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들의 마지막 식사는 무엇이었을까?

삶과 죽음 사이에 끝없이 이어지는 과업.

그것은 바로..

식사!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 (그것이 명성이든 악명이든)

과연, 그들의 생애 마지막 과업은 무엇이었을까?

예수 (기원전 4년경-기원후 33년경)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 Jesus.

신약성서에서는 그가 수난 전날 밤 열두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가졌노라 기록돼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이것은 내 살이니라', '이것은 내 피이니라'라는 말과 함께 사도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날 최후의 만찬엔 빵과 포도주 외에 어떤 음식이 차려져 있었을까?

복음서엔 이날 식사가 유월절(유대인들이 고대 이집트로부터의 노예 생활에서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 식사였다는 언급이 나온다.

허면, 전통에 따라 메인으로 불에 구운 어린 양과 무교병(누룩 없이 만든 납작빵) 그리고 쓴 나물이 차려졌을 가능성이 있겠다.

여담으로, 당시 최후의 만찬 식탁으론 포도주가 담긴 성배가 없었다.

이 가장 유명한 성유물 중 하나인 성배는 12세기 무렵 서사시와 낭만 문학을 통해 창조된 아이템으로, 이후 1400년대를 기점으로 화가들이 영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마리 앙투아네트 (1755.11.02-1793.10.16)

아마, 왕비 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략결혼의 장본인이자 잘 알려진 죽음의 당사자일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 궁전 생활 당시 그녀는 지금으로 치면 탑 오브 탑 인플루언서였다. 사교적인 성격에 화려하고 세련된 헤메와 룩, 그리고 그녀만의 핏이 프랑스 사교계의 유행을 선도했던 것.

이 밖에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녀는 또한 단단 그 자체인 핫초코의 유행에 이바지했다.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핫초코를 접하고선 완전히 매료돼 하루 10잔을 마신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고, 이에 프랑스 사교계에서도 각종 연회와 귀부인들의 응접실에서 잇템이 된 것.

여담으로, 그녀는 여왕 전속 쇼콜라티에라는 직위를 두고서 크림을 올린 빈 스타일의 핫초코(달달+달달)를 애정했단다.

한편, 그녀는 처형 전 마지막 식사로 간수의 하녀가 요리한 버미첼리 수프를 몇 숟갈만 겨우 넘겼다고 전해진다. (하루 종일 도통 뭘 먹으려고 하지 않아 하녀가 밀어붙였다고)

참고로, 이 버미첼리 수프는 맑은 닭 육수에 소금 및 후추로 간을 하고서 고명으로 각종 야채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스타 면을 첨가한 이른바 유럽판 쌀국수인 셈이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1869.01.21-1916.12.30)

제정 러시아 말기 황실을 유린하고 민중을 압제했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이를 빌미로 당시 반대 세력이었던 친황제파의 귀족 일당에 의해 파티에 초대된 자리에서 암살된 괴승.

그는 괴승이라는 별칭답게, 치사량을 훨씬 웃도는 청산가리가 든 음식을 먹고도 춤을 추는가 하면 4발에 달하는 총탄 세례에서 심장을 맞고서도 벌떡 일어나 반격을 가해왔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야화에 불과하다.

검시 기록에 따른면, 애초에 그의 시신에선 청산가리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청산가리를 준비하기로 했던 이가 죄책감으로 인해 엉뚱한 가루를 전달했다는 이야기와, 애초부터 이러한 독극물 이야기 자체가 지어낸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법의학적 해석에 의하면, 그는 최초 한발의 총상을 입고서 쓰러졌고 이후 암살 일당이 결박 후 집단 폭행하고는 이마에 확인 사살을 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식사가 무엇이었느냐 하면, 당시 러시아의 전통적인 음식이었던 꿀 케이크와 흑빵 그리고 각종 전채와 마데이라 와인이었다고 전해진다.

달달쌉싸름, 그의 인생과 무척이나 닮은 구성이었다.

베니토 무솔리니 (1883.07.29-1945.04.28)

이탈리아 왕국의 총리이자 군 통수권자였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허나 연합군에 의해 잇따라 패배하며 이탈리아 내부 권력층과 민중 사이에서 불만과 비판이 팽배해졌고, 결국 국왕에 의해 해임 통고와 함께 근위대로부터 체포된다.

이후 나치 독일 무장 친위대와 공수부대로부터 구출되며 망명정부를 수립하나, 얼마 못 가 비정규군인 파르티잔들에 의해 체포되며 총살된다.

사형 당일, 그는 마지막 식사인 빵과 살라미 한 접시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몇 시간이고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앉아 창문 건너 눈 덮인 산들을 응시했다고 전해진다.

아돌프 히틀러 (1889.04.20-1945.04.30)

나치 독일의 독재자로 악명의 아이콘인 아돌프 히틀러.

그는 소련의 붉은 군대가 코앞까지 진격하자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한다.

