대한 충분한 정황 및 증거가 있을 경우, 그리고 심각한 부상 내지는 사망 위험이 우려가 있을 경우 법 집행 기관의 합리적 확인 하에 긴급 전파가 이뤄진다.

앰버 경보 시스템은 1996년 출범 이래 2023년까지 1,200명 어린이의 안전 확보에 기여했으며, 최소 180명의 어린이를 긴급 상황에서 구조해 냈다.

2008년경 도로 전광판에 뜬 앰버 경보 (Wikimedia/Bob Bobster)

한편..

그날 앰버를 납치해 잔학한 범행을 저지른 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경, 텍사스 알링턴 경찰은 여전히 사건이 진행 중이며 계속해서 단서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 천명했다. 또, 범인의 것일 수 있는 DNA를 보존 중이므로 훗날 분석법 발전을 기대한다고도 전하고 있다.

앰버의 엄마는 2016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딸아이를 죽인 살인범은 아직도 저기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앰버에게는 정의가 필요합니다."

참조
<AMBER Alert - Office of Justice Programs>
<Cleburne Times-Review/Former detective recalls cold case> Matt Smith
<NCMEC/Still Searching for Amber's Killer>
<People/Texas Girl's Abduction Inspired the Lifesaving 'Amber Alert,' but 26 Years Later Her Own Case Remains Unsolved> Christine Pelisek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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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사건

이상한 옴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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