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미디어, "CNN의 세상 종말 방송"
세상의 종말 순간 CNN에서 방영될 영상!
로스트 미디어.
영어 철자로 Lost Media.
말 그대로, 유실된 미디어물을 의미한다.
인터넷상에서 통용되는 로스트 미디어의 범위는, 대부분 20-21세기 디지털 미디어의 유실을 소재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상 컨텐츠들이 그러하듯, 로스트 미디어 역시 영문권 웹페이지들에서 2012년부터 개인적 차원을 벗어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조용한 출발이 있어왔다.
초기엔 그 당시 유행 중이던 ARG 컨텐츠들의 위세에 밀려있었으나, 꾸준히 발생한 소비가 아예 해당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커뮤 및 컨텐츠들의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작금의 로스트 미디어 열풍이 전개됐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극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다가, 아날로그 호러의 인기와 겹치면서 점차 빅 웨이브를 타더니 이제는 어엿한 미스터리 컨텐츠로 자리 잡는 중이다.
(이상한 옴니버스에서도 일종의 음모론+로스트 미디어 컨셉으로 'NASA를 해킹한 해킹범 게리 맥키논' 소재의 '세상의 비밀을 담은 미스터리 사진전'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여름에 글을 작성한 적이 있음)
로스트 미디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마치면서..
흥미로운 클래식 로스트 미디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로스트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신속한 업데이트'이기에, 여기 소개하려는 클래식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분명한 건, 해당 로스트 미디어는 '규모'와 '정통성' 부문에서 어떠한 로스트 미디어보다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겠다.
(로스트 미디어물 중 자극적이고 잔혹/원색적인 주제의 것들을 선호하는 이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1925년 설립된 이래 미국 독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대중잡지 중 하나로 꼽히는 <The New Yorker>.
이 1988년 9월 12일 자 25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CNN의 수장인 테드 터너가, 핵전쟁 발발로 방송이 종료될 때 송출하기 위한 영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터너 씨는 우리에게 말했다.
'육해공군의 연합 군악대를 구성해 구 CNN 본부로 데려가서 비디오 녹화용 미국 국가 연주의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저는 혹시 세상의 종말을 맞이할 경우의 송출용을 대비해 찬송가인 <Nearer My God, to Thee>를 연주해줄 수 있느냐고 요했습니다.
해당 연주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에 CNN에서 틀어 줄 연주곡입니다."
터너 씨는 우리에게 그 연주가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해 주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우리는 군악대가 찬송가를 연주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약 1분 후 찬송가가 끝나고서 군악대원들이 악기를 내려놓고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화면은 페이드 아웃됐다.
사무실로 돌아온 터너 씨가 '꽤나 강렬하죠?'라고 물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세상이 끝날 무렵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도 이전에 모든 게 이미 끝나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지막 메시지를 내뱉기 전에 말입니다."
<The Newyork>의 본 기사가 있기 이전부터 이미 'CNN의 세상 종말 송출 방송'에 대한 소문이 존재했다.
즉, 의 기자들이 해당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터너를 인터뷰했던 게 본 기사의 내용이었던 것.
이 문제의(?) 소문은 다음과 같았다.
"1960년대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24세의 나이로 미디어 기업가의 세계에 뛰어들며 자신의 제국을 구축해 간 테드 터너.
1970년대 후반, 케이블 TV 방송 사업으로 순자산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터너는 새로운 방송 채널 설립을 구상한다. 그 채널이란,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채널이었다.
그렇게 1980년 6월 1일, Cable News Network인 CNN이 출범한다.
출범을 준비하며 터너가 하나 계획한 것이 있다.
'우리는 세상의 종말이 올 때까지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오면 생방송으로 다룰 것이며, 그게 우리의 마지막 이벤트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방송 출범인 6월 1일에 미국 국가를 한 번 연주하고, 세상의 종말 순간에는 <Nearer My God, to Thee>를 연주할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위해 터너는 군악대의 연주 녹화를 의뢰했다."
이러한 풍문은 해당 찬송가 연주 녹화 장면을 확인한 일부 기자들에 의해 확산됐다.
허나 출범 당시 미국 국가 연주 송출은 있었으나, 세상의 종말이 도래하지 않아 찬송가 <Nearer My God, to Thee> 연주 녹화 소문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었다.
(여담으로, 해당 찬송가는 타이타닉 침몰 당시 악단이 연주한 곡 중 하나라고 널리 알려져 있음)
그렇기에, 오리지널 1세대 괴짜 억만장자로 유명한 터너를 소재로 한 믿거나말거나식 도시 전설로 치부되기도 했다.
해당 소문이 미디어 업계에서는 적잖게 유명했던지라, 1990년 개봉한 <그렘린 2: 뉴욕 대소동>에서는 아예 오마주로 등장한다.
그렘린들에 의해 인류 문명의 종말이 다가오자, 등장인물인 다니엘 클램프는 방송사 CCN(Clamp Cable Network)의 마지막 방송을 위해 비밀 비디오테이프를 송출한다.
해당 송출 영상에선 나부끼는 성조기와 목가적인 연출 및 연주와 함께, '문명의 종말로 인해 클램프 케이블 네트워크는 이제 방송을 중단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이 즐거웠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인생을 즐겼기를 바란다는 겁니다.'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리곤 뒤이어 클램프가 '아름답지 않나.'라며 감탄한다.
이는 영화 제작자들이 'CNN의 세상 종말 송출 방송' 소문을 접하고선 해당 장면을 연출한 것이었다.
이렇듯 업계에서 전설로 화자 되던 'CNN의 세상 종말 송출 방송'.
허나, 그 실체는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전설로 머물게 됐다.
2015년까지는.
마이클 발라반은 CNN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경력을 지닌 한 대학 교수로부터 해당 전설을 처음 접하게 된다.
"CNN의 아카이브엔 'TURNER DOOMSDAY VIDEO - 세상의 종말이 컨펌될 때까진 공개 보류'라는 메모 비디오가 존재한다."
당연히 발라반은 깊은 흥미를 갖게 된다. '세상의 종말 순간을 위해 준비한 CNN의 마지막 비디오 세그먼트라고? 와우!'
2009년.
CNN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발라반은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아카이브 데이터베이스에서 비디오를 발견하며 발라반은 마침내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5년.
발라반이 자신이 속한 인터넷 미디어 <Jalopnik>를 통해, 자신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는 방법으로 입수한' 전설의 로스트 미디어를 공개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참조
<Jalopnik/This Is The Video CNN Will Play When The World Ends> Michael Ballaban