이러한 결심엔, 전날 베니토 무솔리니가 처형되고서 밀라노 광장에 시신이 매달렸다는 소식이 최종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자살 수 시간 전 마지막 식사로 토마토소스가 살짝 가미된 파스타, 즉 스파게티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아, 사이드 메뉴로 양배추샐러드도 함께.

도조 히데키 (1884.12.30-1948.12.23)

일본 제국의 내각총리대신이라 독재자였던 도조 히데키.

군인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끝에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와전옥쇄 훈령을 내리는 전범이 된다.

자살 미수 사건 이후 전범재판에 회부돼 목숨을 구걸했으나 사형을 선고받아 교수형에 처해진다.

마지막 식사로는 백미, 미소국, 생선구이가 제공됐다고 전해진다.

존 F. 케네디 (1917.05.29-1963.11.22)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으로 임기 기간 중 카퍼레이드에서 저격을 당하며 암살된 존 F. 케네디.

일정을 위해 텍사스 포트 워스 시내의 유서 깊은 호텔 힐튼 포트 워스에 숙박했던 그는, 조식으로 다음과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버터와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곁들여진 토스트, 오븐에 바삭하게 구운(강조 사항이었음) 베이컨, 반숙 계란 둘, 크림 말고 뜨거운 우유를 넣은 커피, 갓 짜낸 신선한 오렌지 주스.

정통 아메리칸 스탠다드 브렉퍼스트였다.

엘비스 프레슬리 (1935.01.08-1977.08.16)

로큰롤의 제왕이라 불리우던 문화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

죽기 수년 전부터 건강 문제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오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특히, 아내와의 이혼 및 점점 확연하게 저물어가는 자신의 위상으로 인한 우울감과 상실감 때문에 폭식을 거듭했고 급기야 체중이 40kg이나 불며 100kg을 훌쩍 넘기기까지 했다.

이 무렵 단짠에 푹 빠져있던 그는 마지막 식사로 스파게티와 미트볼을 큰 접시째로 먹고선 이후 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4스쿱과 초콜릿 칩 쿠키 6개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여담으로, 이 간식 양은 하필 평소보다 절제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존 레논 (1940.10.09-1980.12.08)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비틀즈의 멤버지아 결성 창립자인 존 레논.

그는 아내 오노 요코의 앨범 마지막 녹음 세션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하면서,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힙한 뉴오커들의 단골 식료품점인 스테이지 델리에 들려 콘비프 샌드위치와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풍문에 의하면, 그는 녹음을 마치고서 오노 요코의 외식 제안을 거부하고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다섯 살배기인 아들이 잠들기 전에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렇게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정신병 증세를 앓던 자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커트 코베인 (1967.02.20-1994.04.05)

미국의 뮤지션이자 록 밴드 너바나의 프론트맨으로 X세대와 얼터너티브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

그는 평소 통제할 수 없는 질환과 정신적인 문제에 더불어 약물 중독에 시달리던 끝에 자택에서 산탄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재활원에서 하루만 입원하고서 퇴원한 지 5일째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유서를 쓰며 바크스 브랜드의 루트 비어를 마시고 카멜 라이트 담배를 피웠다고 전해진다.

다이애나 스펜서 (1961.07.01-1997.08.31)

영국의 왕세자빈으로 유명했던 비운의 여인 다이애나 스펜서.

그녀는 이혼 1년째가 되던 날 이집트 출신의 백만장자 도디 알파예드와 함께 프랑스 파리의 리츠 호텔(도디 알파예드의 부친이 소유한) 내 레스파동 레스토랑에 들린다.

허나,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구경꾼과 파파라치로 인해 룸서비스로 변경한다.

그녀는 마지막 식사로 도버 솔(영국의 그나마 대표적인 음식인, 넙치 계통 생선 레어 구이)과 야채 튀김을 먹었으며, 에피타이저로 버섯과 아스파라거스가 가미된 오믈렛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장조 (1735.02.13-1762.07.12)

조선의 왕세자로 영조의 둘째 아들인 장조. 우리에겐 사도세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7월 한여름, 영조에 의해 세자가 폐해지며 쌀 담는 뒤주에 가둬진다.

이후 땡볕 속에서 8일 간이나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아사한다.

야사에 의하면, 궁료가 몰래 넣어준 부채를 반으로 부수어선 자신의 소변을 받아 마시며 버텼다고 전해진다.

윤봉길 (1908.06.21-1932.12.19)

대한제국의 독립운동가로 훙커우 공원 의거를 일으킨 윤봉길.

그는 '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서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남기고서 집을 떠나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의거 당일, 이 20대 중반을 채 넘기지 못한 청년을 사지로 보내야 했던 백범 김구는 복잡한 심경 가운데 임시정부 요원에게 소고기를 사와 아침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둘은 최후로 함께 식탁을 같이 하며 소고기 국밥을 먹는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